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사람과 도시: 몬트리올 서바스 여행기

박덕근 2006-05-18 (목) 16:38 조회:1423

ㆍ첨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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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바스 대전지부 회원 박덕근입니다. 서바스를 통하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회원님과의 즐거운 만남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은 그 여행보고입니다.

몬트리올에서 돌아온지도 벌써 3주가 다 되 갑니다.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이번 서바스 대전 모임에 참석하여 여행보고를 하여야 할 것 같아 미리 예습 겸해서 드디어 작성합니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학회에 4월 22일부터 27일까지 참석하였습니다. 원래는 이탈리아에 예정된 출장이었는데 회사 사정상 캐나다로 변경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 같이 가기로 했던 아내에게는 참 미안합니다. 왠만하면 캐나다라도 같이 떠나고 싶었으나 의외로 비행기표가 비싸고 (토론토나 뱅쿠버에 비해 몬트리올은 많이 비싸더군요) 제가 학회에 참석하는 동안 아내가 관광할 곳도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혼자 떠났습니다. 학회기간 동안에는 같은 회사사람과 호텔방을 공유하기로 하였고 처음 서바스를 통해 여행하는 거라 가볍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주로 나이대가 비슷한 젊은 사람들에게 데이호스트를 신청하는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세 분이 데이호스트를 해주셔서 토요일 저녁에 한 분 뵙고, 수요일 저녁에 한 분 뵙고 목요일 저녁에 한 분 뵙기로 하였습니다.

Things Happen
토요일에 공항에 도착해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던 Siara 부부에게 전화를 하였다. 흠 일단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약속했던 데로 Siara부부의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헉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이다. 하필 그때부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분이란 참으로 우울한 것이었다. 섭섭한 마음을 안고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풀었다. 밤에 다시 전화를 해보니 Siara씨가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다가 핸드폰에 배터리가 다 된지를 모르셨다면서 무척 미안해하셨다. 원래 사건은 생기는 것이라고 위로해 드린 다음 내일 아침에 뵙기로 하였다. (이글의 나중에 나오지만 나 역시 또 사고를 치게된다. ) 어쩌면 더욱 잘된 것이 토요일은 비행기를 오래타서 머리가 아팠지만 일요일은 상쾌한 기분으로 만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Siara부부를 만났다. 원래 계획은 산책을 하면서 시내관광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가 와서 일단 차를 타고 시내를 돌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Siara는 화학과 박사과정이며 남편인 Philippe은 철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산업안전장비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참 남편이라고는 하지만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몬트리올에서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모습같다. 몬트리올 여행중에 세 커플을 만났는데 다들 정식으로 결혼은 하지 않고 몇 년째 같이 살고 있었다. 아마도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지 싶다. 일주일전에는 참 날씨가 좋았는데 비가와서 많이들 아쉬워했다. 몬트리올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글빵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곳에서는 화덕에 직접 빵을 굽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하는 주이다. 영국 혹은 미국 사람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이미지라면 프랑스 사람은 인생을 즐기면서 영어 쓰는 사람 밑에서 일을 하는 것이 과거의 전통적인 이미지였다. 이런 것 때문에 과거에는 갈등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침투해들어오는 영미권의 문화를 방어하려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참 몬트리올에서 사는 사람들 중 영어를 쓰는 사람을 엥글로폰이라고 하고 불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을 프랑코폰이라고 한다. 이번에 만났던 세 커플은 다 프랑코폰이었다. 몬트리올로 가기전에 텍사스 달라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왔는데 확실히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인종적으로는 같은 사람들이겠지만 아무래도 표정에 여유가 있고 부드럽다는 것은 내 편견일까? 남자들 표정이 덜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비만은 미국보다 덜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비만율을 급속하게 늘고 있어 10년간격을 두고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세 커플을 만났는데 주로 이야기를 하며 보냈다. 화제는 우리 또래의 화제라고 할 수 있는 애기 문제, 인생 계획, 서로의 국가에 대한 소개등이 주로 화제가 되었다. 시아라와 필립과는 점심을 함께 먹고 같이 헬스클럽에 가서 함께 운동을 하였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 나는 학회에서 열리는 교육을 받으러 가고 시아라와 필립은 지붕이 샌다면서 지붕 고칠 자재를 사러 간다며 떠났다.

두번째로 만난 커플은 수요일날 4시에 만났다. 프랑소와는 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며 부인인 시아는 의사로서 현재 전문의 과정중에 있다. 마침 나는 수요일날 논문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함께 모처럼 햇빛이 내리쬐는 몬트리올 시내를 걸으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몬트리올은 상당히 작은 도시이다. 사실 서울이 좀 비정상적으로 크긴 하지만. 관광할 곳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날씨도 겨울에는 아주 혹독하기 때문에 Underground에 길을 잔뜩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이렇게 서바스를 통해서 현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니 몬트리올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하고 호감을 가질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지만 여름에 열리는 재즈페스티발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것이 서바스로 하는 여행의 재미가 아닌가 한다. 프랑소와 커플과 함께 작지만 맛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에 갔다. 음식의 양은 조금 많았지만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았다. 마침 비가 오기 시작해서 레스토랑안은 더욱 아늑했다. 와인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프랑소와 커플이 호텔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통해 배웅해주었다. 여기에서 내가 이번에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호텔에 와서 잠깐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를 가지러 호텔방에 갔다. 즐거운 마음으로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해서 학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게 됬다. 한 10분쯤 이야기하다 호텔방에 와서는 아무 생각없이 잠자리에 들고 만 것이다. 밤중에 전화가 와서 깨어보니 프랑소와다. 호텔에서 기다리다 집에 와서 호텔방번호를 적은 메모를 찾아 전화를 걸은 것이다. (호텔측에 문의했으나 내 이름이 동양인 이름이라 쉽게 찾지 못한듯하다.) 이렇게 큰 실수를 저지를 수가. 사과하긴 했지만 내 자신을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로에 떠나기 전에 프랑소와와 두번 더 통화하면서 사과하였다.
세번째로 만난 커플은 멜라니와 제롬 부부이다. 멜라니는 아동치료사이고 제롬은 레스토랑 웨이터이다. 둘다 여행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1년에 한달정도는 여행을 간다. 여행을 가기위해 일한다 해도 맞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집도 쉽게 팔 수 있는 곳으로 살림살이도 최소한으로 해서 생활하고 있다. 함께 맥주와 와인을 마시면서 제롬이 직접 준비한 저녁식사를 함께하였다. 제롬부부는 쾌활하고 재미있다. 작년에는 티벳을 다녀왔다며 올해는 터키를 여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멜라니는 공항에서 만난 한국사람에게 받았다면서 노트북에 적힌 한국어 발음기호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것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었더니 좋아한다. 오면서 생각해보니 한국어 가르치기 놀이는 다음번에 서바스로 여행할 때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준비할 것은 한국어 발음기호 정도이니. 참 선물은 세 커플을 위해서 모두 비슷하게 준비하였다. 홍삼정과 색동 한복 커플 냉장고 자석을 공항에서 구입하였다. 주면서 한국의 감각을 전해주려고 노력했다. 먼저 한국의 컬러를 보여주겠다면서 냉장고 자석을 주고 한국의 맛을 느끼게 해주겠다면서 홍삼정을 주면 그럴 듯한 것 같다. 홍삼점은 달콤하면서도 인삼의 독특한 맛이 있어 외국인에게 적합하지 않나 싶다.

이것으로 서바스를 통한 여행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실수도 있었지만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을 조금 다니다 보니 이제 근사한 경치 같은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그리워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바스를 통해서 여행하게 되면서 현지인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만약 제가 혼자서 몬트리올을 다녀왔다면 누군가가 “몬트리올은 어땠어” 하고 물어보면 “별거없어. 날씨도 안 좋고 도시도 조금하고 볼것도 별로 없어.” 했겠지요. 하지만 서바스를 통해 다녀온 지금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몬트리올 좋지. 사람들도 착하고. 불어도 멋있어. 여름에는 재즈페스티발이 볼만 하다던데 내가 갔을 때는 비가 와서 좀 섭섭했었지”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 관련 사진은
http://www.flickr.com/photos/parkduckgun/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희: 짦은 기간이지만 서바스의 진수를 맛보신 것 같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05/19-16:00]-

박창순: 대전 모임에서 일찍 나와서 생생 경험담을 못들어 아쉽네요. 애기와 부인이 너무 귀여워요.총무님도 항상 웃는 얼굴이 보기좋아요 -[05/20-21:57]-

엄재량: 안녕하세요 지난번 대전 회의 때 만난적이 있지요. 그때 이태리 이야기 했엇는데 사정이 그렇게 되였군요 그래도 여행 잘하시고 좋은 경험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렇치만 이번 이태리 회의 중에 서울에 김순실 씨가 밀라노에서 와 주어서 우리팀에 보탬이 되였습니다 앞으로 좋은 여행 하시고 좋은 이야기 올려 주시고 잘지네세요.... -[05/21-03:47]-

이흥숙: 외국여행중 데이호스트의 참 맛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05/26-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