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국제신문, 김종수 선생님 배낭여행기(5)

배종만 2005-11-01 (화) 17:29 조회:1121

[나의 배낭여행기] 오카방고 델타 탐험 /김종수
광활한 원시자연 속으로
트럭·모터보트 타고 밀림속 누벼
야영장 물들인 낙조에 모두 탄성

군용트럭 적재함에 앉아서 오카방고 델타로 출발하고 있는 사파리 '지미'호의 여행객들.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로 향하는 날 아침에는 출발시간도 되기 전에 모두들 차에 올라있었다. 나미비아의 너크왜시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할 즈음 억수 같은 뇌우가 퍼붓다가 그쳤다. 이제 우리는 보츠와나 국경을 넘어 아프리카의 젖어있는 습지로 들어가 얼마동안 문명과 결별하게 될 것이다.

앙골라를 거쳐 1430km를 흘러온 오카방고 강은 나미비아의 카프리비를 통과하여 보츠와나에 접어들어 부챗살처럼 지류가 뻗어 퍼지면서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습지와 호수를 이룬다. 남한 면적의 6분의 1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담겨 있는 물은 나미비아의 칼라하리 사막의 모래에 흡수되고 메마른 공기 속으로 증발할 때까지 남으로 흘러간다. 우기에도 물의 깊이가 무릎 아래여서 긴 장대로 저어가는 모코로(속을 파낸 통나무 카누)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비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전기도 샤워시설도 없는 델타의 야영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인들보다 항상 늦게 일어나는 서양인들도 오늘만은 예외 없이 일찍 일어났다. 농담을 즐기는 노르웨이의 닐스가 큰 소리로 인사를 해도 모두가 미소만 띨 뿐 말이 없어 긴장감이 역력했다. 서울의 임씨 부부는 스와콥문트의 흑인거주 지구(Township) 방문 때 옮은 부인의 피부병 때문에 델타 탐험을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 느개피에서 야영을 하며 기다리기로 했고 마리안느가 함께 가지 못함을 특히 서운해 했다. 의사소통이 불편한 이 한국인 부부를 위해 몇 가지 취사도구와 함께 숀도 내렸다.

"나아배 나아배 둥둥둥."

"이야해 이야해 둥둥둥."

"나아배."

"이야해."

라디오에서 나오는 단조롭고 지겨운 이 토속 음악에 대해 누군가가 한마디 할 법도 한데 출정하는 병사들같이 말이 없다.

마항고를 지나 보츠와나 입국은 비자비를 130달러나 지불해서인지 쉬웠다. 국경을 넘으니 도로변에는 당나귀가 많이 보였는데 차가 접근하여 경적을 울려도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스가 내려서 손으로 당나귀를 떠밀어 낸 후에야 차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브로스키 캐빈에 도착하여 사륜 구동의 군용트럭에 짐을 옮겨 실은 후 적재함 위에 올라 긴 나무의자를 펴고 앉았다. 델타의 엣샤(Etsha) 6번 지점을 향해 달려갈 때는 무성한 수풀의 나뭇잎 사이마다 손가락 길이만한 가시가 달려있어서 모두가 차 위에 엎드려 있어야만 했다.

우리는 다시 모터보트에 나눠 타고 모코로가 기다리는 지점까지 달렸다. 보트가 좁은 수로를 달릴 때 파피루스에 몇 번 얼굴을 얻어맞아서 모두 바닥에 바짝 엎드렸지만, 곁눈질로 곳곳에 끝없이 피어있는 수련을 놓치지는 않았다. 김해평야처럼 삼각주에 논이 펼쳐져 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이 파피루스 평원은 너무나 광대무변하여 사람의 손이 닿은 흔적은 볼 수 없었다.

야영장에 닿아 우리는 풀밭에 피워 놓은 캠프파이어에 젖은 몸을 대충 말렸다. 이미 저녁 어스름을 따라 낙조가 찾아들기 시작했고 모두들 카메라를 들고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녹색의 초원에 잦아드는 저녁노을은 너무나 붉어서 진홍의 감동을 안겨 주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에 대한 공포가 항상 따라 다녔고 최대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도 어느덧 이곳 환경에 적응이 되었는지 곤충기피제(DEET)를 바른 팔 위로 모기가 스멀스멀 기어 다녀도 참을 만했다. 다른 한국인들은 모두 텐트로 들어갔고, 나는 서양인들과 함께 모닥불을 가운데 놓고 둘러앉아서 요한의 유럽 자전거 일주 영웅담을 들었다. 2년 동안 자전거를 타고 유럽을 일주한 얘기였다. 원주민들도 모두 어디론가 가버렸고 밤이 늦어 우리도 텐트로 스며들어 갔다. 텐트 안은 습도가 높아 끈적끈적했지만 낮의 피로와 짙은 풀 위에 펼친 매트리스는 포근한 침대 같아서 바로 꿈속으로 곯아떨어질 수 있었다.

부산자동차고 교사 hl5umo@hotmail.com

http://www.pusannews.co.kr/news2000/asp/news.asp?gbn=sr&code=2100&key=20051031.22029200624&sword1=나의&sword2=배낭여행기

문건주: 이제 우리나이엔 시도해 보긴 어려운 아프리카 정글속 여행기 이기에 그 멋과 맛을 별다르게 느껴보며 부러움과 시샘에 갈등하며 아프리카 여행을 희구해 봅니다. 젊은시절 동남아 정글속을 뒤지며 다닐때 가죽신을 뚫는 거머리와 말라리아의 위함을 경험한 탓에 우리 여행은 부부 동반이라는 원칙하에서는 아프리카 정글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이 관심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11/0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