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폴랜드 여행-4 Torun/Malbork

박연희 2004-10-16 (토) 18:53 조회:1442

4 토룬/ 말보르크
토룬은 옛 성벽이 일부 남아 있는 작은 역사적 중세도시로 서바스 호스트가 두집이 있는데 쿠라쿠프에서 전화를 해보니 영어 교사인 사람은 여행계획이 있어 안되고 ,화가인 에봐는 가능하긴 한데 아기가 병원에 갈 예약이 되어 있고 아마도 다음날 수술할지 모르기 때문에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대접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그냥 묵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오라고 해서 찾아갔다. 호스트리스트에는(2002년) 독신녀였는데...
도착해 집안으로 들어서니 에봐는 아주 갖난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며 울고 있었다. 잠시 당황 할 수밖에...아직 두 달도 채 안된 아기인데 첫 아기로 아무리 달래도 계속 울고 보채는데 어찌할 줄 모르고 뭐 잘못해서 그런가하고 엄마도 울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아들 둘을 키운 관록으로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아기도 안고 울음이 그치도록 달래주었다. 폴랜드에 와서 갖난 아기를 안고 달래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한 일.. 에봐는 불어를 웬만큼 잘해서 의사 소통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사연을 들어 보니 에봐는 혼자 살다가 작년에 40이 넘어 자녀 셋이 있는 몇 년전에 상처한 초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나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단다. 남편은 외국에 근로자로 나가있고 카샤란 10살 된 남편의 딸도 데리고 살고 있었다. 카샤는 아주 예쁘고 붙임성이있는 영어도 좀 하는 귀여운 아이다. 넓은 거실이 화실이고 여기저기 초상화 그림이 많이 걸려 있다. 물론 다 에봐가 그린 그림들이다. 에바는 주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인데 긴 머리를 땋아 내린 그 인상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순결한 영혼이 내어 비치는 듯힌 맑은 얼굴, 스웨덴 영화 “ 처녀의 샘”에 나오는 소녀를 연상케 한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인간의 모습이 이럴까?..
처음 만나는 나를 보고 손님이고, 외국사람이고 ,인사고 뭐고 전혀 상관없이 그냥 늘 보는 이웃을 보고 이야기하듯,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니 나 역시 그렇게 느껴져서 무척 편하게 지냈다. 오후에는 대충 토룬 옛 시가지를 구경했다. 여긴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으로 옛 길가에 그 집도 보존되어 있다. 옛 성벽으로 둘러 싸인 중세 도시는 대개 입구에서 끝까지 걸어서 약 15-20분 정도거리이다. 그러니까 가로 질러서 약 1km나 조금 더 될까 하는정도. 아마 사람이 걸어 다니며 살기 편한 마을의 크기가 이쯤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 관광하기에도 역시 피곤하지 않고 이렇게 작은 동네가 훨씬 한가롭고 정답다. 이곳도 그렇고 이태리의 아씨시, 루까, 구비오 ,울비노, 크로아티아의 스플릿, 듀브르브니크 등등,
성당 구경하러 들어가니 마침 토요일 오후라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한 30명쯤 되는 가족등 손님이 참석했고 거의 다 꽃다발을 들고 왔다. 혼례미사로 식이 끝나고 나면 밖에서 손님들 모두 줄서서 차례로 신랑, 신부에게 양쪽 뺨을 대는 축하인사를 하였다.

다음날은 기차로 3시간 가량 걸리는 북쪽은 작은 도시 말볼크(Malbork)의 중세 튜톤 기사단의 성에 다녀왔다. 좀 멀어서 꼬박 하루가 걸리는 곳이나 중세 역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책에서 만 읽은 Teutonic Knight의 총 본부가 있던 곳이라 일정에 넣었다. 2차 대전때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 거의 복원된 폴랜드의 가장 큰 성으로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되어있다. 개별적으로 성안을 구경할 수없고 영어 가이드를 따라 2시간 30분 동안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각기 다른 시기에 지은 3부분의 붉은 색 벽돌로 지은 거대한 성안을 자세히 구경했다. 700여년전 자기네 조상들이 살던 곳이라 그런가 독일 관광객이 꽤 많이 왔다.
저녁에 늦게 돌아오니 에바가 다음날 아기를 수술하기로 결정되었다고.. 갖난 아기가 장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하는데 크게 심각한 수술은 아닌 것 같았다. 아침 일찍 택시를 불러 타고 가지만 가방 세개와 아기를 안고 혼자 가기 어려워 보여 나도 병원에 짐 들고 같이 가주겠다고 하니 에봐는 아주 기뻐했다. 남편도 집에 없고 어려운 상황에 약간의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어 나도 흐뭇했다. 병원에 모자를 남겨두고 아기를 위해 기도하며 토룬을 떠났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호스트, 화가 에바 미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