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에서 만달레이 가는 기차표는 잉와 게스트 하우스에서 2분 정도 거리에 있는 Shwe Taung Tarn Restaurant (Main Rd)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굳이 기차를 이용하고자 한 이유는 여러 가지 교통 수단을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는 이용해 보길 권한다.

 다만 기차가 운행 중에는 청룡열차 수준의 흔들림을 각오해야 하고, 객실의 청결 상태가 극히 불량하다는 사실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시각에 출발하고 도착하며, 중북부 미얀마의 광활한 풍경을 차창 밖으로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과 다른 교통 수단보다 저렴한(그러나 외국인에게는 엄청 비쌈. 10달러에 커미션 1달러) 비용이기에 친절하고 온유한 미얀마 일반 백성들을 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 만달레이에 도착하는 시간이 낮이어서 마음에 둔 숙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참고로 이티게스트하우스나 로얄게스트 하우스까지 블루택시비가 천오백짯이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바간역은 냐웅우에서 그들의 택시로 약 25분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예약해 둔 택시(실제는 낡고도 낡은 봉고였음)가 잉와게스트 하우스로 새벽 6시 경에 왔다. 종업원들이 입구 바닥에서 부스스 일어나 짐을 싸들고 나가는 우리를 배웅해 주며, 아침거리로 미리 준비해 둔 토스트와 귤이 든 봉지를 하나씩 준다. 그들은 누구나에게 그렇게 하겠지만, 우리는 잠깐 감동했다. 사소한 것에 화를 내고 사소한 것에 우리 인간은 감동한다.

 바간역까지 잘 닦여진 도로 위를 차는 질주한다. 그런데 역에 도착하여 육천짯을 주니 더 주어야 한다고 기사가 눈을 부라린다. 단호하게, 어제 잉와 종업원에게 액수를 물어보고 예약을 했으니 그곳에 가서 알아봐라 하고 짐을 내리고 기사를 보냈다. 기사는 꼬리를 내리고 가지만 불만스럽게 사라져 간다.

동이 터 올 무렵의 바간역

이른 새벽에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분들.

 아마 사진 속의 저 분들은 차림을 보아하니 새벽 일찍부터 기다렸던 것으로 보인다. 어디론가로 가시겠지. 새벽은 아직도 쌀쌀한데 7시 발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시는가? 가까운 다른 마을로 저 무거운 물건을 들고 행상하러 가시는가? 나는 목적지가 만달레이, 만달레이의 여러 유적을 즐기러 가지만, 담고 동여매고, 묶고 하여 만든 저 짐들을 들고, 자신이 만들어 버린 삶의 무게를 또 보태어 오늘 하루를 어디로 가시는 것일까?

upper class 기차 안의 미얀마 여인네

 기차 정차하는 곳에서는 먹을거리를 바깥에서도 팔고, 어떤 이들은 열차 안으로도 가지고 들어와 음식 이름을 크게 외치며 판다. 잉와에서 가져온 아침거리도 먹고 우리가 준비해간 과자도 먹었지만 점심 때가 가까워 오니 배고 고파온다. 차창 밖으로 땅콩 백짯을 주고 사 먹으니 고것 먹을 만하다. 마침 두어 명 아주머니가 앞의 역에서 올라 타서 물건을 팔다가 미처 내리지 못하고 다음 역까지 가기 위해 빈 의자에 머리에 이고 있던 음식들은 내려 놓고 쉬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 쪽으로 가서 살펴보니 우리 호떡 비슷한 것이 있어서 이름을 물어 보았다. 나매, 자기들끼리 킬킬대며 웃는다. 발음이 틀렸나. 약간 머슥하다. 내가 너무 모양새가 없나. 다시 나매, 빠욱시죠하며 너무 좋아서 웃는다. 다 떨어진 걸레 조각 같은 백짯 지폐 두 장을 내밀어 보았다. 가격을 알 수 없으니 궁여지책이다. 알아서 주시겠지. 호호, 하하, 히히, 헤헤, 핫핫, 훗훗 앞, 뒤, 옆의 사람들이 동참한다. 두 개를 봉지에 사서 준다. 미안해서 얼른 아내 옆으로 와서 꺼내 먹어 본다. 맛이 어때? 우리 호떡, 먹어 볼래.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래도 신기한 듯 자꾸 쳐다본다. 아내도, 옆의 사람들도.....

빠욱시죠. 몇 번이나 확인하여 들었지만 정확하지 않을 것 같다.

 만달레이 역에 두 시 반이 조금 넘어 도착했다. 배낭을 매고 픽업을 하러 나온 이티호텔의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잉와에서 이티에 미리 예약을 하면 픽업을 해 준다고 했다. 만나지 못했다.

 역 건물 앞으로 나와 지도를 보니 걸어가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방향을 잡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사람들이 모여 든다. 그 중에는 한국에 일을 한 적이 있다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블루택시를 타라고 한다. 일곱 여덟 명이 에워싸 떠들어 대니 귀찮다. 에이 걸어 가자 하는데, 아내가 또 택시를 타자는 사인을 한다.

 이티호텔 간다. 얼마냐? 이천짯! 천오백짯! 오케이. 택시 뒤에 배낭과 함께 짐이 되어 탄다. 만달레이 왕궁 해자 옆으로 달린다. 와! 대도시답다. 차량도 많고 도로도 넓다. 매연을 한껏 뿜어대며 이티호텔에 도착하니 종업원들이 마중 나온다. 픽업을 보냈는데 못 찾아서 미안하다. 잉와의 친구 부탁이니 14$ 해 주겠다 한다.

이티호텔

 여장을 풀고 늦었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론리에 나와 있는 Mann이라는 식당을 찾아 간다. 그러나 미얀마 음식 공부를 부실하게 한 탓으로 우리는 볶음밥 이외의 것을 찾아 먹기가 힘들다. 여행자들은 가이드북을 통해 그 나라의 음식이나 과일, 먹을거리 등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가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차이니즈 식당으로 소개된 만 레스토랑

 만달레이는 도로 번호가 지도에 잘 나와 있어서 목표하는 곳의 가로, 세로 도로 번호를 알면 찾아가기가 그저 그만이다. 이티호텔에서 아래 쪽 방향으로 쭉 내려 가다보면 로얄호텔, 나일론 아이스크림 가게, 만 레스토랑 등이 있고, 밤이 되면 로얄호텔과 이티호텔 중간 정도의 길가에 인도식 짜파티, 팬케익을 파는 노점도 연다.

그 유명한 나일론 아이스크림 가게

 식사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이젠 만달레이힐에 올라가서 저녁 노을을 감상해야 겠다. 어떻게 가지? 여유가 있는 여행자는 길가에 지나가는 택시를 흥정해서 목적지까지 가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여행자는 지도를 보며 끙끙대며 걸어가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트럭버스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호텔 종업원들에게 물어보면 정확히 알려 주는데, 이때 택시나 버스의 정상가격을 물어 보는 것이 흥정하기에 좋다.

 어쨌든 우리는 물어 보지도 않고 나왔기에 지도를 보고 걸어가기 위해 만달레이 왕궁 쪽으로 가다가 날도 저물어 가는 시각이었기에 이티호텔 바로 위 도로에서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만달레이힐로 가자고 하니 이천짯을 달라고 한다. 왕궁의 서쪽 해자길을 따라 가다, 북쪽 해자길로 접어들어 그 길의 끝 무렵에서 한 골목길로 좌회전하여 조금 올라가니 입구가 나온다. 걸어서 찾아 올 수도 있겠지만 시간은 이티호텔에서 사오십분 정도 족히 걸어야 할 거리다. 차를 타면 15분 남짓 거리이다. 기사가 엘리베이터를 탈거냐고 물어본다. 언덕 위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우리는 걸어가겠다고 하니 입구에 내려 준다.

 입구에 내려서 신발을 벗고, 카메라피 오백짯을 내고 맨발바닥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 온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 불상이 있고, 그 뒤를 돌아가면 또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일곱 여덟 번 올라가야 언덕 위에 도달할 수 있다.

 숨을 헐떡이며 삼십여분 걸어 올라 가니, 서양인들이 먼저 진을 치고 석양을 사진에 담고 있다. 혈액에 담자, 기억에 담자, 어떻게 저 경관을 사진에 다 담을 수 있겠는가? 동서남북의 만달레이 시가지가 아래에 펼쳐진다.

언덕에서 왕궁 쪽으로의 만달레이

해 지는 쪽으로의 만달레이

만달레이힐 일몰

 해가 다 떨어져 갈 무렵에 우리는 또 올라왔던 길을 맨발바닥으로 내려 온다. 발이 고생이지만 이때가 아니면 제길헐 언제 내 살갗과 비록 포장되었지만 지구 살갗이 만날 수 있겠는가? 초목으로 뒤덮힌 온전한 지구 살갗은 우리에게 무엇을 떠 올리게 하는가? 지구도 시멘트로 아스팔트로 돌조각으로 포장되어 있으니 우리 인간처럼 신발과 양말을 신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이때라도 벗고 있으니 자유롭고 그대는 인간의 신앙에 의해 신겨져 있으니 족쇄가 채여 있구나! 인간들을 갑갑해 할 것이리라. 만달레이힐에 계신 철창의 부처여 해탈하라!

 다시 입구로 내려 오니 이미 어둠이 세상을 갉아먹고 있었다. 입구 맞은 편에 오토바이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우리는 만달레이에 있는 한국식당(코리아레스토랑)을 찾아가기로 했다. 특히 인레가는 봉고를 수배해 준다는 다른 여행자의 여행기를 읽었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겸사겸사 한국 음식도 먹어 보기 위해서였다.

코리아레스토랑

기사에게 한국식당을 아느냐고 물으니 안다고 한다. 삼천짯으로 가기로 했다. 만달레이 왕궁 북쪽 해자길을 지나 이번엔 동쪽 해자길을 따라서 내려가다 이리저리 작은 도로를 돌아다니더니 코리아레스토랑 앞에 내려 준다. 살짝 반갑다. 이역만리에서 동포를 만나 우리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그런데 문득, 코리아레스토랑을 들어가면서 우리는 왜 가능하면 현지 한인업소를 이용하지 않는 것을 바람직한 것인 것처럼 여기며, 여행 중 만나게 되는 한국인 여행자들 간의 인사 주고 받기도 달가워 하지 않는지에 대한 씁쓸한 생각이 떠올랐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 여행자로 보이는 몇 분이 고기를 굽어 술을 드시고 계시며, 몇몇 미얀마인들도 한국 음식을 즐기고 있다. 밝고 활기찬 분위기다. 종업원이 와 차림표를 준다. 짜장면이 있다. 이게 왠 일, 볶음밥과 함께 시켰다. 물경 삼천오백짯. 주인장은 출타 중이란다. 짜장면은 짜파게티였다. 실망 또 실망이었지만 김치는 먹을만 했다. 종원업은 모두 미얀마인들이다. 주인장이 없으니 정보를 얻긴 글렀고 음식을 다 먹고 나오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로 반가와 하며 언제 왔느냐, 다음 여정은 어디냐 등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는 먼저 나왔다.

 우리는 만달레이 쩨조시장 나이트 바자를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고 하다가 마침 식당 앞에서 트라이쇼를 모는 사람이 우리에게 접근 그곳까지는 굳이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되며 이 삼륜자전거를 타고 가도 십오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하여 천짯을 주고 나이트 바자를 갔다. 나이트 바자는 책이며 옷가지 등을 팔고 있었으며 바자 길 끝에는 길거리 음식들을 파는 노점상이 많이 있었다. 모힝가도 팔고 있었기에 사 먹고 싶었지만 위생을 문제 삼는 바람에 선듯 먹지 못하였다.

 만달레이 첫날의 밤은 깊어 갔다. 이티로 돌아가는 길은 지도의 도로 숫자를 보고 싶게 찾아 갈 수 있었다.

 자, 이티호텔을 나올 때 만달레이 부근의 일일투어를 위해 종업원과 일일 택시를 25$에 흥정해 두었으니 내일부터 만달레이가 자랑하는 곳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