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여섯째 날(1.15)

강성호(kang sung-ho) 2005-02-25 (금) 13:10 조회:1343

여섯 째 날(1. 15 토)
따스하고 인자하신 두 분과 함께 한 시간들을 뒤로 하고 다시 후쿠오카로 떠나야 할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CD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귀에 익어 다시 들어 보니 김영동의 ‘먼길’이란 곡이였습니다. 선생님께 어디서 이 음악을 구입하셨다고 여쭤보자 작년 한국 고령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호스트 해주신 오병훈님께서 주신 것이라며 늘 듣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하시자 작곡자가 누군지 어떤 분인지 질문하시기에 아는 대로 알려 드리자 한국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구입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귀국한 뒤 감사인사와 함께 김영동, 황병기님의 CD를 보내드렸더니 너무 기뻐다며 전화까지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짐을 챙겨 작별인사를 드리자 선생님께서는 역까지 배중해주시면서 도중 갈아타는 플랫폼 번호를 몇 번이고 일러 주셨습니다. 기차가 떠나는 순간까지 홀로 서서 손을 흔들어 주시는 선생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면서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틀 동안 함께 나눈 만남 이였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인연이였습니다.
언제 꼭 저희 집으로 모시고 한국의 정을 담뿍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09:30
히젠후모토역을 떠나 토스에서 모지항행 카코시마혼센 쾌속열차를 바꿔 타고 하카타역에 도착했습니다.(53분, 630엔)
미리 전화통화로 알려 드렸더니 후쿠오카에서 호스트를 해주시기로 한 타나까상이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분으로 편안한 여행되길 바란다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으시기에 시내 가까운 명소 몇 군데를 말씀 드리자 구시다신사, 하카타마치야후루사토관을 권해주셨습니다.

하카타역에서 가까운 거리라 걸어가겠다고 하였지만 택시로 가는 게 좋다고 하시기에 함께 탔습니다. 캐널시티 앞에서 내려 걸어서 후루사토관까지 1시간 정도 둘러 보는 동안 좀 힘들어 하시기에 여쭤 보니 오래전부터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어 오래 걷기가 불편하다고 하시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애써 마중까지 나오신 게 너무 죄송하여 댁으로 바로 가자고 하였습니다만, 꼭 한 군데 안내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고 다시 택시를 타게 하셨습니다.

마침 나카스에 있는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 한국에 관한 특별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같이 가보는 게 어떠냐기에, 무리가 되지 않은 범위에서 관람을 하시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타나까상도 가보고 싶은 전시회라 같이 가보기로 했습니다.

<욘사마의 나라, 사진전>이란 타이틀이 붙은 특별전이였는데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의 이모저모를 한국과 일본 사진작가 5명이 찍은 흑백사진전이였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난민촌 아이들, 마차가 다니는 서울 만리동 뒷골목, 군복을 입고 교련사열을 받고 있는 고교생… . 일본 땅에서 사진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사를 뒤돌아보는 게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타나까상도 어린 시절에는 이 아이들처럼 가난한 시골에서 자랐다며 사진을 보고 있자니 옛 추억이 하나씩 떠오른다고 하셨습니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차 한 잔을 마시며 타나까상은 건강이 좋지 않는데도 왜 servas활동을 하는지 전해주었습니다. 먼 여행을 하지 못하는 처지이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도 삶의 활력을 얻고 또 용기를 가지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좀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은 보통 일본사람들과 달리 처음 만나는 저에게도 마음을 열고 대하는 타나까상을 보고 servas의 참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교단에서 해직되어 10년간 힘들게 살아왔던 세월을 전하며 괴롭고 힘들었던 일들을 하나씩 이어가자 타나까상도 눈물을 흘리시며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국땅에서 servas 회원끼리 서로의 삶에 대해 마음으로 공감하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대화를 이어 가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아직 서투른 제 어학실력을 좀 더 다듬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배종만: 강 선생님, 저에게 전화 한통 주이소.. 017-858-1455 -[02/25-23:47]-

성재위: 좋은글 올려 주셔서 감사하구에 늘 좋은일만 있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03/08-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