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둘째,셋째날(1.11-1.12)

강성호(kang sung-ho) 2005-02-25 (금) 13:07 조회:1479

둘째 날(1.11 화)
09:30
호텔 체크인을 하면서 큰 짐은 현관 대형로카에 맡겨두고(100엔, 보통 역구내 대형로카는 300엔) 카메라와 캠코더만 챙겨 후쿠오카 중심가인 텐진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먼저 텐진 중앙공원에 있는 아크로스 후쿠오카 빌딩을 들렀습니다.
14층 빌딩 정면이 모두 계단식 정원으로 꾸며져 있는 독특한 건축구조가 인상적이였습니다.
혹 일어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께서는 3층 문화정보센터를 꼭 들려 보시길 권합니다. 큐우슈우 각 지역별 여행안내 서적과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거든요. 또 1층 갤러리에서는 잠시 쉬면서 대형 화면으로 관광비디오를 볼 수 있으니까요.

이곳에서 앞으로 갈 사세보, 아리타, 히라도, 사가에 관한 자료를 챙긴 뒤에 호텔로 돌아 와 짐을 챙겨 하카타 역 지하상가에 있는 유명한 이치란 라멘 점에 들렀습니다.
하카타 라멘 중에서 아주 독특한 맛으로 이름 난 이치란 라멘, 직접 먹어보니 아주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이 정말 일품 이였습니다.(650엔).

하카타 역 바로 옆에 있는 교통 센터 3층에서 사세보행 고속버스를 타고(2,200엔) 1시간 45분 달려 사세보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하카타 역에서 출발하는 JR 사세보센 특급 미도리 호를 타면 소요시간 1시간 45분, 요금은 3,440엔으로 비쌉니다)
미리 도착시간을 연락드렸더니 히사시 선생님께서 터미널까지 승용차로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드리니 먼 길 온 것 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말씀하시는 모습이 무척 수수하고 친절하여 마치 우리 시골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분이였습니다.

선생님 댁은 차로 10분정도 걸리는 시 외곽 주택가에 있었습니다. 언덕배기에 있는 집주위를 대나무 숲과 유자 밭이 빙 둘러 있어 정말 한적한 시골 같았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차를 세워 두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이르자 창고 같은 곳에 벌통이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선생님 취미가 야생벌 키우기라더니 정말 벌통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두 직접 고안하고 만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한참동안 살펴보았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사모님께서 밝은 웃음으로 따뜻하게 맞이 해주셨습니다.
거실에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기에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야채와 버섯, 생선과 해물, 돼지고기를 같이 끓여먹는 나베 요리와 캔 맥주로 건배하며 밤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셋째 날(1.12 수)
08:30
히사시 선생님 승용차로 집을 나섰습니다. 사가 현 카라쯔시에 있는 나고야 성터와 나고야 성 박물관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히라도 섬을 둘러보는 코스로 하루에 다녀오기는 좀 벅찬 일정 이였습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기차를 타고 이틀 동안 혼자 돌아다니려고 하였으나 선생님께서 연결 기차 편이 불편하니까 승용차로 안내하겠다고 하셔서 함께 나선 것입니다.
저를 위해 그 먼 길을 마다않고 함께 해주신 선생님의 배려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리타, 이마리를 지나 카라쯔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2차선으로 커브와 경사가 심한 길이였습니다. 포장상태도 다른 지방보다 썩 좋지 않아 여쭈어 보니 농업중심적인 사가 현이 다른 현보다 재정상태가 열약한 탓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임진왜란 당시 나고야 성(지금의 큐슈 카라쯔시)에 거주하며 작전을 지휘하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소집한 군사작전회의에 늦게 참석하였다는 이유로 이 지역 영주를 할복케 하고 그 영지도 몰수했다는 얘기는 여행안내서에도 없는 내용이여서 살아있는 공부가 되었습니다.

10:00
오늘 첫 번째 목적지인 나고야성터에 도착하여 성터를 둘러보았습니다.
이 나고야성터는 1592년 4월 조선을 향해 14만 여명의 일본군이 출발하였던 곳입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히데요시가 조선침략을 준비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실제 무대가 바로 이곳입니다.
당시 히데요시는 일본 전국의 다이묘들에게 명령하여 이 성을 쌓게 하여 자신이 직접 거주하며 전쟁을 지휘하였다는데, 히데요시가 죽고 전쟁이 끝난 뒤 도쿠가와는 이 성을 허물게 하였기 때문에 지금은 성터만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 성을 중심으로 반경 3Km 안에 130여개의 진영을 형성하고 일본 전국각지에서 모인 14만 여명의 군사들이 집결하였다고 합니다. 조선침략을 준비하며 군사훈련을 하던 장소와 히데요시가 거주하던 궁궐터를 둘러보고 있자니 7년 전쟁동안 희생당한 원혼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습니다.
바다 건너 아스라이 보이는 대마도와 그 너머 한국 땅을 바라보며 전쟁을 통해 고통 받고 희생당한 대상은 한국과 일본의 민중들이였고 , 그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 회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가자는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성터를 나오자 바로 옆으로 사가현립 나고야 성 박물관이 있었습니다.
(개관 09:00 ~ 17:00 입장료 무료)
박물관안 상설전시실에는 ‘일본과 한반도와의 교류사’를 주제로 원시부터 근대에 이르기 까지 각종 자료를 전시해 놓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임진정유왜란 관련 유적으로 거북선 모형과 이순신 장군에 관한 사료를 전시해 둔 것과 조선통신사가 교류하던 시기에 일본 땅에 남겨 둔 유물들을 많이 전시해 둔 것이 눈에 띠였습니다.
『과거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반성에 서서 일본과 한반도와의 교류의 역사를 조사 ․ 연구 ․ 전시 ․ 소개하여 미래를 향한 우호 ․ 교류의 추진거점이 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박물관 소개말이 그저 지나치는 인사말이 아니기를 바라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12:20
나고야 성 박물관에서 20분 정도 달려 겐카이 국립공원에 위치한 하토미사키(하토곶)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큐우슈우 최서북단 해안으로 고대부터 한반도와 교류하던 길목 이였다고 합니다. 마침 그 흔적을 직접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작은 몽돌로 이루어진 해안가를 따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유물들이 쌓여 있기에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흘러 온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안성탕면 라면봉지, 갈아 만든 사과주스병, 울산 태화루 막걸리 병, 하이트맥주병 등등의 것들이 해류를 따라 이 곳 해안까지 밀려 온 것입니다. 아마 고대인들도 이 해류를 타고 일본까지 왔던 게지요.

또 이 곳 해안에서 북쪽으로 바라보이는 카까라지마(加唐島)는 백제 25대 무령왕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제왕이 왜 일본 땅에서 태어났는지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최근 재일한국인과 일본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무령왕 탄생 기념비를 올 6월 탄신제에 맞춰 이곳에 세우기 위해 추진 중이라는 기사가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每日新聞 2005.1.22)

16:20
마쯔우라를 거쳐 히라도 섬에 도착했습니다. 오던 길에 지나 친 마쯔우라 시에는 히사시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근무하셨던 마쯔우라 고교와 모교가 있는 지역이라 선생님께서도 감회가 색다르다고 하셨습니다.
히라도는 1550년 일본역사상 최초로 포르투갈 선박이 도착한 뒤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각국과 교류하면서 유럽의 문물과 가톨릭교가 유입된 지역입니다.

또한 임진정유왜란을 거치면서는 조선에서 끌려간 4, 5만여 명의 포로가 히라도에 있던 노예시장을 통해 유럽 노예상인들에게 팔려갔던 곳이라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조선에서 끌려 온 포로들은 히데요시가 거주하던 나고야 성으로 전리품으로 보내져 분리, 파악되어 다시 자신들을 끌고 온 일본 장수들을 따라 흩어졌다고 합니다. 그 중 도공 같은 고급기술자들은 각 성주들의 특별한 감시와 관리를 받으며 일본도자기의 원류가 된 거지요. 나머지 수 많은 포로들은 현재의 나가사키와 히라도를 통해 노예로 팔려졌다고 합니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가슴 아픈 현장이지요.
(참고서적 : 일본 뒷골목 엿보기 100쪽, 홍하상)

히라도항 부근에 있는 네덜란드 상관 및 부두 유적을 둘러보고 선생님께서 졸업한 히라도중학교를 지나 다시 사세보를 향해 떠났습니다.
도중에 온천에 들려 긴 여정의 피로를 풀고 선생님 댁에 도착하니 7시, 사모님께서 준비해 두신 저녁을 함께 들며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11시경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