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다녀올 수 있는 일본항공 마일리지가 있어 9월15일부터 17일까지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북해도를 가고 싶었지만 휴가도 짧고, 비행편도 맞지 않아 대신 오사카행 예약했습니다.   

오사카와 교토지역 호스트 리스트를 받아 4-5분께 호스트 요청 메일을 보냈습니다. 답장을 받아보니, 마침 떠나는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일본의 공휴일이라 모두들 여행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메일을 보냈던 일본 서바스 회원분들은 호스트를 할 순 없지만, 관광 및 여행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Ikeyama Kohzo씨는 교토의 다른 서바스 호스트를 소개해 주셨고 여러 유용한 관광정보 사이트들을 이메일로 보내주셨구요. Mr. Mizuno씨와 함께 4월에 부산 서바스 극동모임에 참가하셨다고 합니다. 

Hiroko Koides씨는 우편으로 오사카지역 관광정보지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오사카며, 교토지역의 관광정보지들을 다양하게 보내주셔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교토의 Nishimura Akio씨는 호텔예약을 원하면 도와주겠다 하시며, 오사카 호스트 리스트 코오디네이트인 Toshimi Matsuo상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전화번호, 팩스번호와 메일주소을 알려주셨습니다. 여행 출발일도 가까워 오고, 일본인들은 이메일보다는 팩스로 연락하는게 빠르다는걸 들어 Toshimi Matsuo상에게 팩스를 쳤습니다. 다행히도 흔쾌히 우리 일행을 자신의 집에 초청해 주었습니다.

이제 비행기표, 여행박사에서 구입한 간사이JR패스 4일권, 기념품, 마지막날 지낼 호텔 Voucher 이렇게 여행준비는 대충 완료가 됐습니다.

여행 출발일은 태풍 나리가 제주도를 향해 북상한다는 그 날이었습니다. 

비행시간내내 오사카에도 태풍영향으로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오사카는 화창하고 무더운 여름날씨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Toshimi 와 Katsuko Matsuo 부부의 집은 오사카 외곽에 위치해 있었지만, JR라인을 이용해 갈수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았습니다. 전철역에서 전화를 드렸더니, 차로 마중을 나와주셨습니다. 역에서 도보로는 10여분 떨어진, 집 앞으로 개울물이 흐르는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가정집입니다. Matsuo 부부가 저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부산에서 구입한 김과 광안대교가 새겨진 액세서리통을 선물로 드리니,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한국에는 한번도 여행한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Katsuko씨는 젊었을때 잠시 일본항공 비행기 조종사로 일했고, 현재는 부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업상 프랑스어를 유창히 하시는데, 매일아침 라디오에서 프랑스어 프로그램을 청취한다고 합니다. 비싼 학원비도 절약할 수 있다며, 매월 발간되는 프랑스어 교육책자를 보여줍니다. 다음날 아침 라디오를 통해 한국어 교육프로그램에 이어 30분간 방송되는 프랑스어 프로그램을 들려주시더군요. 한국어 시간에는 함께 한국어 따라하기를 했습니다. 프랑스인 호스트 경험이 많으시다고 합니다.

현재 사는 집은 태양열 주택으로 완공 후 이사 온지 6개월이 된 새집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오사카 시내 중심부에 살았는데, 그때는 서바스 호스트 요청을 자주 받았지만, 오사카 외곽으로 이사 온 후론 저희 일행이 첫번째로 맞이하는 서바스 회원이라고 합니다.

일본 가정집에 초대되긴 두번째인데, 집 구조가 거의 비슷했습니다. 1층에는 거실, 부엌 그리고 욕실이 있고 2층은 가족들의 침실이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부부의 방이 각각 마주보고 있고, 왼쪽으론 게스트룸과 Toshimi상의 아들의 방이 마주보고 있습니다. 방 안내를 해주면서, 게스트룸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열 시스템을 보여주시고 설명도 자세히 해주셨습니다. 

집은 새집이지만, 가구며 집안 살림들에선 오래됨과 검소함이 배여 있었습니다. 부엌 싱크대와 식탁사이엔 아주 오래된 말하자면 찬장이 놓여있었는데, 신혼때 구입했던거라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레라이스와 일본 단무지로 저녁식사를 하며, 서로의 여행담이 시작되었습니다.

몇 년전 부부의 프랑스 여행때 찍은 사진들이며, 일본인을 태어나 처음 봤다는 프랑스 호스트 이야기며, 그때 구입했다는 3차원 프랑스지도를 가져와 여행 경로를 보여줍니다. 빈세트 반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밤의 카페테리아에서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림속의 까페가 그대로 남아 있다니 신기하고 언젠가 저도 가보고 싶었습니다.  

Matsuo 부부는 함께 댄스도 배우러 다니고, 거실에 놓인 피아노며 음악과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불현듯 한국노래를 몇곡 알고 있다고 불러주시더라구요. 일본어로 번안된 곡이라 멜로디를 들으며 곡명을 추측해야 했죠. 패티킴의 이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일본어로 그리고 한국어로 유창히 아리랑도 불러주더라구요. “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다들 아시죠.. 이걸 일본어로  “時には思い出すでしょう　冷たい人だけど(도끼니와 오모이다스데쇼- 쯔메따이 히또다케도..)” 

첫날은 Katsuko집을 찾아가는데 하루를 보냈구요. 둘쨋날은 교토를 다녀왔습니다.

옛 일본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나라를 가보라고 권하더라구요. 근데 교토를 가려고 정보를 수집해 온 터라 계획대로 교토를 다녀왔습니다. 금각사가 볼만 했구요, 아쉽게도 너무나 무더운 날씨에 청수각은 올라가다 더위에 지쳐 내려와야 했습니다.  기모노를 입고 하얗게 화장을 한 게이샤의 모습이 특색있기도 하고 왠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한국 돌아가는 날 새벽 비행기를 타야해서 세쨋날은 오사카 시내의 호텔에서 지냈습니다.

Katsuko씨댁에서의 마지막날, 교토여행에서 저녁 늦게 돌아오니, Katsuko씨의 딸내외와 손자, 아들, 가족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4살된 손자가 한국에서 사간 김을 잘 먹는다고 하니 선물로 김을 잘 선택했다 싶었습니다. 우린 한국과 일본의 관계며, 한국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민감한 주제였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서바스 정신을 되새기며 마지막 밤은 깊어 갔습니다.

게스트북에 글을 남겨달라고 주시는데, 방문자들이 남긴 사진과 글을 읽고 있자니, 모두가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 온 분들뿐입니다.  한국인을 호스트한적이 있느냐 물으니, 제가 처음으로 호스트하는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세쨋날 아침, 정성스레 차려주신 하얀 쌀밥, 미소국, 연어구이, 양배추샐러드로 아침을 먹고 오사카 시내에 위치한 호텔로 떠났습니다.  오전에 오사카성을 구경하고, 점심식사를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고, 오후 내내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상점거리인 신사이바시와 에비스바시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양쪽으로 즐비한 다양한 상점의 상품들을 구경하면서 엄청난 인파에 실려 걸으면서 쇼핑을 즐겼습니다. 항상 여행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 내일 하루를 더 머물고 싶다는 아쉼움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