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 뭐 이리 덥냐

석가탄신일인 초파일(5.8) 맑은 날씨의 땡볕아래에  달리는 자전거에서

내뱉는 말이 아니다

3일째 마지막 밤을 보내는 울진망양 24시 해변팬션 103호에 새벽에 터져나오는

신음이다

온몸을 지지는 온돌방의 뜨겁띠 뜨거운 열기가 바닥에서 요를 뚫고 끌어올라

땀으로 범벅이다

자다가 깨어나 쪽문을 열어두니 찬 바람이 조금은 들어와 살 것만 같지만 이내

코 끝에 다가온 후끈후끈한 열기에 현관문을 조금 열어두니  제법 선선한게

그제사 겨우 살 만하다...

오늘 자전거 타기도 햇볕에 열기로 만만치 않겠다는 느낌이 들지만  옆에서

주무시는 이상필님(해남 땅끝마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혼자서 걷고 있는,

엄계택님과 같은 마을에 사시는 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챙긴 건 어제밤에 빨아서 복도에 널어놓은 세탁물.

그런대로 대강 다 말랐다.

그런데 여성회원들은 정말 알랑가 몰라

어제 저녁 먹을 때 송동환 고문님이 여성회원들에게 “피곤하니 빨리 방에 들어가서

자라. 여성회원 세탁물은 내가 책임지고 세탁기를 돌리고 말려 놓겠다”고 했다면서

늦은 시간까지 고문님이 건조대에 빨래를 꼼꼼히 널어놓았다는 걸!  

자전거 320km의 마지막 날의 도전이 6시에 시작하였다.
성재위님의 맨손체조 구령에 맞춰 기볍게 몸을 풀고 출발..

다행인 건 고갯길이 없다라는 얘기이다

어제 강원도 삼척 월천리와 경상북도 울진 나곡리를 잇는 길고도 긴, 끝날 것 같은

길이 계속 이어지는 고갯길에 넌더리를 내었는데 그런 길이 없다니

이젠 쉬엄쉬엄 가면 된단다.

 
출발이 가벼우니 여유가 생긴다고나 할까

전날 젊은 회원들(울산의 최도영님, 장재욱님)이 보인 묘기(?)를 눈여겨 봤기에

내나름대로 시도해 보는 여유도 만들 수 있었다

우선 완전 내리막길에서 허리를 바싹 구부려 내달리기에 뒤에서 보면 엉덩이와

약간 고개를 펴든 핼멧만 보여서 마치 내리꽃히는 날쌘 제비같은 자세를 흉내내본다.

완전 내리막길에서는 겁나니까 조금 경사진 길에서 자세취하며 도로 옆을 달리는

내 그림자를 쳐다본다.

허리를 50도,  40도.. 더 구부려보자. 조금 더...
그러려니 엉덩이를 안장 바깥쪽으로 빼야만 했다.
그러자 자전거가 흔들흔들...

또 하나는 달리면서 다리를 좀 쉬게 할 때에 페달에 발을 올려놓는 방법을 바꾸는 일.

지금까지 나는 한쪽 페달은 맨밑에, 다른 한쪽은 맨위로 올려놓는 방법만 취했는데

젊은 친구들은 두 페달을 평행으로 놓고 올라서지 않는가!

역시...!

평행으로 놓고 양쪽 다리에 힘을 주고 페달위에서 버티니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흔들림이 있지만 나름 곡예를 하는 듯한 재미가 좋다

320 km의 여정을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다른 회원의
자세와 기능을 보며 내 자세를 수정해 나가는 시간이 좋았다
 
난생처음 3일 연속, 자전거로 오르막-내리막길을 달려보며 내 자세를 살펴보니
책에서 말하는 것이 내 자신과 맞지않는 부문도 있더라.
특히 언덕길에서는 3단으로 놓고 페달을 원을 그리듯이 계속 밟아야 한다는게
나하고는 영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3단으로 놓고 달리면 발은 열심히 열심히 돌리건만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질 않는 듯
하니 허벅지만 아프고 특히나 심리적인 발작증상이 확 몰려와서 몸이 뒤틀린다.
오히려 페달을 저단으로 놓고 꾹꾹 눌러주는 방식이 편했다.
마치 어르신들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듯, 소가 뚜벅뚜벅 걷듯이 하는게 ..

 이런저런 나만의 페이스와 시간을 깨는 건 22대의 자전거 행렬을 유지하기 위해
옆으로 앞으로 진행하면서 전덕성님과 성재위님의 수신호와 호르라기 소리이다.

정말 다들 애써준다.

22명이 다 일열종대로 쭉 늘어서서 안전하게 바닷가를, 완만한 고갯길을 달리는
모습을 떠올려 봐라

선두에선 최병완 단장과 송동환 고문님이 얘기를 주고받으며 갈 방향을 잡고
일행의 속도가 늦지도 빠르지도 속도를 조절해 나간다

세 번째 위치는 (첫날부터 마지막 포항까지 대부분을 세 번째 위치로 딱 자리잡은)
심명자님. 정말 조용히 잘 탄다.

그 뒤엔 지난 1월에 메콩강 3,000 km를 달린 베테랑 김미숙님,
다섯번째는 신종순님(다들 놀랜다, 분면 작년까지만해도 나동원님이 시간날 때마다
이리해라 저리해라 코치를 했다는데 이번에는 자전거 실력이 완전히 역전되었다고)
 

그 다음이 중간중간에 지원차량에 동승해서 챙겨주시다가 자전거도 타신 신영숙님,
그리고 창원의 멋진 정귀순님....
8번째는 연세대 교환학생인 쉐논과 홍콩에서 온 브랜다.

그뒤엔 쉐논과 브랜다를 보호하려 밀착관리하는 나동원님.

11번째는 언제나 배낭을 걸머쥐고 달리는 강승호님. 힘도 좋다. 지원차량에
실으면 될 것 같은데 꼭 등에 붙이고 다닌다

그리고 초보자인 나
다음이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끈기있게 도전하는 김광숙님
 

그 뒤로 7회째의 이번 자전거타기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면서 노래기기를
크게 틀어주어 심심챦게 해준 김성길님

전남에서 멀리 참가해 주신, 이침 저녁 식사때마다 잘 챙겨주신 이창묵님
그리고 맨뒤에서는 젊은 최도용님과 정재욱님이 든든히 받쳐준다

거기에다가 철인3종 경기선수인 하수현님이 중간중간에 자전거 타는 요령을
알려주고, 송상기님은 일행에서 잽싸게 빠져나와 일찌감치 앞쪽에 나가있다가
지나는 일행의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해 주고 엄계택님은 지원차량 운전으로
모든 게 조직으로, 시스템으로 착-착-착 움직여 나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아침 6시에 출발하여 11시경에 점심을 짜장면으로 간단히 때우고...  
 

그렇게 잠시 쉬고  또 달리고 쉬고

달리고 쉬고 달려
포항에 도착한 게 오후 3시반.

모두들 안전하게 320 km를 완주하였다
지금까지 7번째인데 사고없이 마무리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란다

------------------------------------------------------------------

우리 서바스회원들의 자전거 행렬이 지나갈 때 마주오며 지나가는 동호회 회원들과
격려의 인사에 힘을 내고.

산길을 지날쯤 주변 뽕나무에 새까만 오디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따먹으면 좋으련만

쏜살같이 내달리는 행렬에 조금이라도 뒤쳐질까 그냥 지나친 아쉬움도 있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날 때에 바로옆으로 빵빵이를 크게 눌러대며 스쳐지나가는
트럭의 횡포에 움찔해 하기도 했지만

중간중간에 선크림도 챙겨주는 경남 창원회원인 정귀순-성재위 부부덕분에

안전하게 320km의 완주....
그 힘든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울진사이의 고갯길도 쉬지않고 올라온 완주...

7만원짜리 자전거  타고 외친다
“남이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