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잊지 못할 첫 호주 여행이라서 글을 길게 적어 보았습니다.

각 파트에 맞게 몇 장의 사진도 함께 첨부합니다.(이미 한규석 교수님과 김서홍 선배가 올린 사진을 제외한 2개를 올리겠습니다.)

<호주여행 : 브리즈번 ~ 시드니>

2010년 6월 15일 - 6월 27일(13일간)

진짜 여행

문찬가(전남대학교 사회심리전공 석사과정)

여행이란 무엇인가? 흔히들 우리는 휴가철이 되면 너도나도 여행을 떠난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여행을 떠나고 있을까? 또 무엇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런 생각 없이 휴식을 원해서 일까? 여행에는 각각의 여행자들의 의미가 숨어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마음의 휴식이요, 둘째는 새로운 목표 설정, 셋째는 진짜 여행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이 세 가지를 혼자서만 가지고 있기에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싶어 글을 써본다.

 솔직히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휴식일 것이다. 쉼 없이 일에 치여 살아가는 직장인, 나와 같이 공부, 프로젝트 등에 시달리다 지친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여행을 목 놓아 기다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는 정말 ‘휴식’이라는 단어가 절실했다. 그 이유는 대학원에 처음 들어 올 때,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다던 목표와 들어와서의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느꼈던 괴리감과 자존감의 상실로 인해 마음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찰나에 지도교수님께서 호주에서 열리는 ‘언어 및 사회심리학회 국제 컨퍼런스’에 참여도 하고 일주일간 호주 여행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셨다. 정말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나라 호주, 외국에서 열리는 학회참석, 여행(휴식)이라는 이 달콤한 제안을 절대 거절 하고 싶지 않았다. 항상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를 복잡하고 힘들게 만들었던 것들을 잠시 뒤로하고 새로운 세상을 보고 느낀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인 것 같다. 이는 장소가 어디든 상관은 없다. 하지만 같이 여행을 떠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누구와 떠나는 지에 따라 여행의 만족도가 달라질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지도교수님과 같은 전공의 대학원 형들 2명과 함께 하였다. 이들이 있어 나는 행복했고, 항상 든든하게 옆에 있어주는 버팀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다. 이번 여행은 짧다면 짧은 여행이었지만 힘들고 지친 내 마음에 휴식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이 공간을 다시 행복으로 채워서 돌아올 수 있었다.

 국외에서 열리는 국제 학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대학원생들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참여해 보고 싶은 일이지만 쉽게 기회를 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에게 이 기회가 주어졌고 이 경험은 힘들었던 내 마음(대학원 진학을 잘 한 일인가?)을 바로 잡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처음 접한 이 학회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가족이라고 표현 하고 싶다. 전 세계의 언어 및 의사소통(communication)에 관심을 지닌 사회심리학자, 인류학자, 의사소통 및 대인관계 전문가, 언어학자들 100여명 정도가 모여서 자신들의 연구를 발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써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학회 참여 초반에는 영어라는 언어 하나 때문에 발표자의 발표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다가 하고 싶은 질문도 해보지도 못하고, 자신감이 없어 다른 학회참여자들처럼 나 자신을 PR하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너무 화가 났었다. 솔직히 어느 정도 일상적인 기본 영어회화는 할 수 있지만 내로라하는 학자들 앞에서 작아지고 전혀 말을 붙일 염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말을 붙일 수 있는 친구도 만들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대화를 해 보기도 하였다.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는 순간 어느 덧 학회는 끝이 나버렸다. 정말 아쉬웠다. 이 한마디는 나의 자신감을 표현해 주는 한마디이다. 앞으로 국제 학회 참여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아 해볼만 하구나~~, 국제 학회에서 내가 연구한 논문을 발표를 해보자!”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고 이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4일간의 학회 일정을 소화한 후, 드디어 이 큰 대륙 호주의 일부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호주 오기 전에 한국에서 미리 렌트카를 예약해 두었고, 서바스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호스트를 제안하였다. 처음 써보는 거라 연락이 올지 의문이었는데 3군데에서나 연락이 왔고, 우리는 이곳 들을 경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여행일정을 잡았다. 처음으로 홈스테이를 해보는 것이라서 혹여나 실례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되었지만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라서 설레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브리즈번 외곽에 살고 계시는 하딩 부부였다. 처음 보는 우리들을 정말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호주 가정에서 전형적으로 요리해 먹는 식사(닭고기 훈제, 감자 샐러드, 콩, 당근 등)를 손수 대접해 주셨다. 식사 후에 하딩 할아버지께서 자신의 취미생활 공간과 직접 만드신 미니자동차들을 보여 주셨다. 난 미니자동차라고 해서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단순한 장난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나의 예상을 뒤엎어졌다. 이는 정말 자동차였다. 무려 시속 400km/h가 나온다는 것이다.(동영상으로 확인) 단순한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본인의 집 안에 작업실을 구성하여 직접 세공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취미생활을 보여주고 설명하시는 내내 행복한 미소가 떠나가질 않았다. 집안의 거실은 가족들의 사진으로 장식이 되어있었는데 사진만 보고도 가족들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서로를 그리워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두 분이서 알콩달콩 살아가시는 하딩 부부를 보면서 먼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과연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라고...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리스모어에서 조금 10km정도 떨어진 지역에 살고 계시는 해리와 수 부부였다. 사전에 메일을 보내기로는 2명이 머무를 것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4명을 제안했는데, 흔쾌히 우리 모두를 받아 주셨다. 정말 산속의 별장 같은 통나무 집에 손수 부부가 집을 꾸미고, 정원을 가꾸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들 부부는 15년 전에 호주 전역 14,50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6개월간 다니면서 기금모금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기금모금 내용은 호주의사들이 긴급한 상황에 왕진을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게 될 때 드는 유류비를 모금하는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자연을 벗삼아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사회에 공헌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앞으로 간직해서 배워야 할 삶이라고 느꼈다. 또한 이분들은 서바스를 통해 자신의 집을 거쳐간 모든 이들에게 방명록을 받아서 기록해서 보관하는 것을 보고 정말 사람들을 대할 때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고 사람들간의 관계야 말로 진정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 했다.

 멋진 서퍼들과 돌고래, 멋진 바다 풍경을 볼 수 있었던 바이론 베이를 거쳐 마지막으로 방문한 홈스테이는 코프스 하버에 살고 있는 크레이그와 필리파였다. 처음 우리를 맞이한 크래이그는 다소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은 우리가 7월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2명갈 것이라고 메일을 보내놓고 4명이 들이 닥쳤으니 그들에게 얼마나 황당한 일이었을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연락도 없었던 낯선 이방인 4명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오히려 대접할 것이 없다고 미안해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 부부에게는 2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쉐넌과 캐런이었다. 저녁 식사 후 애들과 모노폴리 게임을 하면서 잠시 동안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신기한 점은 보드 게임방을 차려도 될 만큼의 보드게임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1시간 정도의 TV시청을 한 후 10시 이전에 바로 잠을 청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거나 하루종일 TV를 붙잡고 있을 텐데 말이다. 큰 아들 쉐넌은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알바를 한 목적이 캄보디아에 집을 지어주는 해외봉사활동을 가기 위한 경비를 직접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부모나 선생님이 억지로 강요해서 한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무작정 학교, 집만 왔다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청소년기의 삶을 살아왔고 4년간의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이러한 의미 있는 알바를 해본 경험이 없었으며 하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다.

 홈스테이를 이용한 일정을 따라 3일간을 여행하다보니 어느 덧 우리는 시드니에 한층 가까워져 있었다. 다음은 호주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블루 마운틴을 갔다. 가는 내내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도착해서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보았지만 하얀 안개 속에 사라져 버린 광경을 우리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블루마운틴에서 우리는 숙소를 유스호스텔격인 백 팩커스를 이용하였다. 말로만 들었던 백 팩커스를 이용하면서 또 다른 여행의 느낌을 맡볼 수 있었다. 재료를 사다가 요리도 직접 해보고 포켓볼도 쳐보고 정말 진짜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쉬운 블루마운틴을 뒤로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시드니로 향했다. 우리가 잡은 숙소는 Kings Cross였는데 이 지역은 시드니의 유일한 홍등가였다. 밤만 되면 또 다른 분위기로 바뀌는 곳...나머지는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상상에 맡겼다. 시드니에서는 교수님의 업무차 시드니 대학교와 뉴사우스 웨일즈대학을 방문하였고 정말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뉴사우스웨일즈 사회과학부 학과장을 맡고 계시는 Pe Pua 교수님을 만나 학교의 여러 장소들을 둘러보면서 학교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심리학 전공생인 우리를 위해서 심리학부의 학부장인 Kilcross교수를 만나 심리학과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교수의 동의라고 하는 것이다. Pe Pua 교수 부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울룽공 지역으로 초대하여 호주의 대표적 먹거리인 fish and chips를 맛보게 해주었고 멋진 해안 풍경, 이 지역의 남천사라고 하는 절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번 호주 여행 나에게 진짜 여행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교수님께서 여행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2년 전에 아프리카를 단체로 열흘간 여행하시다가 마지막 날 “도대체 아프리카는 언제 가는 것인가?”하는 아쉬움을 크게 느끼셨다고 하셨다. 그 아쉬움은 아프리카의 땅을 밟고 눈으로는 보았지만 아프리카인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그들의 실제 삶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tour와 travel의 차이가 무엇인줄 아냐고 하시면서 저번에 내가 한 아프리카 여행은 단순한 관광인 tour이고, 우리가 이번에 한 여행은 아프리카에서 가졌던 아쉬움을 느끼지 않은 진짜여행 즉, travel이라고 하셨다. 홈스테이 뿐만 아니라 우리가 머무른 어느 곳에서든지 그곳의 실제 거주하고 계신 분들의 진심어린 환대 속에서 충분히 그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진짜 여행이란 단순히 그 땅을 밟고 멋진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삶의 기운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머나먼 큰 대륙 호주가 나에게 준 것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 갈 수 있도록 달콤한 휴식을 마련해 주었고, 이 휴식 속에서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닿게 해 주었다. 다시는 이런 진짜여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의 진짜 여행은 영원히 내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