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host와, 협조와 조언을 주신 한국 서바스 여러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80년대 세계 서바스 회장을 역임한 84세의 원로 Donald Fawcett 씨와의 만남은 내겐 과분한 영광이었다.

서바스 체험 외에 3박4일(그랜드 캐니언-요세미티-샌프란시스코), 4박 5일(솔트레익-옐로스톤-티톤) 여행사 여행을 했고 친구 집에서 보낸 3일간 외엔 10일간은 주로 LA 시내를 친구와 돌아다니며 관광과 견문을 했다.

비록 유길준 선생의 "서유견문록"은 아니지만, 나의 27일간의 미국 “西部見聞錄”은 1,200 여장에 달하는 사진자료, 메모와 일기, 각종 팸플릿 등 자료 한 보따리를 집에 와서 정리 하려니 피곤과 두통이 느껴진다. 부질없는 짓 같다.

19세기 “서유견문록”의 충격도 아닌 새삼스러울 것 없는, 오늘 날의 미국 여행기는 읽는 이에게 식상함만 줄 것 같다. 다만 회원의 의무일 것 같아 세바스 홈스테이 체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리스트 입수, 대상 선정, 소개장 작성, 메일 교환, 일정, 지리정보 파악 등, 힘겨운 준비를 마치고 LA에 도착하여 시차 적응이 된 도착 6일 후인 9월 23일에 설렘을 안고 첫 호스트 도날드 호세트 씨 집을 방문 했다. 처음 캘리포니아 10 곳에 호스트 요청 메일을 보냈는데, 남쪽 오렌지카운티에서 한 가정만 초청을 했다.(나머지는 회원 탈퇴, 사절, 여행, 출타, 업무, 반송, 무응답, 교통 불편) 사절 한 집에도 아무튼 고맙다는 인사 편지메일을 보냈다.

LA 코디네이터 도날드 호세트 씨와, 부산 극동 회의 때 만났던 샌프란시스코 Mikuriya 여사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도날드씨는 자기 집 초청과 더불어 LA 지역 11명의 가능한 호스트 명단을 보내왔고, 미국 서바스 전국대회로 바쁜 일정에도 미쿠리야 여사는 초청과 조언을 보내왔다. 메일과 전화로 일정을 조정하여 최종 4 가정(미쿠리야 여사 집 포함)을 2박 3일 씩 방문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아내 감기 증세로 인하여 나중엔 두 가정을 취소해야 했다.

친구가 차로 데려다줘서 4:30 경에 도착하니 기다리고 있던 도날드 씨 내와가 반갑게 맞아 준다. 초청과 협조에 감사드리고 소개장 제시하고 사본을 전달했다. 준비한 태극선과 줄부채를 전달하고 부채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했다. 84세의 백인 남편과 61세의 아프리카 미국인 부인과는 매우 대조적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는 커플이었다. 성격도 부인 Aleyne은 쾌활하고 말이 많아, 조용한 도날드 씨와는 대조적이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도날드 씨는 글 쓰는 일을 했는데 지금은 은퇴 했으며 재즈, 정치, 예술품, 농업, 문화 인류사에 관심이 깊었다. 간단하게 우리를 소개했다. 응접실에 있는 아프리카 목각, 인형, 민속 악기들을 소개해준다. 도날드 씨는 나를 배려하여 영어발음을 천천히 해준다. 힘든 대화에 정신이 없는 나더러 알레인은 집사람에게 대화를 통역하라고 재촉한다. 6시경 도날드 씨는 우리 부부를 자기 차에 태우고 산타모니카 해안지역 명승지를 구경시켜줬다. 두 젊은 흑백 남녀가 주차장에서 포옹을 한채 주차를 방해하고 있어 몇 분을 기다려 겨우 주차하고 우리는 같이 개탄 했다. 공중질서가 앞섰다는 미국의 또 다른 모습이 좀 충격적이었다. 부인 알레인의 근무지(모기지 회사) 건물을 지나 인공운하가 주택사이를 흐르는 이태리인 거주지 베니스라는 곳을 구경했다. 산타모니카에는 괴상하게 디자인 된 건물들이 많아 도날드 씨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설명해준다. 창틀이 비뚤어진 건물, 만원경, 배 모양의 건물 등. 긴 해수욕장 해안과 태평양으로 기울어지는 태양으로 붉어진 수평선이 환상적이다. 아들이 없어 호세트라는 姓(성)은 자기로서 대가 끊어졌다는, 다소 자조적인 말에서 한국의 구세대와 같은 정서를 확인했다. 집에 오니 알레인이 어디를 구경했냐고 물어, 내가 이태리를 다녀왔다고 하고 8년 전에 이태리에 가서 못 가본 베니스를 드디어 오늘 구경했다고 하니 부인은 오 베니스! 하며 깔깔대며 쾌활하게 박장대소한다. 샤워를 했다. 욕실엔 새 타올과 샴프, 로션 등이 호텔처럼 비치되어 있다. 외식을 내가 제의하니 정통 이태리 음식이 어떠냐고 묻기에 베니스에 갔으니 이태리 음식은 당연하다고 하니 알레인은 쾌활하게 웃어댄다. 넷이 이태리 식당에 가서 우리는 메뉴판에 있는, 아는 유일한 음식,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비싼 편인 정통 스파게티는 뻣뻣하고 우리 입맛에 영 맞지 않았다. 거구의 이태리 주방장이 나타나 말 거는데 억지로 맛 좋다고 했다. 알레인이 자기 음식을 조금 떼어 주는데 그건 맛이 있다. 백포도주 맛은 일품이어 두병을 도날드씨와 마셨다. 그는 팁을 내겠다고 하는데 그냥 내가 다 지불했다. 집에 와 서재로 쓰는 방에서 잠을 청했다. 아내는 밤에 기침을 시작한다. 
 
우리를 태우고 산타마리아 구경을 시켜주는 전 세계 서바스 회장 도날드 호세트전 씨


LA의 베니스

이태리 식당에서 

게티 박물관

다음날 아침 7:30에 잠 깨어 거실에 나오니 알레인은 벌써 출근했고 도날드씨는 우리 깨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 식사는 호밀빵 몇 쪽과 커피로 간단하게 먹었다. 우리 둘이 잠깐 외출하여 인근 상가, 우체국 돌아보며 구경하고 그림엽서 몇 장 아이들 집에 부치고 돌아 왔다. 유명한 게티 박물관 가보고 깊다고 하니 30분 걸려 자기 차로 박물관 입구에 내려 주고 갔다. 입장료는 무료. 우리는 입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10분 걸려 올라가니 웅장한 박물관이 나온다. 한 시간 반 동안 주마간산만 하기에도 너무 방대한 규모다. 4개의 대형 건물에 17세기 이후, 바로크 미술 품, 조각품이 엄청난 규모로 전시되었다. 약속대로 12시에 내려와 도로에서 기다리니 도날드씨는 12:05에 차 몰고 왔다. 식당 들려 칠면조 고기 샌드위치와 야채와 수프로 점심. 오후 일정은 우리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다고 했더니 다운타운 가는 길은 지도 펴서 열심히 설명해준다. LA 대중교통은 편리 한 편은 아니다. 친구가 전화 와, 하루 밤 잤으니 오늘 저녁은 그냥 자기 집으로 오란다. 지금 차 몰고 오겠다고. 약속된 것이니 하루 더 있다 간다고 하니 아내는 기침을 하면서 그냥 갔으면 한다. 혼자라도 가겠다고. 아내 감기가 아무래도 불안하여 오늘밤은 친구 집으로 가겠다고 도날드 씨에게 양해를 구하니 노인은 좀 허탈한 기분인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우선 집에 들려 짐을 챙기고 작별인사 후 친구 차로 친구 집으로 이동했다. 한국에 꼭 한번 오라고, 알렌에게 안부 잘 전해달라고 하고. 알레인이 크게 실망하겠다고 말한다. 앞으로 홈스테이 계속 할 수 있겠냐고 걱정이다. 이 가정의 생활 모습은 잘 체험하지 못했다. 3년 전에 재혼 했다는 그들 가정모습은 미국 일반 가정의 표준은 아닌 것 같았다. 인종과 나이 차이, 남편이 가사를 맡고 부인이 직장에 나가는 것 등이 크게 특이한 것은 아니지만은. 친구 집에서 콩나물에 저녁 식사를 하니 아내는 살 것 같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내 감기가 불안하여 두 집(샌프란시스코 미쿠리야, 오랜지카운티 앤드린)은 메일을 보내어 방문을 취소했다. 모두 방문하고 싶은 가정들인데 정말 아쉽다. 대중교통 이동이 어렵고, 서바스 홈스테이 반대하는 친구에게 먼 곳을 데려다 달라고 우기기에도 염치가 없다. 다만, 25일에 가까운 할리우드시티의 젊은 부부 Adrian Duciuc, Mary Behar 집을 한 번 더 방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