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추억을 찾아가는 여행

백낙주 2008-06-21 (토) 21:41 조회:1227

작년 말 Servas회원이 된 이후 처음으로 6월 17-20일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추억을 만나는 여행이길 바라면서......
25년 전에 제가 신혼살림을 했던 오사카로 말입니다.
일본 여러 지역으로 여행을 하긴 했었지만, 이번엔 젊었을 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예기치 않게 세계 각국의 Servas 회원을 host하고 계신 Koide 씨 가정에 묵게되어 이번 여행이 혼자였지만, 외롭지않고 정말 특별하고 뜻깊은 여행이 될 수 있었습니다..
첫 날 짐을 시내 locker에 두고 제가 살았던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저희가 살던 아파트는 여전히 깨꿋이 그 모습 그대로였고 역 주변만 약간 바뀌었는데, 다만 저를 반가이 맞아 줄 그때의 이웃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더군요.
남편이 다니던 오사카 대학을 역에서부터 걸어갔는데 , 연못을 지나면서 아스라한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또 남편이 공부하던 기계공학부 건물에 발을 들여놓으니, 밤 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했던 남편과
대학원생들, 또 한 번은 집에 혼자 있기 싫어 남편을 따라 그 때 당시 제 취미였던
Quilting을 하면서 연구실에서 밤을 새운 기억도 새로웠습니다..
당시엔 일어를 잘 못하였는데 사느데 큰 지장이 없어 열심히 배우려 안했던 것이 후회가 되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 일본어를 공부하여 의사소통엔 큰 지장이 없어 혼자서 무리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Ms.Koide씨을 역에서 만나 Koide씨의 콘도에 짐을 푼 후 , 5분 거리에 있는 댁에서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처음에 전화와 e-mail로 연락했을 때 coordinator로 연락했기 때문에 상세한 개인정보를 알지 못한
채 갔는데, 70중반의 다양한 경험을 가지신 학식이 풍부하신 부부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역사와 요즘의 한국의 현실을 잘 알고 계셨고, Mr Koide 는 사진, Ms. Koide는 스케치를 취미로 가지셨는데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전시회를 하실 예정이란 말씀을 듣고, 아름답게 나이가 드는게 이런
모습이구나 하고 생각케하였습니다.

다음날은 경도의 아라시야마, 청수사 , 기온 신사 등등의 관광을 마치고, 오사카에 돌아와 저녁에
오래 전의 남편의 일본인 동창생 부인을 만났습니다. 처음 일본가서 그 분 댁에 초대받아
미소만 띠고 있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일본말을 잘 모르니 말입니다.
(15일만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일본말을 배울 시간이 없었답니다.)
제가 혼자 왔다는 데 굉장히 놀란 모습으로, 아직 한국을 와보지 못했고 늘상 TV로만
접했다고 합니다. 가까운 거리여서 언제든 갈 수있다는 생각에 가고자 하는 여행지에서 늘상 우선 순위가 밀린 듯 합니다.

세째 날은오전에 남편의 지도교수 부인을 만났는데, 아쉽게도 교수님은 암에 걸리셔서 만날 수가 없어 전화로만 인사를 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남편과 저에게 아낌없는 관심과 사랑을 주셨던 분들이라 마음 속에 늘 고마움과
빛진 마음으로 살았는데, 25년만에 만나뵈니 얼마나 반갑고, 큰 숙제를 해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수님부부의 최근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최근에 쓰신 논문을 주시면서 당신의 밑에서 자라 제 몫을 잘 하고 잊는 제자와 잊지 않고 찾아준 저희의 마음에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
헤어질 때 안아드리니, 눈물을 흘리시는데 이제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후엔 나라에 있는 아스카문화의 유적을 찾아갔는데 일본에 백제의 문화가 전해진 곳이라
역사에 관심이 깊은 남편의 강력한 권유로 자료관과 아스카 절을 돌아보았습니다.
오사카에서 전차로 한시간이지만, 가시바라진구마에라는 역에서 한시간에 한번 오는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여 충분한 여유룰 가지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왜냐하면 7시에 Koide 씨께서 Italy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자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와인까지 곁들인 저녁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Koide씨께서 scrap book를 가져오셨는데 이제껏 머물렀던 세계 각국의Servas member의
감사의 인사말과 사진이 담긴 책이었습니다.
저도 간단한 후기를 영어로 썼는데 짧은 영어실력으로 간단한 인사말을 쓰느데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모릅니다.
Ms. Koide 씨가 콘도에 아침식사부터 여러가지를 얼마나 완벽히 준비를 하셨는지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게다가 핸드폰까지 빌려주시겠다고 하셨는데 기계치인 저에겐 오히려 부담이 되어 사양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Koide씨의 첫번 째 한국인 guest라고 하시면서 부인은 아직 한국에 오신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아직도 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자 신문에서 필요한 기사를 번역,녹음하는 일을 하고 계시고
매주 English reading group에 참여하신다고 합니다.
e-mail를 주고 받을 때 거침없는 실력을 보이셔서 영어를 어떻게 잘 하시냐고 여쭤 봤더니 영문학을 전공하셨고 미국에서 생활하실 떄 공부를 많이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보다 더 젊게 사시는 그 분들을 보면서, 자주 게으르고 편한 일만 추구하는 제 모습에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Servas를 통해 생면부지의 사람을 낮선 곳에서 친구로 만날 수 있었다는게 참 큰 행운이라고 생각되고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이 다양한 문화를 만나는 적극적인 길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혼자 여행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되어 이젠 동반자를 찾는 어려움을 좀 벗어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모두 아시죠!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여행 동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저의 최고로 뜻 깊은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항상 느끼는 거겠죠.
             " There is no place better than home."

MijaHong 2008-06-25 18:57	`백낙주`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혼자의 멋진 여행기를 읽으면서 무엇보다 글내용으로 짐작컨데 저와 비슷한 나이에 참으로 부럽습니다. 저도 외국에 살면서 영어와 일어를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몇년을 나태하게지내다 보니 차츰 나이가 들면서 자심감이 없어졌는데 백낙주님의 글에 도전받게 됩니다 . 글을 읽으며 단아하신분일거라 짐작했었는데 박정희님의 댓글을 읽으며 공감했습니다. 저희가 사는곳은 경기도 화성 남양의 남양성지가 있는곳입니가 기회가 되면 만나고 싶습니다.

eunkooLee 2008-06-22 14:02	글을 읽으니 마치 저가 추억의 길로 접어든듯 합니다. 부군님과의 추억속에 다시 접어 드실 수 있으셨으니 얼마나 호젓 하셨겠어요. 또 나이가 들면서 책과 같이 산다는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것 같습니다. 잔잔하 호수위의 띄워있는 배 한척을 타고 옛 친구와 이야기 하는 그런 느낌 입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JongmanBae 2008-06-22 15:22	백낙주씨, 여행 후기를 써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servas를 통한 여행을 할 경우에는 이런 여행 보고(후기)를 어디에든지 발표를 하게끔 규약에 있습니다. 다른 회원님들도 이런 후기를 꼭 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ParkJungHee 2008-06-22 16:43	평소의 단아하신 모습대로 여행기도 아주 차분하고 깔끔하네요. 저도 거기에 같이 가서 같이 느끼고 돌아온듯한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rackjooBAIK 2008-06-26 01:02	《Re》홍미자 님 ,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부산에 오시게 되면 e-mail로 연락주세요. 서로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귀가 있어 올립니다. " Grow old along with me The best is yet to be"

MijaHong 2008-06-26 19:45	백낙주님 좋은 글귀 감사합니다. 다시금 용기를 갖게 됩니다. 저희딸이 지난 4월에 일본 Beppu-shi에 있는 Ritsumeikan Asia Pacific University 에 입학 했는데 부산에 사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부산이 친근한 사람들이 많아 자주찾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