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출발지인 창수령은 영덕군 창수면에서 영양읍 무창리로 넘어가는
표고 490m의 918번 2차선 포장도로로, 생긴 모양이 자라의 목같이
생겼다 하여 자래목이라고 불리어진다.

작가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 배경지로 알려진 곳으로 예전에는 영해에서
내륙을 잇는 주요 길목이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20여 km이어져 있는
산줄기를 통칭 서읍령이라 한다.

고려말 몰락해가는 왕족들이 한 많은 눈물을 뿌리며 이 고개를
지났다 하여 읍령이라 전해진다는 설화가 있는 곳이다. 고갯마루엔
"낙동정맥 영양5구간"을 알리는 안내판과 이동통신 안테나가 서 있다.


 
09시 20분, 이동통신 안테나 뒤쪽으로 난 남서방향 숲길로 들어선다.
초입부터 제법 팍팍한 오름길이 시작된다.


 
삼사십분 오르자 산딸기 밭을 만난다.
산꼭대기 온천지가 산딸기 지천이다. 허리를 숙여 손으로 따다가 연신
입으로 들어간다.

오늘 얼마나 많이 땄는지 싫컷먹고도 한되이상이나 담아간다.
산딸기 탓에 물도 그대고 남고 허기도 면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다.


 
통나무계단과 밧줄이 메여있는 짧은 절개지를 내려서면 넓은 임도가
정맥을 가로지르는 울치재에 이른다.

창수령을 출발하여 도상거리 약3km로 1시간 8분정도 소요된다.
울치재는 영덕쪽 창수리와 영양쪽 양구리를 넘나드는 임도로,
예전 영양에서 영해로 넘나들 때 호랑이와 도둑이 들끓는 이 고개를
울며 넘었다 하여 "울치재"로 불린다 한다.


 
임도로 내려선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10m가량 올라선 후 표지기가 걸려있는
왼쪽 숲으로 접어들게 된다.

 
울치재를 지나 5분 정도 올라서니 삼각점이 반듯하게 자리하고 있는
527봉에 이른다. 측량용 폴대인 듯한 나무막대기를 세워놓은  527봉을
내려선 안부에는 옛 고개길인 듯한 4거리 갈래길이 있고, 오른쪽으로
당집을 만나게 된다.

산객의 무분별한 진입을 금지하기 위함인지 당집으로 통하는 소롯길에
밧줄이 쳐져 있다.

당집은 블록으로 담장까지 쌓아 올려져 있는게 관리상태가 상당히
양호한 편이고, 토속신앙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다. 당집 앞으로는
약간의 공터가 있고, 양구리 917번 지방도로로 이어지는 뚜렷한 갈래길이
오른쪽으로 열려있다.


 
730봉을 넘어서 숲을 벗어나면서 광활하게 펼쳐지는 초원을 맞게 되는데 그
아름다운 풍경은 알프스 산자락같이 가히 목가적이다.

밭이 끝나는 지점에 리본이 붙어 있고 다시 숲덤불을 지나면 포장된 임도로
빠져나온다.

목장 길의 첫 번째 차단기를 지나면서 부터 길을 조심해야한다.
엄청 큰 소똥 무더기들이 우리를 맞아주기 때문이다.
길은 OK 목장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30도 가량 꺾여져서 올라간다.


 
4번째 임도 차단기 아래로 난 개구멍을 통과하면 길은 목초지를 벗어나
호젓한 숲길로 이어져 한 봉우리를 넘는데 792봉의 진달래의 군락지로 여겨진다.
 이 길이 끝나고 임도와 만날 무렵 산불 감시탑이 있는 맹동산에 도착하게 된다.


 
임도가 굽어 도는 이 지점에서 산봉을 향해 20m 가량 잡목을 헤치고 올라섰더니
허물어져 가는 산불감시탑과 맹동산을 알리는 표식이 두 개나 설치되어 있다.


 
"맹동산 (756m)"를 알리는 나무팻말과 화강암으로 된 "포항진성설맥산악회,
맹동산(762m), 1996.6.30" 정상표석이 있고 그 옆으로 삼각점이 수풀 속에 묻혀있다.


 
다시 숲길로 들어갔다가 임도에 내려서면 우측으로 넓게 펼쳐진 밭...
천마 농장과 곰취 농장을 지나고 중간에 사태로 무너진 곳 두어 군데를 지나면
길이 좋은 임도 삼거리에 도착...


 
포크레인이 있는 방향으로 1.3km 만 내려서면 유명한 "마당두들" 마을이다.

두들마을은 조선시대때 광제원이 있었던 곳으로 석계 이시명선생과 그의 후손
재령이씨들의 집성촌,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 전통가옥 30여채와 동대, 서대,
낙기대, 세심대라 새겨진 기암괴석을 비롯, 궁중요리서(음식디미방)를 쓴
정부인 안동장씨유적비, 광산문학연구소 등이 있다.

이 마을은 한국문학의 거장 이문열 작가의 고향으로 그의 저서 <그해 겨울>,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금시조>,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많은 작품속에 인물들의 삶의 역정이 펼쳐지는
무대가 바로 이곳이기도 하다.


 
봉화산 헬기장에서 5분쯤 가면 봉수대가 나타난다.
관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서 돌 더미가 여기 저기 너부러져있다.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돌 무더기 속으로 몇몇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고
재단으로 사용된 듯한 받침돌도 놓여져 있다.

예전엔 봉수대였지만 최근에는 토속신앙인들이 기도처로 이용되는 듯하다.
다닥다닥 파란 이끼를 두르고 있는 돌탑에서 세월의 무게가 어림된다.


 
봉수대 이후의 길은 평탄하게 삼의교로 가는 삼의3거리까지 내리막길로
이어졌다가 올라간다. 3거리 길은 희미하고 주변에는 아름드리 적송들이
뻗어있다.

여기서 명동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제법 힘든다.

한 봉우리를 올라가면 다음 봉우리, 거길 올라서면 더 높은 봉우리 이렇게
3개 이상의 가짜 명동산을 넘어야 진짜 명동산 812.4봉이 나타난다.

해병대에서 세운 듯한 삼각점이 있는 명동산(明童山 812.4m)은 오늘 산행의
최고봉이고 예전 이 산아래 신동이 있어서 산이름이 명동산이라 불러지고
있는 곳이다.


 
박점고개는 영양쪽 삼의리 박점마을과 영해쪽 속곡리를 연결하는 비포장
산악임도로 승용차도 통행이 가능할 만큼  노면상태가 좋은 편이다.


 
여기까지가 정맥길인 포도산 삼거리다.
정맥은 이곳에서 황장재로 이어지며 길고 지루한 영양땅을 벗어난다.


 
포도산 삼거리에서 오늘의 정맥길을 마감하고 포도산(747m)을 오른다.
이제 삼의계곡으로 하산한다.


 
포도산에서 하산길엔 영양군의 郡木인 소나무가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소나무밑을 지나면 향기와 신선한 산소가 지친 산꾼에게 힘을 준다.
다시 오라고....


 
삼의계곡 포도산 등산로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이다.


 
해발 812m의 명동산 깊은 골에서 솟아나는 맑은 샘물이 오랫동안 쉬지 않고 
깎아내며 원시림 속을 흘러 지금의 삼의계곡이 되었다.
푸른 계곡 물은 바닥까지 훤히 들려다

보일만큼 맑을 뿐 아니라 5분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 힘들만큼 차갑다.

또한 삼의계곡은 크고 작은 폭포가 많은데, 널찍하고 하얀 화강암이 곳곳에서
계곡물을 가로막아 시원한 물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그 중 물줄기가 사자 입 속으로 쏟아지는 형상을 한 높이 7~ 8ｍ의 사자암
폭포가 빚어낸 광경이 제일이다. 가을의 삼의 계곡은 골짜기 곳곳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들어 또다른 절경을 이룬다.


 
영양군청에 근무하시는 분이다.
오늘 우리 산행을 환영하기 위해 돼지고기와 동동주를 엄청 많이 준비해
오셨다. 고추와 마늘 그리고 상추와 된장까지 어찌도 맛있었는지...


 
같이 영양군청에 근무하시는 '해달뫼' 님이다.
지난해 백두대간에서 만났던 인연으로 오늘 너무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참 고마우신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