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듯하나, 곱씹고 또 곱씹어 생각해볼 일이다…지금 연세가 78세인데 44세때 13,000원 주고 산 3000(삼천리)이라는 숫자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쌀 한가마 값나가는 자전거가 할배의 것이다…가장 눈에 띄는 게 백미러였다. 할배의 삶을 뒤 돌아 볼 수 있는…….

익산의 원광대 정문을 지나는 길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용객은 역시 별로 많지 않았다.

익산시를 접어들면서 야영할 곳을 찾으려 했다. 복지회관을 찾아 정자나 잔디가 있는 곳에 야영하도록 부탁해도 민원 들어온다면서 거절한다. 아이러니컬하다. 주민의 복지를 위해 세금으로 만든 복지회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민원들 ,,,,,,결국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하였다. 체질에 맞질 않아 선호하지 않지만 하루 이틀은 감수해야 하는 것…오늘도 속도계를 고치지 못하고 수동계산으로 달려온 거리를 계산하고 내일을 기약했다. 찜질방 시설은 생각보다 좋았다. 작은 수영장도 있었는데, 평소였으면 한시간은 족히 놀았을 수영장을 눈앞에 두고 참아야 했다. 무쇠체력이 아니니…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다.

^[6일] 07.19.2007 – 비,천둥번개,작달비.. - 77km = 익산시-김제시-부안-주산-줄포-흥덕-중흥-선운산 선운사

김제시로 향하며 익산시 맨 끄트머리 정류장 근처에서 따끈한 빵과 커피를 사서 아침을 해결했다. 200원 깎아주는 제과점 아주머니가 오늘따라 천사친구처럼 보였다. 간간히 헛뿌리는 비가 얄굳다. 김제시를 얼마 남기지 않고 폭우가 쏟아진다. 판쵸우의를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게 스페이스 프레임 바로 위에 달고서 달리고 달린다. 빗속을 달리는 요령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비나 눈이 온다고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사실 비보다는 다친 발이 더 거슬린다. 첫날 자전거를 멈추면서 페달에 오른쪽 다리 뒤쪽을 찍혔다. 계속 부어오 르고 비가 오면 더욱 시큰거린다. 결국 왼쪽 다리도 다치게 되었지만…여행 중 가장 부담이 되었던 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몸에 이상이 생겼을때 여행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이다..결국 아무 탈없이 돌아와서 다행이지만 만약 부상을 당하게 된다면,,하는 가정을 항상하고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 같다…..부안에 다 와가니 비가 그쳤다. 하지만 진통은 더 심해지고 붓기도 커져서 결국 진통제를 사먹었다. 고통을 잊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었으나 시간, 날씨를 고려해 더 남하하기로 했다.

부안군 영전초등학교는 이층교실건물이 반달 모양인 게 인상적이었다. 흥덕을 향해 내려가는 길 옆에 솔비라는 식물원이 오늘 개원식하는 날이란다. 기와 얹어 지은 작은 집이 크기는 작지만 키는 큰 소나무 사이에 멋지게 서 있다. 전라도 소나무는 경상도의 소나무나 내가 사는 곳의 해송과는 느낌이 또 다르다…

전라도 땅의 인상 깊은 것 중 가장 으뜸이 황토의 색이 짙은 붉은 색이다 는 것이다. 경상도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게 확실하다. 그 붉은 색 황토는 넘실대는 평야에서 얻는 엄청난 수확과 많은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한국인의 인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또한 이 붉은 황토가 아닌가 생각된다..전북,,전남을 가로지르며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맑은 공기와 더불어 넓은 평야다…평야에서 쌀을 바다에서 생선을…산업화 이전 시대에는 정말 풍족한 자연조건을 가진 곳이었다고 생각되었다.(지금도 그렇지만) 한반도에 고인돌 분포가 전라도 땅에 많은 이유중의 하나가 선사시대 부족의 힘은 바로 이런 땅과 바다의 농사에서 나왔으며 그들의 풍요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게 고창 고인돌(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등 이 아닌가 생각된다.

줄포를 지나 흥덕을 다와 가는데 작달비가 또 내린다. 티브이안테나에 담배광고판을 달고 있는 구십할머니가 운영하는 수퍼 앞에서 비를 피한다. 좋다.

선운사 전방 10여km에서부터 선운사가는 새 길로 접어 들수 있었다. 상용터널, 선운사터널 두 곳을 지나 선운사로 바로 가는 길인데 잘 만들어 놓은 국도이다. 상용터널을 올라가는 오르막길에서 엄청남 폭우를 만났다. 도랑의 물이 무섭게 흘러내려간다…붉은색 전등을 켜놓은 터널안이 오늘따라 따뜻해 보인다..양쪽이 분리되어있는 터널인데도 한쪽 터널을 빠져나가고 진입하는 차의 굉음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서움을 준다.

동백꽃 피는 4월에 그토록 선운사에 오고싶었는데 비오는 7월에 결국 오게 되었다. 상사화와 동백꽃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의외의 기쁨과 발견에 가슴이 뜨거워져 왔다. 오전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오후엔 햇살에 쨍쨍 내리는 4월에 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비오는 날 빗소리 들으며 만세루에 앉아 녹차를 마셔보라. 조그마한 숨소리로 뜨거운 녹차를 휘저으며, 비와 바람에 귀 기울여 보라. 만새루 기둥처럼 부풀은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리라…

싸게 해서 이만오천원 달라는 민박집에서 오천원을 더 깎아서 이만원에 잠을 청하기로 했다. 비가 와서 이리저리 운 좋은 날이다. 에어컨, 선풍기, 샤워…이만원의 행복을 절절히 느꼈다. 비 때문에 손님이 적어 얻을 수 있는 행운이기도 했다.

^[7일] 07.20.2007 – 비, 흐림 – 131.67km = 전북선운산 선운사-고창고인돌-무장-공음-법성-전남영광-불갑-함평-학교면-공산-반남-신북-영암월출산국립공원야영장   [속도계고침 와우!!]

선운사의 안개 낀 계곡을 일찍 나설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리하여 9시가 다 되어 출발하게 되었다..저녁 7시를 훌쩍 넘겨 도착한 월출산야영장까지 줄기차게 달리고 또 달렸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남도의 황토가 왜 저리도 짙 붉은색일까 하는걸 하루종일 생각하며,,,

고인돌 유적지에선 불친절한 관광안내센터직원을 만났는데 너다섯평쯤 되는 안내소안의 에어컨 냉기가 사람마저 냉동시킬 만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이곳에 기념관도 짓고 있었으나, 전체적인 느낌이 보존에 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오직, 풀 베러 나가는 아주머니만이 고인돌의 후예 같았다…

전북과 전남을 가르는 이정표가 있는 곳을 막 지나기 전에 한 무리의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만났다. 제일 기분 좋은 날,,,여름방학 하는 날이었다. 물통의 물도 달라고 하고, 자전거도 맘대로 타보려고 하고,,,정감있는 남도사투리로 정신을 빼놓는다..기분 좋은 우중만남이었다. 꿈은 땅에도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들 맘속에 있는 거다. 아무도 모를 꿈, 쉽게 드러나지 않는 꿈..하지만 한번 이루어 지면 땅도 하늘도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꿈. 그런 꿈이 이 아이들에게도 늘 끊이지 않길 바라며 길을 재촉했다..

불갑을 지나오는데 새까맣게 탄 라이더를 만났다. 처음 만나는 라이더와의 만남이라 더욱 기뻤다. 20여일을 계획으로 서울에서 내고향 포항으로 그리고 땅끝마을을 찍고 서해안을 통해 서울로 귀향중인 대학 2학년 학생이었다. 막 펑크 수리를 하고 오는 길이라 그런지 손이 더 새까맣다. 자출사 얘기도 하며, 다음엔 외국에서 만나자고 인사하고 길을 재촉했다. 그가 후기를 올렸다고 댓글을 달았다.

월출산 들어가는 입구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고, 멀리 월출산 중턱에서 피어오르는 흰구름을 앞에 두고 야영장까지 오르막을 오르면서,,오직 젖어있는 땀만이 유일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야영장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레스토랑에서 비빔밥과 팥빙수를 제일 맛있게 먹고 멋진 야영을 했다. 샤워도 좋았고, 어둠이 내리고 나서 도착한 두 여성 산악인의 텐트치는 소리도 싫지 않았다. 잠 만이 최고의 비타민이었다.

^[8일] 07.21.2007 – 비, 흐림 – 91.15km = 영암월출산국립공원야영장-강진-다산초당-남창-두륜산을 끼고서-북평-땅끝-송호해수욕장

강진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전라도 음식을 먹었다. 책에 나온 해태식당을 찾아 갔으나 그 동안의 세월에 음식값이 삼만원으로 올라있었다. 할 수 없이 골목을 빠져 나오는데 화경식당.이라는 곳이 눈에 띄어 7000원 짜리 백반을 시켰는데 정말 좋았다. 특히 ‘맛’이라는 이름의 해판이라는 조개 비슷한 해산물을 초고추장으로 버무려놓은 음식이 제일 맛이 있었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자전거 타는 거 한번 보고 싶단다. 얼굴에 음식 맛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 아주머니는 결국 나를 실컷 웃게 만들었다. 기어가 어디에 붙었냐고 묻더니만 이 자전거는 자동으로 가냐고 물었다.

제일 비싼 아점을 먹고 정약용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다산 선생의 18년 유배지이며 목민심서 등 주요저서를 저술했던 역사적인 장소..내려다 보이는 구강포가 인상적이었고, 초당에서 내 다리를 공격해 나를 초토화 시켰던 모기만 아니었어도 더 유쾌했을 다산초당.

토말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끊일새 없이 지나가는 관광버스는 결국 사고를 피하려다 길가에 빠져 있고, 북평면에서 토말까지 가는 해안 길은 예상과는 달리 굽이 굽이 오르, 내리막이었다. 오직 토말로 가는 길이라는 한가지 사실이 힘듦을 잊게 해주기는 했지만 토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많이 지쳐있었다…기념탑이 있는 곳까지 오르내리는 모노레일 조차 귀찮아 보였다. 책에서 보았던 소박하고 착해보였던 땅끝이라는 단순한 비석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토말이 가까워오니 라이더 들이 역시 자주 보였다. 보성에서온 두 청년, 제대하고 바로 나선 대전청년, 땅끝까지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차타고 돌아갈거라며 마지막 파티하던 청년들,,정체를 알 수 없었던 전문MTB스타일의 두 아저씨…하루 야영을 하며 지낼 수 있었던 송호해수욕장은 땅끝에서 2-3km떨어진 곳에 있으며 주위에선 그래도 좀 큰 해수욕장이었다.

^[9일] 07.22.2007 – 맑음 – 134.31km = 송호해수욕장-중리(MBC드라마허준유배지, 섬Cafe1호)-산전-방무-이전-신전-도암-강진-장흥-보성-미력면(담양군 담양읍 석당간-금성면 석현교 구간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복내면-문덕면-주암호-고인돌생태공원-소나무가든(내곡)

밤새도록 외국어 같은 남도사투리를 들으며 잠들고, 아침 7시에는 해수욕장에 울려 퍼지는 이 지역에서 만든 향토노래에 잠이 확실히 깨다.

오른쪽 발이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완전하진 않았지만,,,날씨 탓도 있는 것 갔고, 부기가 있는데도 하루 종일 페달을 밟으니 나을 시간이 없었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여행 출발 전까지 자전거를 오래 타면 늘 어깨와 허리가 고질적으로 조금씩 아팠었는데 출발한지 3일쯤 지나서 부터 어깨와 허리의 통증이 사라져 버렸다..하지만 일주일이 넘어가자 기력이 조금씩 빠지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장거리여행의 특징인가 보다.

아마 오늘이 여행 출발 후 제대로된 쨍쨍하는 햇살을 보게 된 첫날인가 보다. 장마가 약간 소강상태인가 보다. 땅끝마을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위치한 송호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서쪽해안을 따라 북진하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쪽해안을 따라 왔던 길을 다시 따라 올라가 강진에서 완전히 동해안 즉, 포항으로 방향을 잡아나가기로 했다.

송호해수욕장을 조금 벗어나 중리라는 곳에 가니 허준 드라마 촬영장이 있고, 멀지 않은 곳의 작은 섬과 육지가 썰물 때여서 물이 빠져 나가고 붙어있었다. 드라마속 주인공이 살았을 법 했다. 섬과 육지에서 노는 놀이는 다를까? 다음엔 저 섬으로 소풍을 가야겠다.

강진에서 한번 쉴 시간을 놓쳐버리고 고속도로 같은 2번 일반국도에 접어들어 버렸다. 탈진할 정도로 달렸다. 평속 30 –50사이를 계속 유지했고, 햇살은 엄청나게 따가웠다. 장흥에서 보성까지는 터널을 3개를 지났다. 길은 너무 잘 나있어도 문제다.

담양군 담양읍 석당간-금성면 석현교 구간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길로 선정된 길이었다. 참 기분 좋은 길이었다. 마라톤 코스로 개발되어있었으며, 이 길옆에서 점심 먹고 한잠 자는 낮잠이 더욱 좋았다.

메타세콰이어가로수길을 다 빠져 나오니 길가 큰 공터에서 아저씨들이 동네축구를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끼워달라고 하고 싶었다. 웃통을 벗고 머리도 빡빡으로 민 사람이 제일 열심이다 ..하지만 여름 한낮의 더위를 이길 특별한 비법은 없어보였다. 오늘 햇살 만큼 멋진 풍광이었다.

오늘 하루저녁 묵을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았다. 오늘 계획하고 있는 길 위엔 야영할 곳도 적당치 않고 민박이나 여관을 찾기도 그리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조계산 송광사를 1차 목표로 해서 열심히 밟아갔다. 열심히 밟아간다 해도 시간상 송광사에서 묵기가 힘들 것 같다. 주암호에 접어들면서 끝없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문덕면을 지나면서는 주암호를 내려다 보는 언덕 위에 공산당 깃발 같은게 휘날리는 크고 흰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폐교가 아닌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옛 문덕중학교 였다고 한다. 산으로, 숲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주암호는 큰 대륙 한 복판에 아래로 쑥 들어가 위치한 왕국 같았다..옛 문덕중학교는 지금은 한의원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으시시 하면서도 전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다리를 지나 또 한번 고개를 넘어가려는데 표지판에 귀산마을이라고 쓰인 곳이 나왔다. 갈색선 그라스때문에 더 음산해 지는 느낌이었다. 오후 7시 23분 주암호 일몰을 감상하고 고인돌 생태공원을 지나,,,민박집을 몇 차례 물어 물어,,,부산분들이 주인인 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고, 두 분의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와 아침 주암호의 풍광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자리에 누우니 억 억 억 하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다.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사실처럼 받아들여 졌다. 땡기지 않는 다리 근육은 없었다. 특히 발바닥에 불이 난 것 같다. 제일 많이 달린 날이었다. 왜 그랬을까? 두려움 때문일까? 글쎄…

^[10일] 7.23.2007 – 맑음 – 85.73km = 소나무가든(내곡)-주암-창촌-승주-순천-광양-옥곡-하동

이른 아침 주암호를 바라보며 간단한 촬영을 마치고 좋은 만남을 뒤로 하고 인생도 자전거처럼 방향 트는 대로.,,,좋은 인연 잘 이어나가자는 주인아저씨의 고마움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섬…

힘이 많이 듦. 남녀 대학생 11명으로 구성된 자전거국토순례대학생을 만났으나, 말이 별로 없었다. 힘들었나 보다.

광양 외곽지역을 지나다가 평크가 남. 이 국도는 참 안 좋다고 생각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평크가 났다. 다행이 20mm전방에 주유소가 있어 그늘에서 조치를 취했다. 지나가는 자동차가 서서 이야기도 걸고 사진도 찍어준다.

처음 계획했던 진주까지의 라이딩을 포기하기로 했다. 재첩국 먹으러 가야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이 어머니가 어릴적 해주었던 재첩국이다. 결국 멋진 재를 넘어 하동이 내다 보이는 곳까지 왔다. 철교와 섬진강 그리고 소나무 숲…이 속에 사는 사람은 어떤 모양의 마음일까? 자전거 점에 들러 타이어에 공기를 더 주입하고서 재첩국을 먹었다. 옛 맛을 생각하며…..

하동의 밤은 섬진강의 노을에서 시작하고, 재첩국 파는 소리에 아침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피시방에 잠시 들러 사진정리를 간단히 하고 쓰러졌다.

^[11일] 7.24.2007 – 맑음 – 95.09km = 하동-횡천-북천면-진주(내동우체국좋음)-문산-진성-지수-의령

횡천이라는 마을은 마을에 내가 횡으로 흐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이발소 아저씨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해서.

고등학교 1-2학년쯤 돼보이는 아들을 각각 한명씩 데리고 부산에서 목포 유달산까지(8일간,,,4일째만남) 걷기에 나선 오십대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남.

집 나온지 두 달 째된 아저씨는 집 나와서 자전거, 텐트도 샀다고 했다. 옷이 땀에 자꾸 달라붙어 힘든다고 담배를 문채 입으로 말하신다..원래 목적이 무었 이었는지가 궁금했다. 이런 저런 사연은 다 있기 마련이다…

한 고개를 넘어 정상에서 쉬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헉헉거리며 올라와 지나가는 라이더가 있었다..어디서 오는냐고 커게 물어보는데 대답을 않는다..알고 보니 제파니즈라고 한다. 두 청년이 부산에서부터 오고 있었다. 서해안을 돌아 서울 가서 나고야로 비행기 타고 돌아갈 계획이란다. 짐이 너무 많아 보였다. 반으로 줄여도 힘들판에..이런 저런 얘기 끝에 길을 보내고 나서 나도 가던 길을 계속 가는데 거기서부터 계속 엄청 오랫동안 내리막 길이었다. 일본녀석

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맘속에도 그리고 입가에도 웃음이 나서 한참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실하나, 아무리 평탄한 길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은 늘 있는 법.

진주시 외곽의 내동이라는 곳에서 우체국에 들어가 길을 물었다. 그 주위의 상세한 지도까지 복사하여 설명을 잘해주셔서 대단히 고마웠다. 생수, 커피, 인터넷도 다는 아니지만 이용할 수 있으며, 작은 읍 단위에도 우체국 깃발과 표지판은 작지만 많이 있어서,,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되었다…

의령에 도착하니 더 이상 다음 도시로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의령은 논 한복판에 세워진 이상한 소도시 같아 보였다..밤이 되면 터미널 근처 식당만 조금 불을 켜놓고,,,, 오랜만에 인터넷 서핑을 함.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