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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한 개의 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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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ngSooKIM 2009-01-17 (토) 10:11 추천:0 조회:1324 219.xxx.1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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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을 굶고 대장 내시경 촬영을 한 후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인근에 있는 죽집을 찾았다. 이틀 동안이나 속을 비운 터라 부드러운 음식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대신시장골목에는 없는 것이 없다. 역시 팥죽, 호박죽이라고 써놓은 코너가 보인다. 골목 입구로 다가가니 코너에 쳐 놓은 비닐 안에서 아주머니가 죽을 팔고 있다. 내가 고개를 안으로 들이 밀자 얼른 일어나 나오며 자리를 권한다. 두 사람이 앉기에는 너무나 좁은 공간이라 아주머니가 나온 자리로 빨려 들어가듯 들어가 앉았다. 곡 이집의 죽을 먹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들어가 앉아 죽을 시키게 되었다. 지난 동지에 맛도 못 본 팥죽을 시켰다. 오늘은 금년 들어 제일 추운 날이라 온 몸이 거의 꽁꽁 얼어붙는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 대장내시경 검사에 어떤 옷을 입고 갈지 몰라 가볍게 벗을 수 있는 옷이 편리할 것 같아 팬티에 얇은 바지 만 입었으니 병원에서 길을 건너 이곳까지 오는 동안 온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아줌마가 앉았던 자리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어 좋았다. 아니 제법 따뜻했다. 언 몸이 녹는 것 같았다. 언 손을 엉덩이 아래로 넣으니 한결 더 따뜻했다. 내가 앉은 의자를 내려다보니 큰 네모 페인트 깡통위에 덮개를 얹고 방석을 깔았다. “아주머니, 이 의자가 제법 따뜻하네요. 전기방석인가요?” “아니요, 촛불방석이에요.” “촛불방석이라니요?” “아저씨, 그 통 안에는 촛불을 켜 놓았어요.” “촛불하나가 이렇게 따뜻한가요?” “그럼요, 그렇게 따뜻하면서도 하루 종일가요. 그 촛불 통이 없으면 추워서 장사 못해요” “......” “그 촛불 하나가 저의 장사 밑천이에요.” 시장 난전에서 죽을 파는 이 아주머니에게 이 촛불 하나는 생명의 불이다. 이 불은 일반 사무실의 전기난로나 라디에이터, 온풍기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손님이 없으면 이 자리에 앉아 엉덩이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이 촛불의 따스함을 만지며 손님을 기다린다. 일을 하다 손이 젖어 시리면 또다시 엉덩이 아래로 손을 넣어 촛불의 온기로 손을 말린다. 이 이하나의 촛불이 주는 따스함은 항상 거기에서 아줌마를 기다린다. 길 건너편 야채가게 할머니는 나이가 열다섯이나 위다. 벌써 8년을 이렇게 골목장사를 같이 해왔지만 손님이 없을 때 가끔 와서 얘기를 걸어도 할머니에게도 자리를 내주며 몸을 녹이라는 법이 없다. 옆집 뻥튀기 아저씨가 얘기를 걸어도 이 자리만큼은 절대로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손님이 오면 아줌마는 선뜻 일어나 이 자리를 내어준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즉시 주문한 죽을 대접에 담아 공손히 올린다. 그 접대와 엉덩이의 온기로 손님은 금방 이집의 안방주인이 된다. 비록 비닐을 친 한 평 남짓의 작은 작은 공간이지만 촛불의 온기를 엉덩이에 느끼며 죽을 훌훌 불어 마시는 재미는 대신시장에 가면 있다. 2009. 1.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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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JungHee
2009-01-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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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글솜씨는 여전하시네요. 추운 날씨에 이틀이나 굶으신 몸으로 검사하러 다니시며 고생하셨네요. 부디 검사후 몸조리를 잘하사길 빕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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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angInBok
2009-01-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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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추운 겨울에 따듯한 촛불이 감동을 주네요. 저도 몇년전 대장 내시경 찰영하였었는데...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두번 다시 할게 못되요 몸조리잘 하시구요. 건강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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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reiKim
2009-01-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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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모이주는 글을 올리시더니 이렇게 촛불하나로 느끼는 온정을 올려주시니 갑자기 그 시장이 가 보고싶어집니다~~ 대내경 검사하시느라 욕 보셧구요... 건강 잘 챙기셔서 좋은 곳 마니 여행하시고 아직 못 가본 우리 회원들에게도 좋은 정보, 귀한 글 마니 나눠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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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자|
MijaHong
2009-01-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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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작은 온정을 감지하시는 회장님의 따뜻한 감성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항상 건강 챙기셔서 우리 서바스 가족의 자랑이 되어 주세요. 제주에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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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일
2009-01-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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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원 운영에 여념이 없으시겠죠? 가끔 낚시대를 드리우면서 회장님 생각을 하곤 합니다. 글 속에서도 배어나는 인자하신 모습, 선연하게 피어 오릅니다. 촛불의 온기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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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reiKim
2009-01-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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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강재일 님 , 달 밝은 밤 창밖을 보며 그대는 무슨 생각 하나요?.... 나는요 둘이 걷던 솔밭길 홀로 걸어요~~~ ㅎㅎ 뭐 그런 노랫말이 떠오르네요~ 강교수님 낚시대 드리운다는 말에 모습이 떠올라 혼자 웃습니다~ 큰 바다 나가셔서 또 손목 휘이시지 말구요 이제 강태공이 되신 걸 보니 감기는 뚝 하셨는 거 같아 다행입니다 아직도 춘 날씨...건강조심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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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Sun
2009-01-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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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운영에 그리고 대장 내시경 검사에 바쁘신 나날을 보내셨군요. 따뜻한 겨울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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