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형제의 나라 터키서바스 3

김영숙 2006-07-29 (토) 10:24 조회:1938

형제의 나라 터키서바스 3

베툴과 함께 이스탄불 서바스회원들과 만나기로 한 네비자데거리로 갔다.
인산인해란 표현이 딱 들어 맞을 정도로 주말을 즐기기위해 이스탄불의 온 젊은이들이 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듯이 붐볐다. 온갖 해괴한 헤어스타일에, 찢어진 청바지에서부터 한여름에 질질 끌리는 망또까지 입은 파격적인 복장들, 가지가지 피부색과 얼굴모습을 하고 담배를 꼬나 물고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삼삼오오 떼를 지어 낄낄거리고, 상점에서는 온갖 종류의 음악이 흘러 나오고... 이슬람국가의 거리풍경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골목으로 베툴을 따라 들어갔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삼층정도의 건물들이 빼꼭이 들어서 있었다. 모두가 술집이라고 했다. 인로즈라는 술집 3층 테라스에 올라가서 예약된 좌석에 앉았다. 조금 있으려니 베툴의 고등학교 단짝 친구라는 아이세 위놀이 왔다. 목이 길고 날씬한 까무잡잡한 피부의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서바스회원은 아니지만 이미 사고방식이 서바스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내가 서울 인사동에서 산 쬐끄만 버선이 달린 빨간 핸드폰 줄을 선물하니 핸드폰을 꺼내 줄을 끼워보려고 했다. 핸드폰에 구멍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걸고 있던 링으로 된 귀고리에다 핸드폰 줄을 끼웠다. 천원짜리 핸드폰이 그녀의 귀고리에서 달랑거리는데 빨간 상의와 멋지게 어울렸다. 방송국에서 영화 부감독 일을 한다는 그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연출이었다. 다른 여자아이들도 아이세를 따라 내가 준 핸드폰 줄을 오늘의 한국패션이라면서 귀고리에 걸었다.
이윽고 이스탄불의 서바스회원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나를 이틀간 재워 줄 national secretary인 써잔, 그리고 그의 미국서바스 친구인 짐, 짐의 친구인 영국청년 마이클(비회원), 국제서바스 재무인 외메르 외즈칸, 월요일 나의 호스트가 되 줄 외즈게, 그녀의 남자친구 투루, 그리고 외즈게의 사촌 엘리프, 나를 포함해서 모두 11명이 모였다. 우리나라 소주에 해당하는 터키 술 라크와 과일과 멸치같은 생선 안주가 나왔다. 모두 잔에 술을 채우고 ‘서바스 인터네셔널! 서바스코리아! 서바스터키! 라고 건배를 했다. 라크는 아니스 열매로 빚은 술인데 맛이 좀 독특하지만 다음 날 숙취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술이 독한지 여자아이들은 라크에 물을 섞었다. 물이 들어가니 무색이 하얀 우유색으로 변했다. 술을 못하는 나를 빼고는 점점 라크의 취기가 오르는지 모두들 쾌활하게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그중 써잔은 입만 열면 농담을 해서 좌중을 계속 웃겼다. 그는 남이 하는 말에서 귀신같이 웃을꺼리를 찾아내어 농담으로 되받아치는 재주가 있었다. 예를 들면 내가 등산취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I climb mountains. 라고 말하니 눈을 크고 뜨고
What? what? you drive mountains?하고 되받는 식이었다.
오늘 화제의 중심은 미국에서 온 짐이였는데, 짐은 지난 번 터키여행 중에 어떤 터키아가씨를 한번보고 첫눈에 반해 미국에 돌아가자마자 부모를 졸라 결혼승락을 받아내고 양가 상견례까지 했다고 한다. 현재 대학생인데 애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터키말을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라고 했다.
“야 네 여자친구이야기 좀 해봐. 그녀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겨우 며칠 사귀고 너는 미국으로 가고 그녀는 여기 터키에 있었다고 하면서 연애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잖아. 한번 보고 쭉 떨어져 있는 동안 도대체 어떻게 교제를 했니? 서로 말이 안 통하니 전화도 못하고 메일도 못 보내고....“라고 써잔이 짖꿎게 물었다. 순진한 짐은, ‘그녀와 연락(get in touch)하면서...’하고 우물거니까
‘뭐, 대서양 너머로 팔을 뻗어 서로 touch했다구?’ 하면서 놀렸다. 다른 아이들도 이구동성 으로 짐은 터키어를 모르고, 여자친구는 영어를 모르는데 과연 연애가 될 수가 있느냐‘하고 합세를 해서 집중적으로 짐을 놀렸다.
‘사랑에는 언어가 필요없단다. 내가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2차대전 때, 미군병사와 결혼한 일본여성들의 경우. 일본인처가 영어를 하나도 말할 줄 몰랐을 때는 부부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영어를 공부하고 남편과 대화를 한 후 부터는 문제가 생겨서 이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라’하고 인생의 경험자로서 애꿎은 짐을 돕기 위해 나는 한마디 끼어 들었다.
선의의 농담으로 짐을 놀리기는 했지만 다같이 라크 술잔을 높이 쳐들고, ‘짐의 청춘사업을 위하여, 짐의 사랑을 위하여’라고 건배를 해주었다.

다음은 내가 한국과 터키의 역사적인 유대관계에 대한 화제를 꺼냈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터키는 한 조상을 가지고 있다. 터키인의 조상인 훈(흉노)와 튀르크(돌궐)은 고조선시대와 고구려시대에 걸쳐 우리민족과 군사동맹관계를 맺고 주로 중국의 진, 수, 당나라와 싸웠다. 한민족의 조상과 튀르크족은 같은 지역에 거주했고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한무리는 동쪽으로, 튀르크족의 무리는 서쪽으로 이동했다. 터키인의 조상이 고구려, 백제와 동서로 헤어진지 오랜 세월이 지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 나자 많은 터키병사들이 한국전에 참전했다. 721명의 젊은이 들이 생명을 바쳐 한국을 도와 주었다. 내가 사는 부산에 유엔묘지가 있는데 그 곳에 세번이나 가보았다. 비석에 써있는 꽃다운 나이의 터키병사들의 이름과 나이를 읽어볼 때 내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났다. 우리 한국인들은 늘 터키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2002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 때 우리가 진짜 터키와 한 형제 나라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너희들은 대구경기장에서 열린 그 감동적인 한국 터키간의 3-4위전을 기억하니? 한국인 응원단이 적수인 터키팀이 골을 넣자 열렬히 환호를 해준 것을. 그리고 한국팀이 터키에게 패배했지만 우리는 너희들의 승리를 축하해주며 터키선수와 어께동무를 하고 경기장을 돌며 우애를 과시했지. 한국전쟁 때 도와 준 우방국을 응원하기위해 ‘터키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가 개설되어 네티즌들이 터키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에 가서 응원을 했어. 나중에는 응원팀수가 12,000명이나 모인 적도 있었다.‘
내 이야기에 베툴이 자기 아는 사람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한 군인이었는데 한국을 너무 사랑하고 한국이야기를 너무 자랑스럽게 한다고 했다. 이 신세대들은 한국인에게 호감은 가지고 있으나, 한국인들을 카르데쉬(형제) 혹은 칸 카르데쉬(피를 나눈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는 참전용사들의 세대만큼은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자정이 다 되가는데 아이들은 일어날 기미를 안 보이고 시차극복을 못한 나는 피곤해서 완전히 파김치가 될 지경이었다. 터키가 흡연자의 천국이라더니 서너명을 빼고 여자고 남자고 간에 담배를 어찌나 피워대는지 목이 아파 견디기 힘들었지만, 나를 위해 모여준 기특한 젊은이들에게 피곤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어서 장시간동안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였다. 그래도 웃는 얼굴을 하고 어서 모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아예 삼삼오오 편을 갈라 끼리끼 다른 화제로 이야기에 열중해 있었 다.
아이세가 내 옆으로 다가와 지루하지 않은지 걱정을 해주며, ‘김기덕감독이 만든 영화를 두편 보았어요. 사마리아와 빈집이라는 영화인데 그 영화의 예술성을 떠나서 어린 여학생이 성인에게 몸을 파는 그런 일이 한국에는 더러 일어나는지 너무 궁금했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좀 당황해서 ‘아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현실로 일어나지를 않는다. 한국사회는 아주 윤리적이고 도적적인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자기 자식이 그런 일을 저지르며 다니도록 부모들이 허락하지를 않는다. 나는 김기덕 감독이 세계적인 감독이지만 때로는 너무 극단적이고 한국사회규범을 벗어난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영화가 바로 한국의 보편적인 한국인들의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이세가 오늘 밤부터 서바스회원이 되고 싶다고 공언을 했다. 원래는 서바스회원이 되려면 2명의 기존회원의 추천을 받아야 하지만 아이세가 베툴의 친구이고 이미 그녀의 생활철학이나 모든 행동이 서바스회원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하면서, 써잔이 간단히 서바스의 정신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그 자리에서 회원가입을 허락하기로 했다. 아이세의 서바스가입을 축하하는 축배를 들고는 그제서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12시 30분이 넘었다. 아이세가 계산서를 들고 왔다. 술과 안주가 170리라였다. 우리 돈으로 14만원쯤 되는데 나를 위해 모인 아이들을 위해 내가 연장자로서 술값을 지불하고 싶었지만 환전한 리라가 얼마되지 못해 지갑속에 있는 20리라를 꺼내니, ‘당신은 물밖에 안 마셨잖아요’ 하고 아이세가 말렸다. 모두가 자기 몫을 선뜻선뜻 내는데 터키 젊은이들 사이에는 Dutch pay가 습관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베툴이 말했다. 써잔의 집은 보스포러스다리를 건너 아시아지구에 있어서 40분내지 1시간이 걸리는데, 우리 집은 차로 20분정도의 거리에 있다. 시간도 늦었고 피곤하니 우리 집으로 가서 자자. 방금 엄마가 당신을 꼭 데리고 오라는 전화를 했다.라고.
내가 또 사양을 하니, ‘어머니의 명령이에요’ 라고 내 손목을 끌었다. 나는 못이기는 체 하고 그녀 차에 올랐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염치차릴 기운도 없었다.

베툴이 부모와 살고 있는 집은 탁심에서 얼마 떨어지지않은 주택가의 아담한 소형아파트였다. 그녀 어머니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며 거실로 안내했다.
창에는 하얀 레이스커텐이 예쁘게 쳐져있고 장식장 안에는 남편의 사진과 군에 간 아들과 베툴이 함께 찍은 남매의 사진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첫눈에 그녀가 살림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정이 이미 넘은 시간이라 간단히 세면을 마치고 밤인사를 나누었다, 내일 아침은 식구들 먹는대로 준비하고 특별한 음식을 만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소파를 펼쳐서 그위에 깨끗한 시트를 깔아 만든 간이 침대였지만 아주 편안했다.

김성례: 훈이 흉노족이고 튀르크가 돌궐 이엇는 지 첨 알앗네요!.. 미국어느 티비에서 말을 타고 뒤를 보면서 활을 쏘는 훈족은 바로 우리 韓민족을 말하니(고구려벽화) 유럽에 대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로마까지 쳐들어갔던 훈족이 바로 우리 조상과 절대무관하지않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잇는데..증말 터키와 우린 피를 나눈 형제국인 거 같아요~ 요즘 티비사극 '주몽'을 흥미롭게 보고잇는데..어차피 We are the World~이나 터키와 우린 증말 각별한 거 같아요~ 팽팽하고 열띤 젊음들에게 정감어린 말을 들려주며 양국의 문화,육이오참전등, 서바스회원님들의 보이지않는 발길,교류들이 분명 민간외교의 기틀을 다지는 징검다리란 생각이 새삼 들어요, 부럽기도 하고 영어도 각국 역사,문화공부도 마니 해 놓어야겟단 생각드네요~ 아는 만큼 보이고 가진 만큼 나눌 수 있다~!^^ -[08/23-10:45]-

김영숙: 저도 이번여행을 준비하기 전에는 터키인과 우리가 한 조상에서 갈라진 후손들이라는 것을 몰랐답니다. 터키에 관한 책을 5권읽었고 또 터키서바스회원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우리문화 에 관한 독서도 했답니다. 서바스여행은 준비하면서 공부하고 여행하면서 다시 배우고 돌아와서 보고서 쓰면서 다시 느끼며 그야말로 배움의 연속이지요. 졸문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8/2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