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볼리비아의 어린 소녀엄마들(남미 서바스여행기5)

김종수 2006-04-27 (목) 09:49 조회:1561

볼리비아를 여행 하다보면 어린 소녀들이 아기를 안거나 업은 채 길거리에서 간단한 물건 내놓고 노점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언니가 동생을 돌보는 것 같지만 이 어린 소녀들이 바로 그 아기의 엄마이다. 이들은 몸집조차 작아 우리의 초등학생 상급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이를 막 벗어난 소녀들인데 자기 몸도 주체할 수 없는 몸과 나이에 벌써 다음 세대인 아이의 삶의 짐까지 떠맡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조혼의 풍습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18-20세에 대부분 결혼을 한다. 아기의 아버지조차 또래일 경우가 많아 세상모르는 청소년 아버지는 아기만 만들어 놓고 도망쳐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문맹률도 77%나 되다보니 피임은 생각지도 못하고 사회 여건이 피임을 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되어있지도 않다. 어머니가 된 소녀들은 자신이 먹고 살고 아기를 키우기 위해 부득이 노점상이 되거나 남의 집에서 일을 해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볼리비아는 1000명 탄생에 57명이 사망하는 영아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여성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3.3명으로 아주 높은 편이다. 평균 수명도 45세를 넘기지 못한다.

사회 전체가 조혼을 인정하므로 고등학생들도 아기를 부모에게 맡겨두고 학교에 다니는 등 임신과 출산이 아무런 흉이 되지 않는다.

엘 알토(El Alto) 지역을 방문했을 때만해도 허물어진 담장 너머로 상체를 드러낸 여성들이 자주 보였는데 낯선 우리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성들이 상체를 드러내는 것은 관습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어서 수치심이라는 단어는 이곳에선 오히려 사치로 느껴지고 이들의 벗은 모습이 오히려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이렇게 조혼에 관대한 것은 기후와 평균 수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기후가 무덥고 평균수명이 짧아 2세의 생산을 사회적 규범보다 중시하는 것이다. 볼리비아에서는 세대간 생명전이의 싸이클이 어느 사회에서 보다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