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로 병원에서 링거액 맞고 집에 데려온 아내를 위하여 흰죽을 쑤었다.

내가 주방에 접근하는 것을 아내는 병적으로 싫어해서, 누워 있는 아내 몰래 쑤었다.

전에 내가 쑨 죽 맛을 본 후라 모르는 척 하는지도 모르겠다.

배탈에는 물론, 병후 유동식으로는 흰죽 만 한 것이 없다.

어린 시절 내가 아플 때 어머니가 쑤어주신 하얀 흰죽은 잊을 수가 없다.

간장을 살짝 두른 그 하얀 흰죽의 맛!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깃들어 있는 맛이다.

밥은 10분이면 되지만 죽을 쑤려면 3 시간은 소요된다.

1시간 이상 쌀을 불려야 되고 끓으면 30분간은 지켜보며 주걱으로 저어주어야 한다.

아내는 보통 압력솥에 물을 쌀 3배 정도 붓고 불을 세게 올려 7, 8분 후 딸랑거리면 불을 끄고 그대로 기다려 솥이 식으면 10분 안에 죽을 완성시킨다.

나는 아무래도 압력솥이 위험하여 스텐리스 냄비에 쑤었다. 정성을 다하여.

죽을 먹는 아내에게 물었다.

맛이 어뗘?

죽이네요.

그럼 밥인 줄 알았남?

아니, 맛이 죽인다구요.

하하..

죽을상이던 아내 얼굴엔 환한 미소가 넘친다.

내 정성에 감동하는 것 같다. 내색은 안 하지만.

“죽을 쑨다.”는 말은 일이 안 좋게 된 것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죽 관련 속담이나 입에 익은 말들은 안 좋은 말이 많은 것 같다.

죽을 쑨다.

흰죽 사발 개 핥았다.

죽 쑤어 개 좋은 일

죽 떠먹은 자리

식은 죽 먹기

죽도 밥도 아니다.

아주 좋다는 요즘 젊은이들 말 “죽인다”는 말은 무론 죽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의 남편들이여,

아내가 아플 때(특히 소화계통) 아내를 위하여 정성껏 흰죽을 쑤어보시라.

아마 죽 쑤었던 부부금슬 죽일 겁니다.

부인 바가지 긁을 재료 제공하느라 공처가가 고생하신다고 저를 비난 할 남편 분 있을지 모르지만...

흰죽 쑤기

 1. 쌀을 씻어 물에 1시간 정도 불린다. (이번엔 시간 없어 10분간 만 불림)

 2. 물에 불린 쌀을 건져 두꺼운 바닥의 냄비에 넣고 살살 볶는다. (이 때 참 기름 몇 방울) 볶는 이유: 끓는 시간 단축, 고소한 맛 더함

 3. 쌀알이 투명하게 익을 때까지 볶는다. 나무주걱으로 잘 젓는다.

 4. 물을 쌀의 4배 정도 붓고 처음 5분간은 센불에서 끓인다. 10분 끓인 상태 나무주걱으로 젓는다.

 20 분정도 끓인 상태 -이때 너무 세게, 빨리 저으면 도배하기 좋은 풀이 된다.

거의 다 된 상태 25분 경과 

30분 경과 완성 된 흰죽

배탈 환자에게는 간장만. 고추가루 든 자극성 음식은 안 됨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