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슬픈 5월!

어제 기념관에 중고생들이 왔다.

대부분 학교에서 수학여행이 취소되었다는데,

하루 일정이면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는 다녀오라고,

교장선생님 결정으로 왔단다.

반갑고 고맙다.

어른 말씀을 잘 들은 탓에 죽은 착한 학생들이 생각나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죄인 같다고 했다. 

人乃天을 설명한다.

동학혁명의 기본 정신, 事人如天, 吾心卽汝心을 이야기 한다.

“사람이 하늘이다.”

“사람을 대함에 하늘과 같이 하라,”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

120년 전 이맘 때

이 황토언덕에서 총검에 맞서 죽창을 들고 내달며 외쳤던 농민군들의 이 함성은,

평등사회, 민주사회가 되었다는 오늘 21세기에도

여전히 절실한 구호이고 유효한 명제이다.

사람을 하늘까지는 아니더라고 사람 만으로라도,

화물이나 돈보다 귀한 존재라고,

내 마음, 네 마음이 같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했다면,

아~~!

나만 살고자 먼저 도망치고,

승객을 나오자 말라고 하여 죽게 할 수 있을까?

인내천!

이 말은 모든 사람이 다 하늘이다. 라는 뜻.

임금이나 노비나 다를 것이 없다는,

당시의 신분사회를 부정하는 엄청난 개혁의 구호다.

120년 전 갑오년 그 외침이, 그분들이 꿈꾸었던 꿈이,

그분들이 흘린 고귀한 피가

오늘 이 땅에 실제적이고도 진정으로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슬프고 분통한 마음,

한 달이 지났어도 눈물이 나고

온 국민이 공황상태에 빠져있는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심경 어떠하리오.

빨리 평정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그러나 우리는 오늘의 이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서해페리호의 기억을 망각하자 않고

선박 안전 관리를 일상화 했다면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덴데..

3년간 군함을 타면서

퇴함훈련을 한 경험이 있다.

배가 격침되어 가라앉을 때 필수품을 챙겨 재빨리 구명보트로 탈출하는 훈련이다.

어느 때는 미 해군 고문관이 시시콜콜 지적을 한다.

털끝만한 퇴함 매뉴얼과 달라도 지적을 하는 통에 고역을 치르며 불평한다.

융통성 없고 답답한 친구들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비상시 생사를 가름 하는 중요한 사안인 것.

나 자신 안전 매뉴얼을 평소 잘 지키고 살았는가?

도로교통법을 꼭 준수하며 운전을 하는가?

통행자 없다고 학교 앞에서 30km/h 이상 과속은 안 했는가?

자신이 없다.

나도 이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 환자에서 예외는 아니다.

사고예방.

뭐 요란 떨 것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 매뉴얼을 잘 지키면 된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재난 구조 시스템을 대폭 정비해도

법규와 매뉴얼을 안 지키고 원칙 따로 관행 따로 관행이 계속되는 한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은 계속된다.

빨리빨리, 대충대충, 이것이 우리의 고질병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 심기일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하여,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없도록 하자.

그리고 기억하자.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고 자기 목숨을 바친 고귀한 의사자들을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스스로 판단하여 대피방송하고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다 숨진 말단 여승무원.

그 분이야말로 직무에 충실한 실적적인 선장이다.

정의를 위하여 목숨 바친 갑오 동학 선열들,

지기 생명을 바쳐 남의 생명을 구한 의사자들,

우리가 그분들에게 할 수 있는 보상은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고귀하신 영령들이시여,

우리는 당신들의 살신성인의 그 아름다운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기원과 애도의 마을을 담아,

세월호 참사 30일이 되는 날에 씁니다. 유태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