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주여행은 나에게 삶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 경험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국내가 아닌 국외로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척이나 설레고 망설여지는 일정이었기에 부담이 많았다. 특히 나에게 이번 여행은 학회가 아니면 의미가 없었기에 솔직히 난 여행에 대한 일말의 고민이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로지 국제학회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 여행이야 내 삶이 안정되면 언제나 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여행은 학회 못지않는 경험을 내게 주었다.

    서바스를 통해서 처음 만난 사람은 하딩부부였다. 대도시인 브리즈번 근처에서 살고 계시는 이 두 분은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분들이었다. 늦은 시간(우리 시간으로 6시면 늦지 않은 시간이나, 호주사람들에게는 늦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에 4명이나 되는 우리를 맞이하시면서 너무나도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것을 보며 우선 놀랬고, 특히 여성에게는 은퇴가 없다며, 저녁을 준비하시면서 유머를 보여주시는 하딩할머니를 보며 너무나도 즐겁게 사시는 것 같았다. 또한, 호주의 일반가정에서 먹는 저녁(당근과 닭고기, 으깬 감자로 구성된 식단은 정말 간단하면서도 영양을 고려한 식단이었다고 생각된다.)을 먹고 시작된 하딩할아버지의 취미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내 친구에게서 들었던 미니자동차에 대한 산 증인을 만난 것이었다.

  더구나 집 아래에 있는 공구세트와 대형 선반기기와 판금성형기기는 한국사회에선 개인의 집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처음 제작한 자동차의 연식이 1953년이었고, 그것은 마치 기껏해야 몇 주 전에 만든 것처럼 잘 관리되어있는 것을 보며 너무나 놀랬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자신의 취미를 설명하시는 내내 너무나도 즐거워보였으며 행복해 보였다. 하루를 묵고 나서 오전에 할머니의 안내로 집안 곳곳과 정원을 설명을 들었는데, 집안 곳곳은 자녀의 모습이 느껴지도록 유지되고 있었다. 떠나기 전에는 노부부의 특별한 배려로 찾아뵌 4명에게 각각 읽어볼 수 있는 책을 한 권씩 선물해 주셨다. 특히 나는 그분들에게 사인을 부탁해서 주신 책에 그분들의 필적을 남겼다.

  하딩부부를 만나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였다. 80을 넘는 나이에 인터넷을 사용하며 운전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나에겐 너무나 낯설었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 살지만 얼마나 그 행복을 느끼며 사는지 마치 물질을 위해 전투의 삶을 살면서 노년에는 소진해 버리는 삶을 사는데 이들 부부의 삶은 마치 새로운 생성을 보여주는 삶이었다.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사람들은 해리와 수 부부였다. 서바스를 통해서 2명씩 팀으로 구분해서 메일을 보냈고 응답이 와서 가게 되었으나, 우리는 2명이 아닌 4명으로 이 부부를 찾아갔다. 이는 시기상 호주가 5시가 넘으면 한밤 중이 되어서 초행인 우리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길인 탓이기도 하지만 4명으로 같이 다니고 싶었던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해리와 수 부부 또한 너무나도 아름다운 부부였다. 해리와 수는 우리에게 이들 부부의 거처가 해안가에서 멀기에 많은 서바스 회원이 다녀가지는 못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하지만, 이곳은 호주의 또 다른 아름다운 정경을 보게 해주었다. 산중에 있는 산장과 같은 집과 그곳에서 삶을 사는 부부, 마치 동화에서 나오는 삶과 같았다. 더구나 해리와 수는 호주를 자전거로 6개월 동안 여행한 경험이 있었다. 놀랍게도 오로지 자전거로만 말이다. 호주라는 땅이 하도 넓기에 호주 동부에서 호주 서부까지 비행기로 9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호주서부는 사막과 같은 지역이 많기에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지 않는다고 하며 여행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한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무슨 배짱으로 6개월 동안 자전거로 호주 서부를 여행한 것인지 처음들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증거자료로 3권의 사진첩을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그 사진첩에는 그들의 여행에 대한 일상이 모두 기록되어있었다.

   아, 이런 삶 너무나도 즐거운 삶이 아닌가, 더구나 그들이 여행을 한 목적은 호주의사들이 긴급한 상황에 왕진을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게 될 때 드는 유류비를 모금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왕진을 가는 것은 낯설지만 위급한 상황일 경우에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그만큼 생명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해리와 수 부부는 의사가 아니다. 해리는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교육하던 분이고(우리말로 치자면 교수) 수는 공예가였다. 그들은 그냥 그 모금활동을 위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고 실천한 것뿐이다. 이들과 함께 보낸 하루 또한 잊히지 않는 하루였다. 집과 주변의 풍경도 놀라웠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 여행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그들의 삶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며 하고픈 일들을 하며 사는 삶이 정말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나는 이들에게 한국의 음악에 대해 알려줬으며 도착 이후에 춘향가 중에 사랑가의 mp3파일을 구해 보내드렸다. 또한, 한국의 판소리에 대한 영문사이트를 찾아서 알려드렸다. 해리와 수가 처음 받아본 한국서바스 회원들에게 그들 또한 좋은 경험이었기를 바라며 올해나 내년쯤에 한국에 그들이 방문할 때 한 번쯤은 다시 보고 싶다.

    서바스를 통해서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크래이그와 필리파였다. 처음 우리를 맞이한 크래이그는 다소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은 우리가 7월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이 부분은 메일을 통해서 계속확인을 했음에도 소통이 잘 안 된 부분이었다. 특히 호주의 인터넷은 어디를 가나 유료였고, 속도도 매우 느려서 불편했다.) 2명이 오기로 했는데 4명이 들이닥쳤으니 당황할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gms쾌히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또한, 크래이그와 필리파 이외에 처음으로 호주의 청소년을 만났다. 큰아이는 쉐넌으로 우리 나이로 치면 15살 정도 되는 아이였고 작은 아이는 케런으로 13살쯤 되는데 주근깨가 있는 곱슬머리 꼬마였다. 마침 케런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어서 같이하게 되었으며 즐겁게 게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이한 것은 이 가정은 TV를 겨우 30분이나 1시간쯤 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 TV를 끼고 살지만 그들은 보드게임이나 대화를 주로 하는 것으로 보였고 정말 9시나 10시쯤 되면 잠자리에 모두 자러 가는 것이 신기하였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또 있는데 예상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여행이야기였다. 크래이그는 3번에 걸쳐 호주를 여행하였는데, 처음은 6개월, 두 번째는 2살 된 아이를 데리고 12개월을 여행을 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었다. 여행이 아무리 좋다지만 이렇게나 여행을 할 수 있는지가 새삼 다시 생각되는 때였다. 아참 그리고 쉐넌의 이야기는 내게 또 다른 생각을 해주었다. 쉐넌은 현재 맥도날드에서 한 시간에 10달러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아르바이트를 한 비용을 모아 캄보디아에 집을 지어주는 봉사활동을 가기 위한 경비로 쓰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비용을 모아 국외봉사활동을 가겠다는 것은 우리의 청소년들도 생각할 수 있기는 하지만 쉐넌은 그를 위해 실천을 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국제적 청년이라고 하겠다. 쉐넌에게 물으니 TV를 통해서 캄보디아에 관심을 두고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화 교육은 이러한 형태의 방법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도 헤어지는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를 떠나보내던 쉐넌과 케런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언젠가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나뿐만 가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하게 된 여행, 설마 내 삶에서 이런 경험을 또 하게 될는지 모르겠다. 표현이 부족하고 글이 미숙해서 좋은 전달을 하지 못했을 수 있으나,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는 것은 전달이 되었던 것 같다. 서바스라는 좋은 모임을 통해서 알게 된 좋은 경험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고 외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게 기회와 여력이 된다면 꼭 그들을 맞이하여 내가 느낀 것과 같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서바스 회원 모두가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