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집은 아파트 14층이다. 

산에 안가는 담에야 평지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못올라올 높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여자가 바로 나 이도희다. 

하루에 열두번도 더 오르락 내리락 에리베이트를 타면서 

한번쯤은 나도 14층을 울웬수처럼 걍 걸어서 

올라와봐야지하는 생각을 늘상 하고 있었다. 

울웬수는 좀 독종(?)이라서 이 높은 14층을 심심하면 

계단으로 잘 올라온다. 

내가 장하게 생각하냐고? 

노우. 

사람도 아녀....ㅎㅎㅎ 

우째 그 14층을 걸어서 올라올 생각까지 다 하는지 

내로선 상상도 못하지만 

본인은 운동삼아 올라온다니...쩝~ 

어제 마트에서 시장을 봤다. 

춥고 배고픈 백성이 되놔서 자주 가는게 아니라 

한꺼번에 봐오느라 이것 저것 산게 꽤 되었다. 

양손에 무거운 비니루 봉다리를 들고 에르베이트앞에 왔는데 

이기 뭐시고? 

에르베이트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고 

사용불가란 쪽지가 양쪽에 저승사자처럼 버티고 있는거라... 

아이구 옴마야. 

이걸 우째... 

14층을 걸어올라가야한다니... 

내 우짜다가 1층에 안살고 흑흑... 

내가 뭔 힘있나. 

배는 쪼르륵 고파죽겠는데 빨리 올라가서 밥 먹어야지... 

그려. 

울웬수도 올라가는데 내라고 못올라갈까봐. 

나도 한다믄 하는 잉간이여. 

한층계씩 양손에 장봐온거 들고 씩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5층까지는 잘 올라갔지. 

아이구 6층이되니 이거 장난이 아니다. 

뒤에서 꼭 울웬수가 힘겹게 올라가는 내 모습보고 

한심해할거 같아서 젓먹든 힘까지 냈다. 

8층 9층. 

아이구 에리베이트로는 휘익~ 잘도 올라가드라만 

내다리로 걸어가니 헉헉...와이리 힘드노.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아녀. 

울웬수는 내보다 5살이나 더 먹었는데... 

이까짓거에 나이먹은 티내믄 안되지. 

10층 11층 

나폴레옹은 말했다지 

병사들이 축~ 쳐져서 힘들어하니 

'저 고지를 올라가믄 여자가 있다' 

그래서 병사들이 와하고 올라갔다는데 

나는 저 14층 고지에 밥이 있다아. 힘내자.ㅎㅎㅎ 

드뎌 14층. 

애구 애구 밥이고 뭐고 다리가 내다리가 아닌거 같다. 

뭘 그걸가지고 그러냐고? 

하이구 직접 함 올라가보슈 

14층이 장난이 아녀. 

열쇠로 문열고 집에 들와서는 시장봐온 바구니는 

팽게치고 헉헉...물부터 마시고.... 

이렇게 힘드는데 심심하믄 걸어서 올라오는 울웬수 

진짜 존경시럽다. 

체력은 국력이라는데 내가 이정도에 헉헉 거릴정도로 

나이먹었나 싶어 조금은 한심하다만 

이기 현실이니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가 아니고 도희야 흑흑....... 

그래도 나중 올웬수오면 자랑스레 말해야지 

나도 걸어올라왔다고....지만 걸어올줄 아나? 

딩동댕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등기왔다고 찾아가랜다. 

참나.. 

엘리베이트 고장인데 지금 이판에 내려가게됐나. 

'아저씨. 엘리베이트 가동되믄 찾으로 갈게요 

보관 좀 해주시소' 

근데 경비아저씨 왈 

'엘리베이트 다아 고쳐서 인제 되는데요' 

애구 애구... 

난 하는거마다 왜 이러는거여? 

누구 인내심 시험할일 있나. 

걸어올라온거 아까버죽겠는데 

이거 어디가서 물리노. 흑흑. 

오늘도 한심한 이도희는 이렇게 한심하게 하루를 보냈다. 땡~울집은 아파트 14층이다. 

산에 안가는 담에야 평지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못올라올 높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여자가 바로 나 이도희다. 

하루에 열두번도 더 오르락 내리락 에리베이트를 타면서 

한번쯤은 나도 14층을 울웬수처럼 걍 걸어서 

올라와봐야지하는 생각을 늘상 하고 있었다. 

울웬수는 좀 독종(?)이라서 이 높은 14층을 심심하면 

계단으로 잘 올라온다. 

내가 장하게 생각하냐고? 

노우. 

사람도 아녀....ㅎㅎㅎ 

우째 그 14층을 걸어서 올라올 생각까지 다 하는지 

내로선 상상도 못하지만 

본인은 운동삼아 올라온다니...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