한국서바스

C'est La Vie

박후원 2004-06-05 (토) 08:20 추천:0 조회:2390

새해 들어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을 돌이켜 보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건지에 관해 생각하진 않았다.
그건 가장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난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하게 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난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고싶다.
그래서 난 이번 6월 중순이나 하순쯤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난 여지껏 유럽을 가본 일이 없다.
물론 난 부자가 아니다.
아직껏 집 한 채 없고, 저축한 거 하나도 없고 몸이 건강한 편도 아니고
아들도 군무중이어서 집에 없고, 솔직히 아내도 없다.
그렇지만 난 파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하나 찍어두고 싶고,
런던의 히드로 파크에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걸어보고 싶고 네덜란드에서
지금은 다만 기능을 잃어 전시용으로만 남아있는 풍차가 돌아가는 걸 보고싶고
스페인에서 돈키호테 거리를 걸어보고 싶고 로마, 베니스를 보고싶고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며 "우스크다라"의 노래 본고장인 터키에 가 보고 싶고
러시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셍 페테스부르크(?)"에서 오페라를 듣고 싶다.
그리고 핀랜드, 노르웨이, 스위든에 다녀오고 싶고, 특히 몇 년 전 뉴욕의
'와싱턴 광장'에서 해가 지기까지 몇시간을 함께 담소를 나누었던 "손타"양의
나라 '폴랜드'를 꼭 방문해 보고싶다.

...난 젊은 시절 작가가 되고 싶었었다.
그런데 글을 쓴다고, 그 많은 신춘문예의 응모작들을 쓰고 있기엔 그 당시
난 너무 배가 고팠었다.
그래서 고교시절 취미로 배웠던 전자기술을, 그것도 기술이라고 그 쪽에 일을
하면 겨우 밥은 먹을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연명해 올수 있게 된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전자공학'을 전공한 걸로 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에서도 철학을 전공했다.
글을 쓰기엔 그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이번 유월 중순, 혼자만의 배낭여행을 떠난다.
내가 여름에 떠나는 이유는 다만 추위를 너무 못견디기 때문이다.
난 처음 파리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그리고 거기서 스페인, 포루투갈, 다시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독일....
그렇게 해서 유럽의 한 15개국을 60일 동안 돌아다닐 예정이다.
난 돈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민박을 하거나(서바스라는 게 있다. 난 아직 여기에
대해 잘 모른다) 유스 호스텔, 아니면 노숙이라도 할 예정이다.

여행에는 꼭 필요한 물건도 있다.
난 이런것들을 준비할 생각이다.
카메라, 소형 녹음기(난 가능하면 내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녹음할 생각이다)
세면도구, 영한사전, 한영사전, 필기도구, 손톱깎이, 소매가 긴 남방셔츠 두 벌,
양말 두 벌, 여권, 여행자수표와 현금으로 한 4000불, 유레일 패스, 유언장,
내 집 주소, 아는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는 수첩, 배낭 하나...
그리고 무진장한 고생을 각오하는 마음이 전부다.
난 여행 중 이런 단어들을 중얼거리며 다닐 생각이다.
...방랑자집시베가본드행려병자에뜨랑제역마살스트레인저떠돌이....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다.
난 이름난 명소들을 찾아다니진 않을 생각이다.

.....그 여행이 끝나고 나서, 내가 무사히 돌아오면(아마 8월 중순 쯤?)
난 내가 하고싶은 걸 했다고, 그렇게 살았다고 자신에게 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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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ng man,Bai : 멋진 여행. 쌈빡한 삶!!! 잘다녀오이소.. 망설이면 평생 어느 곳도 여행하지 못합니다...-남산동에서- (widyou@hanmir.com) -[06/0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