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에서는 Jerome, Sylvie 부부의 집에서 3박을 했습니다. 이 부부는 벨기에 사람이 아닌 프랑스에서 오신 분들로 처음에는 파리에 사시면서 서바스 활동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두 분다 브뤼셀에 직장을 갖게 되어 현재는 벨기에 서바스회원 활동하면서 브뤼셀에 사시게 되었습니다. Jerome 아저씨께서는 전에 직장일 때문에 캐나다 퀘백에서도 몇 년 거주하신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부는 파리에 있을 때 부터 서바스 활동을 하셨지만 그 동안의 게스트들을 보면 대부분 유럽 인근국가들이나 아메리카, 호주 등에서 오는 게스트들밖에 없어서 이번에는 아시아에서 오는 게스트를 한번 받아보고 싶어서 제가 오기 전에는 일본, 대만에서 온 게스트들을 받아 보셨는데 한국에서 온 게스트는 제가 처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부는 프랑스인답게 술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탓에 저도 이 분들을 통해 많은 종류의 술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분들이어서 그런지 한국인들과는 달리 항상 여유가 있고 느긋하며 분위기를 즐기는 것을 좋아해 저녁에는 저도 항상 소파에 같이 앉아 술과 민트차를 마시며 클래식, 프랑스음악 등 여러 종류의  음악을 감상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노래를 몇 개 안다고 말씀드리니 몇 곡 틀어주시며 따라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

맥주로 유명한 벨기에 답게 이 집에서도 몇몇의 벨기에 맥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저는 그동안 벨기에 맥주하면 호가든밖에 몰랐었는데 벨기에에는 여러 브랜드의 맥주들이 있었습니다. 특징이라면 벨기에 맥주는 평균 9~10도의 알콜을 함유하고 있어 한국 맥주와는 달리 약간 독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집에서 이탈리아 술인 아마레토를 처음 맛보았는데, 아몬드로 만든 알콜 30도의 독한 술 입니다.

술이 독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맛이 시럽같이 매우 달고 향 또한 매우 달콤하여 정말 술이 맞냐고 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Jerome 아저씨께서는 아마레토는 술이 달고 향이 좋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케이크나 과자를 만들 때 이 술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랑 마니에르라는 술도 맛보게 해주셨는데 이 술도 40도의 알콜을 함유하고 있어 매우 독했습니다.

하지만 코냑에 오렌지를 넣어서 만든 술이다 보니 독하고 단맛이 없기는 하지만 강한 오렌지향을 느낄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첫날 저녁에는 Sylvie 아줌마께서 프랑스 전통요리인 파테(Pate)를 요리해 주셨고, 둘째날 저녁에는 제가 한국요리를 해드렸습니다 (Sylvie 아줌마께서 요리하는 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셨는데 사진용량이 너무 커서 여기에는 업로드가 안되어 사진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요리는 쌈밥을 해드렸는데 그 이유는 유럽에서 쌀과 고기, 상추를 구하기가 쉽고(마트에서 파는 초밥용 쌀을 샀었는데 한국쌀과는 달리 찰진 쌀이 아니었지만 요리해서 먹어보니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한인마트나 한국음식을 파는 아시아마트가 있다면 쌈장을 현지에서 구할 수도 있었고 요리도 다른요리에 비하면 간편하고 뒷정리가 비교적 깔끔한 편이고 가장 한국적인 요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운음식을 잘 못먹는 서양인들의 특성상 맵지않은 한국요리를 찾다보니 쌈밥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브뤼셀에서 쌈밥을 해준 뒤로 호스트들에게 한국요리를 해 줄 기회가 있으면 항상 쌈밥을 해주곤 하였습니다. 브뤼셀에서 이 부부에게 쌈밥을 요리해 준 때가 마침 일요일이었는데, 그 때문에 구하려던 돼지고기를 구하지 못해 집에 있던 소고기를 한국에서 요리하듯이 적당한 크기로 썰어 마늘과 같이 볶아서 요리해 드렸는데 두 분 다 굉장히 맛있게 잘 드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아시아요리를 먹으면 야채를 많이 먹게되기 때문에 굉장히 건강한 음식인 것 같다고 좋아하셨고 Sylvie 아줌마는 나중에 쌈장을 구입하려고 쌈장의 영문명칭을 메모해 가기도 하셨습니다. 

Jean, Anne 부부의 집에서

릴에서는 Rose의 부모님인 Jean, Anne 부부의 집에서 3박을 했습니다. 릴은 프랑스 북부에 있는 도시로 벨기에 바로 옆에 있는 국경도시입니다. 사람들이 관광하러 잘 안오는 지역이지만 저는 이 곳에 펜팔이 두 명이나 살고 있기에 이들을 만나보기 위해 릴에 머물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릴이라는 도시도 작으면서도 아름다운 건물이 많은 고풍스런 도시였고 벨기에 바로 옆에 있는 도시여서 그런지 건물들의 양식이나 식문화가 벨기에와 흡사하였습니다.

Jean, Anne 부부는 두 분 다 건축가로 일하고 계시며 Rose를 제외한 두 딸들도 현재 건축가로 일하거나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Rose에게 들으니 집안이 대대로 건축관련 일에 종사했었고 그러다보니 건축일이 일종의 가업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건축가의 집 답게 이 부부의 집도 매우 특이하였는데 집 옆의 오래된 집들과 폐가를 사들여 집의 내부를 개조하고 한 집으로 합쳐서 자신들의 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이 집에 도착했었을 때는 일러준 주소로 찾아왔는데 집이 너무 폐가 같아서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길을 잘못들었나 하고 의문이 들었지만 집 안에 들어가보니 굉장히 특이한 집이었던 것입니다. 집에는 바깥대문이 있고 바깥대문과 집 사이에 작은 물길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좁고 긴 널빤지 같은 나무다리를 통해 이 물길을 건너면 집에 도착합니다.

집이 굉장히 자연친화적으로 집안에 흙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못하는 우리의 주거문화로 봤을 때는 매우 특이한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했었을 때는 Anne 아줌마는 외출 중이셨고 Jean 아저씨께서 저를 매우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이 부부에게는 딸이 셋 있는데 첫째 딸은 이미 독립했고 둘째 딸인 Rose는 브뤼셀에서 공부하고 있고 셋째 딸은 집에 같이 살고 있지만 제가 갔었을 때 그녀는 이미 동남아에서 5개월 째 여행하는 중이었고 거기서 4개월을 더 있다가 인도에서 귀국할 거라고 Jean 아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부도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을 몇 개 읽어보았다고 하셨으며 남아시아로 가족여행을 떠나본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음식도 즐겨 드셨는데 제가 첫날  갔었을 때 저녁으로 Anne 아줌마께서 태국의 전통요리인 톰얌꿍을 요리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서양풍으로 만든 톰얌꿍이다보니 원조와는 맛이 확연히 다르고 향신료도 안들어 갔기에 자극적인 맛없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집에는 고양이가 세 마리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모두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잘 따라서 아주 귀여웠습니다. 특히 제일 어린 검은 아기고양이가 애교가 제일 많아서 사람하고 떨어질 생각을 안했습니다.

제가 있었을 때는 다른 사람들도 그 집에 방문해서 저녁을 같이 먹었기 때문에 그들은 주로 불어로 대화하였습니다. 저는 서울의 알리앙스 프랑세즈라는 곳에서 8개월 동안 불어를 배운적이 있어서 대화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몇몇 단어들은 알아들을 수 있어서 생각해보니 불교에 대한 얘기와 호스트의 집안일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마침 알제리에서 한 프랑스인이 납치되어 살해당한 일이 일어났었기 때문에 그것도 이슈가 되었습니다. Jean 아저씨와 Anne 아줌마께서는 가끔가다 저에게 불어로 말을 걸거나 대화를 하셨고, Jean 아저씨께서는 제 불어발음이 꽤 좋다며 칭찬하셨지만 불어를 배운지가 오래되서 많이 까먹었었기 때문에 고생을 좀 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날에는 집 근처에서 장이 열려 Anne 아줌마와 함께 장을 보러 갔었고 그날 저녁에 브뤼셀에서 갖고 온 쌈장으로 쌈밥을 해 드렸습니다. 두 분 다 매우 신기해 하시고 맛있게 드셨는데, 특히 Anne 아줌마께서 이 요리를 좋아하셨습니다. Anne 아줌마는 해산물은 드시지만 고기는 전혀 드시질 않으시는 분으로, 그때 고기대신 다른 야채를 상추에 싸서 드셨는데 쌀과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다며 굉장히 좋아하셨고, 나중에 쌈장을 아시아마트에서 직접 구입하려고 쌈장통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셨습니다. 

밤이 늦어져서 나중에 3부에서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