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이스탄불에서-터키 서바스 회원과

한규석 2006-07-30 (일) 01:52 조회:1743

이틀을 괴뢰메에서 머물며 푹 쉬면서 서바스 사이트에 올릴 이 글도 작성하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후 이스탄불로 가는 밤 버스에 승차한 것이 24일 저녁 8시이었다. 내가 탄 버스는 괴뢰메 인근에 있는 버스회사의 터미널에서 30분 가량을 지체하면서 옮겨 타야했다. 차량은 거의 찼고 옆자리에는 젊은 부부가 자리를 했다. 목베개를 꺼내어 잠을 청한 후 깨어보니 차창이 밝아 오고 얼마 안있어 대도시 근교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를 옆에 끼고 있으며, 세계의 여느 대도시처럼 일나서는 차량들로 거리가 채워진 이스탄불이었다. 아침이지만 이미 눈부신 태양아래서 사람과 차량들이 몹시 분주해 보였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예정시간보다는 한 시간정도 지체되었다.

이곳 서바스 회원인 외즈게가 알려준 곳스로 가기 위해 우선 탁심을 가야했다. 내가 가려는 탁심으로 가는 서비스 버스(돌무시)는 없다면서 한 남자가 악사라이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갈아타란단. 아무 지리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 버스를 탓는데 터미널을 빠져 나오자 바로 주유소로 들어간다. 헌데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리면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주유를 마치고 떠날 때까지 계속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장소를 불문하고 담배를 피는 듯 싶었다. 기사가 날 보고 여기서 내려 차를 갈아타라는 곳에서 내렸지만 버스가 언제 올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고, 가는 곳이 그다지 멀지 않다는 생각에 서있는 택시를 타고 탁심을 외쳤다. 탁심은 알고 보니 신시가지의 중심지역으로 한국으로 치면 신사동 쯤에 해당한다고 보겠다. 기사와는 영어가 안되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달라고 했더니, 차를 길가에 세워서 전화를 하여, 이곳 서바스 호스트인 오즈케와 통화가 되었다. 자기 집 근처까지 기사에게 길을 안내하여 이곳 심장전문병원에 내렸는데 하시스라는 이 택시기사는 내가 오즈케를 만날 때까지 택시를 길가에 정차시키고 기다려주는 호의를 보여주어 나를 감동시켰다. 물론 팁으로 사례를 표시하였다.

길에서 처음 만난 오즈케는 인상이 부드러운 30살 남짓의 처녀 영어교사이다. 나와 키가 비슷했는데 만나는 첫 인사로 볼키스를 하니 약간은 당황스러웠지만 천연덕스럽게 맞대했다. 아파트에 남동생과 살고 있는데 2개의 방이 있는 서민용 아파트였다. 동생은 컴퓨터를 전공하고 있다며 나가고 없단다. 내가 시장할 것이라며 아침을 차려주면서 샤워를 권하였다. 가지고 갔던 여행용 타월을 아테네의 호스텔에 남겨 두어 사용할 수건을 얻어서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방학중이라서 아침시간이 비었으니 부담을 갖지 말라며, 내가 이번 달에만 호스트한 3번째 한국인이란다. 지난 주에도 한국에서 온 정신과의사 부부가 다녀갔다는 것이다(김영숙님 글 참조바람). 준비해간 서바스 인증서와 함께 북마크와 인형을 주었더니 이전 방문객이 가져다 준 매듭걸개를 보여주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온다. 가지고 있던 관광용지도를 꺼내면서 구시가지에 몰려있는 여러 사원과 궁전들을 어떻게 가야되는지를 알려준다. 내가 호스트에 대한 고마움으로 오즈케에게 남자친구(투르)와 함께 나오면 내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였더니 저녁에 연락해서 탁심에서 만나자고 한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하였지만 좀 복잡한 듯하여 구시가지로 가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 돌마바체 궁전이라는 곳을 들려 가기로 했지만 걸어가다가 놓쳤기에 내일 보기로 하고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탓다. 버스에는 돈을 받는 조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현금승차요금은 1.3 리라(표값도 마찬가지임)이었다. 버스 기사가 구시가지 근처에 와서 나를 내리라고 한다. 구시가지까지 가지는 않는 버스이었다. 그래서 지도를 펴 보면서 걸어가다가 한 청년에게 이스탄불대학을 물었더니 마치 자신도 그곳에 가는 중이었던지 같이 가잔다. 이스탄불대학 정문을 지나 보니 책에서 보았던 그랜드바자(큰시장)가 나타났다. 그 시장을 통과하여 아야소피아 성당쪽으로 가는데 계속 그 청년이 따라오면서 상점 점원들에게 길을 묻는 것이었다. 두 어번 길을 물어서는 나를 아야소피아 성당에 데려다 주고는 자기 갈길로 가는 것이다. 근 20여 분 정도를 같이 걸어서 길안내를 해 준 것이었다. 이스탄불의 길에서 느낀 두 번째 감동이었다. 그 청년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데 2년 후에 대학을 간다고 하며, 영어를 배운지 2년되었다며 몹시 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었고,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였다.

아야소피아 박물관은 원래 카토릭성당으로 조성되어 900여년간 사용되었다가 오스만터키의 지배하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바뀌면서 400여년간을 모스크로 사용되었다. 이 때 성당내부의 성상, 그림들을 모두 회칠해 버렸다고 한다. 이슬람교에서는 우상을 만들까 저어하여 어떠한 인물이나 동물을 그리는 것을 금한다고 한다. 현대 터키공화국이 개국하면서 사원을 박물관으로 전환했으며 회칠해 버린 그림들과 조각에 대한 복원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사원 내부의 중앙에 커다란 비계가 설치되어 있어 복원작업중임을 보이고 있으며, 높이가 50 미터 폭이 30미터 가량되는 커다란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층의 벽에 복원된 예수, 성모, 요한의 그림에 나타난 요한의 고뇌표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야 소피아에서 나오니 바로 정면에 큰 모스크가 들어오는데 불루모스크라고 한다. 술탄아멧사원이라고 정식으로 부르는데 17세기에 세워졌으며, 내부의 타일들이 푸른색을 기조로 하고 있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신발을 벋고, 여자들은 쇼올을 받아서 드러난 어깨와 종아리부분을 모두 가리게 하였다. 베네치아의 마가 성당등 대부분의 가토릭계통의 성당이 여러 성상들과 높은 의자들로 위압감을 주는데 반해 모스크는 아무런 성상이 없고, 의자도 없으며, 창문의 모자이크도 기하학적인 문양만을 띄고 있어 위압적인 느낌을 못받는데 이 불루 모스크는 매우 편안함을 느끼게 하였다. 바닥에 앉아서 20여분 이상을 쉬면서 주위 사람들을 흥미롭게 보았다. 여자신도들이 벽쪽에 붙은 칸막이가 쳐진 곳으로 가서 메카쪽을 표시하는 장식이 있는 곳으로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녁때 오즈케와 남자친구인 뚜르에게 저녁을 사주기로 한 곳이 탁심이라 탁심으로 버스를 타고 가면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가 끊기길래 내가 산 전화카드가 돈이 다 떨어진 것으로 알고 다시 전화카드를 5리라를 주고 사서 전화를 하는데 터키어로 나오니까 잘 안되는 경우에는 답답하였다. 할 수 없이 걸어가며 휴대폰을 계속하고 있는 젊은 친구에게 전화를 좀 쓰자고 했더니 기꺼이 전화를 쓰게 해주었다. 어렵사리 오즈게와 만나서 터키식당에서 몇가지 요리를 시켜 먹고, 디저트까지 하였다. 세 사람이 배불리 먹었는데 45리라 정도가 나왔으니 한국보다는 싸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가 끝나니 근 10시가 넘어서 오즈게 집에 들어오니 11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마침 두 남매만 잔다고 내게 동생방의 침대를 사용하게 해 주었다.

아침에 오즈케가 이곳 서바스 친구들과 아침을 먹기로 했다고 같이 가겠냐고 권유하길래 그러기로 하였다. 탁심광장에서 고등학교 동창이고 현재 이즈미르에 살고 있는 챠다쉬를 만나서, 행상이 파는 치즈빵을 몇 개 사서는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촌이자 친구인 엘리프(김영숙님 글 참조바람)를 만나러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은 시에서 운영한다며 제법 시설도 잘 되어있었다. 바깥에 있는 식탁에 둘러 앉아서 가져간 빵을 이곳 차와 같이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즈케는 이곳 서바스의 중요한 직책(peace secretary)을 맡고 있으며, 엘리프는 서바스 사무실의 비서격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럽쪽의 서바스 회원들과는 2년에 한번씩 3-4일 일정으로 만나서 여러 가지 행사를 하며, 올해에는 한달 후에 이곳 터키에서 그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오즈케는 주위의 친구들을 서바스 회원으로 가입을 권유하면서 스스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것이었다.

한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근처에 있는 19세기에 유럽풍으로 건축된 돌마바체 궁전을 구경하고, 다시 시내로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운항하는 배표를 끊어 놓고 토카피 궁전을 구경하기 위해서 였다. 가는 길에 길가에 식탁을 마련한 식당에서 도너케밥을 시켰더니, 싸서 먹을 수 있도록 세 장의 얇은 전병을 주는데 길가에서 싸서 파는 것에 비해서 비쌋지만 맛이 좋았다. 토카피 궁전은 오스만터키 시대에 왕들이 사용하던 궁전으로 19세기에 돌마바체 궁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왕의 궁전이고, 대신들과 정사를 집행하던 행정청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스만터키가 한창 위세를 떨치고 있을 때 유럽과 중국, 일본등지에서 조공 또는 선물로 보낸 귀한 보물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었다. 보물들도 화려함이 극을 달리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 못지 않게 흥미로웠던 것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모하메드가 사용한 칼, 활, 그의 체모, 치아, 발의 모양을 주물로 뜬 것 등 매우 신성시 되는 유품들이 여러 점 전시되고 있던 것이다. 사진을 못찍게 하여 매우 아쉽기도 하였다.

5시에 맞추어 에미뇌뉘 항구로 가서 2층으로 된 배에 올라 보스포러스 해협을 90분간 구경할 수 있었다(5리라). 1500년이 넘도록 수도로서 역할을 해 왔던 이스탄불은 적어도 해협을 끼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의 양안만큼은 아름다움과 한가로움, 풍요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에게해의 첫 입구인 이스탄불에서 북쪽에 있는 흑해까지 연결하는 보스포러스 해협은 폭이 일키로 남짓되어 보였고, 길이는 10여키로 쯤 되어 보였다. 배에서 보는 양안에는 난개발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충분한 숲, 깨끗한 바다의 수질관리, 잘 보존된 옛 성곽 등, 두 개의 현수교 등이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배에서 내려서 어제밤에 투르가 권한대로 탁심까지 걸어가 보면서 주변의 풍광을 맛보기로 하였다.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상점들은 저녁 6시를 전후해서 문을 닫는 듯 했다. 여기저기 셔터가 내려진 상점들이 눈에 뜨인다. 탁심 근처의 베에이로우 지역에는 다양한 형태의 상가와 음식점들이 관광객은 물론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마침 탁심광장에서 출발한 미국의 중동정책과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시위대를 만났는데 20여명의 사람들이 붉은 조끼를 걸치고 한 줄로 서서 가는데, 그 뒤를 이어서 일상복 차림의 수백 명의 시민들이 손뼉을 치며 시위에 참여했다.

터키의 술집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걸어다닌 노독에, 혼자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외즈게 아파트로 돌아오니 10시가 넘었다. 가게에서 쿠키를 몇개 사먹었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 터키에서는 빵문화가 정말 발달하였ㅇ니 과자들도 꼭 맛보기 권한다. 자정이 넘어서 외즈게, 엘리프, 그리고 남동생이 여친이 모두 돌아와 엘리프에게 북마크를 선물하였다. 거실에서 마지막 밤을 자니 외즈게만 남기고 다 일어나 회사로 출근 하였다. 아침을 차려주는 외즈게와 한 시간 남짓 이야기하면서 10시가 넘어서 공항가는 뻐스를 타러 탁심으로 갔다. 공항까지는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고, 이스탄불 공항은 그리 크지 않았다. 두시간 전에 나갔더니 수속 끝나고 세관통과하여 들어가니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한창 심각해지고 있는 중동전쟁탓에 안전검색이 매우 까다로왔지만..
터키와 한국이 지니고 있는 정서가 매우 유사한 것이 많아서 흥미로웠고, 이곳 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17박의 여행을 마치게 되었다. 터키는 참 가볼 만한 곳이며, 다시 가족과 함게 방문하기를 다짐해 본다.

박정희: 터키 시리즈 2탄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07/30-18:32]-

김성례: 터키~! 무엇보다 먹거리가 싼 것이 더욱 인심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아 좋습니다 ^^; 앞 김영숙님글에서 호스트한 분이 다시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서바스호스트문화가 정착,일상화된거 같아 부럽기도하고 그러네요~ -[08/23-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