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커피 여행1-터키

김종수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와 집에서 커피를 끊인다.

나의 여행은 커피를 찾아 가는 커피 전문 여행은 아니었지만 커피가 없을 때의 여행은 열정이 식어버린 사랑과 같이 무미건조했으므로 나의 여행은 내내 커피와 함께 했다. 커피 향에서 세계를 떠돌던 여행 실마리를 찾아보자. 먼저 아일랜드, 터키, 일본, 인도네시아, 모로코와 미국, 스위스의 커피 맛을 되살려 본다.

   커피원두를 거칠게 갈아서 작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넣고 물은 작은 에스프레소 한 장 정도로 조금만 붓는다. 그릇째로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뭉근한 불로 끓인다. 커피가 끓으면 식탁으로 옮겨 음미한다. 양이 작으므로 혀끝으로 맛보는 수밖에 없다. 진한 커피향이 쓴 약처럼 입안으로 퍼진다. 바닥에 반쯤 가라앉아 남아있는 찐득한 커피가루에서는 이스탄불의 카펫 냄새가 난다. 그랜드 바자르의 카펫상점에서 대접받은 바로 그 커피, 터키식 에스프레소다. 

                                               터키의 커피

      이스탄불의 서바스 가족은 너무 친절했다.

동서양의 중심지에서 살아서 그런가 친절도 동서양을 합친 것 같다.

아내와 함께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시장에 들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시장의 크기에 놀랐고

(단일 시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진열된 상품의 다양성에 놀랐다.

    마침 딸아이의 혼기가 찬 때라 혹시나 하고 금은방엘 들렀다.

황금 목걸이의 화려한 세공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중심, 세계의 수도를 이스탄불에 건설하고 세계를 호령하던 불멸의 오스만 튀르크 대제국의 영화(榮華)를 보는 듯 했다.

    가격이 맞지 않아서 미련을 뒤로하고 길 건너 카펫 상점에 들렀다. 나는 옛날부터 터키 북쪽 산악지대의 소수민족 처녀가 혼수용으로 손으로 짠 카펫을 내 서재에 깔고 싶었다. 처녀들은 성년이 되면 카펫을 짜서 팔아 그 돈으로 혼수품을 마련한다고한다.

우리의 의도를 말했더니 콧수염을 기른 주인이 의자를 권했다. 앉아서 카펫을 둘러보는데 가게 문이 열리더니 커피 잔을 담은 트레이를 어깨 높이로 받쳐 든 한 아저씨가 들어온다.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커피를 석 잔을 내려놓고 나간다.

작은 스테인리스 잔에서 커피가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장난감 같은 커피 잔을 들고 주인을 바라보았다. 주인은 나를 보며 혀끝으로 커피를 음미했다. 찐한 커피가 혀끝을 타고 입안으로 퍼졌다. 아내는 너무 강하다며 얼굴을 찌푸린다. 커피향이 입속 가득히 퍼진다. 커피를 입에 품고 입속에서 녹아드는 사이 대화가 이어지고 또 커피를 맛보고 이렇게 하다 보니 상담이 성사됐다. 터키인의 상술은 옛날 부터 유명하다. 이것도 커피 상술이다.

     내가 집에서 끓인 나의 커피 잔에도 찌꺼기가 잔의 반 쯤 남아 있다. 커피가루를 스테인리스 잔에 넣은 후 물을 붓고 그릇째 불에 올려 끊여 내온 터키식 에스프레소였다. 이곳 다대포 바닷가의 나의 서재에도 터키식 커피의 남은 찌꺼기에서는 산악지대의 아낙네들이 짠 수직 카펫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