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티베트의 하얀 빠오(1)

김종수 2006-09-17 (일) 18:01 조회:1963

지난여름 티베트에서 찍은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언덕배기 풀밭에는 소와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빠오(티베트 유목민들의 이동식 천막가옥) 몇 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중에서도 하얀색 빠오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티베트 고원지대의 유목민들은 딸이 성장하여 처녀가 되면 하얀색 빠오 천막집을 지어준다. 처녀 혼자 사는 이 하얀색 빠오에는 아무 남자나 출입이 가능하다. 처녀가 아들 둘을 낳게 되면 시집갈 자격이 되고 낳은 아들 둘은 부모 손에 맡기고는 정식으로 시집을 간다. 아들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딸을 낳으면 시집으로 데리고 간다.

나는 남초호수로 가는 길에 일부러 차를 세워 이 빠오를 방문해 보았다. 천막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가운데 바닥에는 돌 몇 개로 떠받힌 냄비가 하나 달랑 걸려 있고 그 아래 재속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다. 벽 쪽에는 곡식 자루하나와 옷 몇 벌이 포개어 있다. 이불도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일하다가 밤이 되면 입은 옷 그대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아, 고원지대의 삶이여!

이런 환경에서 설사 딸아이가 아들 둘을 낳아 부모에게 드리고 시집을 간다고 하더라고 그 아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유목민 가족들과 사진촬영을 했다. 히말라야 고원지대의 거센 바람과 햇볕에 탄 붉은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가 매력적인 사람들이었다. 나는 두 손으로 가족 모두의 손을 한번씩 꼭 잡아 주었고 연장자로 보이는 할머니 손에 돈 몇 푼을 쥐어준 후 그 자리를 떴다. 나를 기다리는 차로 향할 때 어쩐지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

남초(나무춰 納木錯)호수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염호(鹽湖)로 호수면이 해발 4718m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의 백두산보다 무려 2000m가 더 높은 곳에 있는 셈이다. 넓이가 1940㎢의 웅대하고 수려한 경관으로 티베트에 온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나는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호수의 물이 어떻게 짠맛을 낼까 궁금했고 또한 이 곳에 산다는 고원지대의 갈매기도 보고 싶었다. 다대포 바닷가에 살고 있는 나는 바다 갈매기와는 친숙해 있지만 해발 4718m의 고산지대 갈매기에는 또 다른 흥미가 있었다. 남초까지 가는 길에는 가끔 스쳐지나가는 마을에는 온통 마을을 뒤덮은 타르초(불경을 인쇄한 깃발)가 세찬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나는 엊저녁까지 고산증으로 인한 두통과 설사로 고생했던 것도 무릅쓰고 오늘의 여정을 감행했던 것이다.

남초호수는 옥색으로 청명하였고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마치 고요한 바다 같았다. 나는 말을 세내어 타고 호수가로 다가가서 물을 손으로 떠서 맛을 보았으나 내 혀로 감지할 만큼 물은 짜지 않았고 기대했던 갈매기도 보지를 못했다.

남초호반에서 하루 종일 내 주위를 맴도는 것은 그 티베트 유목민가족의 미소와 하얀 빠오였다.

이사영: 먼저 건강한모습으로 돌아오신것을 축하드립니다. 글을읽으면서 자연의 상상을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참으로 신기한문화를 가졌구나 하면서 다음은 또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기대됩니다. -[09/17-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