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는 알자스지역의 중심도시로 중세시대 건물이 많이 남아있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EU의회의 본부가 이 도시에 있어 유럽의 수도로 불리기도 하고,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무대가 바로 이 알자스 지역이었으며, 독일국경과 가까운 도시이다보니 옛부터 독일과 분쟁이 많았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원래 스트라스부르는 신성로마제국에 속한 독일어권 지역이었는데 30년 전쟁 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인해 프랑스 영토로 소속되었다가 1871년 보불전쟁의 결과로 다시 독일령으로, 1919년 1차대전의 결과로 다시 프랑스령으로, 1940년 나치에 점령당해 다시 독일령이 되었다가 나치가 패망한 후 다시 프랑스령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래서 제가 가기 전에 듣기로 이 지역에서는 알자스어라는 독일어지만 불어가 많이 섞인 언어를 쓰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지인들에게 물으니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식문화를 봤을 때도 인근 독일지역과 유사한 음식들이 많아 독일의 영향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국경에서 불과 3~4km 떨어져 있어 저는 Marie, Etienne, Olivier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라인강을 넘어 독일의 국경도시인 오펜부르크로 맥주를 마시러 놀러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국경까지는 자전거로 대략 30~40분 정도 걸렸습니다. 국경지역은 넓은 옥수수밭과 숲이 우거져 있었는데 라인강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펜부르크까지 자전거로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이들이 타는 자전거가 한국에서 타던 일반 자전거와는 다른 경주용 자전거를 타다보니 핸들조작이 익숙치 않아 중간에 넘어져서 손목을 다치게 되었습니다.

통증이 매우 심했지만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는 않았는데 나중에 포르투갈에 도착해서야 통증이 완전히 사라져서 그동안 여행 중간에 가방을 잘 들지못해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어쨌든 오펜부르크에 도착하니 마침 와인축제가 벌어지고 있어 맥주는 없고 화이트와인만 마실 수 있었습니다.

라인강 지역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질좋은 화이트와인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곳으로 우리는 할 수 없이 이 지역 전통음식인 플람쿠헨과 화이트와인을 같이 먹었는데 잔이 두 개 밖에 없어 서로 입을 대고 마셔야 했지만 매우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저에게 한국의 직장문화와 휴가제도, 평균 연봉 등을 물어봤는데 프랑스의 젊은이들 역시 한국의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일자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긴 1년에 5주라는 휴가를 가지고 있는데 교사의 경우 방학까지 있으므로 무려 12주의 휴가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에 사는 저로서는 굉장히 부러운 제도가 아닐 수 없었는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지금의 후진적인 휴가제도를 가족과 시간도 많이 보낼 수 있고 여행도 많이 갈 수 있게 바꼈으면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카르카손에서는 Rolland, Martine 부부의 집에서 2박을 하였습니다. 카르카손은 인구 5만명을 조금 넘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도시로 중세시대 때 축성된 요새로 유명한 곳입니다. 성벽과 요새 안의 집, 성당, 거리 등 모든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요새안의 집들은 대부분 상점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소수의 사람들이 요새 안의 집에서 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가이드북에도 잘 안나와 있고 이 곳으로 여행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생소한 곳이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관광지이며 카르카손이라는 이름의 보드게임이 있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책을 수도 없이 많이 읽었는데 그 책들과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게 바로 이 카르카손 요새의 사진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이 요새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저는 그 때 부터 꼭 이 요새에 가고 싶다고 마음먹었었는데 결국은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카르카손을 가기 전에 저는 Naizin이라는 브르타뉴의 한 조그만 시골마을에 있는 제 현지인 친구 집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거기서 카르카손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집에서 브르타뉴의 중심도시 렌까지 친구가 차로 바래다 주고 TGV를 타고 파리를 거쳐 툴루즈로 가서 또 거기서 카르카손으로 가는 방법과 두번째는 브르타뉴의 해안도시인 반에서 기차를 타고 서부해안인 낭트를 거쳐 보르도가서 거기서 TGV를 타고 카르카손으로 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첫번째 방법으로 갈 경우 12시간을 훌쩍 넘으므로 저는 두 번째 방법을 택했지만 그 역시 9시간 정도 걸리는 긴 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저녁 9시쯤 도착하게 되어 Rolland 아저씨께서 역까지 마중을 나와 차로 집까지 바래다 주셨습니다. 집에서는 Martine 아줌마께서 저녁을 차리고 기다리고 계셨고, 제가 브르타뉴에서 카르카손까지 왔다니까 놀라워 하시면서도 반가워 하셨습니다. Martine 아줌마의 고향은 노르망디라는 프랑스 서북부 지방인데 노르망디는 브르타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제가 브르타뉴에서 머물다 왔고 노르망디에 있는 몽생미셸도 가봤다고 말씀드리니까 매우 반가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Rolland 아저씨는 지중해 근처에 있는 프랑스 남부지방이 고향으로 아저씨의 조부님께서는 이탈리아에서 이주해 오신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Rolland 아저씨께서 사업때문에 브르타뉴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때 Martine 아줌마를 만나서 결혼해 지금은 카르카손에 살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저에게 서로의 문화차이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셨는데, 프랑스 남부는 기후가 따뜻해 올리브를 생산할 수 있어 올리브 절임을 술안주로 먹거나 요리를 할 때는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올리브유만 쓰지만 노르망디는 추운지방이라 올리브를 구할 수 없어 요리할 때는 버터를 쓰고 올리브를 먹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Martine 아줌마께서 남프랑스로 이사를 오고 나서야 올리브요리를 처음 접해보았다고 말씀하셔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브르타뉴에 있을 때 그 지역 전통요리인 크레이프(crepe)를 많이 좋아했다고 말씀드리니까 Martine 아줌마께서 노르망디에서도 크레이프를 많이 먹는다고 하시며 마지막 날 저녁에 크레이프를 요리해 주셔서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습니다.

Rolland 아저씨께서는 전에 사업을 하시다가 지금은 은퇴해서 카르카손에서 여유롭게 생활을 하고 계셨는데 전에 스페인에서 불어를 가르쳤던 경험도 있으셔서 영어, 스페인어에 능통하시고 외국어쪽으로 많은 식견을 가지고 계셨고 저도 부부에게서 불어를 조금 배울 수 있었습니다. Martine 아줌마께서는 전에 일을 하시다가 지금은 몸이 안 좋아지셔서 지금은 일을 하지 않으시고 아코디언 등 몇몇 악기 등을 배우거나 Rolland 아저씨와 합창단 활동을 하는 등 취미생활을 하고 계셨습니다.

몸이 많이 안 좋으셨는데 지금은 그래도 많이 호전되어 앞으로 몇몇의 치료만 남겨놓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Rolland 아저씨께서도 건강을 좀 더 신경쓰게 되셔서 지금은 헬스장에서 운동도 다니시고 고기도 많이 안 드시고 담배도 36살 때 끊으신 이후로 한 번도 안 피운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날 Martine 아줌마께서는 제게 아코디언으로 노르망디 전통음악을 연주해 주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저는 아침을 먹으며 아주머니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으며, 제가 떠날 때는 두 분께서 저를 차로 데려다 주시며 배웅해 주셨는데 그 때에도 그 분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Lluis, Elvira 부부의 집에서 3박을 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툴루즈 중앙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오후 12시경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유명한 성당을 보고 호스트의 집으로 갔습니다. 부부에게는 9살 아들 Jan과 7살 딸 Laia가 있었는데 저는 Jan과 같은 방을 썼습니다. Lluis 아저씨와 Elvira 아줌마 께서는 직장에 다니시는데 제가 도착한 첫날 아저씨께서는 퇴근하고나서 저를 집에서 만나고 바로 영어학원으로 가셔서 저는 Elvira 아줌마, Jan, Laia와 함께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아저씨께서는 밤 11시정도가 되서야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스페인의 실정에 대해서 부부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제서야 왜 아저씨께서 영어학원에 다니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다섯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산업이 관광업과 농업에 치중되어 있다보니 2008년 금융위기 때 엄청난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제일 높았던 청년 실업률이 50%까지 치솟아 청년 2명 중 1명이 놀고있는 상황이 되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야만 되거나 경쟁에 내몰리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외국어를 배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회가 한국처럼 점점 경쟁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카탈루냐지방은 옛부터 공업이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잘 발달되어 있는데다 관광업도 잘 발달되어 있어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방으로 스페인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스페인 정부에서는 정책을 펴는데 들어가는 돈이 부족하게 되어 가장 부유한 카탈루냐 지방에서 세금을 거둬 다른지역에 투자하게 되었는데, 여기에 카탈루냐 사람들이 정부가 카탈루냐의 돈을 카탈루냐에 투자하지 않고 엉뚱한 지방에다 퍼주고 있다며 화가 많이 나 있었습니다. 

이 때가 10월 초 였는데 마침 9월 초에 스코틀랜드에서 독립여부를 묻는 투표가 있었고 이것이 영향을 미쳐 카탈루냐도 독립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르셀로나에 있었을 때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독립을 지지하는 문구들과 깃발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고 이 부부 역시 집에 신생 독립국 카탈루냐의 국기를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설명을 들으니 카탈루냐 지방의 깃발은 노란바탕에 빨간 줄만 있는 형태인데 카탈루냐가 독립국가가 되면 기존 깃발에 흰색 별이 있는 파란 삼각형 바탕을 추가한 국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가게 되면 모든 표지판에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가 병기되어 있는데 이 부부와 자녀들도 집에서 카탈루냐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Lluis 아저씨께서는 말씀하시길 카탈루냐의 문화와 스페인의 문화는 전혀 다른데 스페인인들은 투우 같은 동물을 죽이는 게임을 즐기는 등 야만적인데 반해 카탈루냐의 문화는 스페인보다 더 유럽적이어서 그런 종류의 것들을 즐기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야만적이라는 표현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고 Lluis 아저씨의 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카탈루냐에서는 투우를 법으로 금지하려 하였으나 중앙정부에서 금지하지 못하게 제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탈루냐와 스페인은 18세기까지 별개의 국가였는데 스페인인들이 우리를 점령해서 지금은 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계속 말씀하시길 영국의 중앙정부에서는 민주주의 국가답게 스코틀랜드에게 독립여부를 묻는 투표를 허용한데 반해 스페인의 중앙정부는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카탈루냐에는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스페인정부는 파시스트집단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카탈루냐는 스페인과 언어, 역사, 정체성 등이 처음부터 달랐으므로 이참에 독립해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Elvira 아줌마께서는 이번 11월달에 독립투표를 치를 예정이라고 하시며 갑자기 독립국 카탈루냐의 국기를 보여주시고는 카탈루냐는 꼭 독립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얼굴이 굉장히 희망에 차 보였습니다.

통일을 하려는 한국과는 반대로 유럽에서는 각 지역에서 독립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을 보니 흥미롭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이 부부 덕분에 바르셀로나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마지막 날에는 제가 저녁식사로 전과 같이 쌈밥을 해드렸습니다. 이 가족들은 쌈밥을 굉장히 신기해 하였습니다. 특히 Elvira 아줌마께서는 자녀들에게 제가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을 유심히 보라고 하셨는데 Jan과 Laia가 곧 젓가락질을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Jan은 처음하는 젓가락 질이었는데도 꽤 능숙하게 해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Elvira 아줌마께서 색도화지와 색볼펜세트를 가지고 오시더니 서로의 언어로 메시지를 남기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색을 서로 달리하여 한글로 정성스럽게 덕담을 크게 적었고 못 그리는 그림실력이지만 그림장식도 약간 추가해서 드렸는데 Lluis 아저씨와 Elvira 아줌마께서는 한글을 신기해 하시면서 제가 적은 글의 뜻을 들으시더니 굉장히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Elvira 아줌마께서는 카탈루냐어로 저에게 약간 장문의 글을 쓰고 그 밑에다 자신과 Lluis 아저씨의 싸인을 같이 남겨서 주셨는데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Elvira 아줌마께서는 제게 스페인어 단어를 가르쳐 주실 때 항상 카탈루냐어 단어도 같이 가르쳐 주시곤 했는데, 이런 방법으로 서로에게 추억을 남기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부에서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