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볼리비아의 똥동네 이야기

김종수 2006-04-26 (수) 10:43 조회:1252

엘 알토(El Alto) 지구의 산동네에 살고 있는 서바스 회원 무리오의 집을 찾아갔다. 가파른 산비탈을 오를 때에는 몇 걸음을 걷지 않아 이내 숨이 차올랐다. 비록 코카 잎을 씹으면서 고산병에 단단히 대비를 해도 4,000m 고산지대에서 우리의 체력과 현지 적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도비(햇볕에 말린 진흙 벽돌)벽에 판자로 뒤얽은 마을의 골목길은 허물어진 담장 아래도 오수가 악취를 풍기고 있었고 곳곳에 반쯤 마른 똥 무더기가 너부러져 있었다. 발을 잘못 디뎌 몇 번이고 똥을 밞고 말았다. 이것도 서너 번이나 반복해서. 아니 똥을 밟지 않고는 도저히 지나 갈 수 없을 정도로 지척에 똥이 깔려 있었다.

무리요는 이사를 가고 없었다. 페루의 아레키파에서 겨우 입수한 유일한 서바스 회원인 무리요까지 찾을 수가 없으니 이제 이 나라의 가정에서 서바스 호스트를 받고자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시 볼리비아를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우리의 ‘세계 서바스 방문계획 136국’에서 볼리비아를 빼야하겠구나.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려야했던 우리는 화장실이 급했다. 집주인도 당황한 듯 이곳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볼리비아에서 60%이상을 차지하는 원주민 인디헤나는 잉카와 스페인 정복자들로부터 그리고 지배계층으로부터 받아온 차별과 착취로 가난을 운명으로 알고 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라파즈 드림’을 갖고 전국에서 이곳으로 몰려온 인디헤나들은 화산 분지의 입술에 해당하는 고지대에 이렇게 게딱지처럼 오순도순 붙어 살아가고 있다. 이곳 엘 알토 지구만 해도 남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어서 인구 40만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대부분 화장실이 없으니 길에서 볼일을 볼 수밖에 없고 날이 어두워지면 길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볼일을 보고 있는 중으로 자연스레 인식이 되고 있다. 그래서 길에 널 부러진 것이 똥 무더기였는데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똥 무더기조차도 엘알토 알티플라노(altiplano, 남미의 고원지대)의 푸르디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자연의 일부로 여겨졌다.

다행한 것은 이 고원지대의 건조하고 쌀쌀한 기후 때문에 벌레가 없고 잘 건조하기 때문에 그나마 위생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라파즈에는 벌레가 없다. 물론 모기도 없다.

이들이 정식으로 목욕을 하는 것은 태어날 때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라파즈의 우기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소낙비가 내린다. 이 소낙비를 맞는 것이 목욕을 하는 것이고 이때 소낙비가 경사가 급한 400m 아래의 도심을 향하여 세차게 내려가며 오물을 씻어내려 고지대 전체가 자연 수세식 청소가 된다. 그러나 아래쪽에서는 비 올 때 발을 물에 적시면 똥물에 적시는 것이 된다.

나는 너무나 순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차라리 도둑질이도 좀 했으면 생활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대부분 순박하여 도둑질은 생각도 못하고 주어진 가난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천진난만한 이들의 미소가 나의 뇌리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도둑질이라도 이들에게는 삶의 자극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왜 내가 신고 있는 슬리퍼를 닦으라고 계속 따라다니던 그 소년에게 동전 한 닢 주지 못했던가?

이흥숙: 볼리비아의 한 단면을 봅니다만 과연 이 정도일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04/26-13:34]-

노대영: 다음 남미여행이야기가 궁금해지면서, 평화이사님의 세상 바라보는눈이 정말 따뜻함을 함께느껴지는 글입니다 감동!! -[04/26-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