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잡초와 생존투쟁하는 고추

류태길 2010-08-23 (월) 18:51 조회:372 113.xxx.135

몇년 째 내 고향 산내 황토리, 섬진댐 호수변 옛 집터 마당에 제초제 안 치고 고추 50여 포기를 심어 오는데, 손으로 뽑아도 뽑아도 고추포기를 뒤덮는 잡초의 위력 앞에 금년엔 드디어 내가 손을 들었다. 손만으로의 풀 제거는 너무 힘들다. 제초제 없이 농사는 불가능하다는 농민들 말이 맞구나. 특히 금년에는 비료, 퇴비 조차 주지 않은데다가 여행이다 뭐다 하면서 정읍서 왕복 60km 거리를 자주 올 수가 없었다. 이랑을 만들어 비닐을 덮고 고추 모를 40cm 간격으로 50포기를 심고 가지 모와 호박씨도 파종했다. 심은 후 보름만에 와 보니 비닐틈으로 난 잡초가 무성하여 뽑아주고 검푸르게 싱싱한 고추 포기를 보고 일체의 농약은 물론 비료조차도 안 주고 왔다가 한달전에 와서 풋고추와 붉은 고추 몇 개 따고 풀 뽑아주고 다시 이번에 한달 만에 고추밭에 와보니 예상대로 내 키를 넘는 놈을 비롯, 온갖 잡초가 집터를 뒤덮고 있다. 고추 포기는 아예 풀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고 방아깨비, 여치, 메뚜기, 노린재 등이 제 세상 만난듯 무공해 생태계 야생에서 뛰놀고 있다. 인간의 손길과 화학 약품의 독성이 없는 청정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고추는 기대도 않고 풀속 아래를 헤쳐보니, 아! 풀에 덮혀 숨막힐 듯 한 그 속에서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고추포기들은 아예 고추의 무게와 잡초의 기세에 눌려 지지 줄에 걸쳐 안쓰럽게 누워있다. 풋고추, 일부 상한 고추, 바닥에 떨어져 물러져버린 붉은 고추, 새들이 쪼아먹다 남은 고추들이 어지러운 가운데 그래도 싱싱한 붉은 고추가 더 많이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고추 잎 사이에서는 아직도 꽃이 피는 놈, 꼬투리가 생기기 시작하는 놈도 있다. 제 스스로의 힘으로 잡초와 싸우며 생존 투쟁을 벌리고 있는 고추의 위대한 생명력을 보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고추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 없었다. 다섯 포기의 가지 그루에서도 가지들이 쇠어져 늙고있다. 호박은 거의 전멸 상태이며 몇 곳에서 노랑 호박꽃이 나 여기 있소 잡초에 묻혀 인사한다.
농약, 화학비료 없이는 농사 불가능이라는 생각을 다시 수정해야 될 것 같다. 대량생산을 위한 무분별한 화학제 사용이 작물들의 면역력과 자생능력을 뺏어간 것이 아닐까? 조심조심 고추를 땄다. 비닐포대 하나 가득 따서 정자나무 앞 모정에 와서 다듬었다. 상한 고추들을 추려내고 버리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탄저병(?)에 걸린 것, 무른 것, 이 패잔병들은 제초제의 지원도 비료의 식량도 공급받지 못한채 싸우다 장열히 희생된 영예의 전사들이 아닌가.
찌는 폭염에 너무 힘든데다 생태계의 자연 질서를 존중하자며 제초 작업을 포기했다. 고추에겐 미안하지만.

마루에서 본 마당, 고추밭. 왼쪽 건축물은 68년 예비군 창설 때 우리집 마당에 반강제로 지어놓은 총 창고로 무기 철거 후 농기구 창고로 썼었다. 그 시절 산간 오지엔 사랑방이 있고 개가 있는 큰 집 안에 무기고를 설치 했었다. 사랑방엔 항상 마을 의무 예비군이 근무를 섰다. 그러고보니 아직도 튼튼한 석축 예비군 무기고는 40 여년이나 된 분단 현대사의 아픈 유물의 하나인 셈이다

82년 어머니 돌아가신 후 비어있는, 폐가가 된 우리집. 중간에 마을 사람에게 살라고 내주었다가 지금 20년 째 비어있다. 2001년에 빈집은 새고 기와 무게에 무너질 것 같아 경량 지붕으로 교체했다. 정년 후 여기에서 전원 생활을 꿈구었던 꿈은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풀들의 위세에 시달리는 안쓰러운 호박꽃이 나 여기 있소 인사한다.

제 보호색을 믿고 카메라들 들이대도 요동도 않는 고추밭, 아니 풀밭의 방아깨비. 숨은 그림 찾기 같죠?

황토리 마을 어구 600년 된 느티나무

정자나무 옆 모정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수확한 고추들을 정리 했다. 나무 아래에는 큰 개천물이 흐른다. 유년시절 징검이 가재가 바케츠로 하나씩 잡혔다.

인간의 도움 없이(제초제, 비료) 생존투쟁에서 희생된 영예로운 패잔병 고추들

[전참봉 김왈서 시혜불망비] 종성리 각 세대 호세를 대납해준 은혜를 기리기 위한 불망비. 뒷면 대정14년(1925년)이라는 건립년대 글짜는 마모되어 실별할 수 없다. 섬진강 신댐 2차 공사(1965년) 때 이 곳으로 옮겨졌다.

Heung-sook,Lee 2010-08-25 16:55	시골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란 말이 실감납니다. 호젓한 곳에서 자연은 그들의 방식대로 삶의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나봅니다. 현대를 사는 사람에게 전원생활은 글쎄요.. 큰맘먹고 자신의 희생을 거쳐야 되는 가 봅니다.

eumjaeryang 2010-08-30 18:16	안녕하시고. 오래만입니다.. 가을이 눈앞에 있으니 보기만 해도 쉬원하네요 져는 그동안 일본 북해도를 돌아서 자전거 팀 규슈 돌때 앞 뒤에서 에스코트하고 모두들 부두에서 보내고 나는 자동차 반납하고 이틀 뒤에 돌아 왓습니다. 이번자전거 여행이 정말 잘 진행되여 아주 다행이 였습니다 다음에 봐요 안녕히 계세요 부산엄입니다.

류태길 2010-09-01 17:06	엄 고문님 잘 다녀 오셨군요, 참여하고 싶은 마음 간절 했는데 자전거 라이딩 여행이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아쉽게 포기했습니다. 정말 대단 하십니다. 아직은 태풍 예보가 걱정이 됩니다만 금년 무더위에 그래도 모두 건강하게 가을을 맞게 되어 감사 할 따름입니다. 고문님, 부회장님 더욱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