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말만 듣던 사이버 인질범이 내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 파일을 몽땅 인질로 잡고 있다.

9일 저녁 컴퓨터에 갑자기 바탕화면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빨간 영문 글자가 나타난다.

“CRBR Encryptor”

사진 파일이 안 열려지고 파일이 모두 암호화 되었으니, 유일한 해결 방법은 복구키와 프로그램을

돈을 주고 사라는 것.

아들에게 급하게 전화하니 랜섬웨어라는 것에 감염되어 북구 불가능하고 범인들과 협의해도 돈만 받고 복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 스팸메일, 이상한 메일 첨부물은 열어보지 않고 모두 삭제 했는데 뭐가 잘못 된 것인지 모르겠다.

13년간 찍었던 210GB의 동영상과 사진이 일순간에 허망하게 사라지다니!

북구업체에 전화하니 해커들과 협상하여 암호 키를 받아 복구 할 수 있다고, 대가는 기본이 200만원.

줄 돈도 없거니와, 도둑들에게 돈을 주기도 싫다. 분하지만 잊고 포기하기로 했다.

다행히 문서 파일은 아직 살아 있어 외장 하드에 백업 하고.

너무 허무하다. 망연자실! 멘탈붕괴! 일장춘몽! 인간무상!

이게 디지털 문명 시대의 참극인가?

色卽是空(색즉시공)-있다는 것은 없는 것과 같다. 형체도 만질 수도 없는 디지털 사진, 동영상은 기실 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인간사 모두 봄밤의 꿈처럼 사라지는 덧없는 일장춘몽이 아닐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는 컬러 필름 시대와는 달리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자 사진을 닥치는 마구 찍어댔다.

생각해보니, 허황된 집착과 욕심으로 필요도 없는 사진 동영상을 찍어 400기가 하드 디스크를 채우고 있다.

노년에 너무 무거운 짐(loading)을 이제는 내려놓으라는 하느님의 뜻인가 보다.

그러나 잊어버리려 해도,

한 밤중에 잠이 깨면 사라져버린 추억어린 사진들이 생각나,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통에 잠을 못 이룬다.

손녀들의 재롱 동영상, 정겨운 서바스 모임들, 외국여행의 추억들, 네덜란드,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알프스 융프라우, 독일, 이태리, 대영박물관, 알라스카, 그랜드캐니언, 엘로우스톤, 우피치 미술관, 중국, 일본, 만리장성, 백두산 천지의 그 맑은 모습, 우리 집에 온 서바스 회원과의 추억 등등.

하필 이 가난하고 초라한 늙은이의 추억어린 기억들을 인질로 삼다니!

그러나 할 수 없지.. 잊는 수밖에. 그나마 몇 몇 사진 등은 내 블로그에, 그리고 세르바스 홈페이지에 올려져있음을 감사해야지.

회원 여러분,

최근 신종 랜섬웨어가 극성이라고 하니 방심하지 마시고 모두 랜섬웨어란 놈의 침범에 사전예방 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