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세번째 호스트 마드리드 (사진 추가)

서순옥 2016-12-20 (화) 22:38 조회:649

세번째 호스트는 마드리드의 아드리아나 입니다.

말라가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너무이른 시간에 마드리드에 도착해 바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전화를 했더니 지하철 역으로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까미노 중에는 유심을 사지 않아 통화가 안되었는데 까미노 순례 후에는 유심카드를 사서 끼웠더니
전화도 되고 와이파이 안되는 곳에서도 인터넷 빵빵하게 터져 숙소예약이나 정보검색에 아주 유용했습니다.
스페인은 보다폰이나 오렌지 유심 많이 씁니다.

아드리아나는 혼자사는 여성분인데 남자친구를 대동해서 나타났습니다.
제가 도착하는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야간버스를 타고와 몹시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최대
벼룩시장이라는 이곳 벼룩시장이 일요일에만 열리기 때문에 비가오는 궂은 날씨에도 길을 나섰습니다.

벼룩시장 재미 아주 솔솔합니다.

추워서 말라가에서 28유로 주고 겨울 후드티를 하나 사 입었는데 이곳 벼룩시장에서 새 카디건을
단돈 3유로 주고 사 입었습니다. 마드리드 머무는 내내 이 검정색 카디건 입고 댕겼습니다.

직장 다니시는 아드리아나는 월요일부터는 출근해서 같이 다녀줄수 없다고 일요일 하루동안
저에게 모든걸 보여줄 참이었습니다. 솔광장과 마요르 광장을 걸어서 주파하시고 오후 다섯시 이후에는
무료입장인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도 같이 관람해 주십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궂은 날씨였는데 이분들은 우산도 저에게 양보하시고...
같이 쓰자고 하니 이정도 비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분들이 입은 옷은 방수 옷이라며 아무렇지 않아 합니다.
황송하고.... 참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프라도 미술관 관람후에는 본격적인 식도락 투어에 나섭니다.
온 식당 벽이 하몽으로 도배를 한 하몽 전문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하몽과
우리나라 순대 비스무리 한 것을 사주십니다.
제가 돈을 내려고 해도 한사코 말리십니다.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근데도 이분들 저에게 잠잘 기회를 주시지 않습니다.
초저녁이라면서 이분들은 또다시 수다의 세계에 빠지십니다.

실제 스페인에서는 밤 9시나 10시에 저녁 식사하는건 아주 흔한 일입니다.
우린 7시가 보통 저녁식사 시간이라고 하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며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십니다. ㅋㅋ

제가 서바스 호스트를 받아보니 서바스 회원들의 공통점을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하나같이 왕수다장이고 사람냄새 물씬 풍깁니다.

전날 말라가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오느라 몹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의
환대에 호응하느라 첫날 12시가 넘어 겨우 도망치듯 잠자리에 들수 있었습니다. ㅎ

다음날 부터는 혼자 다녔습니다. 이분도 제게 현관열쇠를 주시면서 마음껏 드나들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마드리드 근교인 톨레도와 세고비아 돈키호테의 배경인 풍차의 고장 콘수에그라를 다녀왔습니다.

이분 집에도 이틀 머물고 다른 숙소를 알아보고 옮기려 했으나 마드리드 머무는 동안은 계속 있으라고 해서
실제로 마드리드 머무는 일주일 내내 그분집에 묵었습니다. 서바스 룰을 깨고 싶지 않다고 하니 그건 단지
룰일 뿐이고 주인이 허락하면 얼마든지 더 있을수 있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안동찜닭과 오이무침 해 드렸는데 너무 잘 드셨어요. 남자친구분이 찜닭을 세번이나 드시고 오이무침도
너무 맛있게 드셔서 참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전 매일 한국요리로 열심히 밥값을 했지요. ㅎ

바깥에 나갔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늘 근처 대형 슈퍼에 들러 장을 봐와서 요리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썩고 있던 제 요리실력이 이렇게 빛을 발하게 될줄이야...

때는 바야흐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고 슈퍼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어울리는 빨간색
포인세티아 화분을 팔고 있었어요. 좀 큰 화분을 하나 사다가 선물해 드렸더니 소녀처럼 좋아하시더군요.
제가 계속 요리를 하니 이분이 라만차 전통음식이라면서 해 주셨는데 맛이 참.... 오묘했습니다. ㅎㅎ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제가 토요일 야간버스로 바르셀로나로 넘어갔는데 이날 버스를 타기전에 레알 마드리드 축구경기를 보고
또 그분들 동호회 모임에도 같이 나갔습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 홈경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 호날두 오빠야를
한번 봐야겠다 싶었죠. 원래는 경기장 투어만 하려고 했는데 투어가 기대이상 좋았고 마침 토요일에
경기가 있어 가장 꼭대기층 예약해서 관람했습니다.

이분들이 예약도 아주 꼼꼼하게 도와주셨고 입장권 출력도 집에 프린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관리실 같은곳에 가서 해 오셨어요. 완전 친절~~ 경기장에 데려다 주시고 제가 무사히
검색대를 통과해 경기장을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분들은 떠나셨어요.

여전히 비를 맞으면서... 마드리드 일주일 머무는 내내 비가 왔습니다. 이맘때가 우기라고 하네요.
그렇게 징하게 오던 비는 바르셀로나 넘어오니 거짓말처럼 싹 그치더군요.
지중해성 기후가 강한 바르셀로나는 하나도 춥지 않았어요.

아무튼 제가 간 그날 경기에서 호날두 오빠야는 무려 두골을 넣어 주시고 그 유명한 골 세레머니를
제 앞에서 펼쳐 보이시고... 세계 제일의 몸값을 유감없이 발휘하시더만...
맨 꼭대기층 40유로 인데 개인적으로 전 이 자리를 강추합니다.

특히 이날처럼 비가오는 날에는 꼭 꼭대기층 앉아야 합니다. 나중에 바셀에서 가우디 투어때 만난
신혼여행 온 커플이 이날 나랑 같은 경기장에 있었더구만요.
근데 이들은 신혼여행이다 보니 일등석 250 유로 주고 관람했는데 비 쫄딱 다 맞고 추워서 얼어 죽을뻔 했대요.
선수를 아주 가까이 본다는 매력 말고는 사실 일등석은 아주 별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전체 경기흐름을 조망할수 있고 비도 안 맞고 더욱이 머리 위 천정에서 히터도 나와 하나도 안 춥고...
왜 그렇게 비싼 돈을 내고 일등석에 앉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아무튼 전 그렇게 맨 꼭대기층에 아주 즐겁게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제 뒤에 앉은 팬들(공식 서포터즈는 아닌듯 했고..ㅎ) 응원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했습니다.
북을 치는게 아니고 아예 경기장 쇠 기둥 을 금속제로 치더구만요. ㅎㅎ

저도 경기장 입구에서 산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그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소리지르고 응원하며
너무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레알 마드리드 머플러는 그 이후 한국에 올때까지
배낭 가장 아랫부분에 꼭꼭 숨겨져서 빛을 못봤습니다.

밴드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축구는 우리의 한일전과 흡사합니다.
아니 더합니다. 이런 빅매치가 있는날은 웬만하면 숙소에 머무는 것이 안전하다고 가이드가 말해줄 정도로
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거의 광적이고 특히 이 두 팀은 숙명의 라이벌입니다.

축구를 재미있게 보고난뒤 호스트와 다시 만나 이번에는 또다른 모임에 갑니다.
이분들은 왓츠업이라는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우리의 카카오톡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왓츠업을 사용한는 사람들 동호회가 있는데 한달에 한번 모여 새로운걸 해보는 하면서 친목을 다진다고 합니다.

이날은 볼링을 치기로 한 날이었는데 이분들 모두 볼링을 정말 처음 쳐 보시는듯 했습니다.
볼링공을 어떻게 잡는지도 모르고 기본 스텝도 전혀 모르십니다.
이러니 룰을 어찌 알겠으며 에티켓은 더더욱 모르시죠.

모두들 공을 옆 도랑에 빠트리기 바빴습니다.
제가 그 와중에 스트라이크에 더블을 기록하자 그분들 거의 저를 신격화 시켜 주셨습니다. ㅎㅎㅎ
그분들 실력은 엉망이었지만 정말 볼링게임을 제대로 즐기시더군요. 사실 에티켓도 필요없었습니다.

모두들 플로어에 올라가 춤추고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사람이 많아 제가 넘어뜨린 볼링핀 스페어 처리는 딴사람이 하고....
저도 볼링 참 몇년만에 쳐 보았지만 아주 즐거웠고 이제까지 볼링치면서
그렇게 배꼽잡고 웃기는 또 처음이었습니다.

볼링 후 근처 바에서 시원한 맥주 마셨는데 그분들 대부분은 영어가 서툴러 대화는 잘 안되었지만
헤어질때 모두들 저를 꼭 안아주시고 스페인식 볼키스를 찐하게 해 주셨어요.

아주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집에 들러 배낭을 메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야 합니다.

혼자 간수 있다고 했는데도 이분 기어이 버스 정류장 까지 저를 데려다 주시고
제가 버스 타는거 확인하시고 끝까지 손흔들어 주십니다.

마드리드 사실 별 기대하지 않고 간 도시였는데, 그냥 근교 도시 둘러보는 구심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서바스 호스트 덕분에 마드리드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따뜻하게 기억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서바스 정말 최고의 여행방식입니다.

Kim-sungkil 2017-02-15 10:39	마드리드 골목길에서 숙박집을 못찾아서 2바퀴나 돌아서 숙박집을 찾던 생각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마드리드의 아름다운 추억이 많이 있네요. 호스트집에서의 환대와 같이 경기장에서의 즐거움, 서바스인들의 친절함이 그대로 전해옵니다. 난 마드리드시청 앞에서 배낭을 쓰리 당할 뻔한 경험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