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홋가이도 여행기 1

Kim Youngsook 2004-07-10 (토) 20:49 조회:1952

저는 작년 12월에 서바스에 가입한 회원 김영숙입니다. host를 하기 전에 먼저 손님이 되어 서바스회원의 hospitality를 경험해 보아야 한다는 엄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남편의 출장기간을 이용하여 여자 혼자서 여행하기에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일본을 골랐고 일본에서도 아직 제가 가 본적이 없는 홋가이도를 행선지로 정하고 6월20일부터 6월 28일까지 8박9일의 일정을 세웠습니다.

홋가이도는 광대한 면적에 비해 회원수가 16명 밖에 되지 않아서 저의 일정에 맞추어 호스트가족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역 담당자이신 요시자키씨가 제 여행기간 중 부인과 카나다여행을 떠나신다고 저의 여행을 도와 줄 수없다고 하시길래 저는 지역 담당자의 도움이 없이 직접 명부에서 한사람씩 한사람씩 체크를해가면서 호스트 가족을 찾아야 했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회원,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돌보야 한다는 회원, 또는 이미 서구 회원를 호스트하기로 정했다는 회원 -좀처럼 호스트를 원하는 회원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낙심하여 거의 여행을 포기하려던 차에 바다건너 홋가이도의 조그만 시골에서 어느 회원의 진심어린 환영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아카이가와에 사는 다카하시 쥰코라는 회원이었습니다. 그녀의 집에 6월20일 21일 양일간 머물러도 좋다는 확답을 받고 용기를 내어 계속 다른 회원들에게 연락을 취하여 마침내 또 다른 2사람의 호스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친절한 두분은 쿠찬 시의 스가와라 미와코씨와 삿뽀로시의 카노 에츠코씨 입니다. 홋가이도에서 저의 호스트가 되어주신 회원 3분은 모두 학교 교사로 바쁜 일과중에도 서바스회원을 받아 준 마음이 여유로운 분들입니다.

1. 다카하시 준코선생
저는 신치토세 공항에서 도착하여 다카하시선생에게 나의 도착을 알리며 오타루역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고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녀가 사는 아카히가와에서 오타루역까지는 승용차로 1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인데 저를 위해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서바스명부에 보니 ,그녀는 나이가 39세로 저보다 19살이나 손아래인데 전화상으로는 아주 open된 마음의 소유자인 것 같았지만 혹시 나이차가 많아서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오타루역에서 그녀을 보는 순간 모든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긴잔국민학교 일본어 선생인 그녀는 쾌활한 목소리에다 쉴새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드라마를 가르치기도 하는데 자기 얼굴 표정이 배우처럼 풍부하다고 자랑하면서, 사진을 찍을 때는 아주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서 새삼 치즈니 김치니 말하지 않아도 사진찍는 사람이나 사진을 찍히는 사람 모두 다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씩씩한 목소리는 너무 우렁차서 일본말로 '하이! 하이!'할 때는 마치 병사의 구령같이 들렸습니다. 그녀는 전에는 서구에서 오는 회원들만 호스트했는데 아시아에서는 제가 첫 손님이라서 반갑다고 하면서 여태까지 외국 여행은 대만으로 단 한번 가 보았는데 바디랭귀지를 써가며 아주 재미있는 여행을 했다고 합니다. " 저는 역시 아시아무끼(아시아 타입)인가 봐요 "하면서 앞으로 2년동안 저축해서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고 하길래 제가 좋아하는 일본작가는 '엔도 슈사꾸'이고 그의 '침묵'이란 소설을 두번이나 읽었다고 말하자, 그녀는 자신이 일본문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바로' 침묵'이란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공통화제를 찾게 되어 '엔도 슈사꾸'의 다른 소설에서 느낀 감동을 서로 나누면서 연령과 국적을 초월하여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아주 활동적인 여성으로 작년까지는 그 지역 중등교원회 총무일을 보느라 아주 바빴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미나마타병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대학조사팀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니가타현의 아가노강 유역의 주민들이 공장폐수에서 나온 수은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수은 중독증에 걸린 유명한 사건이 있었지요. 다카하시선생은 미나마타병에 대한 각종 기사와 손발이 마비되어 누워있는 환자들의 처참한 사진을 보여주며 앞으로 시간이 난다면 환경공해방지에 대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서바스회원을 호스트한 경험이 많아서인지 스스로 자신이 good travel planner라면서 열차시간표, 호텔안내을 위한 책자를 제가 오기 전에 다 준비해 놓았더군요. 첫날 저녁 식사 후, 저를 위해 일정을 짜서 예약이 가능한 것은 몇차례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해주고 ,다음 호스트의 집에도 연락을 해주고는 백지에 날짜와 행선지를 꼼꼼하게 적어 주었습니다.
다카하시 선생은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가하면 매사가 정확하고 논리적이면서도 또 자상한 면도 있고 유모어도 풍부하고, 솔직하고 털털해서 모든 좋은 성격을 다 모아 놓은 듯한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2. 긴잔 중학교에서

그녀의 부탁으로 그녀의 중학교에 가서 영어로 한국에 대한 수업을 3시간 해주었습니다. 긴잔 중학교는 해마다 학생수가 줄어서 지금은 학생수가 30명에 교사가 12명이라고 했습니다.한국을 떠나 올 때 태풍예보에다 폭우가 쏟아져서 아무런 교재도 가지고 오지 못해서 그 학교에 있는 세계지도를 붙여 놓고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도 수업을 참관하러 교실에 들어 오셨습니다. 제가 영어로 하면 다카하시선생은 일어로 번역을 했는데 학생들은 자기들의 선생이 영어를 말한다고 좀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먼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 배용준의 겨울 소나타, 월드컵, 안정환, 김치 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저는 한국의 민간외교사절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일본의 중학생들에게 한국의 좋은 이메지를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 했습니다. 특히 다카하시선생의 일본어 표현이 뛰어나서 제 영어에다 살을 더 붙여서 통역을 하는가 하면 제스츄어를 섞어가며 아주 재미나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칠판에 하나하나 적어가며 이야기를 해보니 나중에 학생들과 교사가 같이 내린 결론이 두 나라는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국과 일본을 옆집에 사는 친구에 비유해서 말하면서, "친구도 너무 가깝게 살면 숙제도 같이 하고 모르는 것을 묻고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서로 다툴 때가 많지요. 세계지도를 보면 영국과 불란서, 인도와 파키스탄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끼리는 잘 싸우지요. 한국과 일본은 아주아주 옛날에는 사이좋은 이웃으로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배우는 사이였다가 아주 심하게 싸우게 되었어요. 그러다 다시 화해하고 친구가 되었지요. 지금은 일본인들은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김치도 맛있게 먹고, 또 월드컴기간에는 한국팀을 응원하지요. 한국에서도 일본가수의 노래을 좋아하고 영화도 많이 상영하고 또 특히 일본의 발달된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요."라고 말하니까, 디카하시선생은 일본이 과거에 한국으로 부터 벼농사를 배우고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한국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3시간 연달아 수업을 하고 학교를 나오는데 학생들이 내게 배운 한국말로 '안녕히 가시므시요' 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어떤 여학생이 현관앞까지 나와 색종이로 접은 물고기 2마리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3. 다카하시선생의 어머니
다카하시선생댁이 협소하여 마당을 하나 사이에 두고 서있는 그녀 어머니 집에서 이틀 밤을 잤습니다. 그녀는 아카히가와에서 쯔게모노 식당을 경영하며 동시에 쯔게모노 공장의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3살 위인 61세로 따님처럼 명랑하고 활동적인 할머니입니다.
제가 간 첫날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어서 식사시간에 맞추어 다카하시선생집에서 마당을 건너 그녀의 집으로 가니, 한창 부엌에 그릇을 늘어 놓고 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식당 일로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손님초대를 해서 부엌에서 음식장만을 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얼굴마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순수한 환영의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제가 도와드린다고 해도 손님이니 안된다고 한사코 사양하셨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요리가 덴뿌라라고 하면서 커다란 접시에 뒷뜰 채소 밭에서 따온 갖가지 야채를 재료로 튀긴 덴뿌라를 수북히 내놓았습니다. 그외 감자, 돼지고기조림, 연어초밥, 또 그녀 공장에서 가져온 쯔게모노(짱아지)로 조촐하지만 정성이 깃든 저녁상을 차려 주셨습니다. 일본말과 영어 섞어 가면서 우리는 갖가지 화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녀는 4년전에 갑자기 남편이 암으로 죽자, 그 충격으로 한때는 명랑하던 성격이 말수가 없어지고 침울하게 변해 버렸다고 합니다. 남편을 잃은 슬픔과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직장을 가지니 매일 바쁘게 되어 더 이상 눈물에 젖어 슬퍼하지 않게 되었고 옛날의 밝은 성격을 되찾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다카하시선생은 자기가 어머니를 돌봐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녀 어머니는 자기가 딸을 돌봐주고 있다고 우기고 있는데 모녀간이 옆에서 서로 도와가며 사는 것 같았습니다.
세째날 아침은 그녀의 제안으로 아카이가와 주변을 산책을 했습니다. 이름모를 야생화가 무리져 피어 있고 초여름의 수목이 푸르른 아카히가와는 얕으막한 산으로 둘러 쌓인 아늑한 분지마을이었습니다. 그녀는 원래 오타루시에서 살았는데 이곳 출신인 남편과 결혼한 후에 줄곳 여기서 살아 왔다고 합니다. 남편이 공무원이었고 슬하에 아들하나 딸하나를 낳아 기르면서 한번도 이곳 밖을 나간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는데 사랑하는 남편을 아직도 못잊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와는 일본어로 세상사는 이야기,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7년전에 중급에서 중단한 제 일본어였지만 그녀와 마음이 통하니까 대화가 너무 잘 되었습니다.
그녀의 쯔게모노 공장을 방문하여 한국의 오이김치와 무우채나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내가 만든 두가지 음식은 그날 그녀의 식당의 부페메뉴에 차려 놓았습니다. 다카하시선생이 '엄마손 한국 즉석김치'라고 손님들에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수십가지의 쯔게모노를 골고루 맛 본 한국여행객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다카하시어머니의 쯔게모노는 아카이가와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청결한 소금에 절여 만든 일본의 전통음식이자 완전 무공해식품이었습니다. 미소시루와 밥, 닭 튀김 두조각, 그리고 양껒 먹을 있는 쯔게모노가 520엔이었는데 제가 밥값을 내려고 하니 한사코 사양하셨습니다. 오히려 저에게 일본전차 한통을 선물로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생면부지의 여행객에게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하주다니 다카하시선생의 식구들과 작별할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어머니와는 식당앞에서 포옹하고 헤어졌지만 다카하시선생과 딸은 요이치기차역까지 전송나와서 기차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주었습니다.

혼자 낯선 이국을 여행하면 제 마음이 보통 때보다 절실하게 상대에게 다가가는 자세가 되는 것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리저리 상대를 재어보고 경계하느라 마음을 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여행 중에 이박 삼일 동안에도 정이 오가는 사이가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요?

엄재량: 잘다녀 오셨습니다. 순박한 시골에서 풍기는 멋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너무 좋왔던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군요
고맙습니다. -[07/11-23:41]-

이흥숙: 호스트에 관한 세세한 부분까지 .. 그 정성이 아름답군요..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02/11-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