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다섯째 날(1.14)

강성호(kang sung-ho) 2005-02-25 (금) 13:09 조회:1261

다섯째 날 (1. 14 금)
아침 일찍 학교로 출근하시는 선생님과 오후 사가에서 만나기로 하고 오전 내내 사모님께 궁금한 점에 대해 여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짐작한 대로 사모님께서는 사가현립점자도서관 자원봉사활동을 해 오고 계셨습니다. 먼저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 녹음도서가 만들어 지는지에 대해 질문을 드려 보았습니다.
우선 자신이 마음에 드는 책을 서점에서 구입하여 도서관에 등록한 뒤 집에서 녹음을 시작한다고 하십니다. 처음 한번 책을 읽고 나서 녹음에 들어가는데 문장은 낭독자의 감정을 넣지 않고 읽어야 하며 녹음 도중 외부 소리가 들어가면 다시 해야 하기에 보통 책 1권 녹음을 마치려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리는 힘든 과정이라고 하십니다.

최근 녹음을 마친 소설 ‘아름다운 정원’을 읽어 가면서 7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르기까지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어진 한국의 민주화운동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암울한 시기 애절한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여주인공의 아픔이 절절하게 다가와 아직도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고 하시면서 소설의 배경이 된 지역이 어디냐고 묻기도 하셨습니다.

또 지역주민 중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담당관청과 연결시켜 주는 ‘민생위원’이라는 봉사활동을 9년간 해오시다가 올 해 임기를 마쳤다고 하셨습니다. 니시야마 선생님께서도 15년 전부터 토스시내에서 시민들을 위한 자원봉사대학 설립, 자원봉사활동강좌 개설, 소식지 발간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오셨다고 하십니다. 봉사활동이 생활 속에 함께 자리 잡은 두 분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이 배여 나왔습니다.
13:39
히젠후모토역을 출발하여 20분 정도 가니 사가 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니시야마 선생님께서 마중을 나오셔서 학교까지 택시로 함께 갔습니다.(7분, 960엔)
평생학습센타 팻말이 붙은 연구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한국에서 유학 온 여학생들을 만나 잠시 유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건너와 1년간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는 학생들에게 학교생활 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자 외로움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힘든 과정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함께 온 중국유학생이 접대용으로 내어 온 오죠오니요리(설날에 먹는 찹쌀떡 종류)를 먹고 있으니 강의를 마치신 선생님께서 돌아 오셨습니다.

오늘 목적지인 사가현립도서관에 함께 갈 한국인 유학생을 소개 하시겠다며 인사를 권했습니다. 사가대학에서 대학원과정을 이수중인 박경호씨였습니다. 아주 성실하고 실력 있는 학생이라고 칭찬을 하시면서 복사해 둔 신문기사를 보여 주셨습니다. 사가시 三田川町한국어교실에서 자원봉사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경호씨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10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지역주민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이 강좌에는 최근 부쩍 수강생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직접 한국으로 건너 와 자유여행을 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수학여행이 수강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고, 작년에는 한국에서 가졌던 경호씨 결혼식에도 참가하였다고 합니다. 이국땅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소개하면서 한일간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는 박경호씨의 모습이 무척이나 보기가 좋았습니다.

대학에서 자전거를 타고 10분 정도 가니 사가성 옆에 사가현립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이 도서관에 온 이유는 한국에서 가져 온 자료에 나오는 한 인물에 대한 흔적을 일본사료로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였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 곳 영주였던 나베시마는 김해성을 공격하고 그곳에서 살던 많은 조선인들을 자신의 영지인 이곳 사가로 끌고 왔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김광지라는 한의사도 있었는데 그가 사가에서 한의원을 열고 명의로서 활약하였고 지금도 그 후손들이 唐人町이라는 곳에 살고 있다는 기록 이였습니다.
(참고도서 : 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다, 김문길)

찾아온 용건을 이야기하자 향토사료실 담당 이시바시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도 한국과 일본 교류사를 연구하고 있다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건네준 기록을 읽어 보더니 몇 가지 사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한 시간 이상 사료실을 뒤져 관련 자료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기록에 적혀진 김광지의 묘가 있다는 사찰이나 몇 가지 사실은 일본 기록에 나오지 않는다며 연락처를 주면 다시 확인하여 알려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곳까지 오셨는데 큰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맡겨진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땅에서 유일하게 까치가 살고 있는 고장답게 시내를 흐르는 다리 난간에 까치문양이 새겨져 있는 모습이 색다르게 보였습니다. 사가현청을 지나 사가성을 따라 다시 학교까지 오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니시야마 선생님의 인품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17:00
돌아오는 길에는 사가대학 타카하시선생님 승용차를 타고 왔습니다.
타카하시선생님은 사가대학에서 외국유학생을 위한 일본어회화나 교수법을 가르치고 계시며 니시야마 선생님과 오랜 친분을 가지신 분이라고 합니다.
사가는 큐슈지역에서도 손꼽히는 곡창지대로 마치 우리나라 김해나 김제지방 같은 분위기를 가진 고장 이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멀리 고대 시대부터 한반도와 밀접한 교류를 이어 온 지역입니다. 사가에서 선생님 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은 일본 야요이시대를 대표하는 고대유적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곳 영주였던 나베시마가 히데요시의 조선침략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홀대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근대에 들어 와서도 중앙정치무대에서 소외받아온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 사람들은 지금도 자신을 소개할 때 사가현 출신이라고 하지 않고 큐우슈우에서 왔다는 식으로 한다고 합니다.
(박경호씨 설명)

타카하시 선생님도 함께 한 저녁식사를 들면서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다 11시 지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엄재량: 아주 좋은 대목들을 잘쓰셨습니다 나도 박경호씨를 만난적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02/27-08:49]-