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큐슈 여행 첫 날

설성룡 2006-08-27 (일) 15:36 조회:1720

8월 17일 드디어 출발일이다. 부산을 떨며 일어나 국제부두터미널로 향했다. 10시 출발의 코비 배다. 가방이 두 개, 하나는 간단한 선물 - 김, 김치, 컵 신라면, 비빔면, 호박 젤리 - 가방, 하나는 옷 가방. 여행을 떠날 때마다 아내와 나는 옷 챙기는 것으로 티격태격한다. 나는 작고 간단하게, 아내는 여행 일수에 비례하는 옷가지를 다 챙기려고 한다. 그리고 화장에 필요한 것들, 여자는 화장하는 시간만큼 남자에게 뒤진다고 했던가. 출국 수속을 하고 배에 오르니 파도가 심상찮다. 왠 안전띠를 매어라 하는가. 10호 태풍 우쿵이라던가 하는 놈이 북상 중이니 파고가 매우 높다고 한다. 부산항을 벗어나니 아니 배가 요동을 친다. 오르락 내리락 옆으로 기우뚱 갸우뚱, 아내는 내 손을 꼭 잡고 물에 빠지면 자기부터 살려고 하지말라고 한다. 큰 바다로 나가자 과연 파도는 높고 마음은 콩알이 되었다. 두 시간여 시달리다가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다. 출발하기전 큐슈 서바스 회원들 - 오다 도시코, 시노부 나카지마, 니시야마 님등 - 과 수 차례 메일을 주고 받아 약속을 했지만 왜 이리 쿵쾅거리는가. 열차 아니 기차 아니 전차(덴샤)-전기로 가는 기차란다 - 시간표를 입수하여 시간 계산을 정확히 하여,미리 만나기 쉬운 기차역에서 그들이 기다리기로 했건만 하카다역으로 가는 11번 버스 속에서도 안심하지 못한다. 이렇게 소심하다니, 일본 사람들은 약속은 철저히 지킨다고 하던데.... 일본 버스는 뒤쪽으로 타고 탈 때 표를 빼어 내어 구간에 따라 내릴 때 운전기사 옆에 있는 돈통에 차비를 낸다. 전차 시간을 생각하면서 중국집에 들어가서 일본 음식을 시켜 먹는다. 하카다 역 구내의 여러 옷 가게, 선물 가게, 과자 가게 등을 둘러 보다가 드디어 소닉 전차를 타고 첫 장소, 아이코 님을 만나기로 한 나카츠 역으로 떠난다. 여기서 큐슈 레일 패스의 위력을 실감한다. 우리는 패스를 7일권을 샀다. 왕복 배편이 딸려 있는 무척 편한, 큐슈 자유 여행에는 필수인 패스다(약 26만원 정도). 예약 창구에 가서 영어로 시간과 하차역을 적어 주니, 승차표를 준다. 이 나라의 전차는 자유석과 지정석(예약석)이 있는데 자유석은 패스만 보여 주고 타면 되고 - 타서 먼저 앉는 님이 임자다. - 지정석은 역에 있는 예약 창구에서 패스를 보여 주고 예약하여 지정석을 발급 받으면 된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아니 기차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어찌된 일이냐, 하카다에서 북쪽으로 가면 고쿠라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전차의 방향을 바꾸어 다시 남쪽으로 오이타현의 나카츠로 가는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자리를 돌릴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앞 좌석 때문에 돌리지도 못하고 나카츠로 간다. 오이타현 북쪽의 나카츠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아이코님이 나와 있을까? 개찰구를 나서면서 두리번 두리번, 앗 4시 44분 정확히 역 앞에 아이코님이 목이 길어져서 -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라는 표현을 이분은 이렇게 했다. - 서 있구나. 허걱, 아이고 아이고가 아니고 아이코 아이코, 너무나 반가왔다. 한 달 전에 우리 집에서 그들을 호스트 했는데, 이렇게 또 만나다니.... 음음음..... 가방을 끌면서 역 앞 주차장에 있는 자기 차로 간다. 일제 차다. 국산과 비교도 되지 않는 일제 차다. 그것도 일본인들이 즐겨 몰고 다니는 소형차가 아니고 신형차다. 이름은 모른다. 뒤칸에 차게 한 마실 것을 우리에게 준다. 세심한 배려에 웅클한다. 아내와 아이코님은 이제 시작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둘은 열심히 열심히 말을 주고 받고 있다. 유키상인 나는 그저 얼굴에 웃음만 웃음만 싱글싱글, 밖은 한국보다 더 덥다. 그런데 먼저 자기 집으로 가서 식구들을 소개한단다. 운전 솜씨는 노련했다. 너무나 노련했다. 다 이유가 있었다. 집으로 가보니 이 분의 남편과 아들의 직업이 카 센터였던 것이다. 무려 30여년을 말이다. 시골 도시이지만 카 센터는 괜찮은 수입을 보장해 준다고 한다. 자신도 일을 한다고 한다. 지금은 며느리가 하지만은..... 남편되는 분은 나보다도 무게(?)가 있는 분이었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이국의 여행객들을 반갑게 맞이 해 주었다. 컵라면 끓여 먹는 방법을 아들은 우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삼 차와 김, 김치를 선물로 내어 놓았다. 인삼 차에 관심을 보인다. 인삼을 닌징이라고 한다. 사진을 한 장 하고 작별을 한다. 도시코 님 집으로 출발. 가다가 우사신궁이라는 유명한 신사를 들렀다. 큐슈 여행자들이 이런 곳을 찾아 보기란 참 어려운 곳이다. 규모는 굉장했다. 응신 천황과 신공황후를 모시는 신사, 우사신궁을 출발, 아키 초로 간다. 지름길로 간다며 어떤 산길로 가다가 다시 돌아나오고, 이길로 가다가 저길로 빠지고 전화까지 하며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는 어디면 어때 어차피 모르는 길인데.... 도시코 님의 집에 도착했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다. 도시코 님의 집도 카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셋째 아들과 함께 남편이 중고차 판매까지 하며 이곳을 지킨지가 40여년이 된다고 한다. 남편 되는 분이 우리를 정중히 맞아 주었다. 역시 인삼 차에 관심을 보인다. 오래 살고 면역 기능을 촉진시킨다는 말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할아버지. 매우 수줍은 분이라고 도시코 님이 말한다. 일층의 다다미 방에 여장을 풀고 환담을 나누다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우리가 사야 하나, 저들이 내겠지 약간의 고민과 함께 산길 소로를 넘어 기츠키라는 곳으로 간다. 그 좁은 길을 밤인데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잘도 운전을 하는구나. 아내는 그분들에게 당신들께서 한국에 왔을 때, 호스트를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이 보내고 난 뒤 못내 후회스러웠다고 말하며 당신네들도 우리를 보내고 후회할 짓을 하지 말라고 농담을 하니 얼굴을 실룩거리며 요상하게 웃는다. 커브를 도는 솜씨가 과히 울트라 수퍼 프로다. 다음날 운전 경력을 물어보니 36년이라고 한다. 허걱 허걱..... 그래도 이때는 몰랐다. 아이코님보다도 더 화려한 운전 솜씨를 뽐낸다. 그것이 아이코님의 차를 가지고 말이다. 새차였기 때문에 몰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밤 8시 경에 회전 초밥 집으로 갔다. 길거리에는 빠징코가 즐비했다. 남녀 불문하고 즐긴다는 것이다. 도박의 폐해가 이러한 시골에도 머지않아 휩쓸겠지 하는 생각에 디지털 시대의 오락에 대해 생각해 본다. 회전식으로 돌아가는 벨트 위의 접시에 담긴 요리를 집어서 먹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대형 마트에 있는 것인데.... 그들은 12 접시 우리는 13 접시, 숫자를 비슷하게 맞추었다. 너무 많이 먹을 수 없다. 돈을 그들이 낼 것인가 우리가 낼 것인가? 그들이 내길 나는 바라지만 아내는 우리가 내어야 한다고 왜 그리 동작이 느리냐고 한다. 느린 동작은 돈을 낼 때만 되면 발휘되는 나만의 장점이다. 저녁을 먹고 옆에 있는 볼링장으로 가잔다. 돈을 누가 낼 것인가? 그들이 낼 것인가 우리가 낼 것인가. 나는 동작이 느리다. 도시코 님과 아이코 님이 반씩, 아니 한 번은 도시코 님, 한 번은 아이코 님 이렇게 내는 것 같다. 나는 동작이 왜 이리 느린지...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공을 던지는 솜씨는 모두가 제로다.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간다. 나를 제외한 할머니와 아줌마는 낮은 파운드의 공을 선택했지만 공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던지는 것인지 굴리는 것인지 쓰레기 내버리는 것인지, 그래도 굴러가서 스트라이커도 몇 번 나온다. 배를 잡는다. 이런 조그마한 동네에도 빠징코가 있고 볼링장이 있어서 이 동네 사람들이 밤 시간을 오락(?)으로 보내고 있구나. 한참을 게임을 하다가, 웃다가 웃다가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코 님은 우리와 함께 이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우리와 함께 있다가 다음 날 밤 늦게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한국에서 첫 만남 이후 한국 여행자와 일본 할머니와의 일본에서 두 번째 만남의 밤은 깊어 가고 있었다. - 계속

엄재량: 우쿵의 강한 태풍속에서도 용감한 행동에 감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규슈의 여러곳의 Servss 회원들과 깊은 유대를 하셨다니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좋고 즐거운 여행 많이 하세요 수고 했습니다. -[08/28-23:15]-

박창순 2007-04-15 13:25	부산 모임에서 설 쌤과 사모님을 뵙고 나니.... 얘기는 못 나누었지만..... 글이 더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