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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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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무 2006-02-28 (화) 08:29 조회:13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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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만 선생님 잘 갔다왔습니까? 저도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다녀왔습니다. 여행갔다오면 항상 기행문을 썼는데 몇 자 올립니다. 금강산 별곡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 7번 국도를 따라 차는 북으로 향했다 통일 전망대를 동해로 바라보며 민통선을 지나 국군 초소에서 손 배웅하는 것도 잠시 휴전선임을 알리는 시멘트 작은 기둥이 휙 지나갈 때는 차라리 쓴 웃음마저 나왔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을 반세기가 지나도록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었다니 북측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얼싸안고 좋아 웃음이요 절싸안고 좋아 눈물 일세 어허허 어허허허허 늴리리야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로 시작되는 북측 가요는 기다리는 시간과 함께 두려움 반 설레임 반 그 짝이었다 도로는 연두색 철책으로 연결되어 쉽게 이동이 안 된다는 것을 짐작했다 곳곳에 인민군 복장의 군인들이 빨간 깃발을 손에 들고 차렷 자세로 서서 금강산 방문객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동해 바람이 세차게 부딪히는 그의 바지는 깃발처럼 펄럭이고 앳되게 보이는 얼굴은 우리 젊은 날의 초상이다 차량번호 ‘금강산7749’ 버스는 조선족 운전사와 남측 안내 조장 그리고 금강산의 주제를 보고 싶어 하는 남측 관광객을 싣고 다시 연두색 철책 도로를 따라 온정리로 향했다 금강산의 첫인상은 너무나 황량하다 나무라고는 키 작은 관목이 전부이고 가끔 북측 초소가 보이고 갈대가 전부다 대신 하늘과 맞닿은 산마루의 모습은 이국적 정취가 느껴졌다 온갖 모습을 한 돌이 하늘을 향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북한 인민군의 차렷 자세로 분단 반세기나 그렇게 서 있었나 보다 하기사 만난 들 무슨 얘기를 할까 헤어지만 보고 싶고 만나면 이 갈린다는 옛말처럼 북한 군인의 눈초리는 동해 겨울 칼바람 속에서도 번쩍이는데 호부호형(呼父呼兄)을 못 하는 길동의 처지가 어찌 가련하지 않은가 연두색 철책 도로 너머 북한 주민들이 보였다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지나갈 때까지 안전원의 지시에 따라 도로 저쪽에서 쪽치고 앉았다 손을 흔드는 것도 잊어버린 것인가 아니면 관광객을 너무 많이 봐서 이제 귀찮은 것인가 모두가 조심스러운 것인가 도로가 접속되는 곳에는 인민군이 빨간 깃발을 손을 쥐고 항상 부동자세로 서 있다 들판에 이는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목석처럼 서 있다 북한 주민들의 집도 보인다 회색이다 기와 형태에 아기자기한 집이다 모양이 똑 같다 연두색 철책 도로에 가까운 집들은 이주시켰다 회색 지붕의 긴 건물과 버드나무가 보이는 곳은 학교다 운동장이 있고 그네와 철봉, 그리고 추운 날이지만 몇몇 아이들이 농구도 한다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 초소의 인민군도 아이들에게서는 손의 자유를 막지 못하는 모양이다 장전항 비치 호텔로 향했다 항구는 호수처럼 고요했다. 멀리 고성읍의 불빛과 천불암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해 용왕이 봤다면 별장이라도 짓지 않았을까 비치 호텔은 스위스 산장 같다 능선을 따라 나무로 지었는데 장전항을 깔고 금강산을 보는 정취가 한 폭 그림이다 겸제 정선의 그림 한 자락을 보는 것 같다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온정리에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정철의 만폭동, 금강대, 진헐대, 개심대, 화룡소, 십이폭포 길은 아니지만 비로봉 아래 상팔담, 구룡연을 올랐다 겨울 금강산이 눈으로 덮이면 설봉산이고 눈이 없으면 개골산이라는데 눈 없는 개골산의 주인공은 비룡폭포였다 얼음으로 기둥을 만든 폭포는 시간을 멈추고, 발길을 멈추고, 잡념을 멈추었다 설명하는 북한 처녀동무의 야무진 말 또한 비룡폭포를 닮아있었다 상팔담에서 내려다 본 구룡연은 누구의 주제인지 신기하기만 하다 천하의 문장가와 화가들이 그 주제를 베껴보고자 애를 쓴 흔적이 돌 틈 사이까지 보이고 김일성도 이름 석자 남기고자 인민도 모자라 바위마다 혁명의 일꾼으로 만들었구나 조물주가 보시면 애교라고 할까 아니면 호통을 칠까 오르는 고개마다 전설이고 보이는 바위마다 모양이다 저 전설 모두를 모아 책이라도 만든다면 독일 그림 형제 저리가라 아닐까 골짝마다 선녀얘기라니 밤에 몰래 숨었다가 두레박 내려오거든 천의무봉(天衣無縫) 하나 훔칠까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었다 면발이 메밀이라 질기지 않다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단 사람은 북측 봉사원이다 냉면의 종류도 다양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경후식이 되었으나 맛은 그만이다 온천에 갔다 걸어서 가면 북한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인민군이 철저하게 도로를 막고 있어 말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말 잘 못하면 벌금, 가지 꺾어도 벌금, 주체탑에 올라도 벌금, 사진 잘 못 찍어도 벌금, 벌금, 벌금... 신경질이 났다 터벅터벅 오솔길을 걸어 도착한 금강산 온천은 소나무 숲 사이 아담한 크기이다 지하 250미터 53도 천연 온천수라는데 믿기질 않았지만 몸을 담그고서야 금강산의 정취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노천탕에서 바라본 비로봉, 세존봉, 집선봉의 모습은 범인이 침범할 수 없는 또 다른 금강산만의 세계였다 노천탕 바위 벽 너머 여탕에는 혹 천상에서 잘못 알고 내려온 선녀가 있지 않을까 해거름에 산 능선은 구름 이불을 덮고 있다 평양교예단 공연이 있다 문화회관에는 빈자리가 없다 널뛰기, 쟁반 돌리기, 공중 그네뛰기, 자전거 묘기, 줄넘기 그리고 공훈여배우의 공중묘기 등 감탄 그 자체였다 그 중에서도 철봉을 원숭이처럼 자유자재로 타며 묘기를 부리는데 재미있고도 신기했다 한복을 입고 설명하는 북한 여성의 말은 알아듣기가 어려우면서도 간결하고 힘이 있다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이 공연 중간 중간에 펄럭이고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를 외쳤다 공연이 끝이 났는데도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모두가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이 시간은 하나됨의 시간이었다 통일이 되어 다시 만나자고 했다 저녁은 평양 온반을 먹었다 국물이 시원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기념품 가게에 가서 몇 가지 북한산 물품도 샀다 좁은 온정리 곳곳을 쑤셔 다녔다 고.정몽헌 회장의 추모비에도 묵념을 하고 포장마차, 병원도 기웃거렸다 비치호텔에 가는 시간은 일 없어도 밤 9시다 이렇게 술 마시고 노래해도 북녘 동포들에게 제대로 말을 못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해금강으로 갔다 연두색 철조망을 넘어 버스가 달렸다 좀 더 가까이서 북한 주민들을 보고 싶었다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도로 곳곳마다 경비초소원들이 통제를 하고 있었고 빨간 깃발은 언제나 들고 차렷 자세 그대로였다 해송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해금강에 도착했다 갯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어선 몇 척이 해안에 보이고 파도가 일렁이는 조용한 바다다 해안 절벽이 기묘하고 기암괴석이 바다에서 쏟아있다 바다 금강산이라더니 과연 그렇다 바다 밑의 모양은 더 아름답다니 아쉬움이 남았다 더구나 해안 포대의 북한 초소 모습이 보이고 군인들이 이동하고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보니 더욱 아쉬웠다 해당화 핀 해안을 연인과 거닐고 갈매기 날리는 모습을 언제 사진 찍을까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로 차자가니, 丹단書셔는 宛완然연하되 四사仙션은 어데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데 가 또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냥湖호 거긔나 가 잇는가. 淸쳥澗간亭뎡 萬만景경臺대 몃 고데 안돗던고, 삼일포를 찾았다 정철은 ‘영랑도남석행’이라는 붉은 글씨를 뚜렷하게 봤다는데 석벽의 글씨는 어디가고 김일성 부자의 항일 글씨만 반기는구나 관광객이 모이면 으레 술판이고 고기 굽는 냄새다 영랑, 안상, 남랑, 술랑도 그랬을까 자본의 냄새를 풍기는 술판에서 통일의 염원은 혹시 삼일포 얼음 속으로 숨었지 않았나 영랑의 무리는 3일을 머물렀다는데 3시간을 머무르고도 그 가치를 모르니 삼일포가 섭섭하다 하리 바람 차가운 봉우리 위의 북한 안내 처녀동무는 말끝마다 통일되면 3일 동안 우리 같이 놉시다 하던데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시원섭섭하다 오는 길이 그랬듯이 가는 길도 설레임이다 금강산에서 3일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엔 북측 초소의 모습도 빨간 깃발 든 인민군의 모습도 새롭게 보였다 올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무엇보다 말이 통한다는 것이 좋았다 인도, 유럽, 동남아, 일본, 사우디, 중국을 가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왔지만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하며 똑같은 염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함께 손 흔들며 노래한 시간들이 차창 밖으로 지나갔다 군사분계선의 휴전선 시멘트 기둥이 분단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 분단이 더 큰 분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남쪽 통문이 열리고 우리 군인이 무뚝뚝하게 지나갔다 저 멀리 통일 전망대가 시샘하듯이 보이고 일만 이천 봉우리 중에서 12개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금강산은 그 누구의 주제가 아닌 남북한 우리 민족 모두의 염원으로 만든, 아니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민족의 영산이 아닌가 맑은 날 차창은 성애가 맺혔다 비로봉은 남으로 가는 관광객을 가만 내려다보고 있다  배종만: 이 선생님도 다녀오셨네요.... -[02/28-09:23]- 김종수: 대마도만 가시는줄 알았는데 본토도 공략하시고.... 머무 자세하게 기록하셔서 저는 금강산행은 포기해야겠습니다. -[04/01-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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