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서바스-NZ여행기2

김영숙 2005-01-07 (금) 10:59 조회:1733

2 .베낭여행 7일간
12월15일
아침 Sally와 Chendra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rent car회사에 갔으나, 어제 운전연습 후로 우리 둘다 아무래도 운전이 내키지 않아서, 차를 빌리지 않고 bus로 여행하기로 했다. 오늘 밤 알렉산드라의 서바스 집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이라 Adam Kay에게 못가게 되어 미안하다는 전화를 했다. 그녀는 한국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유감이라고 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큰 트렁크가 문제였다. 그래서 24일과 25일에 호스트받기로 한 크라이스트처치 Dorothy할머니 집에 짐을 맡기고 작은 트렁크와 베낭만 메고 떠나기로 했다. Dorothy에게 전화로 양해를 구하니 우리 짐을 맡아주겠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찾아 간
Dorothy의 집은 크라이스트처치 외곽에 있는 주택가였다. 주소를 보고 차를 내린 집은 단단해 보이는 돌집인데 집앞에는 꽃도 잘 가꾸어져 있었다. 대문이 잠겨 있어서 문에 달려 있는 종을 흔드니 옆집에서 웬 히피같이 보이는 남자가 와서 Dorothy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면서 자기가 열쇠를 가져다 열어주겠다고 했다.
이웃 남자의 도움으로 가방을 현관으로 옮기는데 Dorothy가 산책에서 돌아왔다. 도로가에 면한 침실로 우리 짐을 옮겨주면서 그방을 쓰라고 했다. 우리가 한참이고 큰 트렁크에 무거운 짐을 넣고 작은 가방에 23일까지 쓸 물건을 챙겨 넣는 동안 도로시는 부엌에서 뭔가를 썰며 음식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우리들 때문에 당황하는 내색이었다. 내가 부엌에 가서 우리 점심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미 식사를 했어요 하니까 그럼 차대접을 하겠다고 했다. 짐을 다 챙기고 거실에 앉아 차와 핫케익을 대접받았다. 다소 낡은 집이지만
손자손녀사진을 넣은 액자가 벽과 탁자위에 진렬되어 있고 크리스마스카드가 창가에 수북히 걸려 있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카드를 100장이나 썼어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 혼자서 사는 외로운 할머니가 카드를 100장이나 쓰다니 ! 아까 대문을 열어 준 남자는 옆집에 혼자 사는 자기 아들이라고 했다. 우리가 호스트에게 가져온 노리개를 선물로 주니 이런 좋은 선물을 받아서 영광이라고 우아하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우리를 시내 i까지 데려다 주고 12월24일 밤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i에서 16일 퀸스타운으로 가는 관광버스표를 샀는데 일본인관광객 단체가 전세 낸 버스에 빈좌석이 나서 반액으로 구입했다. 우리나라 60년대 여인숙같은 희미한 백열등이 달린 옥시텐탈 백패커스 트윈룸에서 잠을 자고 16일 아침 5시에 기상하여 7시30분에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탔다. 새벽부터 주룩주룩 내리는 비 때문에 아름다운 경치를 놓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버스운전기사겸 관광가이드인 Tom이 한손으로 운전하고, 한손으로는 연신 제스쳐를 써가며 마이크로 New Zealand 이야기, 관광안내, 사람사는 얘기등으로 관광객들을 웃겼다. 지나치는 동네와 소도시마다 상세히 소개를 하고 그곳 지명이 나오는 노래까지도 불러 주었다. 읍쯤되는 소도시를 지나며, "여기는 Ashburton이라는 곳인데 엄청나게 큰(huge라는 단어의 억양을 높게 길게 빼면서) town입니다. 인구가 자그마치 일만오천명이나 되고요, 좌우간에 읍내에 신호등이 두 개나 됩니다."라고 하자 사람들이 와-하고 웃었다. "우리가 가는 퀸스타운은 인구가 칠천오백이고 신호등이 하나도 없어요"- 퀸스타운에 가서 며칠 있는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니 실제로 신호등이 하나도 없었다.
뉴질랜드는 남섬만해도 면적이 15만평방km로 남한보다 1.5배이상 넓지만 남섬의 인구는
100만도 채 안되고 그중 제일 큰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인구가 30만 남짓 되는데 마산보다 적다. 더니든도 큰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는 11만으로 면적은 서울의 두배도 더 된다. 소도시라는 것이 인구 몇백에서 몇천이 보통이고 지도상에 나와 있는 지명이나 꽤 유명한 곳도 수백명이 대다수다. 관광버스라 퀸스타운 가는 길에 중간중간 들러서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뉴질랜드에서 제일 높다는 마운트 쿡에 내려 점심을 먹고 버스를 갈아 타기 전에 산책을 했다. 날씨가 활짝 개어 눈을 이고 선 장엄한 마운트 쿡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완전 등반 차림의 일본단체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양지바른 잔디 위에 일본사람인 듯한 한 동양 남자가 수채화 도구를 벌려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우리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는 우리 두사람의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일어났다. 일본에서 교사를 하다 정년퇴직하고 혼자서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그는 갑자지 차례자세를 하더니, "일본이 과거 한국에 저지른 나쁜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90도나 꺾고 절을 하는 것이었다. 과연 교과서같은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테카포호수, 푸카키호수도 구경했다. 그림엽서에서 보던 바로 그 절경이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다보면 차창에 비치는 풍경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푸른 초원위에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는 흰 양떼들이다.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묵묵히 푸른 풀밭에 딱 붙어 있는 양떼는 멀리서 바라보니 햐안 구데기 떼처럼 보였다. 목축업은 이 나라의 주요산업으로 양의 수효가 뉴질랜드인구의 10배나 된다고 한다. 공항에서의 까다로운 가방검사는 해외 여행객의 짐에 해충이나 세균들이 묻어 들어오는 날에는 이 나라의 농업이나 목축산업뿐 아니라 생태계에 약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는 등산화 바닥에 묻은 흙까지 검사할 정도다.
장장 열두시간이 걸려서 퀸스타운에 도착했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일본관광객들은 다
호텔에서 내리고 숙소예약이 안 된 우리는 관광안내책자에서 본 Resort Lodge 근처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이미 저녁 8시가 지나 거의 모든 백팩커즈의 리셉션은 직원이 퇴근해 버린 뒤였다. 지친 다리를 끌고 한참 걸어 YHA로 가 보았으나 빈방이 없었다. YHA에서 소개해준 숙소에 가니 직원이 근무시간이 지났다고 방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날은 어두어지고 몸은 지쳐 있었다. 호수가의 아름다운 호텔이 손짓하며 우리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나는 피곤해서 약간 짜증이 났지만 단호하게 그 유혹을 물리치고 다른 백패커스를 알아보자고 고집했다. 남편은 내가 원하면 금방이라도 그 호텔로 들어가 방을 정하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학회로 해외여행을 하면 항상 호텔에서 묵는 남편이 또순이 마누라와 베낭여행을 하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알뜰여행을 약속하고 떠났기 때문에 여기서 질 수가 있나. 무거운 짐을 들고 한참이나 발품을 판 후에 리셥션이 열려 있는 The Flaming Kiwi라는
Backpackers를 찾아 내어 4만원정도의 twin room을 얻었다. 순진하게 보이는 리셥션 아가씨가 숙박비도 안 받고 방을 안내해주는데 방이 깨끗하고 더구나 창앞에 널찍한 베란다가 딸려 있고 곤돌라가 보이는 푸른 산도 보였다. 공동 샤워와 화장실도 바로 방옆에 있었다. 우리는 마치 거의 공짜로 일류 호텔방에 투숙한 것처럼 신이 났다. 저녁을 지으려고 아래 층 부엌으로 내려 가다가 아까 그 reception 아가씨를 만났다." When do we have to pay?" 하고 물으니,"Pay what?" 하고 되물었다. 내가 "Pay for the ROOOOM."하고 말하니 주먹으로 자기 이마를 때리며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지금 지불해야죠"라고 했다. 순진한 것은 좋으나, 저렇게 맹해서는 숙객이 돈도 안내고 새벽에 줄행랑을 치면 주인한테 쫓겨나기 십상이겠다.
Backpackers는 twin 혹은 double room 1박에 3만 8천원에서 5만원이내라서 값이 저렴해서도 좋지마는 전세계를 여행하는 젊은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고, 시장을 봐다가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어서 음식값이 덜 들어 좋다. 특히 부엌에서 요리와 식사를 할 때 외국여행객들에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자연스런 기회가 된다. "야 너희들이 만들고 있는 요리가 맛이 있어 보이는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등. 요컨대 자신이 자기시간과 여정과 일정을 스스로 짜고 스스로 콘트롤하는 자유와 여유가 있어서 좋고, 여행와서 가이드에게 끌려다니며 보여주는 것만 보는 수동적인 여행을 할 필요가 없다. 백패커스는 주로 젊은 이들이 사용하는 숙소이지만 때로는 우리같은 젊은 노인들도 한방에 4명, 6명이 자는 도미토리는 좀 무리지만 트윈룸에서라면 편히 잘 수가 있다. 흠이라면 샤워와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만 대개는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차례를 기다리면 큰 불편이 없다.
Flaming Kiwi의 부엌은 자그마해도 화구가 4개씩 딸린 전기곤로가 두군데나 있고 요리에 필요한 부엌집기를 다 갖추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니 이미 스웨덴 아가씨들이 요란하게 지지고 볶아대며 뭔가를 요리하는 중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고기굽는 법 야채 볶는 법등을 가르쳐 주고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실로 갔다. 2달라 짜리 동전을 넣고 세탁기를 돌려 놓고 부엌으로 와보니 집에서는 라면밖에 끓여 본 적이 없는 남편이 서투른 솜씨이지만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야채를 썰고 고기를 굽느라 한창 신이 나 있었다. 남편은 이번 여행에서
backpackers부엌에서 요리를 해서 먹어 본 것이 자기에게는 또 하나의 신선한 경험이라고 했다. 스테이크위에 mushroom gravy sauce를 끼얹고, 브로컬리, 양파, 당근. 피망, 토마토등을 볶아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12월 17일
아침은 집에서 가져간 시레기국에 쌀밥으로 아침을 먹고 느지막이 skyline gondola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올라 눈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퀸스타운의 전경을 내려다 보았다. 퀸스타운은 뉴질랜드의 진주라고 불리는데 정말 그 이름이 실감이 났다. 호수를 끼고 있는 호반의 소읍인데 코발트색 호반에 흩어져있는 자그맣고 예쁜 단층집들, 뒤에는 가파른 산록이 감싸 안 듯 우뚝 서있고, 호수너머로는 눈에 덮힌 Remarkable 마운틴이 이름 그대로 위용을 자랑하며 떡 버티고 서있다. 두 개의 반도가 호수안으로 뻗어 있고 하나는 유명한 골프장이고 하나는 수목과 화훼가 가득한 정원을 이루고 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와 같은 분위기면서 그보다 더 아담하고 아름다웠다. 산위 숲길을 약 30분정도 걷다가 내려와서 TSS Earnslaw증기선을 타고 Wakatipu호수를 쿠루즈했다. 오래 전 옛날에는 석탄 때는 증기선이 화물을 싣고 승객을 나르는 주요 해상교통기관이었는데 지금까지 그 옛날 배를 그대로 관광용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듬직한 중년부인이 배안에서 피아노를 치자 관광객들이 피아노주위에 모여 마치 한가족같이 화기애애하게 합창을 했다. 귀에 익은 서양민요들이었다. 우리도 가까이가서 손뼉을치며 따라 불렀다. 배를 내려 퀸스타운 Garden을 산책한 후 여행 후 처음으로 호숫가 중국집에서 점심을 사 먹었다.
오후에는 퀸스타운에서 테아나우로 향했다. 테아나우에 도착하니 7시가 약간 넘었다. 우선 한국에서 3일간 예약을 해둔 Barnyard Backpackers에 전화해서 하루만 숙박하겠다. 나머지 2일은 취소하겠다고 통보하고, 다음 날 숙박은 중심지에 있는 Steamer's Backpackers로 예약했다. 12월 19일 숙박을 위해서 Queen's Town의 Resort Lodge에도 전화예약을 했다. 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에 Fox Glacier 와 Arthur's Pass에 있는 두 숙소도 전화로 예약취소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 Christchurch의 Sally에게 전화를 해서 더니든 서바스명단을
Steamer's Backpackers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길가의 공중전화 박스에서 추워서 덜덜 떨면서 차례를 기다려 안 걸리는 전화를 두 세번씩 시도하여 이 6통의 전화를 다 거느라 너무 초조해서 입에 침이 말랐다. 다시 i로가서 내일의 일정으로 밀포드사운드를 예약하고, 다음 날 아침 시내로 나오는 택시예약까지 마치고 나서 시계를 보니 7시45분이었다. 앗차 예약한 backpackers에 8시까지 가야하는데 여기서 8-9Km나 떨어져 있다니 큰일이다. 만일에 8시
이후에 도착하면 check-in도 못하고 숙박비 전액이 카드로 지불되어버리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부리나케 택시에 올라타니, 산 모퉁이를 돌고 돌아 어느 외진 곳에 있는 통나무 집앞에 내려준다, 오후 7시58분이었다. 차에서 뛰어 내려 숨을 헐떡거리며 Barnyard
Backpackers라고 써진 문을 밀고 들어가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리셉선 직원이 하는 말이
"You made it !"였다.
Backpackers는 값이 싼 대신 인건비 때문에 오후 8시면 직원이 퇴근해 버리고 문을 닫기 때문에 도착시간에 신경을 써야 한다. Barnyard bakpackers는 테아나우시내에서 8-9km떨어져 있는 대신 광대한 대지위에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수십개의 방갈로로 방도 널찍하고 ,
twin room에 화장실까지 구비되어 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앞에는 수만평의 목초지 위에 사슴이랑 말들이 노닐고 있는 멋진 숙소였다. Rent car만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이곳은 저녁 9시반이 되어야 어둑어둑해져서, 방에서 저녁을 해 먹고 짐을 챙기고 밀린 빨래를 다 하고도 멀리 산너머로 아름다운 석양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12월18일 아침, 밤새 오던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7시20분에 예약한 택시를 타기 위해 가방을 들고 비속에서 7시전부터 기다렸는데 예약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테아나우시내에서 출발하는 Milford Sound Tour를 두사람이 296달라를 주고 예약해두었는데 출발시간에 늦으면 큰일이다. 차를 노치면 돈도 달아나고 테아나우에서 하루를 공치게 된다.
서바스가족과 헤어지고부터 위기의 연속이다. 택시회사와 여행사에 전화를 해야하는데
roaming service 받은 핸드폰도 산속이라 그런지 계속 불통이다. Reception 직원도 아직 출근 전이라 연락할 방법이 없어 비를 맞으면서 우왕좌왕하다가 그곳에 숙박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통사정하여 겨우 전화카드를 빌려 통화를 했다. 예약한 운전기사는 7시전에 와서 사람이 없어 그냥 되돌아 갔다고 한다. 무슨 얘긴지. 양심적인 관광국가의 택시기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그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우고 있다가 다시 숙소 로비로 들어가 젊은 여행객의 전화카드를 빌렸다. 오늘 tour를 예약한 여행사로 연락해서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는 언약을 받고 다른 택시를 불러 20분이나 늦게 약속된 출발장소에 도착했다.

봉고차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가이드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은퇴하고 여행중인 영국인 의사부부와 스위스 출신 젊은이 Roman이 동행이다. 테아나우에서 밀포드사운드까지는 약 120Km. 가는 길이 절경이다. 중간에 폭포랑, 우거진 밀림속 숲길이랑 몇차례 차를 세우고 구경도 하고 산책도 해가면서 간다. 밀포드사운드로 가까워지면서 산세가 거의 수직으로 치솟아 차창 넘어로 산정상을 보려면 고개를 낮추어 눈을 치떠야 할 지경이다. 협곡을 넘어 갈 때는 폭설이 퍼붓는다. 내가 "What kind of summer is this?"하니까 가이드양반의 답왈 "Weird"-해괴망칙하는 뜻이다. 가이드는 운전을 하면서도 계속 산세나 경관보다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동식물 박사다. 나무나 꽃, 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름이 없다. 길가나 들판에 뒤덮인 노랑꽃을 가리키며 저런 것들이 한국에도 있느냐? 없다고 하자,"Good
for you"한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잡초란다. 보라색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곳에 차를 대고 사진촬영을 했다. 루핀이란 꽃인데 원래는 영국의 정원에서 피던 꽃으로 뉴질랜드에 와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의 자연 사랑은 대단했다. 숲길을 산책하다가 어느 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는 여간 단단한 나무가 아니다. 반지제왕 봤냐? 간달프가 짚고 다니던 지팽이가 바로 이 나무로 만든거다." "이 잎사귀 좀 봐라. 이것은 나이 어릴수록 이 길쭉한 잎사귀가 질겨서 그대로 구두끈으로 사용해도 된다.""어! 이것봐라. 이 잎사귀들이 왜 이렇게 시들었지" 지나다가 말라 시든 식물을 보면 한참 걸음을 멈추고 이리저리 살피며 걱정을 한다. 내가 가지가 부러져서 그런 것 같다고 하자 너무나 불쌍하고 가련해서 마치 죽은 자식대하듯 안타까워한다. 자연보호정신을 이 사람들 뿐 아니라 다른 Kiwi(뉴질랜드인의 별칭)들에게서도 볼 수 있었다. 웬만한 동네에는 반드시 소위 DOC가 있는데 등산이나
트래킹을 하려는 사람은 누구든 여기에 신고하라고 되어있다. DOC는 Department of
Conservation, 곧 보호청이다. 자연이라는 말도 없다. 으례 보호하면 자연보호라고 이해될 만큼 자연보호는 전 국민의 머리속에 세뇌되어 있는 듯하다. 사람사는데 인공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공을 가하더라도 가급적 자연을 살리는 쪽으로 인공을 최소화하고 필요하면 우회하고 불편도 감수한다. 길을 닦거나 집을 지어도, 담을 쌓거나 다리를 놓아도 여기서는 우리처럼 크게크게를 고집하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로 규모도 작다.
오늘 계획한 루트번 트래킹을 시작하는 곳에 이르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가이드없이하는 트래킹인데 왕복 3시간정도 걸린다. 트래킹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나름대로 평지에서 구경거리가 있다. 트래킹하는 사람은 나중에 데리러 온다고 했다. 남편과 내가 트래킹을 하고 싶다고 하자 영국인 부부와 스위스 청년은 자기들은 이런 날씨에 차안에 있겠다고 했다. 가이드가 이런 날씨에는 좀 위험하다고 극구 말렸다. 일본인 한 그룹이 차에서 내려 트래킹 길로 접어 들고 있었다. 그 일본인들을 따라 갔다 오면 될 것 같았지만 우리는 뉴질랜드까지 여행와서 산에서 낙상이나 당하는 위기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이드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드디어 그 유명한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했다. Kipling이라는 사람이 와 보고 이곳이 세계의 8대 경이 중 하나라고 했다고 한 그 밀포드 사운드. 1823년인가, John Grono라는 영국인 물개잡이가 여기를 와 보고는 자기 고향인 Wales의 Milford항구 이름을 따서 Milford Sound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Sound는 협만이라고 번역하는데 거대한 빙산이 지나가면서 산을 깎아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양옆으로 서있는 좁은 만인데 그 길이가 16km에 이른다. 165m 짜리 폭포도 있고 물개들이 바위위에서 한가로이 누워 햇빛을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경치를 즐기다가 추우면 선실로 들어 와 따끈한 차도 마시고 하니 두어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배를 내려 선창가에서 우리일행 5명을 기다리던 봉고에 다시 올랐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데 숲길에서 차가 선다. 가이드가 가리키는 앞길 가운데 사슴이 한 마리 서있다. 뉴질랜드에서 수십년 운전하고 다니며 이렇게 길에서 야생 사슴을 본것이 두 번째라고 하며 흥분한다. 내가 ,"Something good is
going to happen," 이라고 하니 앞에 앉은 할머니가, "Yes, of course" 하며 맞장구를 친다.
Te Anau로 돌아오니 오후 6시. 아직 해가 넘어가려면 3시간 반이나 있어야 한다. 내일의
tour로 반딧불 동굴을 둘이 82달라에 예약을 하고, 오후 늦게 퀸스타운으로 돌아가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나서 스테이크하우스에 가서 이번 여행의 두 번째 외식을 스테이크로 포식을 하고 어제 예약해 둔 Steamer's Backpackers로 왔다. 엄청난 부지위에 건물이 수십동이나 되는 대규모의 숙소였다. 사람들에게 묻고묻고 해서 간신히 우리 방을 찾아 들어가니 이미 8시가 훨씬 넘었다. 이층 침대인데 자세히 보니 이불이 보이지 않았다. 앗차! 여기는 이불을 돈주고 빌리는 곳이로구나. 남편이 reception이 있는 건물로 이불을 빌리러 갔다.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바지를 두 개씩 껴입고 등산복까지 걸치고 누웠다. 다행히 조그만 전기히터가 있어서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12월19일
늦잠을 자고 커다란 부엌(이때까지 자 본 backpackers중에서 이곳 부엌 시설이 최고임)에서 아침을 해먹고 check out 한 뒤 i에다 짐을 맡기고 테아나우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길에서 어제 같이 밀포드사운드로 간 Roman을 만났다. 테아나우는 인구 1500명의 소읍이니 거기가 거기인 모양이다. Roman이 어느 식당앞 탁자에 앉아 햇빛을 쪼이며 밀가루 전병같은 빵으로 혼자 아침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어제 밤에 이 근처 호수옆 Lakeview Backpackers에서 잤는데 78살되는 할아버지를 거기서 만났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했다. 참 멋쟁이 할아버지이다. 우리도 그 나이에 다시 이런 베낭여행을 하며 베낭족들의 숙소에서 잘 수 있을까.
로만은 스위스청년으로 일년간 세계여행을 하는 중이란다. 이 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과 차를 처분했기 때문에 돌아가면 빈털털이가 된단다. 일본, 인도 호주등을 거쳐 여기 뉴질랜드에 와서 생전처음 sky diving도 해봤단다. 이제 어디로 갈꺼냐고 물으니 남미로 간단다. 거기는 물가가 싸서 하룻 밤 숙박비로 5000원이면 충분하고 식비는 한끼에 몇백원이면 된단다. 거기서 6개월 여행하다가 중미 쿠바를 거쳐 스위스로 귀국할 거란다. 귀국해서는 어쩌려고? 하고 물으니 심리상담공부를 해서 문제있는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살겠다고 한다.
잘해 보라고 하고 걷다가 또 어제 동행했던 영국인 의사부부를 만났다. 그들도 오늘 오후 우리와 같이 2시반에 반딧불동굴을 보러 간다고 한다.
테아나우 반딧불동굴(Glowworm caves)은 테아나우 호수 건너편에 있는 지하 석회동굴인데 12,000년 된 동굴이다. 테아나우라는 지명의 말뜻이 물이 소용돌이 치는 동굴이란 뜻이어서 틀림없이 그러한 동굴이 근처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탐색을 해서 찾아낸 것이 바로 이 동굴이다. 이 동굴 속을 흐르는 냇물에 작은 보트를 띄우고 그것을 타고 한참 들어가는데 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말소리를 내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내가 반딧불을 자세히 보려고 후레쉬를 켜자 내 손목을 아플 정도로 세게 잡으면서 제지를 했다. 같은 배에 탄 10여명의 관광객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깜깜한 동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 마치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수많은 별처럼 보이는 glowworm은 자연의 경이 그 자체였다. 이 캄캄한 동굴 속에 어떻게 저런 생명이 저렇게 아름다운 빛을 발하면서 저렇게 고고하게 살고 있을가? 왜 하필이면 이런 곳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설명에 의하면, 모종의 날파리가 되기 전 유충단계에서 먹이사냥을 위하여 거미줄 같은 것을 드리우고 그 끝에서 빛을 내고 있으면 작은 날파리등의 먹이가 날아와 낚시줄에 잡히는데 그 낚시줄을 타고 올라가 먹이를 잡아 먹는다고 한다. 저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도 결국에는 자기보존이고 생존경쟁이란 말인가.

오후에 다시 퀸스타운으로 돌아가 예약한 Resort Lodge라는 backpackers에 check-in했다. 퀸스타운으로 되돌아 온 것은 다시 한번 이 아름다운 호반도시에서 하루밤을 더 지내고 싶기도 했고, 더니든의 서바스회원집을 가기 위해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12월20일
아침식사를 하고 두어군데 i를 들러서 Invercargill을 거쳐 Catlins Coast 경유하여
Dunedin까지 가는 관광 bus를 예약했다. 슈퍼가서 쌀과 야채를 사서 점심을 해먹고 One Mile Creek Course라는 시냇물을 끼고 걷는 트랙킹코스로 갔다. 험한 길을 따라 산등성이에 올라가니 아름다운 퀸스타운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 왔다. 인적없는 산위에 앉아 우리부부는 보석같이 아름다운 도시를 마음속 깊이 깊이 새겨두려고 깊은 심호흡을 하면서 행복의 순간을 만끽했다. 우리가 지금같은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서 여기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러나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을 서운해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산을 내려와야했다.

이효길: 정말 대한하십니다. 여행 자체도 그렇고 여행기도 그렇고. Kiwi들하고 진짜 재미있게 보내면서 보람찬 여행을 하셨군요. 저는 Aucland에 단기간 업무차 출장 간 일 밖에 없는데, 다음에 언제 가게 되면 이 여행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상세한 여행기 감사합니다. -[01/08-00:09]-

이흥숙: 잘 읽어보았습니다.. 아슬아슬하고 힘든 여행인것 같아 보여 조마조마했습니다.. 근데 질문하나 있습니다. .backpackers라는것이 우리나라의 콘도비슷한 것인지 어떤 것인지요... -[01/27-17:38]-

김영숙: 저희 여행리포트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ackpackers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입니다. 유스호스텔보다 값이 싼데 개인이 경영하는 소규모에서 부터 거대한 부지위에 수십개을 건물에 백여개의 방이 있는 backpackers도 있습니다. 2인실, 4인실 ,6인실, 10인실등이 있는데 모두 공동화장실과 공동샤워, 공동 부엌을 사용합니다. 가격은 2인실인 twin bed나 double bed가 50NZ$-60NZ$로 1NZ$=780won으로 계산하면 4-5만원이니 그리 싼 편은 아니지요. 그러나 4인실부터는 아주 저렴할겁니다.시설도 좋고 깨끗해서 전혀 불편한 점이 없었습니다. -[01/27-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