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형제의 나라 터키서바스 4

김영숙 2006-07-29 (토) 20:52 조회:1839

형제의 나라 터키 서바스 4

아틸랴의 손맛이 들어간 터키식 아침식사는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하얀 치즈와 파슬리를 넣고 말아 튀긴 담배같이 생긴 요리(시가라 뵈레이) 가 기막히게 맛이 있었다. 나중에 터키여행하면서 식당에서 여러 번 먹어봤지만 그녀의 뵈레이가 최고였다. 그리고 야채샐러드와 요구르트 채소무침, 채소를 올리브에 볶은 것과 에크메크(터키식 빵), 치즈, 그리고 차이(터키 차)-엄마의 정성이 깃든 식사였다. 내가 아틸랴에게 ‘엘리니제 사을르크 (당신의 손에 건강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이라고 인사를 하니 너무 좋아했다. 이것은 터키에서 음식을 장만한 안주인에게 하는 인사인데 영어를 몰라 나와 대화를 못해 답답하던 차에 내가 터키어를 한마디하니 이제사 통해서 반갑다는 눈치였다.

아침식사를 마치자 아틸랴는 자기가 직접 손으로 뜬 목욕타월과 구슬을 붙인 티슈박스 덮개를 내게 선물로 주었다. 샤워할 때 올리브비누가 좋더라고 하니까 벽장속을 뒤져서 올리브비누를 2개 가져왔다. 터키 남서쪽 지방에서만 생산하는 특산품이라고 가지고가라고 내놓았다.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집에 있는 것을 모두 꺼내서 최선을 다해 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는 터키인의 환대를 직접 체험하니 훈훈한 인정이 절로 느껴졌다.

베툴이 나를 아시아지구에 있는 써잔집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아틸랴는 관절이 아파서 4층 아파트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하루에 한번 밖에 외출을 못한다고 하면서도 그녀도 나를 배웅해주려고 그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같이 차를 타고 한 40분이상 달려서 보스포러스 다리를 건너 카디쾨이, 보스탄자라는 곳으로 가서 어느 길가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하니 써잔이 나왔다. 차를 세우고 셋이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따뜻한 포옹과 키스를 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아틸랴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우리 엄마 좀 봐요. 울려고 해요'.라고 베툴이 말했다. 나도 역시 눈물이 났다. 다음에 터키 올 때는 터키말을 배워서 이 넉넉하고 편안한 여자와 친구가 되어 터키말로 남편이야기, 자식이야기, 살림이야기등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어 보리라.

이스탄불 서바스 서기인 써잔은 아시아지구 한 아파트 4층에서 살고 있었다. 이틀 전 어머니가 먼 도시 병원에서 유방암수술을 해서 첫날 밤은 자기가 간병을 하고 나와 서바스회원들과 술집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에 먼저 돌아 왔다. 그리고 누이동생 잘레( 우리 말의 잠 잘래를 연상하니 이름이 잘 외워졌다)는 어제 밤에 엄마 곁에서 간병을 하고 지금 집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뜻밖에 어제 밤 술집에서 만난 미국 대학생 서바스 짐과 비회원인 영국미남 총각 마이클이 써잔의 집 부엌에서 부산하게 아침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수술을 해서 정신이 없을텐데 한꺼번에 나를 포함해서 3사람이나 호스트하다니 써잔은 참 대단한 젊은이였다. 제법 넓은 거실과 침실 2개, 길고 좁은 부엌, 화장실과 베란다로 이루어진 소형아파트인데 눈짐작으로 한 25평정도 되어 보였다. 부엌에 한국서바스회장이신 엄재량회장님 이름이 인쇄된 한국달력이 걸려 있어서 반가웠다. 우리 회장님은 오랫동안 한국서바스회장님으로 활동하셨기에 국제서바스에서 상당히 유명하신 것을 알 수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 가져온 민예품 매듭 1쌍과, 넥타이, 스카프등 선물을 호스트에게 전하고 젊은이들이 아침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그때 잘레라는 써잔의 여동생이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서 간병을 하고 돌아왔다. 20대초반의 명랑한 아가씨였다. 광고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영국에 자원봉사가서 1년간 있으면서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가다듬었다고 하는데 꽤 유창한 편이었다. 젊은이들이 식사를 마치자, 써잔이 아파트 주인부부가 11시30분까지 방문한다고 해서 급히 청소를 해야하는데 나보고 잠시 베란다에 나가 달라고 했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하니 사양했다. 넷이서 왔다갔다하며 어질러진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화병에 꽃까지 꽂아 놓으니 이제까지 어수선하던 집이 순식간에 요술같이 깔끔해졌다. 집주인이 들어 온 것 같아서 짐, 마이클 그리고 나 셋이서 테라스에 피해 앉아 잘레가 갖다 준 차를 마시려는데 잘레가 나와서, ‘ 안 마신차가 있느냐. 집주인부부에게 대접할 차가 한잔 모자란다. 지금 끓일 수도 없다’면서 입을 안댄 짐의 찻잔을 들고 거실로 들어갔다. 아파트 임대기간이 되어 재계약을 하러 온 주인에게 잘 보이려고 남매가 최선을 다하는 모양이였다. 한참 뒤 써잔이 우리보고 거실로 들어와서 집주인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다. 소박하게 생긴 노부부였다. 우리를 차례차례 그들에게 소개했다.
‘이렇게 멋지고 아담한 아파트를 처음 봤어요. 채광도 잘 되고 깨끗해서 정말 좋네요’ 나는 써잔이 재계약을 하는데 도움이 될까싶어 일부러 약간 아양을 떨면서 아파트 칭찬을 해 주었다. 집주인들이 가고 나서 재계약을 했느냐고 써잔에게 물으니 집주인들이 자기를 신임하는 것 같다. 계약서는 다시 쓰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보통 재계약할 때 집세를 올린다고 하니 이개월전 집세를 올려서 받기로 했기에 이번에는 인상을 안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써잔은 외출하고, 미국대학생 짐과 짐의 영국친구 마이클, 그리고 써잔의 누이동생 잘레와 터키식 커피와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하며 놀았다. 짐은 터키어 책을 눈에 달고 있다. 계속 소리내 읽고 기회만 있으면 터키말을 써 먹으려고 했다. 얼마나 터키여자친구를 사랑하면 저렇게 터키말을 열심히 공부할까. ‘네 여자 친구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느냐?’고 내가 물으니 , ‘ I hope
so.’라고 순하디 순한 미소를 띠고 대답한다. 이 아이의 부모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단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여행길에 만난 타국여자에게 빠져서 결혼하겠다고 떼를 쓰니. 그래도 자식한테 이기는 부모없다고 처녀부모를 미국에 초대하여 양가상견례까지 했다니. 아마 만나보지 않아도 짐의 부모는 인자하고 이해심많은 부부일 것만 같았다.

영국청년 마이클은 서바스회원도 아니면서 넉살좋게 친구따라 써잔집에 신세를 지고 있었다. 짐보다 2살 많은 27살. 들여다 보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깊고 매혹적인 푸른 눈에 얼굴은 배우 뺨칠 정도로 잘 생겼다. 짐과 인도 여행중에 만나 친구가 된 후 메일로 캄보다아를 같이 여행하기로 약속하고 캄보디아에서 다시 만나 둘이서 앙코르왓드 일대를 자전거여행을 했단다. 대학은 졸업했고, 여자친구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장차 스위스에서 직업을 가지고 살 예정이란다. 2살 나이가 어린 미국대학생 짐은 마이클을 너무 잘 보살펴 주였다. 마실 것을 날라다 주고 차비를 내주고 식료품가게에 가서도 선뜻 나서서 돈을 지불하려고 했다. 대신 마이클은 그 예쁜 눈을 하고 살살 웃으면서 약간 게으른 것 같았다. 그러나 두 젊은이가 다 요새 서양아이들 답지않게 어른에게 예의 바르고 공손했다.. 써잔의 여동생 잘레는 영국에 자폐증아이들을 돌보러 자원봉사 갔던 때의 경험을 이야기를 했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남의 나라에서 혼자 떨어졌을 때 정말 막막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자폐증아이들을 돌보면서 인내심이란 소중한 능력을 배웠다. 인내심을 통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때 알았다고 했다.

어제 밤에도 술집모임에서도 담배연기로 고생을 했는데, 오늘도 마이클과 잘레가 곁에 앉아서 계속 담배를 피워댔다. 나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충고하나 해줄 셈으로. “마이클, 너 혹시 알렌이란 영국인이 쓴 ‘Easy Way to Stop Smoking'이란 책을 알고 있니? 그 책은 담배를 왜 피우는가에 대한 심리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흡연가가 스스로 자기 통찰을 해서 니코틴이란 괴물에게서 해방되게 도와주는 책이야. 그 책을 사서 한번 읽어 봐. 흡연은 건강을 해치고 돈을 태워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야. 그 책을 읽으면 너는 단박에 담배를 끊게 될거야.‘
‘ 정말 그런 책이 있어요? 영국가면 꼭 사볼래요. 담배를 끊고 담배 값을 저금통에 모아서 여행을 할래요.’ 마이클은 그 천진하게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요, 담배를 끊으려면 지금이라도 끊을 수 있어요. 전 니코틴 중독이 아니예요. 직장에서는 거의 안 피우거든요.’ 라고 잘레가 끼어 들었다.
‘잘레 그것은 흡연자의 변명에 지나지 않아. 담배는 여성의 미용에는 적이지, 피부를 거칠게하고 연기 때문에 눈을 찌푸리니 보기 싫은 주름이 생겨. 너도 그 책을 읽어 보는게 나을 거야.’
‘잘레! 잘레! 너 정말 굴뚝같다. 무슨 담배를 그렇게 계속 태우니. 좀 자제할 수 없니? 오빠는 하루에 겨우 한두개피 밖에 안 피우는데..’
어느 새 써잔이 집으로 돌아와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테라스로 나와 누이동생을 엄하게 꾸짖었다.
‘아니 내가 무슨 줄담배를 피운다고 오빠는 괜히 그래. 어제 산 담배가 아직 이렇게나 남았잖아’
짐이 자기 여자 친구와 찍은 사진을 CD에 담아 왔다고 보여주겠다고 해서 모두 컴퓨터 앞으로 갔다. 카파토키아에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인데 네 여자친구는 상당한 미인이라고 칭찬해주니 짐은 자랑스럽다는 듯 싱글벙글했다.

잘레의 남자친구가 놀러왔다. 잘레와는 상당히 나이차이가 있어 보였지만 터키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나이 차이는 10살이 보통인데 그들은 10살까지는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상당히 진중하고 젊잖은 청년이었다. 우리와 조금 대화를 하다가 집으로 가야한다면서 일어섰다. 아이들과 빈둥빈둥하다가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손님 셋과, 집주인 둘, 모두 5명인데 이들의 저녁은 어떻게 하나. 여행와서까지도 그 놈의 주부근성을 버릴 수 없어 저녁식사 걱정이 되었다. 내가 장을 보아 음식을 해 먹이든지 아니면 어디 식당에 가서 모두 밥을 사먹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잘레에게 물었다.
‘얘,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하지 않니? 식료품가게를 가르쳐 주면 내가 장을 봐와서 음식을 해 줄게’
‘ 저는 이집에서 음식 담당이 아니예요. 저는 정리하고 청소만 해요. 음식은 오빠 담당이예요. 오빠에게 물어봐요.’
두 남매가 나이 차이가 많아서 오빠가 완전히 철부지 여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써잔에게 물어보니, 오늘 저녁은 모두 보스포러스 해변에 있는 친구의 아파트에 가서 밥을 해 먹을 수 있을지 보고 해 먹을 수 없으면 사 먹기로 하자고 했다. 그 아파트 주인은 지금 루마니아를 여행 중인데 써잔에게 아파트열쇠를 맡기면서 자기가 없는 동안 아파트를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고 한다..
길에 나와 택시 한 대를 잡았다. 써전은 조수석에 앉고 나머지 네명은 뒷좌석에 포개져 앉고 해서 5명이 한 택시를 타고 보스포러스해변가 아파트로 갔다.

김성례: 엘리니제 사을르크~!.. 세계 어디서나 '엄마표'가 젤 이예요 ^^ -[08/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