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한 달간,

 나에게 속살을 드러낸 인도는 충격과 두려움, 새로움으로 범벅되어 긴장과 흥분의 꼬리를 놓지 못하게 했다. 내가 인도에 필이 꽂히고 인도로 마음을 향하게 된 이유에는 값싸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도 꽤 작용을 한 부분이지만, 오래전부터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던 종교에 대한 나름의 의문의 답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수많은 종교가 인도속에서 꽃피고 있다니, 그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을까?
종교를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몇 달간 준비과정에서 나를 인도로 이끌었던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아침을 길거리에서 그들과 함께 ‘짜이’로 시작>

<뭄바이역에서 타본 여자만 탈 수 있는 기차칸>

그런데, 미처 그들 곁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너무 끔찍한 일을 당하고 보니, ‘내가 과연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나 있을까?’ 하는 공포로 나는 움츠려지고,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를 무장해야한다는 생각이 더 커져버려, 충분한 즐거움이나 의문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를 갖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사고로 갖게 된 인도인 자체에 대한 불신감위에, 카주라호에서부터 치근대는 그들의 적선의 요구는 나에게 퍽 부담이고 도망가고 싶은 부분으로 다가왔다. 자유로움을 구속하는 어떤 것에도 매우 민감하게 배척하는 성향이 강하다고나 할까, 이런 나에게 넌지시 웃으면서 자꾸 뭔가 요구해 들어오는 그들의 행동은 빨리 상황을 끝내고 더 이상 근처에도 못 오게 하고 싶은 욕구를 발동시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자연스레 발길이 닿게 된 학교에 매우 친절히 안내하고 설명해주는 교사뒤를 따랐더니 교장 선생님에게 안내되고 친절히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기부를 부탁받게 되는 상황 등이다. 그런 요구를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점은 자존감을 높혀주는 부분이었지만. (실은 내가 보고 느낀 바로는 우리가 인도라는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생각이었기에), 내가 기대했던 것은 그들이 여행객에게 자기들이 가진 궁핍을 그대로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동등한 인간으로 서로 다름을 나누는 것이었던 것같다.
어쩌면 여행객들의 풍요로움이 그들을 무욕(無慾)의 상태에서 뛰쳐나오도록 유혹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