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시월의 통영-국내 서바스 여행(1)

김종수 2005-10-05 (수) 01:24 조회:1758

동양의 나폴리 통영을 가 보고 싶었다. 불멸의 영웅 이 순신장군이 몸소 호령했던 곳과 난중일기를 기록했던 곳, 청마 시인, 작가 박 경리, 화가 윤 형로, 윤 이상의 음악의 자취까지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월이 시작되는 2박3일 연휴에 통영으로 가보자. 어쩌면 서바스 회원 집에서 머물며 안내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국내 호스트도 한번 시도해보자.

통영의 호스트
서바스 리스트를 보고 474번 이 대영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했다. 내일 토요일 호스트가 가능하겠느냐고……. 즉석에서 오케이.

여수의 호스트
경남에서 경계를 넓혀 전라도까지 서바스 여행을 하고 싶었다. 통영에서 바다를 건너면 여수다. 미항 여수와 불멸의 이 순신, 일출이 아름다운 향일암과 오동도가 떠오른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어쩌면 낙양읍성이나 보성 녹차 밭 까지 볼 수가 있겠다. 일요일에는 여수로 넘어가보자.

송 우근 전라 지부장은 지금 11월에 전라지부가 주최하는 한국 서바스 전국 대회를 앞두고 바쁜 줄 알지만 전화를 했다. 잠시 후에 여수의 송 영권(359번) 회원께서 일요일 호스트를 하겠다는 즉답을 받았다.

순천의 데이 호스트
‘순천은 지나는 길이니 식사라도 같이하시지요.
시간이 되면 낙양읍성 민속촌이나 순천만과 허수아비축제,
혹은 보성 차밭을 가 보실 수도 있고요.’
송 상기 순천제일대학 교수로부터는 두 번이나 전화를 받았다.

수우도
우연히 돌려 본 낚시채널에서 수우도의 고등어 낚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 시간 동안 낚으면 고등어가 쿨러에 가득 찼고, 남녀 누구나 낚시를 던지면 바로 올라오는 고등어- 그 찐한 손맛을 보고 싶었다. 낚싯대 끝에서 힘차게 떨고 있는 고등어를 통하여 바다를 잡고 흔들고 싶었다.

사량도
수우도를 가려면 충무의 사량도를 거쳐야한다. 등산으로 유명한 지리(망)산은 산을 타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등산코스로 유명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낚시를 즐겨도 되고 한려수도의 바다위에 ‘흩어져서 꽃피우는’ 섬들을 바라보며 한가로이 거닐어도 된다.

이렇게 시작하여 2005년 10월 국내 서바스 여행을 하게 됐다.
고성의 공룡의 발자취 - 통영(1박; 이 대영님) - 사량도 - 수우도(고등어 낚시)- 여수(1박; 송 영권님) -순천(Day Host; 송 상기님)-낙양읍성 - 보성 녹차 밭의 여정이다.

한국 서바스의 국내 호스트 현황
지난여름 미-캐나다 서바스 합동회의에서 최근 한국 서바스의 활동 사항을 설명하니

‘한국 회원 간의 한국 국내 서바스의 여행은 얼마나 활성화 되어 있나요?’

라는 질문을 캐나다 회원으로부터 받고 잠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 회원간의 호스트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외국의 서바스 회원을 모시기 이전에 우리끼리의 호스트가 먼저 활성화 되어야 한국에서의 서바스 운동이 제대로 되겠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되었다.

서바스 국내여행
그동안 나는 왜 서바스 국내 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그 회의 때 받은 질문에 내가 대답하기를

‘한국은 일일 생활권이어서 남의 집에서 숙박을 하기 보다는 늦더라도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경향도 있고, 손님이 오면 손님을 지나치게 환대하는 문화적 전통 때문에 손님이 되거나 손님을 받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문화적 인식 때문이다.’

이라고 답을 하긴 했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 한국인 끼리는 호스트가 되지 않을까?

‘내일 가겠으니 호스트 해 주시겠습니까?’
‘그러겠습니다. 오십시오.’
‘지나가는 길에 저에게도 들러 주시지요!’

이렇게 쉽게 문을 열어 주는데 왜 진작 국내 서바스 여행은 생각을 못했을까? 다른 분들이 우리 집에 와서 묵겠다고 하면 나는 거절했을까?

통영으로
토요일 오후에 통영을 향하여 아내와 함께 출발했다. 예비회원 내 친구부부도 꼭 같이 가보자고 하여 각자 출발하여 6시 30분에 통영고교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전 수업을 3시간 연달아 하고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했으니 운전 중 너무 졸린다. 진영 휴게소에서 차문을 열어 놓고 잠시 낮잠을 즐긴 후 다시 출발했다. 서마산 IC에서 진입해서 마산 시내를 외곽으로 돌아 고성 통영의 14번 국도를 타야하는데 안내 표지를 따라 내서 IC까지 4km를 더 갔다.

통영으로 가는 전에 없던 새 길이 나있었고 임시 개통이라 GPS도 아무런 신호를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곳곳에 이런 토목 공사가 한창이다. 이처럼 토목공사가 잦은 나라를 가 본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한창 발전하고 있는 전성기가 아닌가싶다. 국도 5호선을 타고 ‘쌀재’ 터널과 ‘두릉’ 마을을 지나갔다. 이름도 정겹다.

고성을 지날 때는 공룡 발자국이 세계에서 제일 많이 남아 있는‘상족암’을 보고자 했다. 아내는 아직 이곳을 본적이 없다. 지난여름 캐나다의 ‘드럼헬러’의 공룡마을에 들러서 그 거대한 규모의 인공공룡과 도시 전역에 걸려있는 공룡깃발과 조형물과 박물관을 보았기에 외국의 것과 우리 것을 비교도 해 보고 싶은 게 사실이었다. 캐나다의 드럼헬러는 공룡 발자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캐나다나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들의 세계인을 끌어 모으는 상술을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고성군의 ‘상족암’ 담당자들에게 우리가 여름에 모은 자료와 정보도 주고 싶었다. 물론 우리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자료와 아이디어를 이미 가지고 있겠지만...

‘상족암’을 들리면 간단하게 구경을 해도 약속시간에 늦겠다. 공룡의 자취는 포기하기로하고 '세계공룡축제'가 열린다는 홍보 표지판을 보면서 국도 14호선을 타고 곧장 달려 통영 해변공원에서 차를 멈추었다.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3시간의 여유가 있다. 가이드북을 꺼내어 그 동안 볼거리를 정했다.

통영 시내에 있는 세병관(統營洗兵館)은 임진왜란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이조 건축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장군의 기상까지 서려있는 듯하여 감명 깊었다. 바로 뒤 담장을 접하고 있는 초등학교는 이미 이사하여 학교건물의 깨어진 유리창들이 곧 철거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600억을 들여서 개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관리인은 ‘불멸의 이 순신’이 이곳에서 촬영되지 않았음을 몹시도 아쉬워하고 있었지만 세병관 주위의 전주와 전선과 현대 건물들이 카메라를 피할 수가 없어 보였다. 2008년에 개보수가 완료되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세병관이 될 것 같았다.

길 건너의 향토역사관에서는 통영나전칠기, 통영대발 등의 특산품과 통영 지역 주민들이 사용했던 예부터 내려오는 각종유물을 보니 물건마다 울어 나오는 장인 손길의 아름다움이 현대에 예술인을 그처럼 많이 배출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청마 유 치환 시인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곤 했던 청마우체국을 들렸다가 청마거리를 따라 걸어 해변으로 내려가 어시장을 지나 여객선 터미널에서는 ‘충무김밥의 원조‘라고 저마다 자랑하는 간판을 보면서 남망산의 조각 공원과 청마 문학관을 향해 걸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정운(이영도)은 재색을 고루 갖춘 규수로 출가하여 딸 하나를 낳고 홀로 되어 해방되던 해 가을 통영여중 가사 교사로 부임했다. 해방이 되자 일제하의 방황과 고독에 지쳐 돌아온 피가 뜨거운 서른여덟 살의 청마는 스물아홉의 청상 정운을 만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불길이 치솟았다. 고향에 돌아와 통영여중 국어교사가 된 청마의 첫눈에 정운은 깊은 물그림자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통영 앞바다에서 바위를 때리고 있는 청마의 시 '그리움'은 '뭍같이 까딱 않는' 정운에게 바친 사랑의 절규였다. 유교적 가풍의 전통적 규범을 깨뜨릴 수 없는 정운이기에 마음의 빗장을 굳게 걸고 청마의 사랑이 들어설 틈을 주지 않았다.

청마는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쓰고 시를 써서 부쳤다. (청마가 편지를 부치곤 했던 그 우체국은 ‘청마우체국’으로, 그가 걸어가곤 했던 길은 이제 ‘청마로’가 되었다.) 날마다 배달되는 편지와 청마의 사랑 시편들에 빙산처럼 까딱 않던 정운의 마음이 마침내 녹기 시작했다. 청마가 정운에게 보낸 편지들은 모두 그대로 시였다.

"내가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던?
그러나 얼굴을 부벼들고만 싶은 알뜰함이
아아, 병 인양 오슬오슬드는지고."

"덧없는 목숨이여,
소망일랑 아예 갖지 않으매
요지경 같이 요지경 같이
높게 낮게 불타는 나의 -노래여, 뉘우침이여."

"나의 구원인 정향!
절망인 정향!
나의 영혼의 전부가 당신에게만 있는 나의 정향!
오늘 이 날이 나의 낙명(落命)의 날이 된다고 할지라도 아깝지 않을 정향 "
52년 6월2일 당신의 마(馬)
끝이 보이지 않던 유치환의 사랑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끝이 났다.1967년 2월 13일 저녁,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붓을 영영 놓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통영의 어느 홈페이지에서 전재)

남망산 조각공원은 문화축제의 개막식으로 붐볐고 청마문학관은 이미 6시가 넘어 문을 닿았으므로 아쉬움을 안은 채 통영고교로 향했다. 통영고교는 오늘 저녁 우리를 호스트 할 이 대영 선생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다. 6시 30분 이 선생이 정문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고 내 친구부부와 경남 지부장 이 흥숙 부부가 이어서 도착했다. 이 흥숙 지부장은 이 대영 선생을 이번 기회에 봐야겠다며 오늘 저녁에 창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단다. 대단한 정열이다. 이제 서바스의 국내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계속)

이대영: 너무나 즐거웠고 유익한 국내 호스트였습니다.
통영 세바스의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김종수 지부장님과 이흥숙 지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10/07-11:13]-

이대영: 통영 세바스의 최고의 날이었습니다.김종수 지부장님과 이흥숙 지부장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0/07-11:17]-

이대영: 통영 세바스의 최고의 날이었습니다.김종수 지부장님과 이흥숙 지부장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0/07-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