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스페인 여행

박연희 2005-03-30 (수) 16:04 조회:1906

스페인 서바스 여행

이번에는 사실 여행이라고 할수도 없고 학술대회에 간 기회에 끝나고 3월 셋째 주말에 겨우 이틀 한 호스트집에 들려서 왔습니다.
스페인에는 몇 번 갔었지만 그 곳 사람들 집에서 지낸 적은 없었고 지난번 폴랜드에서 만난 여러명의 호스트의 정말로 좋은 기억이 있어 한 집이라도가서 서바스 친구를 만나보고 싶었지요.
학회장소 바다호즈(Badajoz)시는 폴투갈 국경에 가까운 Extremadura 지방으로 이 곳은 안달루시아등에 비하면 사실 스페인에서 가장 비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입니다. 여기서 시외버스를 타고 약 3시간 가까이 걸려 북동쪽의 플라센시아(Plasencia)라는 인구 약 4만의 작은 도시로 갔는데 이메일로 이곳 지역 책임자인 스티브씨와 한국에서 연락이되었고 약속한 날자에 도착했지요.
도착하는 시간은 바다호즈에서 전화로 알려주었더니 버스터미널에 부인 수산나가 마중 나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얼마후에 스티브씨가 왔는데 실은 이집은 전형적인 스페인 가정이라고는 할 수 없는 국제가정이지요. 이름으로 추측한대로 남편 스티브씨는 원래 영국인으로 20년전 스페인어 공부하러왔다가 그대로 살게 되었다고 하고 수산나도 보통 스페인 여자 얼굴 같지 않은데 나중 들으니 원래 아르헨티나태생이고 20여년 전에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산나는 영어가 조금 의사 소통 할정도라서 주로 스티브씨와 이야기를 햇지요.
스티브씨는 작년에 베트남을 하노이에서 사이공까지 한달간 자전거로 여행한 굉장한 여행가. 그리고 호주 카나다 등 몇명의 서바스회원을 호스트 했으나 아시아에서 온 회원은 제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바로 집 앞으로 강이 흐르고 우리나라보다 날씨가 따듯해서 강가의 버드나무새잎이 나와 경치가 좋았고 강변의 큰 나무 두 그루에 흰 백로보다 더 큰 흰새들이 둥지를 틀어 저녁에는 하얗게 온 나무를 뒤 덮고 자고 아침 8시가 넘으면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어디론가 먹이를 찾아 사라지는 풍경이 인상깊었지요.
이 도시는 12세기경에 생긴 도시로 옛 성벽과 교회 등 건물이 남아 있는 작지만 들려볼 만한 도시입니다. 서바스 기본 목적외에 호스트 가 아니었으면 알 수없고 볼 수 없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두어 가지 적으려고 합니다.

1. 시골집 구경
이 부부는 앞에 보이는 산너머 편에 가까운곳에 작은 시골집이 있는데 닭이 10마리 있고 고양이 네 마리를 기르는데 도착한 다음날 먹이를 주러가는 길에 따라 갔지요. 자그만 시골집에 주변에는 올리브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 지나오면서 흔히 보이는 스페인 시골인데 이집은 작년에 사서 앞으로 차차 수리하고 내부를 꾸밀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닭과 고양이의 먹이를 주고 나서 바로 옆 농장친구집에 잠간 들리는데 따라가보니 입구에서 집까지 몇십미터는 될듯한데 물론 초인종이나 그런게 없고 소리쳐 불러도 들릴 거리는 아니고, 입구의 낮은 담장을 넘어 들어가니 말한 마리가 돌아다니다 방문객을 맞아주더군요. 그 안쪽에 또 철사로 엉성한 울타리 같은 것이 있는데 그 안에는 한 10마리 쯤되는 개들이 반갑게 달려 나오는데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고..그 엉성한 문 같은 것은 역시 철사로 이리저리 엮어 놔서 그걸 스티브가 이리저리 풀어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지요. 집안에 들어가니 작고 가난해 보이는 농촌 집인데 부부와 열댓살된 아들이 벽 난로불 옆에 앉아있고 부엌을 겸한 작은 공간에 식탁과 의자 몇개가 전부있지요. 갑자기 나타난 동양인을 양 뺨을 맞대는 인사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부엌 옆 헛간처럼 생긴곳에는 집에서 만든 돼지 됫다리 햄이 걸려있고 소시지도 주렁 주렁 매달려있었고..

2. 코르크 나무숲 산보
오후에는 이 플라센시아에서 산 위쪽 경치가 좋아 보이는 꽤 높은 곳에 보이는 성당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이곳은 매년 부활절 다음 주일에 이 도시의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이곳까지 행렬을 지어 이 산위의 “ 성모 성당”까지 올라 온다고 합니다.
여기만 아니라 스페인에는 다른 도시에도 그 부근, 대개 산위에 있는 수도원이나 성당에 그 도시 사람들이 특별한 종교축일에 찾아가는 작은 성지같은곳이 있지요. 혼자 여행 다닌다면 이렇게 몇 키로나 떨어진 산위로 찾아가기는 어려운 일인데 .... 도시와 주변이 다 내려다보이는 성당을 돌아보고 조금더 위로 산길을 올라가는데 주변의 큰 나무들이 바로 코르크 나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무 몸통부분이 코르크 껍질을 벗겨내어 검게 보이는데 몇 년에 한번씩 벗겨낸다고 합니다. 주변 풀밭에는 흰 카모마일꽃들이 지천으로 피었고 풀을 뜯는 젖소들도 보이는지라,, 아 저 향기로운 허브 꽃을 먹으니 우유도 향기롭겠구나...

3. 헤르테 계곡
플라센시아에서 마드리드까지는 버스로 약 4시간 가량 걸리는데 시외 버스터미널에가서 알아보니 아침에 15분 차이로 비슷한 시각에 떠나는 다른 두 회사의 버스가 있어서 처음에는 더 빠른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스페인 어디가나 시외버스 정류장 안내에서 주는 작은 시간표를 보니 가는 길이 다른 코스로 되어 있기에 스티브씨에게 물었더니 빠른 버스는 고속도로로 간다고.
이미 며칠 전 가는길에 지나보니 마드리드에서부터 서쪽으로 가로 지르는 고속도로는 그저 평평한 단조로운 들판을 지나게되고.. 시간이 더 걸리는 코스는 산길로 가는데 경치가 아주 좋다고 그 버스를 타보라고 하더군요.
정말 산속 골짜기 작은 마을로 지나가는 이 길은 헤르테(Jerte)강 계곡을 따라 가는데 아직도 군데군데 흰 눈이 남아있는 높은 산 골짜기를 지나서 마드리드로 가는 길로 고속도로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정말 호스트 덕분에 이런 구경을 하는구나 하고 내내 고마움을 느꼈지요. 이 계곡의 벚꽃이 유명하다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으나...
-끝-

박정희: 정말 아무나 하기 쉽지 않은 경험을 하셨네요. 서바스에 가입한 덕분에 이런 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03/31-13:24]-

성재위: 생생한 이야기 정말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04/01-12:10]-

엄재량: 스패인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엣날생각이나는 군요, 고맙습니다 -[04/02-07:56]-

박철수: 잘 읽었습니다 옛 우리시골 풍경과 비교하며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04/02-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