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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려니 마음이...      
엄재량     2004-06-08 (화) 17:19    추천:0     조회:3632    
막상 여행을 떠나려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마침 비가 오고 있기 때문인가, 오래 전 세상을 떠난 형이 생각났고
그래서 구미대교에 갔었습니다.
...거기 형이 뿌연 안개로 저를 맞아 주더군요.

형에게 두달간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그 형에 대한 마음에 이 글을 올립니다.



         구미대교를 지나며

구미에서 가산 대구쪽으로 오는 국도의 시작에 길이 688m의 구미대교가 있다.
그 밑으로 낙동강 본류가 흐른다.
나는(우리 남은 3형제는) 지난 87년 유난히도 추위가 극성을 부리던 12월의
마지막에 나이 40이 되도록 장가도 못가 본 채 세상을 버린 형의 유골을
이 다리에서 얼음이 언 강 위로 뿌렸다.

...형은 화가였다. 그러나 이름있는 예술가는 아니었다.
형은 어느 월간 여성지에 삽화를 그렸고 대구 매일신문에도 한동안 만화를
연재한 일이 있다.
그리고 형은 가끔 신문에 글을 싣기도 했으며 엉뚱하게도 지면에 소개된
형의 프로필에 "작가, 만화가, 식품연구가"로 기재되어 있었을 만큼 음식
만들기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형은 음식연구가로서는 아마츄어였으리라는 생각이다.
한 번은 어느 월간지에 소개된 형의 무슨 브라질 토속음료 만드는 법이란 걸
보고 그에 따라 설탕과 괴일즙을 섞은 데다 적당량의 이스트를 넣어 발효
시킨 음료수룰 마시곤 배가 아파 혼이 났던 일이 생각난다.
형은 식품연구가로서는 다만 '밀가루 스프' 끓이는 데만 능숙했을 뿐이다.

형은 어학에도 취미가 많아 스페인어를 독학했다.
그 덕에 나는 "베사메 무쵸"가 "많이 키스해 주세요"라는 뜻이란 걸 알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떼 께에로(Te Quiero)"라고 하며, 마리솔이 어려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영화 "엄마찾아 삼만리"의 원어 제목이 "운 라요 데 루스"로
그 뜻이 "빛의 한 줄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형은 세르반테스의 <Don Quixote>에 심취하여 그의 대사를 줄줄이 외웠는데
때로는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나는 라 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다! 산쵸는 내 뒤를 따르라! 가자, 로시난테!
불쌍한 둘시네아 공주를 구하기 위하여!"
그런 때면 형은 정말이지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와 너무나 흡사했다.
철모로 덮어 쓴 바가지와 빗자루 장검이 그랬다.
그러나 형이 그렇게 흥이 나 있을 때면 우리는 가능한 한 멀리 도망가 있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돈키호테가 타고 다니던 당나귀 '로시난테' 신세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형도 사랑하는 둘시네아 공주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한 편 형은 문학에 뜻을 둔 내게는 좋은 선배였다.
형은 늘 신춘문예 응모에서 기껏 예선에만 통과한 후 낙방하는 내게 이런
충고를 해 주기도 했다.
"넌 글이 너무 이노베에셔널하다니까, 이상처럼만 쓰지 말고 차라리 이광수
처럼 써. 글이 너무 튀면 누가 좋아하겠니? 그건 네가 등단한 이후의
일이지."
나는 형이 쓴 글들을 신문등에서 보고 열심히 읽었는데 그런 중엔 "수탉"이며
"Y 사장과 죽일놈들" 같은 글들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Y 사장과..."의 내용은 이랬다.
어느 불량식품 제조업체의 사장이 자신의 아들에게만은 자기네 회사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먹지 못하게 했는데 어쩌다 그 식품을 먹고 탈이 나서 병원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화가 나서 "죽일놈들..."이라고 했다는...

형은 매우 허약했다.
형이 병마에 들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였다
처음엔 장티프스를 앓더니 결핵에 걸렸고 근육염, 류마티스로 이어져 병이
끊이질 않았다.
급기야 형은 장티프스 치료를 위해 복용한 '그로르마이신'의 후유증으로 빈혈을
달고 다녔고 결핵약인 '스트렙토 마이신'의 과용으로 이명을 앓아 늘 진통제며
신경안정제를 복용했고 수면제가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는 중에도 형은 서울에 가서 월간지의 삽화를 그렸다.
생계를 위해서였다.
그 밑으로 동생이 셋이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참 가난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덕에 우리는 형이 끓여 주는 '밀가루 스프'를 자주 먹었다.
그건 말 그대로 밀가루를 묽게 풀어 끓이는 건데 형은 여기에 적당한 양의
소금과 당원을 넣곤 했다. 어떤 때는 고추가루며 조미료를 넣기도 했다.
한번은 그걸 후루루 마셔야 하는데 식어서 풀이 되어 있어 이게 무슨 스프냐며
굳어서 넘기기 어렵다고 했더니 형이 그랬다.
"원래 영양가가 많은 음식은 먹기 어려운 거야. 그대로 먹어 둬."

...박제가 된 천재.....형이 그랬다.
세상에 일가 피붙이라곤 오직 남자 형제만 넷이던 우리 집안에 형은 그렇게
일찍 갔다.
우리 동생 셋만을 남겨둔 채...
형은 그런 와중에도 서울에서 자신이 삽화를 그린 책이 나오면 한 부씩을
보내오곤 했고, 어쩌다 그런 연락마저 끊어져 찾아 가 보면 골방에 혼자 앓아
누웠기가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형은 늘 희망적인 말만 했다.
"이번에 내가 나으면...좀 스케일이 큰 글을 쓸 거다....그리고...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도 그리겠어....아프면서는 생각이 더 넓어지거든...삶에 대한
관조랄까...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그렇지 않냐?"

우리는 형이 운명했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았다.
다만 너무 서러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 내키는 대로 울 수도 없었다.
누군가 하나만 마음의 끈을 풀어 놓아도 우리 모두가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형이 화장터로 떠나는 운구차에는 내가 탔었고...달랑 그 뒤를 따라 가는
봉고차 한 대는 바로 내 위의 형이 운전을 했다.
형은 유품도 많지 않았다.
낙서처럼 끄적여 놓은 글들...그리고 우리가 어디선가 본 듯한 앳된 여인의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우리는 하얀 가루가 된 형을 신문지에 담았다.
왜 신문지냐는 말에 화장터 직원이 말했다.
"그럼 마지막에 유골함은 어떻게 버릴 거요?"
우리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우리는 형의 유골을 들고 구미대교로 갔다.
그곳이 우리가 가장 자주 지날 수 있을 곳으로 생각됐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차례로 형의 유골을 한 줌씩 맨 손으로 집어 다리 아래로 뿌렸다.
얼음이 언 강 위로...
"형! 저 세상에선 부디 아프지 말아요!...그리고 결혼도 해서 잘 살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골을 담았던 신문지를 힘없이 놓았다.
다행히도 신문지는 땅에 닿기 전 우리가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멀리 날아갔다..
우리는 이제 영원히 이 구미대교를 잊지 않게 되리라...

나는 오늘, 구미대교를 지나며 형과 마음의 교신을 했다.
그러면 우리의 통신 내용은 소리보다 더 진한 메시지로 서로의 마음에 새겨있는
LCD 창에 비춰진다. 파랗게 파랗게...
"형, 나 앞으론 형한테 자주 못 올 거야...우리 사무실을 이전했거든...전엔
출퇴근때 마다 이 다리를 지나야 했는데 이젠 안 그래..."
"괜찮아, 괜찮아...이젠 내 생각 하지 말라니까...너희들이나 잘 살면 되지
무슨 내 생각을 아직 하니?"
"그래도 형 외롭지 않을까?"
"바보같이...여기도 사람 많아."
"거기 여자도 있어?"
"그럼...참, 나 결혼했다...여기서...왜 있잖아? 내가 가지고 있던 사진...
그 사람이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그러니 너희들도 이젠 내 걱정 마."
"정말? 다행이네...형수님이 생겨서...그리고 거기서도 식품 연구 해?"
"하하...임마, 여기선 아무도 밀가루 스프 안 먹어."
"그래?..사실 나 그거 먹기 싫었어...형, 우리가 형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그럼, 알구 말구, 나도 너희들 많이 사랑한다...빨리 가기나 해."
"...그럼 형,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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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길환: 눈물이....나네요...너무 좋은글이면서도..가슴이 찡하고..좋은여행하시면 형님도 좋아하실거에요...^^ (cho@aitec.co.kr) -[06/08-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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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재량: 박선생님 지난 대구 회의 때보고 오늘이렇게 보게 되는군요.
     사람들은 누구나 많턴 적던 나름대로 소설이 있지만 박선생의 이런 단순하고
     알톨한 이야기는 정말 새롭게 하는 군요 ! 부디 좋은 형재의 의를 위하여 정진 하세요.그리고 이번에 유럽 여행은 좋은 계획이지만 너무 무리하는것은 아니신지요
     Servas 명단 연락이 너무늦어서 이제는 어려울것갔습니다만 몇군대의 주소와 매일을 올려 드리지요. 참고 하시고 좋은 여행 하십시요  (servas@hanmail.net) -[06/08-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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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희/sang hee,kim: 구미 대교를 가끔씩 지나 다니면서 많은 사연이 있다는 생각을 한 일은 없다.그런대 사형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주 삼라만상은 나름대로의 사연을 간직 하고 있음을 새삼스래 깨달게 되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무디어진 나를 발견하게 된것 같다. 여행을 가려니 구미 대교의 형의 얼굴이 아른 거린다는 이 글로 형제의 우의를 짐작 하겠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고 좋은 여행 다녀와서 구미 대교의 형에게 여행담을 이야기 하면 더욱 좋을것 같아서 감히 사족을 달아본다.  (sk91kim@nate.com) -[06/08-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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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후원: 엄회장님, 제 여행계획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어디에 가던 한국 서바스의 긍지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올려주신 외국 서바스 연락처 소개가 오늘 카피하려고 보니 모두 지워졌군요. 무슨 사정이 있으셔서 지우셨는지, 제게 다시 한 번 알려주실 수는 없는지요.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가 올린 글의 글쓴이가 회장님 존함으로 되어 있어 무슨 컴퓨터상의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겠습니다. 여행?D (whowon@korea.com) -[06/09-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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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일을 다시보넵니다
Servas stay 를 하려고 매일을 보네여서 대답이 왔는데도
방문을 못하게 되면 정중히 거절하세요
엄 재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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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vas President
Mr. Roger Martin
- Knappskog N-5353 Straume Norway
e-mail :  President@servas.org   (H) + 47-5633 0013
현 Servas 세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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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General Secretary
Ms, Frits Stuurman
- Hezer Enghweg 122 3734 CV Den Dolder Netherlands
e-mail :   stuurman@knoware.nl   (H) + 31 -3022 8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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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ia.
Rita Weiss.
-Domerplatz 9 A-1170 Vienna Austria
e-mail:   rita.weiss@utanet.at    (H) + 43 1 408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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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gium.
Rita Dessauvage,
-Kloosterweg 30 B-16Beersel-Alsemberg
e-mail :  rita.dessauvage@pandora.be
----------------------------------------
Britain( England )
John Dowsett,
68 Cadley Road Collingbourne Ducis SN7 3EB Marlborough Wiltshire
e-mail : johndowsett@68cadley.freeserve.co.uk
-----------------------------------------------
Czech Republic
Vera Fruhaufova,
Zvonarova 3/1296 13000 Praha 3 CR
e-mail :   vera@andante.cz      (H) + 420 2 2272 4446
--------------------------------------------------
Denmark
Birgitte Damsgaard
Brigadevej 38 2300 Copenhagen S
e-mail :   servas_dk@hotmail.com     (H) +45-3616 1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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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onia
Kristel NIKKER
VARESE 35 EE0034 Tallinn 13414
e-mail :   hyl.yes@mail.ee     (C.P) + 372-508 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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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land
Miss Anne Hemming
Elosalamantie 2 A 6 FIN - 02100 Espoo
e-mail :    anne.hemming@s-etu.com   H) +358-0-4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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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Jacqueline Spaak
Chemin du montmal 27800 Le Bec hellouin France
e-mail :  spaak@fre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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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
Gerald Hoelscher
Wilhelm str. 70 69221 Dossenheim
e-mail :    gerald.hoelsher@t-online.de     (H) + 49-6221-87 4949
------------------------------------------------------------
Hungary
Akos piros
Sziv u.33.111.3 H-1063 Budapest
e-mail :    akospiros@yahoo.com     (H) + 36 1 33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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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필요하시면 나라이름을 넣어주세요
잘다녀오시고 다녀와서 좋은 글 부탁합니다
엄 재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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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일/kun il,lee: 픽션인지는 모르지만 지난날들의 그 고단하고 애절했던 사연들이 절절이 가슴에와 닺네요. 이번여행 잘다녀오시고 좋은 경험담 많이 올려주세요. 건투를 빕니다. (kilee43@yahoo.co.kr) -[06/10-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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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후원: 이건일 회원님...안녕하세요.. 이번에 뉴질랜드 가신다구요...건강히게 잘 다녀 오십시오....ㅎㅎㅎ...픽션이라니요...제 젊은 시절 한 때의 아픈 경험들을 그대로 표현했을 뿐입니다...여행 다녀와서 다시 뵙겠습니다...안녕히... (whowon@korea.com) -[06/10-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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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응열/Eong youl,Jeo: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깊이 묻어둔 아련한 옛추억이 있기 마련이지만, 박후원 회원님의 애절한 사연은 가슴을 찡하게 하는군요. 좋은여행 성공적으로 마칠수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이번 뉴질랜드 여행에 가족동반 참가키로 하였습니다. (eyjeon-haknong@hanmail.net) -[06/1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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