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순천 송 상기 씨와 지낸 하루-국내 서바스 여행(4)

김종수 2005-11-01 (화) 13:11 조회:1209

순천의 송 상기교수로부터 데이 호스트 제의를 받고 순천에 들렀다. 서바스 데이 호스트의 의미를 실감했고 짱뚱어 탕으로 시작하여 순천만의 갈대 우거진 가을 들녘과 때마침 열리고 있는 순천만 허수아비 들녘축제를 보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허수아비의 군상들이 농악을 즐기고 줄타기와 널뛰기판을 벌리는 마을이 있는가하면 가족 피크닉을 즐기고 학교 공부를 하고……. 허수아비 공화국을 볼 수 있는 것은 특이한 경험이었다.

통영 사량도에서 또 다시 배를 타고 나가면 수우도 라는 섬이 있었다. 수우도의 비경을 감상하며 산속을 달리고 있을 때 순천의 송 상기(Servas Korea Host List 2005, 358)교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수로 가는 길에 순천에 들러서 점심이라도 같이하자는 데이 호스트 제의였다. 섬 안에 있는 산속이라 충분한 대화를 하지도 못한 채 휴대폰 통화는 끊어지고 말았고 나는 들르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는 전달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송 교수에게 전화는 해줘야지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도 일정을 즐기느라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수 오동도는 우리에게 ‘오동추야…….’로 너무 알려진 곳이었지만 가볼 기회가 없었는데 영권씨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돌산도와 향일암을 거쳐서 오동도를 보고 있을 때 송 교수로부터 또 다시 전화가 왔다, 부산 가는 길에 순천을 들러서 점심을 같이하자고... 우리는 순천을 들리기로 하고 일정을 단축해서 영권씨와 작별하고 순천으로 향했다. 영권씨를 뒤돌아보니 가족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약속장소인 순천제일대학으로 향했다. 이곳은 송 교수가 자동차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곳으로 역사가 50년이 넘는 꽤 전통 있는 대학이었다. 잠시 후 송 교수와 부인과 아드님과 함께 왔다. 대학을 한번 둘러본 후에 연구실로 먼저 갔다. 조교와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열심히 임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 중국인 유학생인 심양에서 온 ‘이’군을 같이 점심을 하자고 데리고 함께 떠났다. 조선족 유학생으로 한국에 온지 2주 밖에 되지 않아서 송 교수가 특별히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우리 한국에 중국 유학생이 와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같이 점심을 했다. 이군은 짱뚱어 찜을 입에 넣고 씹다가 참다못해 얼굴을 붉히며 뱉어 냈다. 우리는 웃었지만 본인은 처음 먹어보는 한국의 특식을 특별히 느꼈을 것이다.

송 교수는 그리 크지 않은 키지만 단단한 체구를 가진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철두철미한 학자로 보였고 소탈한 일면이 있었다. 미국, 캐나다와 중국에 교환 교수로 오랫동안 해외 체재 경험으로 마음은 아주 열려 있었고 아름다운 부인과 밤톨 같은 아들, 가족 모두가 대화와 사람들 만나는 것을 즐겨서 맘 편하게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짱뚱어 구이, 짱뚱어 탕, 짱뚱어 전골, 짱뚱어 찌게가 점심 메뉴였는데 짱뚱어는 순천만의 갯벌에 서식하는 어종으로 다른 곳에서는 나지 않는 이곳만의 특별한 음식이었다. 사실 아내가 통영의 수우도 근방에서 선상 낚시를 할 때 뱃멀미를 심하게 한 후유증으로 그동안 고생이 심했고 음식을 잘 먹지를 못하고 여수에서 순천으로 올라오는 동안도 뒷자리에 누워서 왔는데 이 짱퉁어 탕을 먹고는 즉시 회복이 되었다. 부산까지 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서 특별히 고마웠다. 여정이나 삶에 지치면 이곳 순천만으로 와서 짱뚱어 구이, 짱뚱어 탕, 짱뚱어 전골, 짱뚱어 찌게로 원기를 회복하시고 다시 삶을 살아가시면 좋을 것 같아서 서바스 회원님들에게 강추.

송 교수만이 아는 순천만으로 나가는 갈대 소로 길은 어느 듯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우리는 좁은 길을 차가 한대씩 서로 비켜서 겨우 지나갔고 갈대숲을 지나 닿은 순천만의 뻘 밭에는 짱뚱어들이 짱뚱 짱뚱 짱뚱짱뚱... 뛰어 놀고 있었다.

광활한 만을 돌아 나갈 때 제 5회 순천만 허수아비 들녘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누가 허수아비까지 축제로 모셔왔나? 누가 허수아비 공화국을 건설했나? 참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송 교수 가족과 작별하고 부산으로 향할 때 두고 온 친척의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전화 한통화도 못해드려 미안했다. 서바스인들은 호스트 후에는 반드시 인사를 해야 하는데 일상의 속으로 돌아오면 그만 잊고 만다. 마치 친척을 방문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