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내내 수없이 타고 내렸던 보통등급의 기차>

 17시간을 탄 어느 밤기차에서 만난 20살 처녀와 부모가 함께 탄 가족은 자신들이 가져온 식사나 간식꺼리를 조금씩 나눠주기도 했지만, 자기들끼리의 표현으로 은근히 신경쓰이고 부담스러워함도 눈치로 읽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그 이전에 만난 (매우 친절하고 상냥했지만 여러 시간을 자신의 동네를 안내한 후 100루피의 팁을 요구했던) 릭샤왈라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마음편한 대상이었음을 기억할 수 있다. 이 처녀에게 내가 쓰던 볼펜이며 과일을 나누며 수평적인 교류를 한 만족감이 훨씬 컷다고 말하고 싶다. 하긴 이러한 다양한 현지민들과의 소통을 여행에서 얻고 싶어 떠나는 것이지만.

그런데 무엇보다 여행을 충격으로 몰아간 이번의 사고는, 물론 국내에 있으면서 체험할 수도 있는 그냥 교통사고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느낀 것은 교통사고 목격, 그 이상의 다른 불안이 함께했기에 더 충격이었다. 인도에서의 첫 밤기차 여행은 부사발역에서 시작되었다. 기차여행에 대한 기대와 현지인들과 밀접한 상태에서 밤을 함께 해야 한다는 약간의 긴장감으로 기차에 오르고, 낯설음을 밀어내려고 웃음과 ‘라마스떼’를 날리며 쑥 들어간 기차안은 검고 깊은 눈들이 우리를 향해 집중되고 오물냄새가 베인 듯한 곳에 앉고 누워야 한다는 점들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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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의 눈들-여행내내 매료되었던 그들의 깊은 눈빛>     <나는 3층이다. 창틈새로 찬바람이 어찌 불던지>

그래도 잠시의 긴장에서 빠져나와 미소를 날리며 찬기운이 도는 3단 꼭대기로 써커스하듯 기어올라 침낭의 따스함에 밤을 맡겼다. 선잠과 기차의 소음, 진동이 교대하듯 시간을 삼키고 새벽4시 즈음,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의 ‘사트나’역에 발을 내딛으면서 불안은 엄습해왔다. 얼음같은 시멘트 바닥에 누운 사트나역의 인도인들, 어둠속 안개만이 기다리는 우리의 갈 길은, 둘 다 나에게는 모호하기 짝이 없었고, 낯선 불안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