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터어키-파묵칼레와 카파도키아

한규석 2006-07-30 (일) 01:21 조회:1579

약 3시간 남짓 걸려서 고속버스는 데니즈리라는 곳에 도착하였다. 고속버스는 한국의 고속버스와 비슷하게 쾌적하였다. 다만, 차장이 타서 검표를 하고, 비행기의 승무원들처럼 음료와 과자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모습이였다. 데니즐리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려는데 한 터키인이 접근해서 숙박을 할 것인지 묻길래 숙박은 안하고 구경만한다고 하니, 다음 행선지(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하는 곳에 데리고 가서 표를 구입하게 하고서는 여행가방을 그곳에 그대로 맡기고 파묵칼레를 다녀오란다. 이미 셀주크에서 승차권 파는 곳에 가방을 맡겨본 적이 있어서 (무료!) 이번에는 좀 더 마음 편하게 맡기고 1.5 리라를 주고 파묵칼레로 가는 조그만 버스(돌무시라고 함)에 올라 탓다. 약 20분 지나 도착하여 올라가고 있는데 승용차가 접근하면서 한 청년이 고개를 내밀며 “미안하다”며 연락을 받았으나 다른 일로 잠시 늦었다고 한다. 그는 무스타파라는 청년이며 데니즐리에서 내 편의를 보아 준 사람이 사촌 형이란다. 강권을 하지 않을테니 자기 펜션에 들러서 휴식을 취하며 구경을 하란다. 자기는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고 펜션업을 시작한지 6개월되며, 한국인들을 주로 상대하고자 “서울 펜션”이라는 옥호를 내 걸었다고 한다. 절대 바가지는 없으며,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영업을 하고자 하니 안심하고 가잔다. 가는 길이라기에 차를 올라타고 2-3분 만에 그의 펜션에 도착하였다. 수영장도 있으니 파묵칼레를 구경하고 내려와서 수영도 하고, 샤워도 하고, 한국음식으로 요기도 할 수 있단다.
주스를 한잔 제공하길래 마시고, 코앞에 펼쳐지는 파묵칼레로 걸어갔다. 파묵칼레(입장료 5리라)는 엄청난 규모의 노천 온천으로 하얀 석회암과 종유석들이 황량한 벌판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관광지었다. 온천물은 35도 정도로 미적지근하였으며, 특별한 광물질이 섞인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옛부터 온천장으로 유명하였다고 한다. 나는 걸어올라갔지만 꼭대기에 가니 광장이 있고, 한국인 관광객 뻐스도 여러 대가 와 있었다. 이곳 저곳 둘러보며 올라가보니 역시 비잔틴시대의 유적지(히에로포리스)가 또 한번 펼쳐진다. 그런데 이곳의 원형극장은 규모는 작지만 보존은 더 잘 된 듯 싶다.
이곳 저곳 둘러보고 내려갈 때 신발을 벗고 걸어야 하는 (석회암의 결들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함) 지역을 피해서 돌아가다가 보니 아무도 없는 곳에 두 사람이 이스탄불에 왔다며 목욕을 하고 있었다. 나도 땀을 식힌다고 옷을 벗고 가지고 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노천욕을 30분쯤 즐겼다. 내가 옷을 갈아입고 갈 즘에 독일 남여 젊은이들이 네 사람이 더 와서 노천욕을 즐기는데 공원관리원이 와서는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막지 않으면 조만간에 이곳도 사람들로 북적일테니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내려왔다. 허기가 심해서 서울펜션에 들려서 터키 음식이라며 무스타파 엄마가 해주는 사치케밥을 맛있게 먹으며 마신 에페소 맥주가 꿀맛이었다. 밤 10시에 출발하는 괴뢰메(카파도키아의 중심지) 행 버스를 간신히 시간 맞추어 탓으나 20분 늦게 출발하였다. 괴뢰메까지는 9시간 남짓 소요된다고 하여 가져간 목베게를 꺼내어 잠을 청하였다. 대여섯 시간은 족히 잔 듯 싶었다.
괴뢰메에서 내려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론리프라넷 여행책자에 나오는 동굴을 이용한 숙소로 슈스트링을 찾으니 5분도 안되어서 차를 보내주었다. 아침 8시 쯤 되었는데, 숙소는 엽서에 나오는대로 그림동화속의 것 같았다. 일박 요금도 저렴(25리라: 아침식사 포함되며 먹을만 함)해서 독실을 얻었다. 독실과 호스텔처럼 베드를 쓸 수 있는 돔이 있는데 모두 공동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9시가 넘어야 체크인을 할 수 있다길래, 아침을 달래서 먹었고, 9시 반에 시작하는 하루 투어에 참가하였다(40리라 안팎).
카파도키아는 해발 고도 900 미터 정도되는 고원지대에 펼쳐진 다양한 형태의 돌기둥(rose, pigeon, swords 등 형태에 따라 이름붙인 여러 골짜기들이 있음)의 밭과 계곡, 그리고 지하도시가 산재한 매우 넓은 지역이다. 지역내의 교통편도 불편하여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괴뢰메라는 동네지역 자체가 기암괴석들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암벽은 사암과 유사하여 굴을 파기 어렵지 않아서 인지, 거주지로도 많이 사용되었으며, 현재도 많은 팬션들이 암벽에 동굴을 파서 운치있는 방들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받아들여지기 전 박해를 받던 시대에 은밀한 예배지역으로 많은 기독인들이 이곳에 와서 석굴 교회를 만들고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이곳 인근에는 35개의 지하도시가 구축되었으며, 기독교와 이슬람의 전쟁시에는 이런 지하도시에서 만여명의 사람들이 피신하여 3개월간을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많은 석굴 교회와 성소에는 이전의 프라스코 벽화들이 거의 없어지고 흔적만 남기고 있으나, 기독교 신앙인들에게는 큰 감흥을 줄 수 있는 곳이라 여겨진다. 기독인이 아니라도 여러 날 머물며 경관을 즐기기에 좋다. 나도 내친 김에 이스탄불의 일정을 하루 줄이고 이곳에서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하였다. 여러 날을 머무는 사람들을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데 기구를 타고 공중에서 조감하는 것, 뗏목타기(1-3일), 말타기, 마운틴 바이킹, 지프차타고 다니기 등등이 있으며, 관광객들로 늘 붐비며, 식당과 인터넷 카페(1시간당 2 리라)들이 편리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슈스트링 팬션의 동굴방에서 하루를 자고 아침 일찍 동트기 전에 기구를 타기로 하여 버스를 기다렸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곳에서의 기구타기는 매우 인기있는 종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 팬션에서 예약을 하면 일반 여행사에서 하는 것보다 20% 정도 싸게 할 수 있었다-다른 지역에서 여행사들이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탈 수 없다고 하며 150 유로를 가격으로 팔고 있다). 약 15미터 정도의 크기 기구에 20여 명의 일행을 태운 기구는 뜨기가 어려운 듯 싶었으나 두둥실 떠오르며, 카파도키아 평원의 절경을 발아래에 드러내었다. 마치 상하로 작동하는 에스커레이터를 타고 있는 듯 했다. 사람들 입에서 모두 탄성이 연발하면서 열심히들 샷터를 눌러대었다. 운전미숙인지 나무의 상단줄기를 꺽으면서 지나갔는데, 마치 일부러 그런 듯 했다. 그러나 한시간 남짓 떠있다가 착지할 때 손목두께의 가로등을 그대로 동강내는 상황을 연출해서 운전미숙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떠 있을 때 헤아려 보니 모두 14개의 기구가 하늘을 형형색색으로 수놓고 있었다. 2년 전에 카나다 벵쿠버섬에서 집사람이 번지점프하던 생각이 나면서 같이 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뭉클 솟았다. 다음에 한번은 기회를 가져야지 하는 다짐을 해 본다. 기구타기를 끝내고 팬션으로 돌아오니 채 8시가 안 되었길래 야외박물관 쪽으로 달리기를 나갔다. 한시간 반남짓 달리며, 구경하며 카파도키아의 절경을 맛보고 팬션으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몸을 씻고, 아침 요기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