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형제의나라 터키서바스 2

김영숙 2006-07-29 (토) 10:13 조회:2086

형제의 나라 터키서바스 2

한국을 떠나기 직전에 7월 8일에 dayhost를 해주겠다는 메일을 보낸, 베툴 요렐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1시까지 탁심의 마르마라호텔 앞에서 만나자. 파란승용차를 타고 올 것이며, 어머니도 동행할 것이라고 했다. 여행가방이 무거워서 택시를 타고 마르마라 호텔로 가니 호텔 앞에 벌써 파란 소형승용차가 정차해 있었다. 차에서 내린 베툴이 ‘김’하고 대번에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포옹인사를 했다. 은행에 근무한다는 그녀는 아담한 몸매에 오똑한 코와 큰 눈이 귀여운 아가씨였다. 그녀의 어머니 아틸랴는 시종 미소를 머금은 동그란 짝짝이 눈이 너무나 다정해보였다. 뚱뚱한 그녀와 터키식 인사를 했는데 나보다 나이가 한살 적다는 그녀의 넉넉한 품이 마치 엄마나 할머니의 품같이 푸근했다. 그녀는 영어를 하지 못해서 딸이 통역을 해 주었다. 마침 남편이 출장중이어서 오늘 딸과 동행하여 서바스 손님을 대접하러 왔다고 했다.
베툴은 빠른 말투로 영어를 유창하게 했다. 예전에 이스탄불에 와서 유명한 곳은 대충 다 보았으니 관광코스에 들어가 있지 않은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럽사이드 구시가지에서 에미네뇌뉘 부두를 지나 골든 혼을 옆으로 끼고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보행자신호를 안 지키는 사람들이 많고 운전수들은 난폭운전에다가 걸핏하면 빵빵 크락숀을 울려댔다. 시내곳곳에 유적이 너무 많아 함부로 도로를 낼 수가 없어서 교통이 늘 혼잡하다보니 운전수들이 참을성이 없다고 했다. 베툴은 양옆으로 끼어드는 차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데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가끔 한국운전수들이 난폭해서 한국에서 핸들을 잡을 수 없다고 하는 외국인들이 있는데 터키에서 운전하는 것이 더 힘들 것 같았다. 베툴의 어머니는 계속 운전 좀 차분히 하라고 딸에게 주의를 주는 것 같았다. ‘너의 엄마는 backseat driver(운전석옆이나 뒤에 앉아서 운전참견하는 사람)로구나. 나의 남편도 역시 backseat driver야. 그래서 나는 남편이 옆에 앉으면 절대 핸들을 안 잡아’ 라고 내가 말하니 자기도 엄마를 태우면 야단을 너무 많이 맞는다’라고 했다.
골든 혼이 바라보이는 ‘삐에레 로티’ 언덕으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삐에레 로티’라는 프랑스 시인이 있었다. 그는 하렘에 있는 술탄의 대신의 여자를 멀리서 한번 바라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서 이스탄불에 정착했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여 계속 그녀를 위한 시를 썼다. 짝사랑이였지만 나중에는 그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게 되었으나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 그의 사랑을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한 시인은 이스탄불에서 죽어서 이 언덕에 묻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베툴이 해 주었다. 당뇨병에다 고혈압 등 지병이 있다는 그녀의 어머니는 계속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숨을 헐떡거려서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경치좋은 곳에 앉아 차나 마시자고 내가 제안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언덕 야외카페는 전망좋은 좌석이 거의 다 차 있었다. 한참 두리번거리며 찾으니 한 테이블에 어떤 할머니 혼자 앉아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합석했다. 바로 눈아래는 짓푸른 골든 혼의 바닷물, 그리고 만 건너편 신시가지에 이름모를 수 많은 이슬람식 사원의 첨탑들이 구름 한점없는 푸른 하늘에 솟아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한 장의 아름다운 그림엽서를 보는 것 같았다. 매미소리가 시원한 나무그늘아래서 앉아 있다가 따가운 햇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지는 대낮이었다. 오래 앉아 있을 작정으로 간단한 음료를 주문했다. 음료가 나오자 아틸랴가 그때까지 내내 들고 다니던 비닐봉지안에 빵인지 비스켓인지 넓적한 것을 꺼내 내게 권하고 딸에게도 하나 건냈다. 두 사람이 나를 만나려 오느라고 점심먹을 시간도 없었던 것 같았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엄마들은 다 똑같다. 나도 항상 절약이 몸에 배여서, 유원지에 놀러갈 때는 너의 엄마처럼 먹는 것을 집에서 싸들고 간다. 너와 어머니 두 사람 다 점심을 못 먹은 것같으니 좀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기로 하자. 전통적인 터키음식을 맛보고 싶으니 전통요리를 잘하는 식당으로 같이 가자. 내가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말하자,
딸이 내 말을 엄마에게 통역했다. 야틸랴는 나를 보고 사양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천경자의 여인도가 그려진 손수건을 엄마에게 주고, 베툴에게는 매듭으로 된 핸드폰 줄을 선물로 주니, ‘그 먼나라에서 오면서 우리들에게 이런 선물까지 들고 오다니, 김 너는 정말 친절하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한국사람도 터키사람처럼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그리고 손님에 대한 환대라면 우리 한국인도 너희들 터키인에게 지지않는다. 한국여자들은 손님이 오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리고도 별로 차린 것이 없지만 많이 드세요.' 라고 말한다.‘
‘어쩜 한국과 터키가 참 비슷하네요. 우리 터키에서도 그래요. 옛날에 우리 할머니께서는 손님을 초대해놓고, 부엌에 있는 모든 재료를 동원해서 하루종일 음식준비를 하고는 손님앞에서 변변치못한 식사라고 말하던 기억이 나요. ’
한국과 터키의 공통점과 다른 점이라든가, 터키 풍습, 서바스이야기, 그리고 한국전에 참전한 터키병사에 얽힌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 중 베툴에게서 들은 한국전 당시 참전군인에게 일어난 실화를 소개하면,
그녀가 아는 사람의 아들이 한국전에 참전했는데 아들이 전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슬람에서는 나라를 위해 전사한 군인들은 저 세상에서 낙원에 들어간다고 믿고 있으며, 영웅이나 순교자와 반열로 올려 추앙하며, 성대한 장례식을 올린다고 한다. 전사한 그 군인의 아버지의 집에서는 이슬람식으로 죽은지 40일 후에 모든 일가친지와 성직자들을 모아 놓고 성대한 장례식을 올렸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 죽었다고 장례식까지 치른 그 군인이 살아서 귀향했다.

또 하나 비극적인 실화는,
역시 한국전에 참전한 한 젊은 병사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터키로 전해졌다. 그 젊은이의 아내는 남편이 전사해서 의탁할 곳이 없자 이슬람의 풍습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시동생과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식을 올리고 며칠이 안되어서 죽었다던 남편이 멀쩡하게 걸어서 집으로 들어 왔다. 사랑하는 남편이 살아있는 줄도 모르고 시동생과 신혼살림을 시작한 아내의 충격은 과연 어떠했을까. 전사한 것으로 보고가 된 그 병사는 전장에서 심하게 부상을 입었는데 어느 한국인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극진히 치료하고 간병을 해서 되살려 놓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아틸랴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기에 대고 터키말로 한참 이야기하더니 수심이 가득 찬 얼굴로 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남동생이 군에 있는데, 배탈이 나서 엄마한테 위로의 말이나 좀 들으려고 전화한 모양인데 통화가 자꾸 끊어져요. 터키의 모든 남자는 헌법에 규정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16개월이예요. 군인 출신으로 터키공화국을 세운 아타튀르크대통령을 비롯하여 터키에서는 군인이 국민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고 있어요. 그러나 군기는 다른 어느 나라 군대보다 엄해요. 올해 20살인 남동생은 외동 아들로 응석받이로 지내다가 난생처음 군대라는 조직에 들어가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느라 무척 견뎌내기 힘들어해요. 동생의 전화를 받는 날이면 엄마가 걱정해서 잠도 못 주무세요‘라고 했다.

삐에레 로티 언덕을 내려 와 다시 차를 타고 이스티칼거리에 있는 하지 압둘라 식당으로 갔다. 100여년전 오스만 터키시절에 개업을 했는데, 술탄 압둘하미드 2세가 직접 경영허가서를 내려준 식당이라고 했다. 그 당시 술탄은 식사 때마다 다른 요리를 먹었는데 케밥만해도 그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진열장에 있는 다양한 음식을 보니 과연 터키음식이 중국음식, 프랑스음식과 함께 세계 삼대 요리로 유명하다는 말이 실감이 갔다. 야채, 생선, 양고기, 소고기, 각종 치즈, 단과자등등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몰랐다. 베툴이 골라준 메르지메크 초르바스라는 콩스프와 술탄이 좋아해서 Hunker Bgendi(Sultan liked it의 뜻)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양고기와 가지로 만든 요리를 주문했다. 또 양고기를 곱게 갈아 다진 양파와 파슬리. 계란양념을 넣고 반죽해서 만든 우리나라 떡갈비에 해당하는 쾨프테와 볶은 밥을 포도잎과 호박잎에 싼 도르마와 야채 샐러드, 그리고 요구르트를 물에 희석해서 만든 비알콜음료 아이란도 주문했다. 국제적인 위장(International stomach)을 가진 나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기행을 천천히 즐겼다. 터키음식은 대체로 한국인 입맛에 맛는 것 같았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아틸랴가 불쑥 오늘 밤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이미 써잔집에서 이틀 밤을 지내기로 했으니까, 어머니의 건강도 안 좋으니 손님인 내가 가면 무리하실 것 같다고 베툴에게 사양의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 아마 저녁식사 초대에 대한 답례인 것 같았다.

아틸랴는 몇 번이고 딸에게 나를 초대하자는 뜻의 말을 하는 것 같았으나 내가 걔속 사양하니 단념한 듯 인슐린을 맞을 시간이 되어 먼저 집으로 가야한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제 제법 익숙하게 아틸랴와 정감어린 터키식 작별인사를 했다. 베툴과 나는 오늘 밤 이스탄불의 서바스회원들이 모이기 위해 예약해둔 네비자데거리에 있는 술집으로 갔다.

김성례: 중국,프랑스에 이어 터키가 세계 삼대요리라니 그곳에 갈 때는 필히 다이어트를 하고 가야게서요..ㅎ.. 터키회원어머니이야기나 군대간 아들이야기등이 증말 터키는 우리랑 문화가 흡사한 면이 많은 거 같애요~ -[08/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