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일' 따윈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인과 자신을 사랑하는 일도 너무 늦고, 이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사랑만이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이 인생에서 마지막 걸음인양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그 수단이 자전거가 될 뿐이며, 언제나 바라보는 마음의 눈은 똑 같습니다.
언덕 너머에 있을 알 수 없는 순간을 바라보는 눈 말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으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사랑이 바로 길이기 때문입니다.
 
십삼일(7.14-7.26)간의 남한일주 자전거 여행을 떠나며,,,]

여행을 떠나며 올린 글입니다..

매 순간 달렸던 그 길이 사랑이고, 사랑이 바로 길이라는 걸 제대로 깨우쳤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솔직한 이번 여행의 목적은 제 자신을 향한 실험이며 확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몇일 마음으로 몸으로 앓았습니다.

여러모로 성원해 주신 모든 분 들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리며 부족한 늦은 후기 올립니다.

"계속 달리고 싶다!"  "멈추고 싶지 않다!"

이틀을 호되게 앓고 나서도 끝까지 남아있는 단 한 생각..솔직히 이것이 여행후기의 전부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여행기를 쓸려고 다잡았던 마음을 슬그머니 놓쳐 버린 건 몇 일째 계속된 폭염도, 적절한 사진분류, 그리고 다리의 통증도 아닌 이름 모를 후유증인가 보다. 그것은 십삼일 동안 돌아다니며 익숙해지고 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던 알 수 없는 희열, 두려움 등을 고향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 갈수록 모호해 지는 일상에 대한 판단력….일시적 현상이겠지만 후유증인가보다! - 후유증!

자전거 타면서 사진작품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은 이미 실패한 생각 이다는 결론을 이미 여행 떠나기 전에 내리며 출발한 여행이었고, 여러 여행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여행도 있겠지만 여행을 넘어선 또 다른 중력이 작용하는 복잡한 여행보다는 여행 자체를 즐기는 단순한 여행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여행법 이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안 것 같다.

덧붙여, 첫 자전거 여행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진보다 자전거에 신경이 더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적게는 77km, 많게는 134km를 하루에 달리면서 따가운 여름 햇살을 가득 받을 수 있었던 날은 고작 6일이었고, 나머지 7일은 작달비, 여우비 등을 맞으며 달렸다. 과연 머리 속으로 떠오른 생각들은 과연 몇 개 였을까? 가장 소중하게 갖고 돌아온 건 무얼까?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게 아닐까?

글쎄…일주일이 지나서 생각이 닿은 것이지만 사실,,,자전거 안장 위에선 내내 말이 없었다. 목표지점을 가기 위해 거쳐 가야 할 도시에 대한 정보, 거리, 시간, 식사, 사진, 물, 땀, 저지세탁, 잘 곳 등등 수많은 생각과 다가올 시간에 관한 공상 등을 수없이 하였겠지만 정녕 입으로 내 뱉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는 것.. 말이 없이도 보아야 하는 것과 보지 않아야 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자! 침묵하는 방법은 안장 위에 있다.!

#지도

*날짜 ; 2007년 7월 14일부터 7월 26일까지 13일 간.

*주행거리 ;총 1333.95km. 

*자전거기종 ; Alex Moulton APB 8 Special

*남북통일되어 한반도 일주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이제 해외개척으로 나갈 차례인 것 같다..내일이라도 당장 떠날 준비를 하자.

^[1일] 07.14.2007 - 비 - 101.58km = 포항-기계-도평-구산-양지-의성

오전 7시 27분, 최흥태님의 호출에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선 시각.

이런 저런 생각할 겨를 없이 비가와도 계획대로 출발할 수 밖에.

떠나는 나를 향해 최흥태님의 RD-1이 자꾸 날 잡으려 한다. 아침미소만이 최형과 나 사이에 남아있다. 잘 다녀오라 하신다.  말 없이도 서로의 맘을 알 수 있었던 지난 세월이 오늘 아침 빗속에 왕창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남길 것은 악수와 고맙다는 말 그리고 아침미소 뿐....

"길을 묻는 사람들"

오직 사람만이 길을 묻는다.

하늘의 새들도, 바다의 물고기도 길을 묻지않는다.

오직 사람만이 길을 묻고, 또 그 물음에 답을 하며 살아간다.

집 떠나 십리도 못 가 비 맞은 아저씨 한분 청송 가는 길을 묻는다.

지도에 비를 그리며, 앞 못보고 두 바퀴에만 의지해 가는

나에게, 나에게..

사람은 누구나, 높고 낮음, 잘생김 못생김에 관계없이

서로에게 길을 물으며 살아가는 풍경.

그 풍경을 보고 싶어했나 보다.

(.첫날 우중에 자전거타고 가는 나에게 길을 묻는 사람을 만나 느낀 감정을 옮김.)

"좌묵지 말고, 따 묵고 가라!"

(.의성군 매곡2리..길가에 떨어진 자두때문에 자전거를 멈추었다. 농약 치러 논에 가시는 할아버지 왈 '좌묵지 말고, 따 묵고 가라!'..그러고 보니 길가 어느 집 담장너머 자두나무에서 자두가 춤을 춘다. 춤추는 자두나무를 더 흔들어 길가로 자두가 우두둑하고 헤딩한다. 할아버지 말씀처럼 잘 익은 자두가 인간과 여행에 대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맘씨에 덩달아 자두도 예쁜 여자인간이 되는 것 같다. 붉은색 여자자두인간!.)

(이번여행의 준비과정으로 도평을 지나 35번 국도를 따라 안동까지 간 적이 있다. 길안면을 지나 안동으로 향하는 이 길을 꼭 추천하고 싶다. 경상도의 산하를 대표할 만한 정말 좋은 풍광을 지닌 곳이다.)

첫날 머무르게 될 의성을 얼마 남기지 않고 하늘이 푸르게 변하며 개이기 시작함.

의성군 매곡1리 보건소 앞 마을엔 멈춘 시계가 하얀 배를 드러내고 반긴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던지 공용으로 사용되는 시계들은 힘이 없다. 바늘을 돌릴 수 없으니 말이다. 매일 똑 같은 1에서 12까지의 숫자를 돌고 또 돌면서도 힘이 없으면 영락없이 선다..그리고 이곳의 시계도 하얀 배를 드러내고서 까만 바늘을 멈추고 있다. 아마, 시간의 속성을 깨우치려 하는 것 같다..

자전거 타는 두 아주머니 때문에 힘이 다시 난다. 매일 자전거로 마실도 가고 논에 일하러도 다니고, 마늘농사도 지으신단다.

의성군으로 입성하니 새로운 힘이 솟는 것 같다.

일단,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기대한 것 보다 더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다. 일제시대를 지나오며 그 흔적이 남아있는 몇 몇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의원에 핀 꽃. 사람에게도 언제나 이런 냄새가 나면은 얼마나 좋을까?

+팁=판쵸우의의 필요성; 어설픈 우의 보다 판초우의는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있다. 우선 비오는 날 이용하면 체온을 보호할 수 있다는 가장 중요한 점과 더불어 자전거를 임시로 덮어놓을 때, 잔디밭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자 할 때,,등 (okoutdoor에 가시면 싸고 가벼운 판쵸우의가 있음)

^[2일] 07.15.2007 – 맑음 – 93.26km = 의성-석탑-금곡-검곡-구담-예천-장산-하촌-풍기-소백산옥녀봉휴양림

경북내륙을 지나오며 각 지방의 특별재배과일이나 작물을 확실히 구분하면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진 않은 것 같다..(의성월평자두, 예천호명참외, 옥수수, 사과, 복숭아…등)

자연휴양림에서의 야영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주변 시설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자료수집과 더불어 이동하면서 전화로 확인 및 예약을 해야 했었다. 휴양림에도 종류가 있다.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 개인이 운영하는 곳,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곳,,등으로 나누어 지는데 시설이나 운영면에서 조금씩 다르다. 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아직 야영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곳도 있어서 계획을 몇 번이나 수정해 가면서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방국도를 택하기 직전에 만난 장미..

의성을 떠나 소백산으로 향하며 지방국도와 일반국도 둘 중 어느 곳을 택하여 갈까 잠깐 고민을 하고서 택한 지방국도. 그 대가는 대단한 것이었다. 어느 글에선가 일반국도와 지방국도의 차이점을 적은 걸 읽어 본적이 있음에도 난 지방국도를 택한 것이다. 지방국도는 차가 많이 다니지않아 안전하고, 자연경관을 더 자세히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재가 많다는 것이다.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를 구분하는 경계선 즈음엔 늘 크고 작은 재가 있어 그 재를 넘어야 새로운 도시가 나오는 식이다. 오늘 하루만 서너 개의 재를 넘었다…하지만 이런 언덕이 하나도 없고 평지만 계속되면 힘들이지 않고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 만큼 지루함도 커지고 재미도 반감된다. 적당히 언덕이 있어줘야 살아있는 리듬감이 생기는 것 같다.

세번 째 재를 넘고 있는데 트럭타고 가던 충청도 청년이 지도 한 장 없이 강원도 홍천 가는 길을 묻는다.

약간 완만은 하지만 길이가 상당히 길게 늘어져 있는 재를 넘으면서 처음으로 입에서 노래가 흘러 나왔다. 놀라운 사실은 내심 좀 어렵운 노래가 생각나지 않을까 했는데,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심플한 노래가 나왔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이 노래. 여행의 본질이 단순함이 아닐까? 언덕의 한 쪽에는 넓은 사과밭이 있고, 사과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었다. 조영남과 최유라 인가..여자 아나운서 이름이 정확하지 않은데 그 프로가 한창 사과밭을 휘감고 있었다. 사과농사 지으시는 분들의 지루함을 날려 보내기위해 스피커를 설치하고 하루 종일 그렇게 방송을 틀어 놓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 계곡의 산과 하늘 그리고 사과나무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노래 소리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헉헉대는 내 숨소리는 장단을 맞추기에 아직 힘이 들었다.

예천 들어가는  초입에 목인 김수호씨가 운영하는 장승마을을 구경함. 예천에는 8월 중순부터 예천곤충바이오엑스포를 한다고 한다.

옥녀봉 휴양림 가는 길을 겨우 찾아서 올라가는데 남은 4km는 경사가 대단히 심해 할 수없이 트럭의 도움을 받아 올라갔다...대체적으로 7월 20일 이후부터 본격적인 시설이용이 시작되다 보니,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야영장에도 2팀 뿐이다.

^[3일] 07.16.2007 – 비 – 103.5km = 소백산옥녀봉휴양림-죽령-단양-단성-적성-수산-덕산-충주호따라 탄지-내사-용천-방곡-괴산 [속도계 고장]

죽령은 여행준비단계에서 한번 지나온 곳이다. 이번에는 안개와 약간의 비바람을 친구 삼아 올랐다. 희방사 입구를 지나며 저번과 비교해 보니 오늘은 등산객이 많이 없었다. 정상은 안개가 자욱하다. 추위를 조금 느낄 만큼…역시 내려오는 길은 상쾌하다. 한 산을 기준으로 정상과 양쪽의 날씨가 다 다르다. 다양해서 좋다..몇번 씩 판초우의를 입었다 벗었다 하더라도…

남한강 따라 단양을 지나 충주호로 흘러오는 강물을 따라 충주호 한 쪽을 따라 기분 좋게 달렸다. 호수가 만들어내는 풍광이 이렇게 차분하면서도 멋진 바람을 선사해 주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옥순봉, 구담봉등을 구경하는 유람선들이 장회나루를 기점으로 여기저기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왕봉복숭아’ 파는 아주머니의 맑은 미소와 충청도 말씨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호수의 바람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호수를 바라보고, 지켜내는 사람들의 눈은 과연 호수를 닮아갈까?

호수의 전설은 바람의 전설에 기인한다는데,,,

늘 호수를 생각하면 그 바람이 생각난다. 바람의 전설…

(호수의 밤은 어떨까? 다음엔 밤에 와봐야 겠다..)

느릅재(해발397m)라는 이름의 고개는 기분을 참 좋게 했다. 완만한 경사도 경사지만 대부분 길가에서 ‘대학찰옥수수’를 팔고 있는 아낙네들의 인심과 웃음이 기분을 참 좋게 했다. 30개 들이 한 포대가 13000원,.,거기에 사람의 인심도 심어져 있었다. 재를 넘으며 멈춘 한 임시 판매장에서는 점심을 먹지않았다고 농을 건네니 집에서 사온 도시락을 찾아 대접하려 한다. 먹지않아도 배부르고, 힘들어도 기분 좋은 고개였다.

충북 괴산의 괴상한 여인숙에 자전거를 세웠다.

지붕 위에 올라앉은 ‘희망수퍼’라고 적힌 간판이 괴상한 비를 맞고 있다. 나와 똑 같이 괴상한 비를 맞으며 야영하려던 꿈을 산산히 부순다. 어떻게 저 간판은 지붕 위에 올라가 있을까? 희망이어서 그런가? 집 생각이 많이 난다..비만 맞고 다녀서 그런가? 어디서 우는지 닭 우는 소리도 들리고 ….

제과점에 들러 크로아상을 한입 깨물어 먹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었다. 식육점을 겸하는 식당에서 두터운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김치찌개를 저녁으로 맛보았다. 꿀맛이었다..매운데도 꿀맛이 났다. 날씨에 잘 맞는 선택이었다. 다리 근육이 심하게 당긴다. 괴산에서는 온통 괴상한 일뿐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사랑과 전설이 있었을 것이고, 희망수퍼의 희망은 지금도 남아 있을 것이다. 내일의 희망만을 생각하며 잠을 청하다.

^[4일] 07.17.2007 – 비온후갬 - 95.48km = 괴산-증평-내수-청주시내(성광상사바이크숍)-조치원-연기-계룡산국립공원동학사야영장

아침엔 같은 식당에서 김치찌개 대신 청국장을 시켜먹고, 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며, 괴상한 괴산군을 떠날 차비를 하였다. 증평으로 가는 길을 두번 씩 물으며 확인했다. 식당주인아저씨, 그리고 파출소 아저씨,,,파출소로 들어서려고 하는데 아침 회의중이다. 5분을 기다려 달란다. 커피를 권하는 경찰관아저씨, 자전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화장실만 이용하고 서둘러 길을 잡았다. 비는 오고, 속도계는 고장이고, 처음 계획대로 강원도 어느 지점까지는 북진하려 했으나, 태풍, 속도계 등을 핑계로 제일 가까운 대도시 청주시로 향하기로 했다.

어제저녁부터 내린 비가 주구장창이다. 증평을 지나 청주시로 접어들어서부터 비가 좀 그쳤다. 도시의 인도에서 서성거리는 수상한 사람들을 보았다..울트라마라톤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사람이었다.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622km를 달리는 대회였다. 경주회원 정종호님이 알려주면서 사진도 찍고 오라는 말이 생각났다...속도계를 새로 구입해 달고서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데 인도에서 인천에서 오신 마라토너를 만나 굳게 악수하고 사진도 찍었다. 정종호님 임무완수!!

동학사가는 길은 의외로 험했다. 길이 험했다기보다는 아스팔트의 열기와 길가의 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는 생각을 많이 한 코스였다. 논 한가운데 세워진 대형 간판을 수리하는 사람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사람몸뚱이는 정말 하찮은 크기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저렇게 큰 간판을 만들어 세우니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가 천국의 아이인 것 같다. 부러웠다..아마도 대전에서 계룡산으로 바로 이어지는 도로이지 싶은데 넓고 차량의 통행이 엄청났었다.(1번국도)

동학사 입구에서 좌측으로 틀어 앉아 있는 야영장에 도착하니 한 무리의 야영객이 막 빠져나가고, 한적했다. 사람이 많지않아 밤에 수돗가에서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정말 좋았다. 물도 차고 산속이고 이보다 더 좋은 게….이곳을 운영하는 아저씨, 아주머니의 품성이 너무 좋아 밤에는 따뜻한 차 한잔하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저씨는 구석 구석 빛나는 보석을 지니고 있는 우리 국토를 구석 구석 많이도 돌아다니셨다고 아주머니가 야단이다..칠십줄의 나이에 걸맞게 지도와 안경을 펼치고 좋은 정보를 많이 주셨다. 그 중 경상도, 강원도로 이어지는 35번, 59번 국도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추천해 주셨다. 보나마나 엄청난 재를 수없이 넘어야 하는 코스이겠지만 가을에 도전하면 정말 멋진 코스가 될 것 같았다. 이번에 강원도까지 못 올라가는 설움을 다음에 이 코스로 날려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 추천코스는 동학사에서 출발해 공주로 가서 공주에서 부여까지 지도에는 없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금강강변도로타고 부여에서 다시 강경으로 그곳에서 군산시로 바로 내려가서 새만금방조제를 타고 바로 변산반도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두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 은빛 안경에 쌓여진 경험. 그 경험을 중시하는 아저씨의 철학에 갈채를 보내며, 갈색손등보다 더 진한 갈색희망과 용기 그리고 길 위에서의 사람과의 만남의 기쁨을 흠뻑 즐겼다. 두번 째 추천코스는 당장 그 다음날 실천에 옮기려고 했으나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중간에 있는 선유도 등 섬 주민의 통행만 허가해 주고 나머지는 아직 통행금지 중이며 내년 후반기에 개통을 한다고(군산시청정보)하여 부득이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5일] 07.18.2007 – 맑음 - 90km = 계룡산국립공원동학사야영장-계룡대-논산-강경-용포-황등-익산시

새로 설치한 속도계가 계속 속을 썩임. 강경에서 군산방면 금강변 706번 지방도로..잠이 올 정도로 평탄하다. 자전거를 타면서도 졸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나다..특히 오전 중에 두세 시간의 라이딩 후에 일시적으로 졸음이 올 수 있다. 평지에서.

자전거를 수단으로 삼지않고 오직 두 다리로 국토를 횡단하는 경험은 어떤 걸까? 경기도 파주에서 출발해 서로 많이도 다투었을 여정을 고스란히 땅에다 묻으며 밀짚모자에 희망을 모두 걸고, 걸어 걸어 국토를 경험하는 대학생들을 만났다. 8일째란다. 기특하다. 내가 저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자전거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알 수 있었던 두 만남이 있었다.

논산시를 외곽으로 돌아가는 도로를 따라 가다 보니 넓은 논을 길가에 두고, 길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논일하시는 할머니를 발견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30여년을 자전거 타고 논에 일도 하러 오고, 친구도 만나고, 마실도 나가시고 온갖 일을 다 해오셨다고 한다. 지금 이 자전거는 15년 정도 되었고, 세번째 자전거라고하신다…시집살이는 어떻게 했을꼬? 젊었던 시절 자전거와의 추억이 궁금했지만 일을 마치자 휑하니 무술영화의 여주인공처럼 안장에 오른다. 생유! 사랑해요 할머니! 나 할머니 팬 할랍미더…!

이번엔 논산 할배다! 할매와 헤어지고 얼마가지 않아 만난 할배는 이빨이 많이 없어서 말이 자꾸 새나간다. 하지만 핵심은 빠트리지 않았고, 난 더 잘 들으려고 애썼다. 자신이 열 둘 열 세살 까지는 밥 구경도 못하고 살았단다. 들판의 풀을 잘라 짖이겨 물에 타먹는 게(독쇠풀) 식사의 전부였단다. 이유는 농사지어놓으면 일본인들이 거의 100% 다 가져갔단다. 올려놓은 여자들 머리까지 잘라 갔다고 하니…숫가락 젓가락이 제대로 없었다고 한다…정말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일제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의 세대는 바로 가슴에 와 닿기 힘든 이야기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