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형제의나라 터키서바스 5

김영숙 2006-07-29 (토) 20:59 조회:1905

형제의 나라 터키서바스 5

우리 5명은 택시 한 대에 타고 보스포러스 해변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택시비가 13리라(11,000원정도)나왔다. 내가 지갑을 열기도 전에 써전이 벌써 모두에게 택시비를 거두고 있다. 나도 터키돈 5리라를 보탰다.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Dutch pay하면 생활의 기반이 안 잡힌 젊은 회원들도 손님 때문에 너무 경제적 부담을 가지지 않고 즐겁게 호스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아파트 주인인 써잔의 친구부부는 루마니아로 여행을 가면서 자기들이 없는 동안 아파트를 쓰라고 열쇠를 주고 갔다고 했다. 5층건물 꼭대기층인데 거실과 부엌 그리고 목욕탕으로 이루어진 원룸이고, 아파트 전체면적보다 더 넓어 보이는 테라스는 20명이상이 파티를 해도 될 만큼 넓었다. 보스포러스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반대편 유럽 사이드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서울에 이런 전망을 가진 아파트가 있다면 프레미엄이 한 몇억 붙었을 것이다. 실제로 나중에 전문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보스포러스해가 보이는 아파트는 무조건 우리 돈으로 1억이상 비싸며, 주로 돈많은 유럽인들이 여름별장으로 사 놓은 집이 많다고 했다.
써잔이 부엌의 양념과 조리기구들을 점검하고 요리를 해도 되겠다고 했다. 오늘 저녁 요리는 내가 할 테니 식료품가게에 안내해 달라고 했다. 잘레와 마이클은 남고 나와 써잔과 짐은 식료품 점을 가기위해 거리로 나왔다. 유럽지구가 관광및 상업지구인 반면 아시아지구는 쾌적한 주택지구라 할 수 있다. 교통량도 적고 한적한 주택가 연이어져 있었다. 어느 집 담장아래에서 우리나라 무궁화 꽃을 발견했다. 너무 반가웠다.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식료품점이 있어서 상당한 거리를 걸어서 조그마한 식품점을 찾았다. 나는 닭고기 야채볶음을 만들기 위해 닭고기, 토마토, 감자,양파, 피망, 호박, 가지, 마늘, 분말로 된 터어키 향신료 3봉지, 그리고 써잔이 야채샐러드를 만들겠다고 해서 양상치와 레몬, 오이, 또 감자요리를 할 수 있는 인스턴트 감자가루도 한봉지 바구니에 담았다. 모두 19리라,
16,000원정도였다. 오늘 저녁은 내가 내겠다고 하면서 돈을 지불했다. 빵집과 맥주를 사러 다른 가게에 갔을 때는 20리라를 짐과 써잔이 나누어 지불했다. 그런데 터키는 음식이 너무 값이 싸서 3인 식구가 우리 돈으로 천오백원정도면 하루식량을 사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대통령이나 대기업사장들이 오는 식당이라도 1인당 4만원 이상되는 식당은 없다고 한다. 물가 싸고 볼 것많고 사람좋고 터키에 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부엌에 들어가 고기를 썰고 마늘을 까고, 야채를 다듬고 잘라서 오늘의 주요리인 닭고기 야채볶음을 만들었다. 4명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엄마의 요리솜씨를 보여주고 싶은데 분말향신료가 과연 요리에 맞을지가 제일 걱정되었다. 예전에 이란 친구에게 닭고기 요리를 배웠는데 토마토와 생마늘을 많이 넣으면 맛이 난다고 해서 토마토 큰 것을 5개나 넣고 마늘을 듬뿍 넣었다. 다른 재료가 다 익었을 때, ‘인샬라!’(신의 뜻대로라는 뜻의 터키어)하고 중얼거리면서 분말향신료 3봉지를 다 털어 넣었다. 다행히 맛을 보니 괜찮았다.

다음으로 써잔이 부엌에 들어와 양상치 샐러드를 만들고, 감자가루를 끓는 우유속에 풀어 넣어 금방 감자푸딩을 완성했다. 나는 결혼 35년경력에 요리라면 도가 트였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써잔에게 사라다소스 만드는 법을 한 수 배웠다. 올리브유에다 레몬 한개를 짜서 넣고 소금 약간, 그리고 흰후추를 뿌려 잘 섞은 다음, 그것을 양상치위에 끼얹어 먹는 것인데 맛이 있었다. 우리가 부엌에서 음식준비하는 동안, 잘레와 마이클, 짐이 테라스에 테이블을 멋지게 세팅해 놓았다. 해가 기울어 환상적인 석양이 아파트 테라스까지 붉게 물을 들였다. 뭐라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사진을 몇장 찍고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우선 짐이 미국에서 가져 온 포도주로 건배를 들었다. 잔을 부딪치며, ‘ 서바스 인터네셔널을 위하여! 서바스 코리아를 위하여! 서바스 터키를 위하여!’ 라고 외쳤다. 시장이 반찬이라서 그런지 식재료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내 요리솜씨가 뛰어나서인지 아이들이 맛이 있다고 모두 두세 접시씩 먹었다. 그리고 내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나는 마치 내 아이들을 배불리 먹일 때처럼 흐믓했다.
해가 완전히 바다 밑으로 사라지려는 무렵, 바다위의 유람선들은 하나 둘씩 등불을 밝히고, 잔물결 하나 일지 않는 잔잔한 바다 위를 유유히 미끄러져 나갔다. 맛있고 푸짐한 저녁식사를 마치는 동안 해는 이제 완전히 바다 속에 빠지고, 둥그런 보름달이 서쪽하늘에 두둥실 떠 올랐다. 보석을 뿌린 듯한 유럽사이드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지며, 보스포러스해의 밤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드러내자 마이클이 갑자기 외쳤다.
'What a surprise!'
정말 나도 그런 감탄사가 튀어 나오려는 찰나. 이심전심으로 마이클이 대신 외친 말이다. 나는 사실 이스탄불에 오면서 큰 기대를 하지를 않았고, 이런 경이롭고 놀라운 석양을 바라보며, 멋진 젊은이들과 이토록 행복한 시간을 보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제 고국에 돌아가 이스탄불을 추억 할 때마다 이 순간의 감동을 되새겨보려고 심호흡을 하면서 황홀한 야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나는 진심으로 이런 아름다운 자리를 만들어 준 써잔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써잔, 너는 참 멋진 젊은이야, 너는 모든 사람을 향해 활짝 열린 마음과 내 것을 남과 나눌 줄 아는 너그러움을 가졌어. 너같은 젊은이가 많아지면 이 세상은 점점 살기 좋은 곳이 될꺼야.’

오늘 밤에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 컵 결승전이 있어서 TV를 켰다. 이태리와 프랑스의 경기였다. 4사람에게 물어보니 모두가 이태리 팀을 응원한다고 했다. 마이클은 프랑스는 영국의 영원한 앙숙이기 때문에 이태리편이고, 써잔과 잘레는 이태리여행 때 이태리서바스회원들이 잘 해 주어서 이태리팀을 편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서바스 짐은 마이클이 친구니까 친구가 응원하는 나라를 편들겠다고 했다. 경기 중 프랑스 팀의 선수가 난데없이 자기머리로 이태리선수의 배를 칠 때는 모두가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온 세계인이 바라보고 있는데 저런 행동을 하다니! 마지막으로 이태리가 패널티킥으로 우승를 하자 네 젊은이가 다같이 함성을 올리며 기뻐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써잔과 잘레 남매가 소파를 펼쳐서 잠자리를 만들었다. 오늘 밤이나 새벽에 도착하는 또 다른 여행하는 친구들을 위해 잠자리를 만들어 놓고 간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아파트를 자신이 빌렸다가 또 다른 자기 친구에게 빌려주고...정말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다.

써잔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침대는 2개 뿐인데 5명이 어떻게 자나 걱정하고 있으려니 3명의 남자들이 마루에 소파를 펼쳐서 뚝닥 침대 3개를 만들었다. 써전의 여동생과 나는 각각 방 침대에서 자고 남자들은 마루에서 자기로 했다. 내일 아침 7시에 출근해야하는 써잔이 열쇠뭉치를 짐에게 주면서 현관문 잠그는 법을 설명해주었다. 여동생 잘레는 9시에 출근하는데 출근 전에 우리를 깨워 주기로 했다. 특히 써잔은 내가 다음 날 호스트인 외즈게의 집으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서, 짐에게 내 가방을 유럽사이드로 가는 버스정류소까지 들어다주라고 짐에게 신신당부했다.

홍성란: 이야기를 차암 재미있게 쓰셨네요 ! -[08/11-14:38]-

김성례: 주부근성..ㅎ... 여행가서도 자식같은 젊은이들에게 요리를 해 먹일수있는 실력과 여유,따뜻한 맘에 갈채를 보냅니다 -[08/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