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아테네에서 터어키로

한규석 2006-07-30 (일) 01:12 조회:1993

피레우스 항구는 아테네의 해상교통을 담당하는 외항으로 각 섬으로 가는 모든 배가 이곳을 기점으로 하기에 무척 큰 항구이다. 엄청난 물동량에도 불구하고 수질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스에서 터키를 넘어가는 방법은 육해공 세가지가 모두 가능하다. 비행기가 가장 빠르고 비싸다. 기차와 뻐스, 배가 모두 비슷하다고 한다.(시간과 경비). 난 배로 넘어가고자 하였다. 배로 넘어가는 최단 거리는 그리스 키오스섬으로 가서 터키의 이즈미르로 넘어가는 것과 사모스 섬으로 가서 터키의 에페소로 가는 방법이 있다. 론리푸라닛에서 본 정보로 판단시에 사모스 섬이 더 흥미로왔길래 사모스 노선을 택하기로 하였다. 항구의 메트로역를 나와 바로 자리하고 있는 여행사가 있길래 사모스섬의 바치 항으로로 가는 표를 끊었는데 데크 좌석은 29유로, 객실내 좌석은 3유로가 더 비싸다고 한다. 객실좌석을 끊었다. 선박이름은 아티나 익스프레스로 길이가 약 50미터가 넘어 보이는 대형 페리선이었다. 승선하자마자 에스칼래이터로 객실을 들어가게 해 고급스러워 보였다. 좌석은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고, 바닥에 카펫을 깔아서 드러누어 자는 사람도 꽤 눈에 띄었다. 저녁으로 식당에서 파는 샌드위치(4유로)와 세븐업(2유로)을 사서 먹고, 바로 새우잠을 청하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여행용베개의 덕을 잘 보면서 그런대로 에닐곱 시간을 잔 것 같다. 무려 12시간을 걸려서 에게해를 항해하여 터키의 코앞에 있는 사모스섬에 도착하였다.
이 섬은 그리스신화의 헬라 여신의 탄생지이고 피타코라스의 고향이라고 한다. 매우 큰 섬으로 차량들이 제법 끊이지 않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으나, 한국의 일반 도시보다는 정돈도 잘되었고 한적한 듯 하다. 아침 9시 경에 도착하였기에 다음 날 터키로 가는 배편(하루 전에 끊어야 함)을 끊고(30유로), 전날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숙소인 에밀리 호텔을 찾아 휴식을 취한 후에 섬의 박물관을 관람하였다. 이 섬은 터키와 그리스가 번갈아 차지했던 곳으로 큰 석회동굴과 이쁜 마을, 깨끗한 비치들이 곳곳에 있어 매우 아름다운 섬이라고 한다. 혼자 다니기에는 경비가 녹녹치 않은 듯 하며, 피타코라스 마을에는 그의 동상만이 있다고 해서 가기를 포기하고 해가 누그러지는 저녁시간에 비치에 나갔다 왔다.

유스호스텔에서 못 했던 빨래를 하고, 푹 쉬면서 좋아하는 달리기를 한 시간 하고 비치에서 수영을 하고, 저녁을 부두의 까페에서 포도주를 곁들여 했다. 사모스섬은 포도주가 많이 난다고 하여 하우스 와인을 시켰더니 반리터를 내오는데 4 유로란다. 혼자 마시기에는 많은 양이었지만 천천히 마시며 주위 풍광을 즐겼다. 그리스 사람들은 야행성인 듯 술집에서 유객을 하기 위해 술값을 반값 밖에 받지 않는 해피아워 시간이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이다. 즉 술집 영업 본장은 11시 이후에 선다는 것이다. 그릭의 밤이라는 행사를 하는 술집에 가볼까 했으나, 다음날 여행을 생각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사모스섬의 바찌 항에서 터키의 에페소스로 가기 위해서는 쿠사다시라는 항구로 입항한다. 이튿날 일찍 일어나 호텔을 빠져 나와 선착장으로 갔다. 조그만 배가 승객들로 만선이 되어 1시간 반남짓의 항해로 터키 쿠사다시로 들어갔다. 배를 빠져나올때 입국료 조로 10 유로를 징수한다. 쿠사다시는 깨끗하게 정돈된 깔끔한 도시로 여느 유럽의 도시 못지 않아 보였다. 에페소스로 가기위해서는 셀주크라는 17키로 떨어진 도시로 가야하는데 택시비가 7-8유로 정도라는 경찰의 말에, 한국 손님을 많이 받는다며 호객을 하는 아미르 부자의 차에 5 유로를 주기로 하고 탑승했다. 그들은 에페소로 오는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주로 상대한다면서 절대로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고 다짐했으나, 그들의 호텔에서 터키식 아침식사를 5유로를 받고, 하루종일 7-8군데의 유적지를 데려다주는 프라이빗 관광서비스를 하는 댓가로 125 유로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말뿐인 것 같다. 협상이 결렬이 나서 나는 셀주크(에페소스 관광지의 근거지)의 버스정류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고, 그곳에서 이즈미르로 가는 버스 승차권을 파는 곳에 여행용가방을 맡기고 컴퓨터와 여권이 든 배낭만을 매고서 에페소스 구경을 나섰다.
나서기 전에 이즈미르에 있는 서바스 호스트인 후리야에게 쿠사다시에서 산 전화카드로 전화를 하려는데 잘 안된다. 옆에 지나가는 터키청년에게 도움을 청하니 해보다가 역시 안되니까 자기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후리야와 통화를 했다. 저녁때 그 집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마침 옆에 있는 에페소스 박물관을 들어가려는데 점심시간이라 휴관이란다. 할 수없이 옆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얻은 지도를 보면서 성요한성당 유적지로 걸어갔다. 약 일키로쯤 떨어진 곳인데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점심시간때 걷자니 장난이 아니었다. 기온은 38도를 웃돌고 있었다고 한다. 유적지 관람료로 5리라를 받는데 터키돈만 받는다고 한다.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은행이 있다지만 보이지도 않고, 난감해 하는데 비자카드 결재가 된다고 하길래 카드를 썼다. 아마도 내가 카드로 결재한 최소의 금액(3000원 상당)인 것 같다. 수차례에 걸친 지진으로 돌기둥과 무너진 벽들, 몇칸의 건물들만이 남은 요한성당 유적지를 돌아보는데 마침 한국인 관광단을 인솔한 한국인 안내자가 설명을 하길래 섞여서 귀동냥을 하였다. 이 성요한성당은 요한이 묻혔던 곳이라며, 건립 당시에는 상당히 컷던 듯 한데, 지금은 폐허가 되어 버린 곳이다. 옛날의 위용을 보여주려는 모형이 자그맣게 유리관에 전시되고 있었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에페소 유적지로 향하였다.

에페소 유적지는 3키로쯤 떨어져있어서 마침 터미널에 버스가 있길래 3리라를 주고 탑승하였다. 그런데 내려주는 곳에서 한 일키로를 걸어야 유적지가 나왔다. 10리라를 주고 들어가 보니 역시 지진과 지형변동으로 폐허만 남은 성서에 나오는 옛 에페소스를 볼 수 있었다. 옛 영화를 보여주는 무수히 많은 돌기둥과 건물의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그 중에서도 도서관 터, 검투사들의 투기를 비롯한 각종 공연이 벌어졌으며 이만오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원형극장 터를 둘러 보고 두 시간 남짓 걸려서 나왔다. 약 2키로쯤 떨어진 아테미스신전이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있기에 내쳐 걸었다. 허기가 져서 레스토랑에 들어갔으나 4시가 넘어서 점심시간이 끝나고 저녁시간은 아직 시작 전이라고 한다. 할 수 없이 뙤약볕을 20여분 더 걸어서 아테미스 신전터를 들러보았다. 세계7대 불가사의 축조물이라고 이야기되지만 덜렁 기둥하나만 서있고 볼 것이 없었다. 어른 3명이 손을 뻗어 감쌀 수 있는 큰 지름의 기둥이 백여 개가 받치고 있던 신전이었다고 하며, 멀쩡했을 경우에 규모가 엄청났다는 것을 가이드가 해 주는 것을 듣지 않았던들 7대 불가사의라고 해서 호기심에 갔던 사람들은 틀림없이 큰 실망을 햇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하면 대부분 유적지에서 입장료를 받지만 이곳은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1키로 떨어진 셀주크 시내로 다시 걸어 들어와서 점심시간이라 못 보았던 박물관(5리라)을 들어가니 아테미스 여신상이 수고했다며 반기는 듯 했다. 땀을 식히며 에페스 맥주를 박물관앞에서 들이키며 허기를 달래고 짐을 찾아 이즈미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맥주 맛이 매우 좋았다.
1시간을 달려 터키 제 3의 도시(인구 3백만)라는 이즈미르에 도착하여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운전조수의 뒤를 따라가서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갈아 탓다. 이 시내뻐스는 냉방이 안되는데 창문도 열수 없어 찜통이었다. 한 시간 남짓 이즈미르 시내를 지나가면서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여 전화를 찾았으나 안보여 차를 기다리는 청년에게 휴대폰 사용을 부탁하였다. 흔쾌히 허락하여 전화를 하였다.

미처 5분도 안되어 후리야와 그 남편이 소형차를 갖고 나타났다. 간단하게 수인사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그들의 아파트를 들어가니 30평쯤 될 듯한 크기이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하루종일 땀에 쩌들은 몸을 샤워로 씻은 다음 비로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도착한 시간은 8시가 넘었지만 9시가 되서야 못을 씻었고, 몸씻고 나오니 터키식 저녁이라며 자신들은 먹었다고 내게 세 가지 터키음식을 대접하였다. 특별히 만든 것은 없고 자신들의 일상식이라며, 자신들이 가꾸는 근처의 텃밭에서 나온 야채로 만들었다고 한다. 후리야는 전직 간호사를 하다가 은퇴하여 응급간호와 관련된 교육을 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남편인 징기스는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5년 전에 은퇴하였다고 한다. 마하리시 명상을 즐기며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충분히 살 수 있다고 한다. 부부 모두 50대 초반이었고 결혼을 늦게 하였고 아기는 없다고 한다. 다음 주 부터는 3주간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며 내가 마침 때에 맞추어 왔다고 반긴다. 징기스는 영어가 매우 서툴렀으나 후리야는 소통에 별 문제 없이 의사표현을 햇으며, 미국의 중동에 대한 대외정책 탓에 아랍세계 전체가 살기 어려워졌고, 이전에 비해 매우 보수적인 색깔을 갖게 되었으며, 터키사회의 여성지위도 20년 전에 비해 더 후퇴된 것 같다며 패권적인 미국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의견을 분명히 제시하였다. 후리야는 이지역 서바스 책임자로 일한지 2년 쯤 되었으며 여러 번 호스트를 했지만 한국사람은 처음이란다. 내가 고마움의 표시로 한국에서 가져간 자개 북마크와 조그만 인형을 주었더니 매우 고마워하며 내게 줄 것으로 준비했다며 수를 놓은 퇴마용 외눈알 장식 (파란눈알을 그린 것 같은 이 장식품은 악마의 시선으로부터 소지한 사람을 지켜준다고 한다)을 주었다. 미국과 카나다, 그리고 폴란드에서 서바스 멤버를 만났지만 선물까지 준비해 건네 주는 후리야를 보며 외모는 전형적인 백인과 전혀 구별이 안되었지만 마음씀씀이는 동양인임을 느끼게 해준다. 터키는 동서의 교역중심지로 동서의 문화적 특징들이 모두 혼재하고 있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내가 피곤할 것이라며 11시쯤 되자 거실의 한 곳에 징기스가 명상을 하도록 마련한 곳에서 쉬게 해 주었다. 그날은 마침 4촌 자매가 급성간염으로 병원에서 입원했다가 퇴원하여 간병을 바라며 들어왔다고 하길래, 하루 이상을 있으면 폐가 될 듯 싶었다. 그래서 다음 날 떠나겠다고 하니, 아침에 징기스를 대동시켜 이즈미르 박물관과 도심에 있는 카라반사라이 (동서교역을 하던 카라반 상단이 머물며 장사를 하던 곳으로, 낙타가 하루에 걷는 거리인 30 키로마다 선다고 한다. 이즈미르는 지중해에 연한 마지막 종착지이기도 하다)를 구경할 수 있게 해주고 버스터미널로 데려다 주었다. 비록 하룻밤의 인연이지만 가족처럼 편안히 대해주었지만 그나마 미진했던지 징키스는 서툰 영어로 “집은 좁지만 내 마음은 넓으니, 내년에 가족들 모두 데리고 다시 오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해왔다. 두 부부의 따스한 마음을 느끼며 12시 30분 버스를 타고 다음 기착지인 파묵칼레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