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벼락치기 스페인어 공부

김종수 2006-04-20 (목) 05:30 조회:1986

남미 국가들은 스페인어를 상용한다.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면 브라질에서도 통용은 되므로 나는 떠나기 전에 스페인어 기초라도 습득을 하고 가야겠다고 맘먹고 공부를 시작했다. 서바스 여행을 위해서는 ‘언어소통’이 필수이기 때문. 더구나 아내를 동반하는 남편으로서의 책임감이 나를 채찍질했다.

먼저 카세트가 딸린 ‘스페인어 실용회화’ 책을 사서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페인어를 스스로 익히기엔 한달이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나는 적당한 스페인어 교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부산의 미군부대 하얄리아Camp Hialeah(오는 6월이면 완전히 해체되어 부산시민의 공원이 된다.)에서 알게 된 사람 가운데 스페인어를 하는 분이 있어 출발까지 한 달 동안 매일 2시간씩(주말도 포함)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로 하고 강사료 50만원,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갔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을 했다. 입시에 몰두하는 학생과 같이 나는 스페인어에 몰두했다.

외국어 습득이 한 달 만에 가능할까? 나는 서바스 여행을 할 욕심으로 강행했다. 단어와 문장을 적어 들고 다니며 외었고 차안에서는 카세트를 틀어서 발음감각을 익혔다. mp3에 녹음을 해서 목에 걸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 마다 들었다. 스페인어 습득을 위해 시간을 아끼느라 항공티켓구매도 여행사에 의뢰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서바스 여행의 매력은 나를 무아지경으로 이끌었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나 자신도 의문이었다. ‘남미의 서바스 가정에 머물면서 남미를 봐야 제대로 보는 거지.’ 이런 말이 나의 뇌리에서 그치지 않았다.

관광객은 언제 어디를 가거나 국외자(局外者outsider)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바스 호스트를 받게 되면 그 문화의 일원이 되어 문화 속을 여행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을 돈으로 표현하랴. 그래서 우리부부가 이스라엘 서바스 여행경험을 담은 책의 제목을 ‘부부교사의 이스라엘 공짜여행’이라 붙였던 것이다. 다행이 이 책은 입소문을 타고 6.000권 이상이 팔렸고 서바스를 한국사회에 소개하는데 공헌을 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서구에서 번역본 출판의 의사타진이 들어오고 있다.

여행을 마친 지금 회상해보니 노력에 대한 보답은 충분히 있었다. 남미 인들은 생각보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예스’와 ‘노’도 말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방대한 대륙, 풍부한 천연자원, 생활에 불편이 없으니 구태여 기를 쓰고 영어를 배울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브라질 아마존의 도시 이키토스의 서바스 호스트 Auror Olortegui 부부 역시 영어라곤 한마디로 못했다. 한 달 동안의 벼락치기 스페인어로 그 가족과 보낸 시간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Olortegui 부부와 함께 삼발이 택시(motor taxi)를 타고 아마존 전통식당으로 가서 먹었던 ‘거북이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할 말이 많이 없었으므로(실제로는 말을 할 수 없었으므로) 음식에만 몰두해서였을까?(다른 호스트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결정적인 많은 순간과 위기를 넘긴 것을 생각하면 한 달 간의 스페인어 집중투자가 우리부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고 남미여행은 행복했다.

우리가 방문하고 싶은 쿠바를 중심으로 하는 중미여행은 Buena vista social club의 음악과 E. Hemingway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여정인데 이번에는 좀더 차분히 스페인어 공부를 해 가야겠다.

이흥숙: 대부분 한국분들이 유럽여행을 선호하지만 사람좋고 물가싸고 볼 것 많은 중남미여행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어려운 것이 역시 언어인데.. 짧은 시기에 스페인어를 배워 멋진 여행을 하셨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04/20-11:42]-

박철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지부장님 대단하십니다 새롭게 도전할수 있는 용기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04/22-17:23]-

박정희: 김선생님, 선생님의 도전의 끝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04/23-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