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서바스 3-NZ여행기3

김명정 2005-01-07 (금) 12:16 조회:1675

3. 더니든의 호스트 Jan과 Rob
12월21일, 한국서 가져간 미역국스프와 밥을 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8시40분에 Invercargill행 bus를 차고 뉴질랜드 남섬의 남쪽 해안도로인 Catlins Coast를 거쳐 Dunedin으로 가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비도 오고 추워서 관광의 맛이 반감했다. 경치가 아름답다는 컷틀린즈 해안의 절경을 즐길 수가 없을 것 같다. 승객은 모두 6명: 불란서 남자 2명 ,독일아가씨
1명, 스웨덴 아가씨1명, 그리고 우리 부부 2명이다. 두명 아가씨는 뉴질랜드 여행중에 만나 단짝 친구가 되어 나머지여행을 동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중 비쩍 마른 스웨덴아가씨는 운전석 옆에 앉아서 줄곧 먹어대는데 그 왕성한 식욕에 놀랐다. 운전수겸 가이드는 중간중간 명소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설명을 해주었다. Waipapa등대에서 바다사자 한 무리와 Yelloweyed Penguin한 마리를 보았다. Mclean폭포가 있는 산길을 트래킹도 하고 Nugget Point와 KaKa Point에도 차를 세웠다. Curio Bay는 1억 몇천만년 전 쥬라기의 숲이 화산재에 묻혀 나무 둥치들이 바닷가에 넘어져 오랜 세월동안 바위같이 단단한 화석으로 변해 버린 곳이다. 역시 이 가이드도 펭귄이나 물개 바다사자, 바다 코끼리등을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 노란 눈의 펭귄을 한 마리 보자 가이드 양반은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고 하면서 손가락을 입에 대고 소리내지 말라고 연신 주의를 주었다. 우리를 데리고 나무화석을 보여준다고 바닷가로 내려간 사이에 약 2-300m 저쪽에 어떤 남녀가 아까 본 펭귄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이들을 본 자연보호 전귄대사 우리 가이드는 몇번 제스쳐를 해서 그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다가 계속 닥아가는 그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가서 뭐라고 주의를 주자 마지못해 되돌아 갔다. 가이드가 와서 하는 말,"Arrogant Englishman!" . 영국인이 뻣뻣하게 나온 모양이다.

드디어 Dunedin이 가까워지자, 가이드 양반이 우리보고 어디서 내리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서바스회원이 어디사는지 몰라 시내가서 택시를 타야겠다고 하니, 자기가 우리의 호스트에게 전화를 해서 우리를 pick up하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늦은 시간에 노부부 호스트에게 폐를 끼치기 미안했고, 과연 그들이 차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택시를 타겠다고 해도 가이드는 비오는데 시내서 taxi잡기도 힘들텐데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마지못해 전화번호를 주니 그가 전화를 했다. 한국에서 오는 손님을 모 지점에서 내려 줄테니 데리러 나오라는 내용의 통화였다. 전화를 끊고 가이드는 뒷좌석의 우리 둘을 돌아보면서 천연덕스럽게, " 전화해보니 그런 사람 모른다고 하는데요." 라고 했다. 아니 내가 분명히 내귀로 통화내용을 들었는데.. 능청스런 농담인 줄알면서도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오직 서바스회원을 만나려고 이 먼길을 왔는데... 뉴질랜드 기사들은 다 이렇게 농담을 잘 한다.

Dunedin의 Green Island라는 동네로 들어가 가이드는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잠시 기다리니 어떤 노인이 차를 세우고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의 서바스 호스트 Rob Kristie이다. 고마운 가이드 양반과 동행했던 관광객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Rob의 차로 집으로 갔다. 부인인 Jan이 반갑게 우리를 환영해 준다
Jan과 Rob부부는 18년 경력의 Servas베터랑. 두툼한 서바스 리스트 스크랩북을 보니 이집을 거쳐간 서바스회원 수는 백여명을 넘을 것 같았다. 도대체 몇 명을 호스트했는지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아직도 서로 연락을 취하는 회원들이 여럿된다고 한다.한국서바스 회원을 호스트하기는 이번 우리가 처음이라고 한다.
Rob의 나이는 66세로 현역 정원사. 62세의 아내 Jan도 같이 정원,원예일에 종사하고 있다. 아들 Andrew는 mobile phone에 쓰는 chip부품일로 서울서 일년간 주재원생활도 하고 최근에 미국으로 직장을 옮겼다고 했다. 아들이 한국에 있을 때 한국 한번 구경하고 아들, 며느리, 손녀들도 보고 싶었으나 잠자리가 마땅찮다고 해서 무척 섭섭했던 모양이다. 손녀 딸 둘이 한복을 입고 절하는 사진이 들어 있는 달력을 보여 주었다.
아들 Andrew의 사진과 신문 스크랩을 보여주며 아들 자랑을 한다.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자동차를 조립하여 그것이 당시 신문에 크게 나고 사진까지 실렸다면서, 누렇게 바래고 금방 바스러질듯할 당시의 신문조각을 조심스레 보여준다.
Jan은 1997년 아프리카에 사는 여동생집으로 여행을 갔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오른 팔을 잘 못 쓰고 걸음도 많이 걷기가 어려우며, 머리를 다쳐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고,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받아 들이거나 무언가 새로운 상황에서는 쉽게 당황하게 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으나 성격이 활달하고, 생각이 긍정적이며 감정표현이 분방해서 옆엣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Jan이 걸핏하면 하는 말은, "I am very lucky" 다. 어릴 때는 소아마비를 앓았으나 엄마가 자기를 햇볕속에 눕혀 놓고 볕을 많이 쪼여서 낫게 했다고 했다. 소아마비도 교통사고도 휼륭히 이겨내고 조금도 위축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Jan에게 별명을 하나 지어 주었다. "Jan, the Invincible"이라고. 스페인의 무적함대처럼 어떠한 역경과 고난도, 어릴 때의 가난과 소아마비도, 중년의 치명적 교통사고도 Jan을 굴복. 패배시키지는 못하지 않았느냐. Jan은 불패다라는 뜻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자 우리도 좀 피곤했지만 노인네들이 우리 때문에 잠을 못자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으로 자리를 일어나서 잘 주무시라고 밤인사를 하려는데 Rob은 계속 이야기꺼리를 꺼내며 끝낼 기색이 아니다. 서서 또 10분. 20분. 시간이 간다. 겨우 내일 다시 봅시다. 잘 주무세요. 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자정이 넘었다.

Jan과 Rob의 집에서 둘째 날

아침 식사하고 이웃집 아주머니 한분이 오셨다. Marlene이라고 한국언어연수온 학생의 하숙집 주인이다. 너무 뚱뚱해서 말할 때 마다 숨이 가빠 헐떡 거린다. 한국연수생 아이가 너무 좋아서 자기 친딸 보다 더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녀의 딸은 유치원보모로 일하는데 지금은 병이 나서 하루에 몇시간만 근무한다고 한다. 그녀는 말끝에, " My daughter is my size.라고 자기 딸이 자기처럼 비만인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밝힌다.
Rob은 감자 캐는 일을 끝내고 10시 반경에 집으로 왔다. 자동차에 우리를 싣고 Dunedin시내에 있는 딸네집으로 갔다. 딸 Gini의 직업은 은행에 다니는 화가인데 집 곳곳에 걸린 산 그림이 마음에 들어 가격표를 들여다 보니 엄청난 액수다. 단 3가지색만 가지고 그린 산 그림이 이미 아마츄어수준을 넘어선 솜씨다. 누구에게서 이런 재능을 받았느냐고 물으니, " 우리엄마요. 엄마는 굉장히 creative해요."라고 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아내가 Jan에게 이말을 전해주니, Jan이, "정말 지니가 그랬어요.? 맞아요. 나는 굉장히 창의적이고, 손으로 만드는 일은 다 좋아해요" 하고 딸의 칭찬에 우쭐했다.
딸의 집에서 다시 집으로 와서 Jan이 만든 피자로 점심을 하고 Jan과 Rob과 함께
Albatross라는 새서식지로 향했다. 한번에 관람할 수 있는 일정 인원이 있어서 차례를 기다려 그룹으로 전망대로 올라가 구경하고 다음 group이 들어가고 하는지라, 우리 차례를 기다리려면 1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다. 두분은 밖에서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너무 폐가 되는가 싶어 전망대는 안가고 전시관에서 비디오나 보고 돌아가려고하니 자기들은 오늘 아무 바쁜 일이 없다면서 기다려 주겠다고 우겼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그 멋진 새의 비행을 보게 된 것이 우리들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Albatross는 정말 대단한 새였다. 멸종위기라 보호대상이다. 땅 위에서는 뒤뚱거리고 둔하나 일단 바람이 불면 3-3.5m나 되는 양 날개를 펴서 비상을 하는데 시속 150km로 한번 뜨면 1000km 까지 난다고 한다. 날개를 퍼덕이는 것이 아니고 거의 대부분 날개를 활짝 편채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떠 있는 것으로 그 정도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수명이 30-40년되는데 수명의 80%를 하늘에 떠있는다고 한다. 흑백의 몸체와 분홍,황색의 부리가 준수한 귀족적인 풍모의 새이다. 이 진귀한 새는 한번에 500g이나 되는 커다란 알을 한알씩 낳는데 일부일처제인 부부새가 번갈아 가면서 알을 부화시킨다. 새가 알을 까고 나오면 부모새들은 교대로 주위의 위험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고 먹이를 물어다 주다가 일년만에 새끼가 혼자 하늘을 날게 되면 그 새끼를 두고 바다로 먼 여행을 떠난다.
저녁은 우리가 요리해서 대접하겠다고 하고 수퍼에 가서 고기를 사고 채소는 Rob과 Jan의 채마밭에 얼마든지 있다고 해서 사지 않고 집으로 왔다. 부엌은 우리가 점령했으니 일체 접근금지요. 어느 것이 어디 있는지 우리가 물으면 대답해 주시되 들어오지는 마세요 하고는 둘이서 걷어 부치고 요리를 시작하는데 Rob이 채마밭에서 여러 가지 채소를 가져 온다. 감자, 무, 줄기콩, 배추, 쑥갃같이 생긴 야채등을 한소쿠리 가지고 와서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묻는데 내가 알수가 있나.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나보고 한번 베어 먹어 보란다. 씻지도않은 그러나 무공해의 야채를 먹어보니 맛이 괜찮아 고개를 끄떡이며,"Delicious." 하니 빙그레 웃는다. 아내의 코치를 받아 40분정도 걸려 오늘의 요리를 완성했다. 주방일이 서툰 내가 부엌바닥에 물을 흘려서 칠벅칠벅하게 해놓은 것을 보고 Jan이 웃으며 대걸레를 가지고 와서 걸레질을 해준다. 완성한 요리를 상에 차려 놓으니 Rob이 사진기를 삼발이위에 설치 해 놓는다. Rob은 전자 organ연주와 사진이 특기란다. 세상에, 아프리카에서 온 가족이 탄 차가 교통사고를 만나 부인은 창밖으로 튕겨 나가고 사람들이 다쳐 피가 철철 나는데 Rob 당신은 별로 다치지를 않았고, 사진기마저 멀쩡했던지 그 총중에 이리저리 부지런히 사고현장을 사진찍었더란다. 그 앨범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손이 찢어지고 피가 철철 흐르고,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진 차체랑 부인이 온몸에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장면까지--

식사를 하기 전에 모두 table에 앉아 삼발이를 이용해서 4사람의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고기 맛이 꿀맛이다. 그런데 우리가 steak용 고기를 너무 큰걸 골랐나? 양이 너무 많은 것같다. 나는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다. 않기보다 못 남긴다. 어릴 때 우리 어머니가 밥하려고 쌀을 씻을 때 쌀이 좀 씻겨 나가 바닥에 떨어지면 옆에 섰던 할머니께서 우리 어머니를 꾸중하셨고, 우리가 밥먹다가 밥알을 흘려도 꾸중이셨다.그래서 밥을 남긴다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고기가 너무 커서 다 먹을 수가 없다.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었다. 내가 먼저 나 이거 내일 아침에 먹겠어요 하니, 집사람과
Jan도 웃으면서 남긴다. 그러나 Rob만이 깨끗이 다 비운다.
벽난로에는 따뜻한 장작불이 소리내며 타고 있고 벽난로 옆에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위에 방울이랑 별이랑 인형등이 붙어 있다. 그 위에는 가족 친지들이 보내준 크리스마스카드가 줄에 빼곡이 걸려 있다. 트리 아래 바닥에는 울굿불긋한 포장지에 싼 크리스마스선물 꾸러미가 수북히 쌓여 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때 개봉해야하기 때문이란다. Rob이 틀어놓은 음악이 거실안을 은은히 흐를 때 우리들의 마지막 저녁은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고 있었고, 이야기 꽃은 끝날 줄을 몰랐다. 화제가 옛날이야기로 돌아갔다. 그 당시에는 뉴질랜드도 한국과 비슷하게 가난했던 모양이다. Jan은 자기엄마가 구멍난 양말에 캔디나 제리 하나씩 넣어두기도 했고, Rob의 아버지는 가난해서 줄 것이 없을 때는 추운겨울에 따뜻한 마음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아이들 양말 속에 석탄 한덩어리씩 넣어주면서 선물을 대신했다고 했다.
Rob의 어릴 때 있었던 유모러스한 추억담 하나는 아이들이 말로만 듣던 싼타할아버지를 직접 두눈으로 보고 싶어서 한 가지 꾀를 냈단다. 그때는 변소가 집밖 마당에 있어서 밤에 소변을 보려면 춥고 캄캄한 변소가기가 무서워서 요강을 썼단다. 싼타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내려오는 벽난로 바로 아래에 오줌이 든 요강단지를 놓아두면 싼타할아버지가 내려오다가 철벅하고 오줌속에 발이 빠질 것이 아닌가. 그러면 할아버지가 깜짝 놀라 못된 녀석들하고 큰소리로 욕을 할거다. 그 소리에 아이들이 모두 깨어나 산타할아버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이 서로 많이 다른 것 같아도 예나 지금이나 동이나 서나 간에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반응, 행동이나 습성이 예상 외로 비슷하다. 덴마크 민속촌에 가 보았을 때도 같은 경험을 했다. 서민층이 입는 옷과 옷감도 우리와 비슷한 데가 많고 우리 농촌에서 쓰던 작두, 담뱃대, 등잔. 시집갈 때 짊어지거나 나귀등에 싣고 갔던 함같은 것 까지도 거의 그대로 임을 보고 놀란 일이 있다. 그것을 이야기 했더니 같이 간 나보다 나이 세살인가 많은 덴마크 사람이 자신도 어릴 때 그런 집에서 살았다고 했다.
Rob과 Jan은 우리 부부보다 서너살 위로 비슷한 시대를 살아서 그런지 같은 Servas가족이라 공통점이 많아서 그런지 이질감이 거의 없고 마음이 편하다.
아침에도 웬 4-5세 되는 사내 아이 둘이 놀러와서 Jan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 해서 누구냐고 물으니 grand nephew라고 한다. Rob은 오래전에 은퇴를 했지만 자기 동생이 정신건강이 좋지 않아 문제를 일으켜 그것을 해결해 주고 동생직장에서 몇 개월간 동생 대신 일해주다가 오늘 비로소 완전히 "은퇴"했다고 한다. 병든 동생을 지극히 위해서 자기집 옆에 있는 공터에 지금 동생 집을 짓고 있다고 했다. 가족사진첩을 보다가 웬 사람들이 수십명이 같이 찍은 사진이 있어서 무슨 대회에 참석했느냐고 물으니 Rob의 할머니가 스콧틀랜드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해와서 더니든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해로부터 100주년이 흘러 그것을 기념해 그 자손들이 할머니의 옛 집에 모여 기념단합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서바스가정마다 모두 벽에 한가득 가족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나이가 50대넘은 층이고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서 외로운 마음에 가족사진을 벽에다 붙여놓고 조석으로 그 사진을 들여다 보며 외로움을 달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은 가족주의 내지 대가족주의를 마음속에 굳게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한 부부당 자녀평균수가 1.2명인가 된다는데 뉴질랜드는 모르긴해도 60대를 기준으로 하면 5-6명은 되는 것같고 젊은 부부들도 3-4명의 아이들을 갖는 것 같다.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아내가 그 동안 카메라로 찍은 뉴질랜드의 꽃에 대해서 Rob에게 그 이름을 묻자 꽃이름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다. 자신이 모르는 꽃이 나오자 거실에 가서 식물도감을 가져다 찾아서 가르쳐준다. 마당에 나가 화분까지 들고 와서 카메라 속의 꽃하고 꼭 같지요 하면서 열심이다. 조류도감도 들고 와서 새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하면 지질학 책을 가져와 과거에 아프리카 유럽 오세아니아대륙이 한덩어리였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원예사 할아버지가 너무 여러 가지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서바스회원의 집 벽에는 아래와 같은
미국 소설가 Hawthorne의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Happiness is as a butterfly,
which , when pursued is always beyond our grasp,
But which, if you will sit down quietly
may alight upon you.

"행복은 나비,
잡으려 쫓아가면 번번히 날아가 버리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당신위에 사뿐히 내려 앉아요."

손에 잡히지 않는 세상의 부와 명예를 쫓아 따라 간 적도 없이 Jan 과 Rob은 더니든 그린 아일랜드 언덕 위에 집을 짓고, 가족과 친척들과 어울려 화목하게 살고 있다. 그들은 백여명의 서바스회원들에게 성심으로 host해주면서도 자신들은 한번도 서바스홈스테이를 해본 적이 없다. 댓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기만 하는 이 선량하고 소박한 이들의 삶에는 이미 행복의 나비가 살며시 내려 앉아 있는 것 같다.

다음은 우리 내외가 귀국 후 Jan과 Rob에게 보낸 감사편지다.

1 Jan 2005
Dear Jan and Rob,

Thank you for your heart-warming hospitality during our stay in Dunedin. Thanks to
your thoughtful and thorough arrangements, we truly enjoyed the stay. You were so
kind and generous that we really felt at home in your home. You are the example of Servas spirit: you hosted so many servas members for more than 20 years but you have never been Servas hosted before. We were deeply impressed with Jan's positive attitude toward life with her difficulties. Jan, you are the Invincible!
Rob, we just admire your wide knowledge on geology, birdlore and flower. The
beautiful stories of your ancestors, your people and Christmas moved us. In some
way, we have many things in common: we Koreans have deep affection for family
and we also went through the same poverty after the War, too.
Here we are including some pictures in this letter. They remind us the pleasant time we had together. How can we forget the dinner with big steak, music, your great
smiles and the warm fireplace!
The world is worth living:there are so many beautiful places to visit and so many
beautiful people to meet!
We will treasure the memory with you in Dunedin forever. Whenever we have Servas guests in our house, we will remember the kindness you showed us, and return
your kindness to our guests. But you should visit us in Korea someday and experience
our Korean Servas hospitality.

Many, many thanks again and Happy New Year!

With warm regards,
Myungjung& Youngsook

사랑하는 잰과 롭,

우리가 드니든에 머물 때 베풀어 주신 따뜻한 환대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사려깊고 완벽한 준비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집에 머물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너무나 친절하시고 너그러우셔서 정말 우리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편안했습니다.
당신들은 써바스정신의 본보기입니다. 20년이나 넘게 오랫동안 수많은 써바스 여행자들을 호스트해 주시고도 한번도 써바스 호스트를 해 받으신 적이 없다니요.
잰의 어려운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에 우리는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쟨, 당신은 정말 무적이고 불패입니다!
롭, 당신은 지학과 조류와 꽃에 대하여 어떻게 그렇게 박학하십니까. 당신의 조상님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쪽 사람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얽힌 어릴적 이야기들이 정말 좋았어요. 여러가지로 우리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군요. 한국도 가족사랑이 깊고, 우리도 어릴 때는 꼭 같이 가난을 체험하였습니다.
같이 찍은 사진 몇점을 동봉합니다. 같이했던 즐거운 시간이 그속에 담겨 있습니다. 함께했던 푸짐한 식사와 음악, 당신들의 편안한 웃음과 따뜻한 벽난로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은 살만한 곳입니다. 가볼만한 아름다운 곳도 많고 만나 볼 아름다운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우리는 드니든에서 당신들과 함께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입니다. 우리 집에 써바스 손님이 오실 때마다 우리는 당신들이 우리한테 보여주신 친절을 기억하고 당신들의 그 친절을 우리 손님들에게 되돌려 드릴 생각입니다. 그러나 먼저 당신들이 우리 집을 방문해 주셔서 우리 한국의 써바스 환대를 경험하셔야 해요.

감사, 또 감사 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따뜻한 사랑과 함께,

명정과 영숙 올림

이효길: 그래요. 이런게 진정 서바스 여행의 묘미겠지요. 그리고 Albatross라! 그것까지 보셨군요. 그런데 사진을 많이 찍으셨을텐데 사진도 함께 올려 주실수 있겠는지요? -[01/08-00:18]-

이효길: 아이구 실례했습니다. 추억여행모음에 사진이 이미 올라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사진 올려달라는 부탁 취소합니다. -[01/08-00:54]-

김명정: 이효길님, 바로바로 읽어 주시고 격려의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효길님 여행기를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여행경험이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군요. 참 대단하십니다. -[01/08-07:06]-

박정희: 부부가 다정하게 여행하시는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Hawthorne의 글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공책에 적어 놓았습니다. 재미있는 여행기였습니다. -[01/15-09:07]-

이흥숙: 전설의 새라 불리는 알바트로스를 보셨다니 놀랍습니다.. 저는 전설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 10월 부산 미팅때 뵈온 후 여행 사진만 보다 여행기를 이제야 읽었습니다.. 부부 두분의 아름다운 여행과 진솔한 뉴질랜드분들의 호스트 감명깊었습니다.. -[01/27-17:56]-

김명정: 박정희님, 이흥숙님, 여행리포트를 통해 좋은 분들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이 홈페이지를 통해 자주 교류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