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큐슈 여행 셋째 날

설성룡 2006-09-03 (일) 16:01 조회:1572

큐슈 여행 셋째 날
아침 일찍 잠이 깨었다. 오늘은 미야자키로 또 다른 서바스 회원을 만나러 간다. 큐슈 서바스 회원 명단을 부산지부장님께 얻어서, 미야자키 지역 책임자인 나카자키님에게 호스트를 요청하기 위해, 한국에서 이미 여러 번 메일을 나카자키님과 주고 받았다. 잊어버렸던 영어로 간곡한 편지를 만들어 호스트를 요청했다. 19일은 선약이 있어 어렵고 20일은 가능하다고 했다. 가고시마의 호스트도 부탁했지만 가고시마에는 2명의 서바스 회원이 있는데 둘 다 곤란하다고 했다. 19일은 비지니스 호텔을 이용하기로 하고, 다음날 만나자고 하고 가고시마는 우리들끼리 지내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도시코님에게서 메일이 왔다. 미야자키의 아사이나라는 분이 이틀을 호스트해 준다고 연락이 왔다. 나카자키님에게도 메일을 보냈다. 도시코님이 개인적으로 그분에게 부탁을 드렸던 것이다. 고마운 도시코님. 도시코님이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아키초 지방 사무소를 산보 겸해서 둘러 보았다. 이 조그마한 시골에 넓디 넓은 주차장까지 완비되어 있고, 공원처럼 조경까지 해 놓은 것에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10시 58분 니치린 열차를 타고 3시간 여를 가면 미야자키이다. 도시코님은 우리를 벳부역 앞에까지 데려다 주었다. 역내의 커피점에서 커피 한 잔, 아내와 도시코님은 포옹을 하고, 나도 포옹을 하고,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올라 승강장으로 간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열차에 오르니 잠부터 온다. 미야자키역에 내려 개찰구로 나오면서 약속한 아사이나님을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분이라 우리도 그들도 서로를 모른다. 그런데 개찰구 옆에 어떤 두 노인네가 미야자키 관광 안내 책자를 부채 겸하여 부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저 분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내가 아사이나상 하니, 자기들도 우리의 여행 차림을 보고 우리가 게스트인 줄을 감지한다. 아내와 아사이나님은 역을 빠져 나오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는 도시코님으로부터 아사이나님이 영어로 대화하기를 즐긴다는 말을 이미 들었던지라 아내는 영어로 말하니 아사이나님은 일본어로 말하신다.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 말하는 내용은 대충 오늘과 내일의 일정(잠자리)을 말하는 것같다. 오늘은 자기 집에서 보내고 내일은 미야자키 회원들이 나카자키님의 집에서 파티(모임)을 하는데 거기서 하루를 자는 것이 어떻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어찌하리오.
아사이나님의 남편의 차를 타러 역 주차장으로 간다. 차는 니산 primer다. 차를 몰아서 먼저 아오지마라는 섬으로 간다. 가면서 일본의 하와이라고 말한다. 여행자들이 미야자키에 오면 반드시 들러 보는 곳이다. 도개비 빨래판 암석이 있다는 곳이다. 수억년 동안의 파도의 침식에 의해 형성된 기이한 암석의 열이 빨래판 모양으로 널려져 있다.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도 붐빈다. 후덥지근 했지만 남국의 정취가 확연했다. 차는 다시 남쪽으로 달린다. 가로수는 모두 열대 식물들이다. 호리끼리 고개를 넘어 우도신궁으로 간다. 해안의 절벽 위로 도로를 만들어 태평양의 광활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도로다. 도로 중간에 전망대가 있다. 내려서 저 저 멀리의 태평양을 바라본다. 해안가는 그 유명한 도개비 빨래판 바위 위로 파도가 낼름거린다. 모아이상이 있다는 선셋 니찌난은 도로 위 저 편에 있는데 오늘은 가지 못하니 내일을 기약하란다. 어쩔거나. 우도신궁은 바다가에 있는 신사다. 신사가 있는 곳으로 한참을 걸어들어 가니, 석동이 보인다. 전설이 있다는데 아내에게만 일본말로 하니 알 도리가 없다. 바로 입구 절벽 밑으로 여러 사람들이 무엇을 던지며 환호를 지르고 있다. 아래를 보니 거북이 등처럼 생긴 바위에 구덩이가 있고 물이 고여 있는데 100엔을 주고 산, 진흙으로 만든 조그만 돌덩이(행운석)를 던지고 있다. 그 돌이 고여 있는 물에 정확히 들어가면 행운이 함게 한다고 하여 사람들이 저렇게 돌을 던지고 있나보다. 무엇이든 돈으로 만들어 낼 지혜를 제공하는 자본주의... 갑자기 사람들의 무리가 많아지며, 왁자한다. 아사이나님이 일본에서도 유명한 탤런트가 왔다고 한다. 바로 우리 옆이다. 아사이나님이 우리가 한국에서 온 사람이다 하니 그분은 아내가 우리도 우리 집에서는 유명하다는 말을 잘못 알아 듣고 우리를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으로 착각을 한다. 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하니 좋다고 한다. 우도신궁 입구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서 먹었다. 그런데 아내가 아사이나님이 좀전에 아오시마에서 혼자만 음료수를 자판기에서 빼 먹었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하면서 은근히 불만스럽게 말한다. 어쨌거나 우도신궁을 나와 자기의 친구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안내를 한다. 에이프런이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다. 해안가 언덕 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앞쪽으로는 태평양이 한 눈에 들어오는,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즐비한 식당 같았다. 미야자키의 특식이라는 닭고기 요리를 먹었다. 그리고 나는 또 식사가 마칠 무렵 화장실을 가는 척 해야 했고, 아사이나님과 남편은 우리에게 거듭 감사하다고 해야만 했다.
어스름이 몰려 올 무렵 차는 미야자키 시내를 통과해 오션돔 쪽으로 간다. 오션돔에서 쇼가 있는 모양인데, 시간이 늦어 끝났다고 한다. 우리는 그 옆의 쉐라톤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지하는 백화점 모양의 여러 상점이 있었고 한 상점에서 동남아시아의 특산품들을 모아 팔고 있었다. 아내와 아사이나님은 그곳으로 들어가 한참을 구경하고 있고, 아사이나님의 남편은 어디론가 혼자 서성대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상품을 구경을 하고 하다가 그 상점 뒤의 복도를 보니, 벽에는 현대 화가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사이나님이 갑자기 엘리베이트를 타자고 한다. 무작정 타고 올라간 층은 사십일 층인가인데 다른 사람들 몇 명이 올라와 있었다. 복도 창문으로 내려다 보니 미야자키 시내가 어둠 속에서도 일목으로 보였고, 저 멀리 폭죽 놀이도 하는 것이 보였다. 하나비라 하던가....
엘레베이트를 내려 오니 어디서 팝이 흘러 나오는 것이었다. 중앙에 간단한 경양식을 파는 곳이 있는데 우리는 주변에 놓아 둔 폭신한 의자에 앉아서 청음을 했다. 카사블랑카 듀오 스테이지라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남녀 혼성 듀오다. 무료로 듣는다. 아사이나님은 무료로 구경하는 곳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밤이 늦게 아사이나님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 내부는 온갖 것으로 장식을 하여, 정신이 없었다. 아내는 일본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장식을 하여 정신없이 사는 것인지 의아해 했다. 토시코님의 집은 그렇지 않았는데 이 집은 유난히 벽에 잡다한 인형과 잡동사니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재에서 잠시 환담을 하다가 이층에 있는 잠자리에 가 보니, 이곳도 무슨 물건들로 그렇게 복잡하게 해 두었는지, 어쩔 수 있나, 미야자키의 첫날 밤을 정신없는 곳에서 정신없이 보내는 것이었다.

김새로미: 무척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09/03-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